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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 다시 아들 알아본 치매 노모 "죽어도 소원 없어"(종합)<이산상봉> 아이고, 우리아들(금강산=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김월순(93) 할머니가 북측에서 온 아들 주재은(72) 할아버지를 만난 뒤 기쁨에 겨워 오열하고 있다.김월순 할머니 작별상봉서…북측 아들 주재은 씨 "통일되면 만나요" 왈칵 눈물 (금강산=연합뉴스) 공동취재단·임은진 기자 = "고마운 세상이야. 우리 재은이를 만나고…. 내가 죽어도 소원이 없어."헤어지는 순간, 다행히 아들을 다시 알아본 구순(九旬)의 노모는 아들의 볼에 입을 맞췄다. "아이고, 우리 어머니 이제 정상이시네." 60여 년 만에 어머니가 불러주는 이름에 아들은 왈칵 눈물을 쏟았다.치매로 앞에 앉은 아들조차 인식하지 못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던 김월순(93) 할머니가 26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다시 아들을 알아보고는 눈물을 흘렸다.그러고는 손가락에 끼고 있던 붉은색 알이 박힌 금반지 하나를 빼서 북측에 두고 온 장남 주재은(72) 씨에게 건넸다. 아들이 결혼하면 며느리에게 주려고 오랜 시간 끼고 있던 반지다. 재은 씨는 괜찮다고 한사코 사양했으나 김 할머니는 어쩌면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일 수도 있는 반지를 아들의 손에 꼭 쥐여줬다. "안 필요해도 내가 주고 싶어. 갖다 버리더라도 갖고 가라."그러면서 긴 세월 보고 싶어도 보지 못했던 아들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쓰다듬었다. 김 할머니의 목에는 전날 개별상봉 때 재은 씨가 선물한 연갈색의 꽃무늬 스카프가 곱게 자리했다.김 할머니는 상봉 첫날인 지난 24일 재은 씨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다 25일 개별상봉 때 잠시 알아보기도 했지만, 이후 열린 공동중식과 단체상봉에서는 "이이는 누구야?"라며 다시 알아보지 못했다.그러다 상봉 마지막 날인 이날 아들과 기나긴 이별을 준비하려는 듯 다시 정신이 돌아온 것이다.함경남도 갑산군이 고향인 김 할머니는 6·25전쟁이 일어나자 1·4 후퇴 때 재은 씨를 친정에 맡긴 채 둘째 아들 재희 씨만 업고 먼저 피난 간 남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왔다. 재은 씨에게 "열흘만 있다 올게. 갔다 올게"라고 하고 나간 것이 60여 년이 될 줄 몰랐던 것이다.어느덧 칠순의 노인이 된 재은 씨는 어머니에게 부부증명사진을 보여주며 그동안 지내온 이야기를 다시 들려줬다. 북쪽에서 낳은 아이들도 장성해 대학도 보내고 교수도 됐다고 자랑했다. "통일되면 우리 집에 와서 살아요, 할머니. 우리는 할머니 고향에서 살아요"라는 북측의 손녀의 말에 할머니는 잠시 옛날 생각이 나는 듯 "고향에서 왔어? 기가 막히는구나…"라며 먼 산을 바라봤다.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온 작별의 시간.북측의 장남은 몸이 편치 않은 어머니가 타고 갈 휠체어를 묵묵히 폈다. 그리고 한동안 어머니를 바라봤다. "어머니, 건강하십쇼. 통일되면 내가 모시겠습니다"라고 말한 재은 씨는 남측 동생 재희 씨를 부둥켜안으며 "건강하게 살아라"라고 당부했다. "형, 마지막이 아니야. 이건 시작이야, 형이 어머니 모셔야 해. 왜 내가 어머니를 모셔. 장남인 형이 모셔야지. 나 이제 안 모실 거야." 동생은 형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투정을 부리며 오열했고, 형은 그런 동생에게 "알았다, 알았다"라며 어깨를 토닥여줬다.이내 마음을 강하게 먹은 재은 씨는 "어머니, 살아 있으십쇼"라며 어머니에게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인사를 했다.김 할머니는 그러나 그러는 아들이 낯선 듯 "같이 안 가? 나 데리고 집에 갈 거지?"라며 멍하니 주변을 둘러봤다. 다시금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에 아들은 어머니를 모시지 못했다는, 그리고 앞으로도 모시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통일되면 만납시다, 어머니"라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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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아동의 날> ①장기실종 751명…슬픔은 현재 진행형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9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서 박정문 씨가 실종된 아들 박진영 씨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실종기간 30년 이상 아동 246명…부모 건강 잃고 재산 탕진 <※ 편집자주 = 25일은 세계 실종아동의 날입니다. 1979년 5월 25일 미국 뉴욕의 6세 아동(Etan Patz)이 유괴 후 살해된 날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또 31일은 우리나라에서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10주년이 됩니다. 법 제정 이후 '지문 사전 등록제도'와 '코드아담' 등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제도적 기틀이 마련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는 자녀를 잃어버리고 고통을 겪는 가정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실종아동의 실태를 재조명하고 실종아동 예방책을 점검하는 기획물 3꼭지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김은경 기자 = "밤에 눈만 감으면 우리 아이가 문 열고 '엄마'하고 들어올 것만 같아요."아이들이 사라지는 것은 순간이지만 가족들이 받는 고통은 끝이 없다. 장기실종 아동의 경우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이달 22일 현재 장기실종 아동은 751명. 경찰은 실종 신고 후 아이가 48시간이 지나도 발견이 안 되면 장기실종 아동으로 분류한다. 장기실종 아동의 실종기간을 보면 1년 미만은 246명에 그치고 대부분이 1년 이상 찾지 못한 경우다. 1년 이상∼10년 미만이 71명, 10년 이상∼20년 미만은 91명, 20년 이상∼30년 미만 97명, 30년 이상∼40년 미만은 156명이다. 심지어 실종된 지 40년 이상 된 아동도 90명에 달한다. 실종사건이 장기화하면 남은 가족의 삶은 여러 면에서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아이를 잃어버린 것에 대한 죄책감은 정신적·육체적 질병으로 이어진다. 한이 쌓이다 보니 적지 않은 부모들이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질병을 안고 산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으로 몸이 망가지기도 한다. 생계를 제쳐놓고 사비를 털어 아이 찾기에 나서다 보면 경제적 어려움에도 봉착한다. 급기야 가족이 해체되는 위기까지 내몰리기도 한다.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9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서 경희순씨가 실종된 딸 정경진 씨의 사진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장기실종 아동 부모들의 43%가 아동 실종 후 실직·이직을 경험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2009년의 한 연구에서는 장기실종 아동 1명이 발생할 경우 약 5억7천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1999년 2월 13일 경기도 평택시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것을 끝으로 사라진 송혜희(당시 17세)양의 사례가 그러하다. 부친 송길용(63)씨는 딸의 실종 후 전단을 셀 수도 없이 돌렸고, 전국에 있는 시설이라는 시설은 다 찾아가봤다.3년 전부터 트럭에 딸의 사진을 붙여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고 있다.그러는 사이 송씨와 함께 전국을 떠돌던 부인은 우울증에 걸려 2년 전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딸을 찾는 외로운 여정은 이제 송씨 홀로 이어가고 있다.불행은 또 다른 불행을 낳기도 한다. 서맹임(61)씨는 1988년 9월 1일 서울 망원동 버스정류장에서 남편이 잃어버린 당시 5살짜리 딸 김은신 양을 27년째 찾고 있다.술을 좋아하던 남편은 딸을 버스정류장에 두고 술을 마시다가 잃어버렸다. 남편은 딸 아이도 찾지도 못하고 그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서씨는 농사를 짓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딸과 관련된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간다. 서씨는 "부모 마음은 다 같다. 죽으면 가슴에라도 묻지만 살아있으려니 생각하니 매일 생각나고 보고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계 실종아동의 날을 닷새 앞둔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이 실종아동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희망메세지가 적인 대형 현수막을 살펴보고 있다. 부모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잃어버린 자식 찾기를 포기할 수 없다. 김홍문(80)씨도 아들 태희(실종 당시 14세) 군을 27년째 찾고 있다. 김씨 부부는 1988년 4월 23일 외출했다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에 돌아와 보니 아들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후 팔순의 나이에도 한결같이 길거리에서 전단을 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아들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어서다. 김씨는 "그동안 열심히 찾았지만 이제 나이가 많아 걸어 다니기가 힘들다"며 "아내는 치매까지 왔는데 죽기 전에 꼭 태희를 꼭 찾았으면 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장기실종 아동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남은 가족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한 대목이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은 재산을 탕진할 때까지 찾는 일에 몰두하고서는 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경제적 여건이 나빠져 부모가 이혼하거나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해 몸이 많이 아픈 부모도 있다"고 말했다.서 대표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빨리 찾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지만 아이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심리치료와 생활비 등의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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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세요"…어버이날 효심 담은 행사 전국에 풍성(종합)점자 레시피로 만든 사랑(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종로구청 한우리홀에서 열린 '고맙습니다' 행사에서 한 시각장애아동이 부모를 위한 찹쌀떡을 직접 만들고 있다. pdj6635@yna.co.kr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서도 '어머니의 마음'에 카네이션 (전국종합=연합뉴스) 어버이날인 8일 전국 곳곳에서 효와 가정의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는 뜻깊은 행사들이 열렸다. 경기도 광주시는 노인종합복지회관 대강당에서 1천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48회 어버이날 기념식을 했다. 어린이공연단의 난타와 노래·율동, 노인복지회관 어르신 공연단의 해피댄스와 하모니카 합주, 뮤지컬 공연 등을 선보였다. 공연에 이어 노인복지 기여 유공자, 효행자, 장한 어버이 18명이 표창을 받았다. 성남시도 이날 오후 시청 온누리 홀에서 '어버이날 행사'를 열어 어르신들께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참석한 어르신들에게 큰절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마련된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이하 우리집)에서도 어버이날 행사가 열렸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피해자는 이순덕(97), 김복동(89), 길원옥(89) 할머니 등 3명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활동가들을 비롯해 '평화나비' 등 관련 활동을 하는 대학생·청년단체 회원들, 평소 할머니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의료진 등 70여 명이 색색의 꽃무늬 셔츠·향수·케이크·편지 등의 선물을 드렸다. 주치의 윤영식 박사가 건반으로 연주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흐르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오래 사세요", "건강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할머니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드렸다. 대전시립제2노인전문병원 어버이날 행사(대전=연합뉴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대전 동구 대전시립제2노인전문병원에서 열린 '어버이날 사랑 나눔 한마당' 행사에서 무용단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대전시립제2노인전문병원 >> walden@yna.co.kr 수많은 선물을 받아든 할머니들은 입가에 웃음을 띤 채 참석자 하나하나를 꼭 끌어안았다. 김 할머니는 "우리가 죽기 전 하루빨리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명이 이뤄지고 남북통일로 전쟁 없는 나라, 평화의 나라가 돼 후손들이 마음 놓고 자라 이 나라를 지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 종합체육관에선 어르신 등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크로스오버 어울림 봉사단의 연주에 이어 포상 수여, 기념사, 어르신문화축제가 이뤄졌다 . 충북 청주시 오창읍 목령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어르신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창읍 목련 어린이집 원생들이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세대 간의 뜻깊은 행사가 진행됐다. 인천시 부평공원 행사엔 유정복 인천시장을 비롯해 지역사회초청 인사, 노인관련 단체, 일반시민 등 2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길놀이와 북 공연, 기념식, 축제마당, 가족어울림 마당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다. 또 서해 북단 연평도와 영흥도에서도 어버이날 행사가 진행됐으며 주민들은 면사무소 측이 준비한 다과를 나누며 축제를 즐겼다. 경북 칠곡군 교육문화회관에서는 어르신 800여 명이 연극단 및 어린이무용단 공연을 보고 스포츠 재활마사지, 손 마사지, 경락 등을 체험했다. 대구에서는 복지관, 주민자치위원회, 부녀회, 각종 봉사단체 등이 주최한 경로행사가 277곳에서 열렸다. 복지관 등은 어르신 2만8천여명을 초청해 점심을 대접하고 카네이션을 달아 드렸다. 제주시 한라체육관과 서귀포시 88올림픽 기념국민생활관에서는 효행자와 장한 어버이, 노인복지 기여단체 등에 대통령 표창과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제주도지사 표창식이 이뤄졌다. "호강하네" (김포=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육군 수도포병여단 석정대대에서 열린 '부모님과 함께하는 어버이날 행사'에서 한 아버지가 자신의 발을 씻는 아들을 보며 미소 짓고 있다. tomatoyoon@yna.co.kr 부산시민회관 대강당에서는 오전 9시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해동 부산시의회 의장 등 각계 인사와 시민 2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행사가 열렸다. 공식행사에 앞서 부산은행 직원들이 카네이션 1천800송이를 어르신들에게 달아줬다. '어머니 은혜' 합창, 실버 노래자랑 대회, 퓨전 국악공연, 해군 군악대 연주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진행됐다. 오후에는 부산시 남구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어린이들이 치매 노인 14명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축하공연을 하는 등 시내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잇따랐다. 강원도 춘천 베어스호텔 소양홀에서는 도내 거주 홀몸 어르신들을 초청해 효행자 포상, 효도잔치, 효 나들이 행사 등을 진행했다. 전주시는 시청 강당에서 시 노인복지관연합회 주관으로 500여명의 어르신을 모시고 어버이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금암노인복지관과 양지·덕진·안골복지관 등에서는 카네이션 달아주기와 위안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치매로 고생하는 시모를 30년 동안 봉양하며 몸소 효를 실천한 윤희순 씨 등 6명이 효행상을 받았다. 또 자녀를 바르게 성장시켜 존경받는 어버이상 확립에 기여한 장한 4명과 노인복지유공자 16명 등 모두 26명이 표창장을 받았다. (임보연 민영규 최수호 변지철 임기창 김진방 최찬흥 김형우 김근주 김준호 손현규 노승혁) n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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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숙 "할머니 될때까지 전국에 목욕차량 기증이 꿈"(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요즘 고독사나 노인 대상 폭행 등 안 좋은 뉴스들이 너무 많아 가슴이 아파요. 부모가 없다면 우리가 어디서 태어나나요? 부모는 잃으면 다시 얻지 못하잖아요." '효녀 가수' 현숙이 어버이날 하루 전인 7일 전북 순창에 12번째 이동식 목욕차량을 기증하러 가며 이렇게 말했다. 현숙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오랜 투병 끝에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며 "어머니가 14년간 중풍으로 투병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게 목욕을 시켜 드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어르신들을 위한 목욕차량 기증을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현숙이 전국 각지에 자비를 들여 대당 4천만원이 넘는 목욕 차량을 매년 기증한 것도 올해로 만 11년이 됐다. 지난 2004년 고향인 전북 김제를 시작으로 울릉도, 경남 하동, 충남 청양, 강원도 정선, 경북 칠곡, 전남 장흥, 제주도, 충북 영동, 연평도, 전남 고흥에 이동식 목욕 차량을 기증하고 목욕 봉사에 참여했다. 현숙은 이날 오후 1시30분 순창군에 목욕 차량을 기증한 뒤 고령의 어르신 두 명을 직접 목욕시켜 드릴 예정이다. 그는 "부모님을 간호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 목욕시켜 드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며 "어르신들은 잘 못하면 다쳐 안 하느니만 못하니 자원봉사자들에게 노하우를 가르쳐 드리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순창은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30%나 된다고 들었다"며 "이 차량을 하루 다섯 가구씩, 1년이면 1천800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다. 홀로 사시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한 달에 한번 목욕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목욕만 하셔도 무척 개운해하신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덧붙였다. 현숙의 아버지는 7년간 치매를 앓다가 1996년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14년간 중풍으로 투병하다가 2007년 별세했다. 그에게 효녀 가수란 수식어가 붙은 것도 극진히 부모를 병수발 하는 모습이 세상에 감동을 줬기 때문이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해가 지날수록 커진다고 했다. "부모님이 이 좋은 세상을 더 못 보고, 맛있는 음식을 더 못 드시고 가신 게 사무치게 안타까워요. 부모님은 조건 없이 사랑을 주시는 분들이잖아요. 자식이 병원에 있거나, 연락이 없거나, 경찰서에 있으면 부모는 밤잠을 설치죠. 그저 자식이 건강하고 잘 되면 그게 효도랍니다." 전국에 목욕차량을 전해 드리고 싶다는 그는 "이런 목표와 꿈이 있으니 노래도 더 열심히 부르게 되고 신이 난다"며 "도네이션은 쓰고 남는 걸로 하는 것도, 부자라서 하는 것도 아니다. 나누는 행복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욕차량 기증 외에도 지금껏 고향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 소아암 백혈병 어린이를 위한 수술비 등 다양한 선행을 펼쳤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고액을 기부해 명예의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도 됐다. 5월 가정의달을 맞아 현숙은 곳곳에서 열리는 효도 잔치 무대에도 오른다. 8일 인천과 안산, 9일 가평, 19일 서울 용산, 28일 포항 등 어르신들을 위한 무대에서 노래한다. 서정적인 발라드곡 '프로포즈'로 활동 중인 그는 "내 노래로 어르신들이 웃으시는 모습을 보면 내가 건강하게 다닐 수 있고 노래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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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도 살기 바쁜데…" 어버이날 더 쓸쓸한 노인들(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김은경 김경윤 기자 = "자식들도 먹고살기 바쁜데 어버이날이라고 뭘 기대하는 게 나쁜 부모지…."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오후 따뜻한 봄볕이 쏟아지는 서울의 주요 공원과 복지관 등에서 만난 70∼80대 노인 대다수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성북구 월곡동에 사는 김선균(79) 씨는 "어버이날도 평일이다 보니 자식들이 못 찾아와도 그러려니 한다"며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는데 다들 바쁘니 전화라도 한통 해주면 그게 고맙다"고 했다. 도봉구 방학1동에 사는 이모(74·여)씨는 "딸 둘이 있는데 일하느라 바빠 한 달에 한번 볼까 말까"라며 "어버이날에도 못 온다고 전화가 왔다. 어버이날에 아무 계획도 없지만, 사는 게 다 그렇지 않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만난 손모(80)씨는 "어버이날에도 아들놈이 바쁘지 않겠느냐"면서도 "알아서 연락하겠지. 뭐 기다려봐야지"라며 아들의 방문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이날 탑골공원에는 홀로 벤치에 앉아있는 노인이 많았다. 대부분 '친구를 만나러 왔다"고 했지만, 한참을 지켜봐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노인과도 별 대화가 없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2014 노인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가운데 자녀와 함께 사는 비율은 1994년 54.7%에서 2004년 38.6%, 지난해 28.4%로 급감하는 추세다. 노인의 대부분(97.7%)은 자녀가 있었고 평균 자녀 수는 3.4명, 손자녀 수는 5.5명에 달했지만, 노인 부양에 대한 사회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면서 혼자 살거나 노부부끼리 생활하는 가구가 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구립 실버센터에는 치매·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환을 앓는 노인 73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 센터는 어버이날을 맞아 9일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행사를 열 계획이지만 참석하겠다는 자녀가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센터 측은 전했다. 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박모씨는 "센터가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있지만 휴일이나 주말에 부모를 보러 오는 자녀는 20명 선에 불과하다"며 "9일 행사에는 30명 정도가 참석한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독거노인 등 132명을 지원하는 도봉재가노인센터의 최미선 팀장은 "지원하는 분들 가운데 열댓 명을 제외하고는 가족과 왕래가 없는 분들"이라며 "어버이날이면 다들 더 외로워하시고 어떤 어르신들은 먼저 센터에 연락해 전화 좀 자주 해달라고 부탁하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다들 사정이 어려워 어버이날이라고 따로 찾아뵙는 경우도 드물고 용돈 드릴 형편도 못 된다"며 "우리가 모금한 것으로 어버이날에 지원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자녀가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에게는 어버이날이 더 괴롭다. 도봉구 쌍문동에서 혼자 사는 오모(73·여)씨는 "5년 전 아들이 '어버이날 내가 갈게요' 하더니 4월에 먼저 떠나버려 혼자가 됐다"며 "자식 없는 외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씁쓸해했다. 오씨는 "어버이날 같은 때는 옆에 사람들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내가 그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고 말했다. 어버이날을 맞아 마음껏 효도하고 싶지만, 여건이 안돼 마음아픈 사람도 있다. 2007년 탈북해 남한으로 넘어온 김순례(42·여·가명) 씨는 "북한에는 딱히 어버이날이라는 게 없는데 남한에 오니 부모님을 위한 날이 있어 놀랐다"면서 "나 같은 처지인 사람들은 매년 이맘때면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김씨는 "재작년까지는 함경북도에 사시는 일흔 되신 부모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는데, 작년부터 북의 통제가 심해지면서 도통 소식을 듣지 못해 가슴이 답답하다"면서 "곁에 계시기만 한다면 정말로 효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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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사업으로 시작한 연극단이 배우 배출 통로>해운대 풍자연극단 이끄는 강지은 영화감독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부산 해운대구가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운영하는 '풍자연극단'을 이끄는 강지은 영화감독이 29일 극단 운영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이 연극단에 참가한 주민 4명이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2015.1.29 youngkyu@yna.co.kr 부산 해운대구 풍자연극단 단원 4명 배우로 활동영화 '도마뱀' 연출한 강지은 감독 등이 연기 지도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부산 해운대구가 지난해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시작한 '풍자연극단'이 신인 배우를 배출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풍자연극단은 해운대구가 지난해 3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면서 운영을 시작한 공연 단체이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연극에 관심 있는 주민을 오디션을 거쳐 선발해 하루 4시간씩 연기 지도를 하고 하루 수당 2만5천여원을 지급한다. 참가자들의 '무대 울렁증'을 없애고 주민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려고 주로 단막극이나 콩트를 공연한다. 이 연극단에 참여한 일반인 7명 가운데 무려 4명이 전업 배우가 되거나 영화에서 엑스트라로 출연하고 있다고 해운대구는 29일 밝혔다. 해운대 풍자연극단 이끄는 강지은 영화감독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부산 해운대구가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운영하는 '풍자연극단'을 이끄는 강지은 영화감독이 29일 극단 운영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이 연극단에 참가한 주민 4명이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2015.1.29 youngkyu@yna.co.kr 박지수(33·여) 씨는 지난해 말 극단 '스토리팜'의 배우가 됐다. 정임섭(42), 김지희(33·여), 송준승(34) 씨는 부산영상위원회에 배우로 등록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특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연기연습에 매진한 정씨는 최근 누적 관객 1천만명을 돌파한 영화 '국제시장'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처럼 단기간에 놀라운 성과를 거둔 데는 전문가의 열띤 연기 지도가 있었다. 영화 '도마뱀'을 연출했던 강지은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인 오승일 씨가 해운대구 행복나눔센터에서 풍자연극단을 이끈다. 배우 배출 통로 된 해운대 '풍자연극단' (부산=연합뉴스) 부산 해운대구가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운영하는 '풍자연극단' 단원들이 지난해 공연하는 모습. 이 연극단에 참가한 주민 4명이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2015.1.29 << 풍자연극단 제공 >> youngkyu@yna.co.kr 영화 '공공의 적', '실미도' 등의 조감독을 맡기도 했던 강 감독은 고향인 부산에 머물면서 연극단을 진두지휘한다. 배우의 기본인 걸음걸이와 발성은 물론 표현력을 키우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오 작가가 쓴 단막극과 콩트를 연습시켜 무대에 올리기도 한다. 지난해는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취지의 콩트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두고 벌이는 가족 이야기를 다룬 단막극을 지역 축제 때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강 감독은 "오디션 때 떨려서 자기소개도 못하던 분들이 무대 위에서도 당당하게 연기하는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감동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풍자연극단은 전문 배우가 할 수 없는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 꿈을 찾아주는 곳"이라며 "참가자들의 열정이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배우 배출 통로 된 해운대 '풍자연극단' (부산=연합뉴스) 부산 해운대구가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운영하는 '풍자연극단' 단원들이 지난해 공연하는 모습. 이 연극단에 참가한 주민 4명이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2015.1.29 << 풍자연극단 제공 >> youngkyu@yna.co.kr 강 감독은 올해는 어린이집을 찾아다니며 건강을 주제로 한 콩트를, 복지관을 돌며 치매예방을 주제로 한 단막극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운대구는 이달 말까지 제2기 풍자연극단 단원을 모집하고 오는 2월 초 공개 오디션을 거쳐 10명을 선발한 뒤 3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예산으로 4천만원을 책정했다. 해운대구의 한 관계자는 "풍자연극단을 만들면서 일자리 창출사업이 맞느냐는 지적 때문에 망설이기도 했는데 성과가 예상보다 일찍 나왔다"면서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문의 ☎ 051-749-2902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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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커피 3잔, 치매 위험 20%↓"(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하루에 커피를 3∼5잔 마시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최고 2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스위스의 커피과학정보연구소(ISIC: Institute for Scientific Information on Coffee)가 밝혔다. ISIC는 최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럽 알츠하이머병학회 24차 연례학술회의에서 발표된 커피-치매 관련 연구논문을 종합분석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27일 보도했다. 커피의 주성분인 카페인과 항산화성분인 폴리페놀은 염증을 감소시켜 특히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의 손상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또 커피를 적당히 섭취하면 치매 환자의 뇌 신경세포에서 나타나는 특징적 현상인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형성과 타우 단백질 엉킴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커피의 이러한 효과는 4년 정도의 단기간에 국한되며 그 이후에는 효과가 점점 줄어든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에 대해 영국 알츠하이머병연구학회의 사이먼 리들리 박사는 이는 관찰연구 결과라서 커피가 치매 위험을 낮추어 준다는 확실한 증거는 못 된다면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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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잔잔한 노부부 이야기…연극 '황금연못'(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가족'은 '남녀 간 사랑'과 더불어 극예술의 대표 소재라 할 만하다. 좋은 모습이든 나쁜 모습이든, 그만큼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인간의 삶과 사회의 모습이 집약됐다는 방증인 셈이다. 어니스트 톰슨의 연극 '황금연못'은 어찌 보면 별로 특별할 것 없는 가족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황혼의 노부부와 딸, 사위, 아들이 등장해 가족 간 사랑과 소통을 이야기한다는 줄거리는 많은 극예술 장르에서 오랜 세월 되풀이됐다. 80세 생일을 앞두고 치매기를 느끼며 죽음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하는 노만, 그를 묵묵히 내조하는 아내 에셀, 오랫동안 노만과 서먹서먹했던 딸 첼시와 그의 연인 빌, 빌의 아들 빌리가 빚어내는 갈등과 해학이 극을 이끌어 간다. 작품에 등장하는 노먼 가족은 한국의 여느 가족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독선적이고 까칠한 성격의 노만은 입만 열면 가시 돋친 말을 내뱉는 권위주의적 남성이다. 언뜻 보기에는 아내를 가정부 취급하고, 자신이 골칫덩이로 여기는 딸 첼시와 오랜 세월 대화를 단절하는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남성상이다. 그러나 이혼 경력이 있는 딸이 '애 딸린 남자'를 사윗감이랍시고 데려오자 내심 반색하고, 딸이 결혼 소식을 전하자 평생 입에 담지도 않던 '축하한다'라는 말을 건네 딸을 감동시키기도 한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손자가 귀여워 어쩔 줄 모르는 '손자 바보' 할아버지의 모습도 보여준다. '뭐가 어떻든 내 남편'이라는 태도를 취하는 에셀은 늙었어도 철딱서니 없는 노먼을 따뜻하게 보듬는 조언자이자 오랜 친구로 존재한다. 첼시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계속된 '불통'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싶은 욕구를 지닌 인물이다. 극의 상당 부분이 황금연못 별장에 머무는 노먼·에셀 부부의 일상으로 채워져 있다. 좋게 보면 관객에게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잔잔한 작품이지만, '절정'이라고 할 만한 지점이 다소 불분명해 단조롭다는 평가도 가능할 듯싶다. 그러나 등장인물과 설정이 지닌 보편성과 적절한 유머는 그런 단조로움을 상당 부분 상쇄하는 느낌이다. '이상적인 가족상'에 대한 관점은 관객마다 다를 수 있겠으나 '산전수전 다 겪은' 황혼 부부가 보여주는 여유로움과 서로에 대한 이해는 '나도 저렇게 늙었으면' 하는 바람을 떠올리게 할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애지중지하던 인형을 안고 기뻐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당신이 내 첫사랑이 아니라는 건 벌써부터 알고 있었어"라며 투덜대고, 아내는 "당신은 인형의 대용품이었어요"라며 눙을 친다. 노부부가 이렇게 서로 치고받는 독설조차 악의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전제하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준다. 한국 대표 원로배우 이순재·신구·나문희·성병숙이 노만과 에셀로 나란히 출연해 일찍부터 관심을 끈 작품이다. 배우들은 자신들과 나이가 거의 같거나 약간 차이나는 배역을 맡았다. 각 배우의 연기 느낌을 비교하는 맛도 있을 듯싶다.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에서 11월23일까지 공연한다. 4만~6만5천원. ☎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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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엄마의 보따리 안에는…네티즌 '울컥'치매 엄마의 보따리(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경찰청이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치매를 앓는 엄마가 놓지 않았던 기억하나'라는 치매할머니의 사연이 네티즌에게 감동을 주고있다. 사연속 주인공이 품에 안고 있던 보따리.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ready@yna.co.kr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길을 잃고 헤매다가 경찰의 도움을 딸을 만나게 된 치매 할머니의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18일 부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2시께 서구 아미파출소로 "할머니 한 분이 보따리 두 개를 들고 한 시간째 동네를 서성인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할머니는 경찰관의 질문에도 "딸이 아기를 낳고 병원에 있다"는 말만 반복할 뿐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치매를 앓고 있던 할머니는 보따리만 껴안고 하염없이 울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당시 슬리퍼를 신고 있었던 할머니 차림새로 미루어 인근 동네 주민일 것으로 판단해 할머니를 아는 주민을 찾아 나섰다. 수소문 끝에 할머니를 아는 이웃이 나타났고 경찰은 6시간 만인 오후 8시께 할머니를 딸이 입원한 부산진구의 한 병원으로 안내했다. 병원에 도착한 할머니는 딸을 보자 보따리를 풀었다. "어서 무라(어서 먹으라)"는 말과 함께 푼 보따리 안에는 출산한 딸을 위해 준비한 미역국, 나물반찬, 흰 밥, 이불 등이 있었다. 온전치 못한 정신에도 자신을 위해 미역국을 품에 안고 온 엄마를 본 딸은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부산 경찰은 이 사연을 지난 17일 '치매를 앓는 엄마가 놓지 않았던 기억 하나'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네티즌들은 이 글을 보고 "감동이다", "엄마가 못하는 일은 없나 봅니다", "모성애는 무엇보다도 강하네요"라며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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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까막눈, 도와주이소"…KBS '할머니는 1학년'대한민국 문맹탈출 프로젝트 9일 방송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경상남도 거창에서 혼자 사는 신상균(79) 할머니는 끼니때마다 밥상에 밥 두 공기를 올린다. 이미 10년도 넘게 소식 끊긴 아들이 혹시나 굶고 다니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에 아들 몫의 밥도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것이다. 한글을 알지 못한 까닭에 경찰서를 찾아 아들 실종 신고를 할 생각을 못해본 것이 신 할머니에게는 한으로 남았다. 이웃의 조정자(75) 할머니는 네팔에서 온 외국인 며느리를 대신해 손녀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글을 모르는 자신을 도와줬던 남편이 치매에 시력까지 잃게 된 백소순 할머니(81)도 글을 배워 남편을 도와주고 싶다. 오는 9일 오전 10시부터 70분간 방송되는 KBS 1TV 추석특집 '대한민국 문맹탈출 프로젝트-할머니는 1학년'은 이렇게 제각각 한글에 대한 꿈을 간직한 거창 문해학교 할머니들의 한글 공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글도 모르는 까막눈이라 부끄럽고 답답한 일이 억쑤로(매우) 많았습니데이. 죽기 전에 한글을 꼭 깨치고 십어서(깨우치고 싶어서) 큰 마음 먹고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뒤돌아서면 이자뿔고(잊어 버리고), 신발 신으면 다 까묵고(잊어 버리고) 없어예." 편지에서 "진짜 속이 답답합니더. 제발 좀 도와 주이소"라고 말하는 할머니들을 위해 개그우먼 박미선(47)·송은이(41), 개그맨 김영철(40)이 일일선생님으로 나서 '머리에 쏙쏙 박히는' 재미있는 수업을 펼친다. 여기에 걸그룹 포미닛 소현과 비투비 일훈도 보조 교사로 합세했다. '몸으로 말해요'식 받아쓰기 수업과 '가사로 한글읽기'로 진행되는 노래방 수업 등 연예인 선생님들의 몸을 사리지 않은 수업현장이 공개된다. 한글을 배우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이 소원이었다는 할머니들의 가슴 뭉클한 연애편지가 방송을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