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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관람한 황석영 "광주는 소중히 간직해야할 가치""특정세력 아닌, 동시대 우리 전부의 영화" 황석영 [문학동네 제공]"영화에 나오는 독일 기자처럼 광주에서의 며칠이 평생을 지배한 사람이 많습니다. 광주는 어느 지역의 문제, 한 시대로 끝나는 문제가 아닌 보편적 휴머니티의 문제예요. 소중히 간직해야 할 가치입니다."소설가 황석영(74)은 18일 저녁 광주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다음달 2일 개봉에 앞서 이날 열린 특별시사회에 참석해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미리 봤다. '택시운전사'는 독일인 외신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와 서울 택시기사 '만섭'(송강호)이 1980년 5월 광주에서 겪은 이틀을 그린 영화다. 황석영은 "지금까지 광주를 다룬 영화들이 투사 또는 시민군으로 활동한 사람의 시점이었다면 '택시운전사'는 광주와 상관없는, 광주에 살아보지도 못한 국외자의 시선이다. 이렇게 다루니까 보편적 휴머니티가 발동되고 계속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작가는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정치적 신념이 있었던 이들이 아니다. 평화롭게 다 같이 살자, 이런 걸 꿈꾸던 소시민 내지 서민들이었다"며 "어느 정치세력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전부의 영화여서 좋았다"고 칭찬했다. 황석영은 영화 속 외신기자 못지않게 오월 광주를 기록으로 남기는 데 애썼다. 1970년대 중반부터 해남과 광주 등 전남 지역에 머물며 소설을 쓰고 문화운동을 벌였다. 그러다가 항쟁이 시작되기 이틀 전인 1980년 5월16일 연극공연 준비를 위해 상경했다.작가는 최근 출간된 자전 '수인'에서 "내가 공교롭게도 항쟁 직전에 상경하여 그 현장에서 함께하지 못했다는 점이 광주 사람들에게 늘 미안했다. 나는 뒤늦게나마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주어진 것을 흔쾌히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썼다. 그는 1985년 항쟁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 기록물로 꼽히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대표로 집필했다.작가는 책의 기초자료가 된 광주·전남지역 민주화운동단체들의 조사결과를 언급하며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장면보다 잔인하고 극악한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국민의 군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을 우리의 군대로 만들기 위해서 민주화가 필요한 겁니다. 광주는 한국 현대사에 이어져 온 우리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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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6·10 화두는 '경제 민주주의를 통한 사회대통합'"박종철·이한열 영원히 기억할 것"…영·호남 열사 함께 불러"경제불평등 속 민주주의는 형식에 불과"…실질적 민주주의 달성"5·18, 현충일, 6·10 공통 메시지는 '지역·세대·이념 넘는 대통합' 문재인 대통령이 6·10 항쟁 30주년을 맞아 던진 새로운 화두는 '경제 민주주의'다. 정치분야에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성숙단계에 올라섰지만 국민들의 삶의 질과 방식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내용으로서의 민주주의'인 경제 민주화는 여전히 미숙하다고 보고 이를 실현해나가는 데 새 정부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경제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키워드로는 '통합'을 제시했다. 지역과 세대, 이념을 뛰어넘는 국민적 통합과 '사회적 대타협'이 전제되지 않고는 실질적 개혁과 진전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의미가 기념사에 녹아있다. 정치 본문배너 이는 문 대통령의 취임사, 5·18 기념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사, 현충일 추념사를 관통하는 핵심어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이날 기념사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더는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고, '경제에서의 민주주의'를 새로운 과제로 천명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기념사 하는 문 대통령(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30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17.6.10 kjhpress@yna.co.kr 4·19 혁명부터 부마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을 거치는 동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고, 지난해 '촛불혁명'으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경제 민주화' 대신 '경제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썼다. 10년 전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은 6·10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사를 통해 "6·10 항쟁은 아직 절반의 승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했는데, 문 대통령은 30주년 기념사에서 "촛불은 미완의 6월 항쟁을 완성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표현했다.이는 국정농단 사태를 야기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민주적 절차와 제도에 따라 탄핵하고 새 정부를 출범시킨 '촛불혁명'으로 미완의 6월 항쟁이 완수됐다는 역사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는 우리 국민이 이룬 그 모든 성취를 바탕으로 출범했고, 문재인 정부는 6월 항쟁의 정신 위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제37주년 5·18 기념식에서도 이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했다.당시 문 대통령은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 1987년 6월 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이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켜온 민주세력과 문재인 정부가 맥을 같이 함을 강조함으로써 새 정부의 정통성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그러나 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보다 강조한 대목은 6월 항쟁이 '제도적 민주화'를 넘어 '실질적 민주화'로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6월 항쟁으로 성취한 민주주의가 모든 국민의 삶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며 "민주주의가 구체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질 때, 6월 항쟁은 살아있는 현재이고 미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실질적 민주화의 방향을 '더 넓고, 더 깊고, 더 단단한 민주주의'로 압축 표현했다. 민주주의를 형성하는 양대 요소인 ▲제도와 ▲실질적 내용에 있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진전을 가져오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의지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후퇴가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헌법, 선거제도, 청와대, 검찰, 국정원, 방송 등 우리사회 시스템을 형성하는 핵심기관들과 제도에서 민주주의를 심화해나가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문 대통령이 보다 무게를 둔 것은 삶의 방식을 바꾸기 위한 '내용상의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을 해소하는 경제 민주주의가 구현되지 않고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도 유지하기 함들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일자리 문제를 경제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꼽았다. 경제적 차원의 불평등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시스템을 흔드는 '위기적 요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위기가 근본 원인"이라며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민주주의는 형식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경제의 문제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6월 항쟁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사회에 만연한 경제적 불평등과 소득 분배의 불균형, 청년 실업과 이에 따른 저출산 문제 등을 방치한 민주주의는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일자리 정책의 현실적 한계도 고백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어렵다"며 "우리 사회가 함께 경제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바꿔 말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시민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손을 잡는 '사회적 대타협'을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날 기념사는 여전히 '통합'이라는 키워드를 응축하고 있었다. 민주주의를 이룬 민주화 운동의 전통과 유산이 특정 지역만의 것이 아닌 모든 국민이 계승해야 할 정신적 유산으로 승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부산의 아들 박종철과 광주의 아들 이한열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며 영·호남의 민주화 열사의 이름을 나란히 열거했다. 지난달 5·18 기념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은 '전남대생 박관현, 노동자 표정두, 서울대생 조성만, 숭실대생 박래전'의 이름을 부르며 "5월의 죽음과 광주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삼은 이들도 함께 기리고 싶다"고 말했다.이는 민주화 운동의 유산이 특정 지역의 전유물일 수 없고 시민들이 지역의 틀을 넘어 연대할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것이라는 문 대통령 자신과 친구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촛불집회에 참여한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자료사진 문 대통령은 또 세대를 넘어선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를 강조했다.문 대통령은 "독재에 맞섰던 87년의 청년이 2017년의 아버지가 돼 광장을 지키고, 도시락을 건넸던 87년의 여고생이 2017년 두 아이의 엄마가 돼 촛불을 든 것처럼,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역설했다.6월 항쟁은 스물이 안 된 청년부터 일흔의 원로까지 힙을 합친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고, 6월 항쟁의 정신이 30년간 우리 사회에 스며든 덕분에 지난해 겨울 촛불이 다시 꽃을 피울 수 있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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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처인성에 높이 10m급 전통한옥 짓는다오는 2021년까지 고려시대 대몽항쟁 전승지인 처인구 남사면의 처인성에 높이가 10m에 달하는 대공간 전통 한옥체험관이 건립된다. 순수 목재만을 사용해 10m 높이로 전통 한옥 건축물을 짓는 것은 국내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다. 용인시는 명지대 한옥기술개발연구단과 추진한 ‘처인성 한옥체험관 신축사업’이 국토교통부의 도시건축연구사업 한옥기술개발 과제에 최종 선정돼 국비 3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따라 명지대 연구단은 목재접합기술 등 신기술 개발에 착수해 기존 목조건축에서 벗어난 10m급 대공간 전통한옥으로 한옥의 미래건축모델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한옥기술은 목재 길이가 대부분 3~5m로 돼 있어 단층밖에 짓지 못했다. 기술개발이 완료되면 시는 남사면 아곡리 산43번지 일대 처인성 주차장옆 부지 4,054㎡에 2018년 공사에 착수해 2021년말 준공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고층 한옥을 공공건축물에 도입하게 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대몽항쟁 전승지로서의 처인성의 역사적 의의를 널리 알리고 한옥의 공공건축물 모델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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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걷고싶은 길] '자연 그대로 모습' 충주 종댕이길충북 충주는 물의 도시다. 남한강이 흐르고, 내륙의 바다라는 충주호를 품어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 풍광이 아름답다. 풍광이 수려한 덕에 풍경길이 생겼는데, 문화유산과 역사유적지까지 두루 볼 수 있어 걷는 이들이 늘고 있다. 풍경길은 아름다운 호수길이 일품인 종댕이길(12㎞)을 비롯해 비내길(17㎞), 새재 넘어 소조령길(36㎞), 중원문화길(23㎞), 사래실 가는 길(12.4㎞), 대몽항쟁길(4㎞), 반기문 꿈자락길(9㎞), 하늘재길(1.8㎞) 등이 있다. 풍경길은 8개 코스에 총 115.2㎞로 제각각 품은 풍경과 이야기는 다르지만 걷다 보면 비경이 넘친다. 충주호 수면에 반사된 햇빛으로 장관이 연출되고 있다.(사진/전수영 기자)종댕이길은 삼면이 호수에 둘러싸인 심항산(385m)을 휘도는 길이다. 종댕이(宗堂)라는 말은 인근 상종ㆍ하종 마을의 옛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충청도 사투리다. 심항산을 종댕이산이라고도 불렀다.종댕이길은 3코스로 나뉘어 있는데 출발점은 모두 마즈막재다. 대부분 사람들이 마즈막재에서 출발해 심항산을 휘돌아 마즈막재로 돌아오는 1코스(7.3㎞)를 찾는데 느릿느릿 걸음으로 3시간이면 넉넉하다. 2코스(9.1㎞)는 심항산을 거쳐 충주댐물문화관, 3코스(6.1㎞)는 도로변 덱을 따라 충주댐물문화관까지 걷는 길이다. 코스에 구애받지 않고 심항산을 휘도는 호수길(3.8㎞)만 걸어도 좋은데 1시간 반 정도면 가능하다.이재식 충주시청 산림녹지과 산림보호팀장은 “종댕이길은 새로 만든 길이 아니라 기존의 길을 찾아낸 것으로 인공적인 손질을 최대한 자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렸다”면서 “산길이라기보다 산책 코스에 가까워 가족과 함께 걷기 좋은 숲길”이라고 말한다. 특히 하트 모양을 한 심항산 둘레길을 연인과 함께 걸으면 사랑이 깊어진다고 귀띔한다. 산책 코스 같은 느낌을 주는 종댕이길 ◇호수와 숲을 끼고 걷는 풍경길 종댕이길은 주차장이 있는 마즈막재에서 시작한다. 마즈막재는 계명산과 이어져 있는 남산 사이의 고개다. 옛날 남산 아래 처형장이 있어 죄수들이 이 고개를 넘으면 살아오지 못해 마지막으로 넘는 고개라는 뜻에서 붙여진 지명이다. 마즈막재 주차장 맞은편 언덕에는 대몽항쟁전승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높이 15m 탑 뒤 부조벽에는 “1253년 몽고의 5차 침입 시 충주성에서 70일간 전개된 치열한 공방전은 대몽항쟁사에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성안의 식량이 바닥나는 위기에 처했음에도 방호별감 김윤후 장군의 뛰어난 지도력과 노비를 포함한 충주민 모두의 단합된 힘으로 죽음을 무릅쓰고 전투에 임해 몽고군을 격퇴할 수 있었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마즈막재에서 도로변 덱길을 따라가면 충주호 쪽으로 내려가는 이정표(숲 해설안내소 0.4㎞, 생태연못 0.3㎞)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오솔길로 접어들면 졸참나무ㆍ신갈나무 등 참나무들이 무성하게 가지를 하늘로 뻗치고 있다. 발아래로는 부드러운 흙길이 밟힌다. 흙길의 부드러움을 느끼며 호수 쪽으로 내려가면 잠시 쉬어가기 좋은 원터정이 나온다. 원터정 바로 아래는 옛날 고을 원님이 살았던 곳으로 1983년 충주댐 건설로 수몰다. 고향을 잃은 이들에겐 가슴 아픈 장소겠지만 긴 세월이 지난 지금은 풍광도 즐기고 사색할 수 있는 힐링의 장소로 바뀌었다. 원터정부터는 심항산 둘레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걷는 호반길이다. 오른편으로 충주호의 물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호수의 찬바람이 뺨을 때린다.호수를 곁에 두고 걷다 보면 기존의 샘을 좀 더 넓게 파서 조성한 생태연못을 만나고, 좀 더 걸으면 ‘삼형제 나무’라고 불리는 참나무가 반긴다. 사이좋은 형제처럼 한 뿌리에서 세 줄기로 자라났다. 길에 몸을 맡기고 다시 걷다 보면 충주호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제1조망대다. 푸른 하늘과 호수를 배경으로 새들의 휴식처인 수초 섬과 철새, 남산과 그 자락의 가옥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낸다. 영롱하게 반짝이는 호수를 바라보다 보면 그동안 풀리지 않던 가슴의 응어리까지 절로 없어진다. 종댕이 고개 안내판 산허리를 휘감으며 이어지는 오솔길을 걷다 보면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서 있는 종댕이 고개다. 안내판에 따르면 종댕이 고개를 한 번 넘을 때마다 한 달씩 젊어진다고 한다. 종댕이 고개를 넘으면 밍계정과 모자(母子)나무가 나타난다. 모자나무는 한 뿌리에서 나온 두 가지가 1m 높이에서 서로 맞닿아 가운데에 생긴 둥그런 공간이 마치 어머니의 뱃속을 연상시킨다. 호수의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제2조망대에서는 최종진 시인의 시‘마타리꽃’이 말을 걸어온다. 월악산과 충주댐이 한눈에 들어오는 제2조망대에서 너와 지붕을 얹은 쉼터를 거쳐 피톤치드 솔숲을 쉬엄쉬엄 걷다 보면 소원바위가 막아선다. 바위 상단이 뾰쪽한 편이고 하단이 넓게 퍼진 집채만 한 바위다. 바위에 소망을 담은 글을 적어 매달거나 돌탑을 쌓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소원을 빌고 난 뒤 발걸음을 옮기면 숲해설안내소와 출렁다리로 가는 갈림길이다. 출렁이는 다리 위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맛도 색다르다. 길이 50m의 출렁다리를 건너 오르막길로 가면 자동차도로다. 이곳에서 왼쪽은 마즈막재이고, 오른쪽은 충주댐물문화관으로 이어진다.시간과 체력이 된다면 마즈막재로 곧바로 되돌아가지 말고 숲해설안내소에서 심항산 정상으로 발길을 옮겨도 좋다. 숲해설안내소에서 심항산 정상까지는 1.2㎞로 숲이 깊고 가파른 경사길이어서 숨이 약간 빨라진다. 잣나무, 리기다소나무, 개옻나무, 갈참나무, 국수나무 등이 도열해 있고, 중간중간 시비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30여 분간 겨울산과 호수의 풍경을 즐기다 보면 정상에 닿는다. 심항산을 감싸고 흐르는 충주호의 시원한 물줄기를 굽어보고 내려오는 길은 0.7㎞로 15분이면 충분하다. 숲해설안내소에서 도로 옆 덱길을 따라 1.5㎞ 내려오면 시발점 마즈막재다. 종댕이길은 새해를 맞아 가족과 친구, 연인이 함께 충주호의 풍경을 즐기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기 좋은 숲길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충주호 전경 ◇계명산 자연휴양림, 추위에 지친 몸과 마음 재충전소 충주시 동쪽에 우뚝 솟아 있는 계명산((鷄鳴山, 774m)은 산세도 아름답지만 충주호를 끼고 있어 호수를 발아래 두고 등산을 즐길 수 있는 산이다. 계명지맥(鷄鳴枝脈)에 위치한 계명산은 원래 계족산, 오동산으로 불렸다. 오동나무가 무성했기 때문에 오동산(梧桐山)이라고 했다. 또 옛날에 지네가 하도 많아 ‘지네들의 천국’이었는데 한 촌로가 산신령에게 치성을 드렸더니 어느 날 도인이 나타나 “지네는 닭과 상극이니 닭을 길러 보라”고 일러주어 그대로 하였더니 지네가 없어져 계족산(鷄足山)으로 불렸다고 한다. 1958년에 충주시 의회에서 닭이 울어 여명을 알리자는 취지로 계명산으로 개칭했지만 지금도 밤이면 지네들이 나와 달빛에 수군거린다고 한다. 충주호를 끼고 있는 계명산 자연휴양림 계명산 기슭에 자리한 계명산 자연휴양림은 숲속의 집, 가족호텔, 족구장, 체력단련시설, 정자, 전망대 등이 200m 반경 내에 밀집돼 있다. 관리사무소에서 충주호 방향으로 오동나무ㆍ박달나무ㆍ잣나무ㆍ주목나무ㆍ산수유ㆍ목련나무ㆍ철쭉나무로 이름 붙인 산막 7채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원룸형인 산수유에서는 창문을 통해 충주호반의 물결과 겨울 산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시계 방향으로 산등성이에 무궁화ㆍ해당화ㆍ백합ㆍ영산홍ㆍ사과나무 산막이 박혀 있다. 가족호텔은 6인 객실과 20인 객실로 구성돼 있다. 계명산 정상에 오르지 않더라도 전망대나 숙소에서 충주호를 굽어보는 경관이 아름답다.휴양림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숙소 앞으로 충주호가 펼쳐져 있어 외국의 호젓한 휴양지를 연상케 한다. 식생이 다양한 숲은 자연을 관찰하고 산림욕을 즐기기에도 좋다. 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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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마감 단계"(종합)북한 김정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마감 단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1일 조선중앙TV를 통해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마감 단계"라고 밝혔다. 2017.1.1 <<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 photo@yna.co.kr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과시…"우리식 주체무기 더 많이 개발해야"신년사에서 첫 朴대통령 실명 비난…美 트럼프 행정부 언급 안 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1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된 신년사 육성 연설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라며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과시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주체 조선의 국방력 강화에서 획기적 전환이 이룩되어 우리 조국이 그 어떤 강적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 강국, 군사 강국으로 솟구쳐 올랐다"며 이같이 밝혔다.그는 "제국주의자들의 날로 악랄해지는 핵전쟁위협에 대처한 우리의 첫 수소탄시험과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폭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첨단무장장비 연구개발사업이 활발해지고 대륙간탄도로케트(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김정은이 육성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를 언급함에 따라 북한은 조만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그는 "우리식 주체무기를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300㎜ 방사포, 공격용 무인기 등의 개발을 지속 추진할 것임도 시사했다. 김정은은 대남분야에선 "지난해 남조선에서는 대중적인 반정부 투쟁이 세차게 일어나 반동적 통치기반을 밑뿌리째 뒤흔들어놓았다"며 "지난해의 전민항쟁은 파쑈독재와 반인민적정책, 사대매국과 동족대결을 일삼아온 보수당국에 대한 쌓이고 쌓인 원한과 분노의 폭발"이라며 탄핵 정국을 야기한 남측의 촛불집회를 언급했다.그는 "진정한 민족의 주적도 가려보지 못하고 동족대결에서 살길을 찾는 박근혜와 같은 반통일 사대 매국세력의 준동을 분쇄하기 위한 전민족적 투쟁을 힘있게 벌여야 한다"며 육성 신년사에선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김정은은 "올해 우리는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야 한다.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북과 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충돌과 전쟁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며 남북관계 개선과 군사적 긴장 완화를 언급하면서도 작년 5월 7차 당 대회 때와는 달리 구체적인 남북회담 제안을 하지는 않았다. 대미분야에선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면서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김정은은 "미국은 조선 민족의 통일 의지를 똑바로 보고 남조선의 반통일세력을 동족대결과 전쟁으로 부추기는 민족이간술책에 더 이상 매달리지 말아야 하며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할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우리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핵 위협과 공갈이 지속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앞에서 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위협했다.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도 평화협정 체결 등의 대미 제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김정은은 육성 신년사에서 자신의 '능력 부족'을 거론하는 등 최고 지도자로서는 극히 드문 '자아비판' 성격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며 "올해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 할 결심을 가다듬게 된다"고 말했다.김정은 신년사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날 낮 12시 30분(평양시 기준 12시)부터 시작돼 30분간 진행됐다. 김정은은 2013년부터 매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해왔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오전 9시께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김정은 신년사 프로그램이 녹화 방송됐으나, 지난해부터 낮 12시 30분(평양시 기준 12시)에 방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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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아픈 역사·현실비판 영화 쏟아진다올해 극장가에는 현 세태를 꼬집는 영화들이 재난, 범죄오락, 액션 장르의 외피를 쓰고 쏟아져나왔다. 내년에도 시대의 아픔과 슬픔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극장에 걸린다.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김훈 중위 사건 등 그동안 좀처럼 보기 힘든 소재들도 스크린 속으로 불려 나왔다. 이들 작품은 대부분 저예산영화가 아니라 메이저 투자배급사가 직접 나서 대형 상업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역사적 아픔을 상업화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영화계에 따르면 영화 '1987'은 6월 항쟁의 불씨가 된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다. '지구를 지켜라'(200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의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CJ E&M이 투자배급에 나선다.김윤석, 하정우, 강동원이 캐스팅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CJ E&M 관계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6월항쟁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의 분수령이 된 슬프고 뜨거웠던 1987년 그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고 소개했다.쇼박스가 투자배급하는 '택시운전사'는 5·18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을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운전했던 실제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송강호가 택시운전사 역을, 토마스 크레치만이 특파원 역을 맡았다. 연출은 '고지전'(2011)의 장훈 감독이 담당했다. 최근 촬영을 마친 '군함도'는 내년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힌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 군함도(하시마 섬)에 강제 징용된 뒤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 400여 명의 이야기를 조명했다.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이 출연한다. 이 영화도 CJ E&M이 투자배급을 맡았다.임성찬 감독의 '아버지의 전쟁'은 19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숨진 고 김훈 중위의 의문사 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긴다.김훈 중위의 아버지 김척 예비역 육군 중장이 진상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초점을 맞췄다. 민감한 소재 때문에 투자를 받지 못하다가 최근 투자자가 나타나면서 제작이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 '대립군'은 20세기폭스코리아가 '곡성'에 이어 5번째로 투자·배급하는 한국영화여서 관심이 쏠린다. 임진왜란 당시 백성을 버리고 피란한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인 광해가 조선을 지켜야만 했던 역사 속 이야기와 고된 군역을 피하려는 사람들을 대신해 돈을 받고 군 생활을 하는 대립군(代立軍)의 이야기를 영화로 옮겼다. 정윤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대립군을 이끄는 대장 토우 역은 이정재가, 광해 역은 여진구가 맡았다.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은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1636년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 갇힌 무기력한 인조 앞에서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대립한 조정의 대신들과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 앞에 놓인 민초들의 삶을 다룬다.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등 출연 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사회 현실을 풍자하는 영화들은 내년에도 쏟아진다. 한재림 감독의 '더 킹'이 내년 1월 가장 먼저 포문을 연다. 권력을 휘두르며 폼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가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면서 겪는 일들을 그렸다. 한국 근현대사를 아우르면서 권력의 민낯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박인제 감독의 '특별시민'은 대한민국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변종구의 이야기를 다룬다. 최민식이 생애 첫 정치인 연기에 도전해 화제를 모은 영화로, 현실정치에 대한 풍자가 담겼다. 역사와 사회 현실을 다룬 작품들이 계속 제작되는 것은 관객들의 취향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흐름으로 분석된다. 스타급 배우들을 투입해 대작영화로 만들면서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점도 새로운 흐름이다. 대형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아픈 역사를 다루면 관객들이 즐길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암살'처럼 역사적 소재를 대중적인 장르로 녹여낼 경우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사회성'은 한국영화의 흥행 키워드가 돼 왔다. '변호인', '베테랑', '내부자들' 등의 흥행이 대표적이다.그러나 최근 시국이 어수선한 데다 내년은 대선을 앞둔 해여서 이런 흥행 코드가 그대로 적용될지 섣불리 장담할 수는 없다.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대선시즌을 맞아 내년에는 20대 관객층이 이전보다 더 영화의 흥행을 주도할 것"이라며 "(지금처럼) 현실이 심각할 경우 소재가 심각하지 않은 영화가 흥행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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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숨비소리 길'에서 해녀 숨결 느끼다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될 제주해녀문화 곳곳 산재 제주 바닷가에는 휘파람이 끊이지 않는다. 휘파람이 들려오는 곳에는 어김없이 해녀가 있다. 해녀들이 내는 '숨비소리'다.숨비소리는 바닷속으로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해서 나오는 동안 참고 있던 숨을 한꺼번에 내쉬는 소리다. 심연에서 내오는 애절하고도 원초적인 소리다.여행자에겐 언뜻 새소리처럼 들리는 숨비소리엔 해녀들의 삶이 녹아 있다.해산물 채취하고 올라오는 해녀(제주=연합뉴스) 제주 해녀가 깊은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채취한 뒤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다. 2016.11.26 [제주해녀박물관 제공=연합뉴스]◇ '숨비소리 길' 걷기 지난 22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확실해진 제주해녀문화를 엿볼 수 있는 '숨비소리 길'을 찾았다.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있는 제주해녀박물관에서 출발했다. 박물관을 왼쪽에 끼고 동쪽으로 넘어가 세화축구장을 지나자 제일 먼저 '삼싱당'이 눈에 들어왔다.파란색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삼싱당은 '여씨할망당'이라고도 한다. 세화리 면수동 마을 한가운데 있는 나지막한 동산인 '금산'에 있다고 해서 '금산당'이라고도 부른다. 안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제단을 만들어 '여씨할망신위'를 모셨다고 한다.이 마을 해녀를 비롯한 주민은 정월 12일 대제, 2월 12 영등맞이, 7월 12일 백중맞이, 10월 12일 시만국대제를 각각 지내며 각 가정의 무사안년을 기원한다.삼싱당에서 나와 제법 큰 팽나무들이 있는 면수동마을회관 사거리에서 다시 올레 21코스 표시를 따라 동쪽으로 향했다. 여기서부터 이웃 마을인 하도리의 별방진까지 가는 약 2㎞의 길 양쪽으로 다닥다닥 붙은 그리 넓지 않은 무밭들이 쭉 펼쳐졌다.해녀들의 안전 조업을 빌었던 삼싱당(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제주해녀박물관 인근에 있는 삼싱당. 해녀와 마을 주민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당이다. 2016.11.26 khc@yna.co.kr 물때가 맞을 때는 바다로 나가 해산물을 채취하고 물질하지 않는 날에는 밭에서 농사를 짓는 '반농반어(半農半漁)의 삶을 사는 해녀들의 모습이 그려졌다.별방진(別防鎭)은 조선시대 군사진영으로, 제주도 기념물 제24호다. 중종 5년(1510)에 제주목사 장림이 성을 쌓고 김녕읍에 있던 방호소를 이곳으로 옮겨 '별방'이라고 지었다. 하도리보다 더 동쪽에 있는 우도를 근거지로 한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다. 성의 총 길이는 1천8m이고, 높이는 3.5m다.남쪽 성벽 위로 올라가니 성 안팎의 집들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번엔 마을을 지나 북동쪽 성벽으로 올라갔다. 하도리 포구에 세워놓은 'Hado'라는 영어로 된 하얀색 구조물이 눈길을 끌었다. 성벽 밖 바로 밑에는 옛 주민들이 먹었을 맑은 용천수도 보였다.왜적의 침입을 막았던 별방진(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조선시대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안에 쌓은 별방진 성벽. 2016.11.26 khc@yna.co.kr 마침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날이라 바닷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얼른 사진을 몇 장 찍고 내려와 해안도로를 따라 서문동 해안가의 원담을 보러 갔지만 아쉽게도 바닷물이 너무 많이 들어 볼 수 없었다. 원담은 밀물 때 들어왔던 물고기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뒤 잡으려고 해안가 얕은 바다에 원형으로 쌓은 돌담이다.깊게 눌러 쓴 모자도 날아갈 것 같은 북서풍을 가르며 서동 불턱을 찾았다. 불턱은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휴식을 취하는 장소다. 옛날 같으면 주변 나뭇가지 등을 주워다가 불을 피워 몸을 덥히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해녀들을 볼 수 있으련만 지금은 추억의 장소가 됐다. 현재는 어촌계마다 탈의실과 보일러가 있는 욕실, 작업장 등을 갖춘 현대식 해녀탈의장을 갖추고 있다.서동 불턱 인근에는 '환해장성(環海長城)'이 있다. 고려시대 몽골항쟁과 조선시대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제주도 해안선 300여리(약 120㎞)에 쌓았다고 전해진다.해녀들의 쉼터 불턱(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 해녀들이 불턱에 모여 앉아 담소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6.11.26 << 제주해녀박물관 제공 >>주변에는 화산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공기에 닿아 굳으면서 생긴 '튜물러스(Tumulus)'란 용암지형과 산림청 보호식물로 지정된 '모새달'이란 식물, 피부의 염증성 질환과 피부 병원균 생장 억제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염생식물 '큰비쑥' 등이 보였다.이 길에 있는 유일한 절인 용문사와 면수동 주민의 옛 식수였던 '만물'을 지나 이내 해녀박물관에 도착했다. 길이가 4.4㎞로 1시간 30분 걸린다지만 2시간이 걸렸다.박물관 1층 카운터에서 표를 끊고 해녀의 삶을 다룬 제1전시실로 들어갔다. 전형적인 제주 초가와 부엌, 밥상은 물론 식수를 길러 다닐 때 사용했던 허벅, 차롱, 애기구덕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둘러봤다.해녀의 일터를 보여주는 2층 제2전시실에서는 해녀들이 불턱에 모여 앉아 담소하는 모습을 재연한 전시물과 물질하는 하는 영상, 물질 때 사용하는 물안경, 비창, 까꾸리, 작살, 테왁 등이 눈길을 끌었다. 옛 해녀들이 입었던 광목으로 만든 '물소중이'와 현재의 잠수복인 고무슈트도 대비해 놓아 해녀 의복의 변천사를 가늠케 했다. 해녀 공동체와 공동체 내의 위계질서에 대한 설명도 쉽게 눈에 들어왔다.3층 전망대에 올라서니 세화리 마을과 바닷가가 한눈에 들어왔다. 2층에서 1층 제3전시실로 내려오는 통로에는 옛 제주 사람들이 사용했던 물때의 명칭과 바람의 명칭, 해녀들이 채취하는 해산물과 채취 시기 등에 설명이 붙어있다. 해녀의 생애를 다룬 1층 제3전시실에선 해녀들이 직접 들려주는 삶의 기억을 담은 영상물들을 시청했다.어린이해녀관은 '제주해녀 수애기'의 이야기를 다룬 3D 애니메이션, 어린이 숨 참기, 망사리 시소와 저울, 재미있는 고망낚시, 해양쓰레기 등을 보여준다.제주해녀박물관 전경(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있는 제주해녀박물관 전경. 2016.11.26 khc@yna.co.kr 숨비소리 길은 제주 해녀문화를 파악하기 가장 좋은 길이다. 마침 겨울이어서 해녀를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지만, 박물관이 있어 아무 때나 와도 해녀문화를 살펴보기에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해녀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오자 날은 거의 저물었다. 오후 2시 50분께 도착해서 숨비소리 길을 걷고 박물관을 둘러보는 데까지 3시간 정도 소요됐다.제주해녀문화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리는 제11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결정될 예정이다.◇ 교통편·탐방시간·주변 관광지·먹을거리 제주공항에서 시외버스터미널로 가 2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세화·성산 방면 701번 시외버스를 타고 달리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면 2시간이 조금 넘게 소요된다. 자가용으로는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1시간 정도면 도착한다.제주해녀박물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다만 관람 시간을 고려해 오후 5시 10분까지 표를 끊어야 한다. 숨비소리 길은 정해진 탐방시간이 없으므로 아무 때나 걸어볼 수 있다.주변 관광지로는 비자림과 돌 미로 공원인 메이즈랜드, 나무 미로 공원인 김녕미로공원, 만장굴, 제주레일바이크, 성산일출봉 등이 있다. 제주해녀박물관 주변에 나름대로 특색을 살린 카페, 식당, 횟집, 민박들이 줄지어 있다. 10분 거리에 세화민속오일장도 있다. 세화민속오일장은 끝자리가 '0'이거나 '5'인 날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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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본'·양金 있었고 개헌 외쳤던 87년…닮은듯 다른꼴아래로부터 분노 '거리 민심'이 제도권 이끄는 건 비슷항쟁 이끈 野 거버넌스 있었지만 지금 野는 '동상이몽'"당시는 개헌이 혁명적 구호, 지금 개헌은 논쟁거리" 6월 항쟁 이기고 87년 대선 野 분열 패배 경각심 대두 야권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을 수습하기 위한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87년 6월 항쟁을 역사의 책장 속에서 꺼내들고 있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분노한 민심이 '광장의 에너지'로 분출된 87년 6월 항쟁과 현 시국이 닮은 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2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87년 6월 항쟁은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위해 거리로 나왔고, 이번에는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위해 거리에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대적 환경과 현상이 발생한 배경이 다른 데다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야권 등 정치권이 요구받고 있는 해법에도 상당한 차이가 나고 있다. 또 야권은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민심 이반이 커지고 있지만 차기 대권이 넘어왔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6월 항쟁 당시에도 야권의 집권 가능성이 큰 가운데 분열로 정권을 놓쳤던 만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경계심이 높아가고 있다. ◇ 29년 만에 거리 메운 100만 군중…제도권 움직임 견인 = 6월 항쟁 당시 시청과 종로 등 서울 도심 일대에는 수십만명의 시위대가 거리를 수시로 점령해 '호헌 철폐'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외쳤다. 부산과 광주 등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확산됐다.학생들의 가두시위에 '넥타이 부대'가 가세하며 시위대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계엄령 선포 등 비상조치설 등이 흘러나올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는 가운데서도 야권과 재야는 6·29 선언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광장에 모인 대중의 함성이 제도권의 변화를 이끌어낸 셈이다. '이한열 열사 장례식' 때인 7월 9일에는 100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올해 촛불집회의 양상도 마찬가지다. 지난 12일 100만 명이 서울 도심에 몰려든 데 이어 19일에도 전국적으로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며, 제도권의 움직임을 견인해나가기 시작했다. ◇ 87년 국본과 '양金'의 존재…2016년 강력한 야권 리더십의 부재 = 6월 항쟁 당시 재야와 야권은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를 구성해 공동 대응을 해나가며 출발부터 야권의 역할이 컸지만, 이번 정국에서는 도도한 촛불 민심에 야권이 얹혀가는 형국이다. 특히 당시는 야권은 한목소리를 냈었다. 당시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이었던 김대중(DJ)·김영삼(YS의) 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직선제 개헌'이라는 야권의 목표는 재야 및 시민사회와 일치했고, 방법론에서도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그러나 현재 야권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단일 리더가 부재한 채 7∼8명의 '잠룡' 집단이 존재하다 보니, 목소리가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제도권 야당과 시민사회를 묶는 단일 기구 구성을 놓고도 야당내 견해차이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최근 영수회담을 시도했던 것과 달리, 6월 항쟁 당시에는 YS가 영수회담을 제안했을 때는 야권과 재야에서는 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 야권의 대선주자 6인을 포함한 주요인사들이 20일 정국 수습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비상시국 정치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야권을 모아낼 방안을 만들 지도 미지수다. 더구나 6월 항쟁 당시는 군사정권하에서 극단적 상황을 피하기 위한 해법을 극적으로 찾았지만, 현재는 청와대 및 친박(친박근혜)계와 광장의 목소리가 팽팽히 대립하면서 사태 장기화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당시에는 독재 타도라는 민심이 표출하면서 '호헌'과 '개헌'이라는 전선으로 집약, 직선제 개헌 약속으로 출구가 열렸지만, 지금은 '하야·퇴진'이라는 슬로건으로 광장와 제도권의 목소리가 모이면서 야권의 목표치로만 따져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는 한 출구 찾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정치적 절충 지점이 6월 항쟁 때보다 협소하다는 분석이 제기될 수 있다.물론 야권이 광장 정치의 역할은 제한돼 있지만, 도리어 제도권 내에서의 역할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교수는 "야권이 시민사회에 기대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합리적인 수습책을 모색할 수 있는 역할이 커졌다"면서 "6월 항쟁 때는 여권의 균열이 없었지만, 현재는 여권이 분열되고 있는 점도 야권으로서는 운신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 직선제 개헌 슬로건 아래 결집한 87년…지금 개헌 깃발? = 여야 모두 일각에선 6월 항쟁의 산물로 얻어진 직선제 개헌으로 탄생한 현행 헌법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순실 사태 또한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된 만큼 차제에 국가 운영의 판을 바꾸자는 것이다. 하지만 거리의 민심은 개헌을 외치지는 않고 있다. 개헌으로 출로를 여는 것은 정치권의 몫이지만 야3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의 퇴진에만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개헌을 꺼내들게 되면 퇴진 투쟁전선의 초점이 이동할 것이라는 경계심도 깔려 있다.또 주요 야권 대선주자들이 개헌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고 있고, 게다가 개헌안에 대한 이견으로 현실적 제약이 있다.87년 6월 항쟁때는 직선제 개헌 슬로건이 모든 저항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공통의 깃발이었지만, 지금 개헌은 내부 논쟁을 촉발시키는 는 뇌관이 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개헌을 매개로 이 상황을 수습하는 의견도 정치권에서 힘을 얻지만, 광장에서는 우선 개헌을 방법론으로 삼기보다는 일단 박 대통령의 퇴진이 이뤄진 뒤 미래 권력을 이야기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87년 직선제 개헌 쟁취하고도 분열한 野…경계심 대두 = 야권은 6월 항쟁으로 직선제를 쟁취하고 결국 YS와 DJ의 분열로 같은 해 말 대선에서 패배했다. 6월 항쟁의 결실을 허공에 날린 셈이다. 현 시국에서 야권에선 이에 대한 경각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야권 지도부에서도 이와 관련한 경고음이 공개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 지도부 간, 대선주자 간에 욕망의 충돌을 제어하고 통일된 수습책을 찾을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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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모두 내려놓고 국민과 역사 앞에 서야박근혜 대통령에게 중대한 결단의 순간이 도래했다. 이제 더는 장고해야 할 시간도, 뒤로 물러설 공간도 없다. 한 발짝 삐끗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 12일 서울 도심에는 국민 100만 명(주최측 추산, 경찰추산 26만 명)이 쏟아져나와 촛불을 들었다. 1987년 6월 국민항쟁 이후 최대인파였다. 남녀노소, 계층, 지역, 이념을 넘어선 거대한 국민의 함성이었다. 전국 주요 도시는 물론 해외에서도 촛불은 교포들의 손에 타올랐다. 이들의 외침은 하나로 귀결됐다. 박 대통령의 퇴진이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5%의 지지율이 주권자인 국민의 행동으로 고스란히 체현된 것이다. 이 준엄하고 도도한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분노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국민은 최순실 사건으로 검찰 조사와 특검을 받아야 하는 박 대통령에게 국정을 이끌거나 나라를 대표할 품격과 자격이 없다고 본다. 지난달 24일 방송 보도로 최순실 국정농단의 실상이 드러난 이후 20일간 박 대통령의 대응은 민심의 기대치를 한참 벗어났다. 두 차례 있었던 사과는 국민의 실망과 분노만 키웠다. 국회와 상의 없는 일방적인 총리 후보자 지명은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했다. 지난 8일 국회를 방문해 국회의장에게 '국회 추천 총리에게 국정을 통할하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총리의 권한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지만,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이 부분에 대해 직접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국민은 리더십을 상실한 박 대통령이 국정 주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고 봤다. 상황은 더욱 엄중해졌다. 아직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박 대통령이 버틸 수 있는 빌미가 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어떤 상황에서도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어선 안 되겠지만 대통령이 헌법 뒤에 숨어 '내치는 총리, 외치는 대통령' 운운할 때가 이미 지났다는 견해가 분출한다. 촛불 민심을 확인한 야권은 박 대통령의 퇴진 또는 탄핵을 외치고 있다.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 권한 이양은 물론 민심이 요구하는 하야와 조기대선 등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원점에서 검토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결정을 신속하게 내려야 할 때라고 본다. 그렇지 않고 시간을 끌 경우 민심이 어떤 형태로 폭발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과 국가, 역사와 대면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직접 거취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선출 권력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 책임이 막중해졌다. 여야는 이번 집회를 통해 나타난 노한 민심과 변화에 대한 희구를 읽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정치로 녹여낼지를 고민해야 한다. 급한 것은 시국 수습과 국정 정상화다. 박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국가를 이끌 거국중립내각은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어떻게 헌정 질서를 지키면서 박 대통령의 권한을 받아 국정을 이끌어갈지 중지를 모아야 한다. 촛불 민심을 아전인수식으로 받아들여 당리당략에 이용하려 한다면 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은 대통령을 불신하지만 여야 정치권도 믿지 못한다. 신뢰를 얻으려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민심이 떠난 새누리당은 당을 해체해 완전히 새로 만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내년 대선을 남의 잔치로 구경만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야당은 촛불에 편승해 시간만 보내면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올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수권 정당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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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100만 촛불 한목소리…6월항쟁 후 최대(종합3보)수십만 촛불들(서울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2016년 민중총궐기 대규모 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경찰 추산 26만…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기록 경신광화문∼숭례문 가득 메워…청와대 진입로 내자동로터리서 대치 계속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비선 실세'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3차 주말 촛불집회가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1987년 6월 항쟁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집회이고, 촛불집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여서 국정농단 사태를 보는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했음을 드러냈다.역대로 손꼽을 만큼 많은 인원이 모였음에도 집회는 축제를 방불케 할 만큼 대체로 평화적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다만 일부 참가자가 청와대 진입로인 내자동로터리에서 청와대 방면 진출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하는 등 3일 새벽까지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6월 항쟁 이후 최대규모…'민중의 분노' 반영청와대 향하는 촛불들(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2016년 민중총궐기 대규모 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며 경복궁 앞을 지나가고 있다. 진보진영 1천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는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 문화제를 개최했다.오후 7시30분 기준으로 주최 측은 100만명, 경찰은 26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세종대로, 종로, 을지로, 소공로 등 도심 주요 도로는 물론 인근 지하철역까지 한때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이날 집회는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다. 2008년 6월10일 광우병 촛불집회(주최 측 추산 70만명, 경찰 추산 8만명),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규탄 촛불시위(주최 측 추산 20만명, 경찰 추산 13만명) 참가 인원을 넘어섰다.시민들이 많이 몰렸을 때는 남북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숭례문까지, 동서로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종각까지 인파가 넘쳐났다.이 규모에 맞먹는 역대 집회로는 100만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진 1987년 6·10항쟁이 있다. 촛불집회가 2002년 미군 장갑차 사고로 숨진 효순·미선양 추모집회에서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촛불집회로는 사상 최대다.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하철 1∼4호선 시청·광화문 인근 9개 역 승하차 인원은 이날 오후 11시 기준으로 평소보다 60만7천명 많았다.서울시민은 물론 수많은 인원이 지방에서 전세버스나 열차로 상경해 집회에 참가했다. 대학생, 청소년, 어린 자녀와 함께 나온 부모 등 면면도 다양했다.문화제는 방송인 김제동·김미화, 가수 이승환·정태춘·조PD 등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발언,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이승환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도 들지 못해 창피하다. 요즘 정신적 폭행을 당한 느낌"이라며 자신의 대표곡 '덩크슛' 중 일부 노랫말을 '하야하라 박근혜'로 바꿔 시민들과 함께 열창했다.박 대통령의 모교 서울 성심여고 재학생들도 무대에 올라 "'진실, 정의, 사랑'이라는 교훈을 선배님의 어느 행동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우리는 당신을 대한민국 대표로 삼으며 살아갈 자신이 없다"며 하야를 촉구했다.'박근혜는 하야하라'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천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그에 앞서 참가자들은 종로, 을지로, 의주로 등 서울 도심 곳곳을 거쳐 청와대 진입로인 내자동로터리까지 5개 경로로 행진했다.경찰은 최소한의 교통 소통 확보를 이유로 내자동로터리를 낀 율곡로에서 남쪽으로 내려간 지점까지만 행진을 허용했다. 그러나 주최 측이 경찰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내자동로터리까지는 행진이 가능해졌다.참가자들은 저마다 촛불을 들고 "박근혜는 퇴진하라", "2선 후퇴 필요 없다" 등 구호를 외치며 도심을 누볐다. 청와대를 그려 넣은 영정이 있는 상여를 메고 곡을 하며 행진하는 모습도 보였다.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청와대 남쪽 주요 도로가 시위대로 가득 차 마치 촛불 물결이 청와대를 아래부터 포위하는 듯한 풍경이 연출됐다.앞서 정오께부터는 서울광장, 대학로, 탑골공원 등 도심 각 지역에서 노동계, 청소년, 청년·대학생 등 각계각층 시민들이 사전집회를 연 뒤 오후 4시 서울광장에 모여 민중총궐기 집회를 개최했다.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상여 행진(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1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상여를 메고 행진하고 있다.대구, 부산, 광주, 제주 등 지역에서도 주최 측 추산 6만여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모여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도심을 행진했다.보수단체의 맞불집회도 소규모로 열렸다.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500여명은 이날 오후 여의도에서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응하는 집회를 열어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종북좌파'라고 비난했다.◇ 평화기조·성숙한 의식 속 일부 참가자 경찰과 충돌 이날 집회는 역대로 손꼽을 만큼 많은 인원이 모였음에도 대체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도심에 모인 대다수는 별다른 돌발행동 없이 집회에 참가했고, 법원이 허가한 경로를 지켜 행진했다.다만 8천명가량이 행진 종착지인 내자동로터리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북진을 시도하다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경찰과 대치했다.화난민심(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박근혜 퇴진 촉구 3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한 시민이 퇴진촉구 깃발을 들고 있다.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계속됐고, 경찰관과 의무경찰, 시위대 여러 명이 호흡곤란이나 탈진 등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 40대 남성은 경찰관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그러나 과격행위가 있을 때마다 시위대 내부에서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극한 상황을 차단하려는 분위기도 강했다. 집회가 끝나고서 광장 곳곳에 쌓인 쓰레기나 바닥에 묻은 촛농을 스스로 치우는 모습도 보였다.광화문 광장 주변에서는 일부 참가자들이 텐트농성을 하거나 소규모 단위로 모여 토론을 계속하며 밤을 새우기도 했다.경찰도 앞서 두 차례 주말집회에서 보인 '인내 대응' 기조를 유지하며 집회권을 최대한 보장하려고 노력했다. 이날 집회 관리에 투입된 경찰 경비병력은 272개 중대 2만5천여명이었다.허용된 지점을 넘어 청와대까지 진출하려는 일부 시위대와 장시간 대치가 이어졌음에도 검거나 해산 시도는 최대한 자제했다. 경찰이 '비폭력'을 외치며 시위대에 준법을 호소하고, 안전관리에 애쓰는 모습도 역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