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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폐광의 부활'…광명동굴에서 공연보고(광명=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일제강점기 징용과 수탈의 현장이자 산업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40년간 방치됐던 탄광이 와인레스토랑과 공연장, 각종 전시관을 갖춘 광명동굴 테마파크로 개발된 뒤 수도권의 명소로 떠올랐다.지난해 4월 유료 개장한 지 1년 반 동안 200만 명, 올해에만 120만 명 가까이 이곳을 다녀갔다. 최근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람객들이 더 늘었고, 올여름 무더위 속에 시원한 피서지로도 각광을 받았다.또 주한 프랑스문화원의 요청으로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5개월간 '라스코동굴벽화 국제순회 전시회'(4.16∼9.4)가 열린 데 이어, 양기대 시장이 '문화 민주화'의 기치를 내걸고 전국 도서와벽지 청소년 초청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올해 관람객 유치 목표 150만 명은 너끈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광명동굴이 이처럼 단기간에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은 비결은 '폐광의 부활'이라고 불릴 정도의 놀라운 변신 덕분이다.1972년 폐광 후 방치돼 새우젓 저장고로 사용되던 것을 시가 2011년 43억에 사들여 4년 동안 공연장을 만들고 화려한 조명을 갖춘 볼거리들을 설치해 동굴테마파크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제작에 참여한 웨타워크숍이 뉴질랜드 현지에서 직접 만들어 공수한 용 조형물과 함께, 웨타워크숍이 참여하는 '국제판타지 공모전'(일명 '상상 설계전') 작품들을 감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또 동굴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1급수로 각종 물고기와 식물을 기르고 있고, 목이 마르면 이 물을 직접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동굴공연장에서는 시시때때로 영화상영과 뮤지컬 갈라쇼, 합창단 및 유명 연예인의 공연이 펼쳐진다. 광명동굴 공연장광명동굴 안에 200여석을 갖춘 공연장이 들어서 있다.방문객들은 천연동굴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화려한 와인 바와 와이너리에 놀라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와인 종류가 100여 종에 이른다는 설명을 듣고 또 한 번 놀란다. 국산 와인 100여 종을 한 곳에서 판매하는 곳은 광명동굴이 유일하다. 지난해 이곳에서 판매된 국산 와인은 3만2천850병으로, 연간 국산 와인 판매량 40만 병의 8%를 차지했고, 올해 들어서도 8월 말까지 1만8천327병의 국산 와인이 팔렸다. 관람객들은 매일 색다른 와인을 시음할 수도 있다. 광명시는 또 17개 지방자치단체들과 와인 생산 협약을 맺어 지방의 과일 농가와 와이너리의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대만 등지의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올들어 8월 말까지 단체로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만 2만 7천명이다. 1일 이곳을 찾은 '요우커'(遊客) 청커얼(成可兒. 23) 씨와 주오마(卓瑪. 24) 씨처럼 개별적으로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집계되지 않는다. 쓰촨성에서 왔다는 두 사람에게 광명동굴을 본 소감을 묻자 "귀엽고 아름답고 춥다"며 "얇은 옷을 한 벌 갖고 오라고 미리 얘기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에는 더 웅장한 동굴들이 많단다. 올여름 무더위에도 동굴 속은 늘 서늘했다.아쉬운 점은 없느냐는 말에 "영어나 중국어 통역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면서, 동굴 안내판의 중국어 번역에서 담장을 뜻하는 장(墻)자가 잘못됐다며 바로잡을 것을 당부했다. 동료들에게도 관광지로 권할 만 하냐고 묻자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광명동굴을 소개하는 메신저 글을 보여줬다."광명동굴 귀여워요"중국 쓰촨성에서 왔다는 두 '요오커'(遊客)가 어둠 속에서 포즈를 취했다.광명시가 전국 도서와 벽지 학교 학생들이나 소년원생 등 평소 문화 향유의 기회가 많지 않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초청 사업을 확대하고, 이를 위해 기업과 사회단체 등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펼치면서 광명동굴은 지역과 계층을 뛰어넘는 사회교육 장소로도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얼마 전 소년원에 머무는 청소년들과 함께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 광명동굴 전시회를 관람했던 시 관계자는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에 내가 놀랐다"고 말했다. 시는 더 많은 문화소외 청소년들이 광명동굴에서 더 넓고 새로운 세상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1일 광명동굴을 찾은 전남의 진도중학교 1학년 임수린 양은 "처음 보는 라스코동굴벽화가 너무 신기했고, 옛날 사람들이 저렇게 자세히 관찰해서 그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면서 "동굴도 볼 것이많았는데, 특히 폭포가 너무 아름답고 좋았다. 친구들도 너무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했다"고 말했다.학생들과 함께 온 이 학교 진로담당 홍수우 선생님은 "진도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재정이 열악해 체험 기회가 많지 않고, 수도권 지역으로 체험 활동을 올 기회는 거의 없는데 광명시에서좋은 기회를 주어 교사인 나도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역시 이날 학생들을 인솔해 동굴을 관람한 강원도 태백의 황지중앙초 장성진 선생님은 "광명동굴을 직접 보게 되어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며 "광명동굴은 태백 용현동굴과 비교해 너무나 잘 꾸며져 있어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명동굴 좋아요."1일 프랑스 라스코동굴벽화 광명동굴전을 관람한 전남 진도중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광명시는 올해를 '라스코동굴벽화와 함께하는 광명동굴 방문의 해'로 정한 데 이어, 동굴이 들어선 가학산(駕鶴山) 일대에 문화클러스터를 조성한 뒤 장기적으로 인근 지역을 동굴테마파크의 명성에 걸맞은 문화산업지구로 개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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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서 '출장마사지'라니…'성매매' 의혹까지국방부 산하기관 운영 한양대 게스트하우스…경찰 수사 (안산=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유명 사립대의 한 캠퍼스 내 게스트하우스에서 출장마사지가 버젓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더욱이 이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는 국방부 산하기관으로, 성매매 의혹까지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23일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와 경기도 안산시 상록보건소, 상록경찰서에 따르면 이 대학 캠퍼스 내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인근 마사지업소가 게스트하우스 안에 출장서비스 전단지를 비치하고 투숙객들을 대상으로 출장 영업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캠퍼스 내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A씨는 "객실에 비치된 스포츠마사지 출장서비스 안내 전단을 보고 전화를 했더니 중국 국적의 여성이 와 마사지 서비스를 했다"며 "이 여성이 들고 온 카드결제기로 서비스 이용료 8만8천원을 결제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 여성이 당시 성매매 의사까지 물었다고 전했다. 연면적 1만5천552㎡, 지하 1층∼지상 11층 규모의 이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는 국방부 산하 한국군사문제연구원으로, 이 연구원은 지난 2006년 학교법인 한양학원 에리카캠퍼스 부지에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으로 건물을 짓고 30년간 운영한 뒤 한양대에 기부채납하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다. 국방부 산하 재단법인인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이 운영하는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게스트하우스 대학 측은 이용자의 제보로 지난 3월 초 이런 사실을 적발한 뒤,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인 군사문제연구원 측에 시정을 요구했으며, 연구원 측은 문제가 된 출장 마사지 영업을 중단하고 관계자를 문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학교 관계자는 "전단지를 모두 치우는 등 출장마사지 영업행위는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관계자 문책 등에 대해서는 두 달이 지나도록 군사문제연구원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경찰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와의 계약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케스트하우스에 투숙했던 손님이 찍어 놓은 출장마사지 안내판 보건 당국은 지난 16일 관할 경찰서에 무면허 의료 행위에 의한 의료법 위반 여부를 수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상록보건소 관계자는 "학교 안에서 출장마사지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해 지난 12일 현장조사를 벌였다"면서 "불법 의료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알 수 없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경찰 관계자는 "보건소에서 작성한 기초자료를 토대로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를 출석시켜 실제 의료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한 뒤, 행위가 인정되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수도 있다"면서 "우선 수사를 의뢰한 보건소 관계자의 이야기를 청취했고, 내주 초 사건을 제보한 당사자에게 출석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문제연구원 직원이면서 게스트하우스 운영 책임자인 B씨는 "이미 국방부에서 조사를 나와 필요한 시정조치를 취했으며, 문책도 받았다"며 "지난 일을 갖고 계속 문제를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한국군사문제연구원은 국방·군사에 관한 제반분야를 연구·분석해 국방정책 수립 및 군사발전에 기여하고 예비역 지원사업을 통해 국군의 전력향상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으로 1994년 1월 1일 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수익사업을 위해 지난 2000년 남성대 골프연습장 운영권을 수탁관리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의 군 관련 골프연습장이나 체력단련장 등을 개장, 운영하고 있다.또 2002년에는 인천국제공항 외항사터미널을 인수했고, 2004년에는 명동 휴레스트웰빙클럽을 개장했으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게스트하우스를 2007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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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가뭄 비상> 결실의 계절, 가뭄 덮친 들녘엔 '한숨만'밭작물 30% 이상 수확 감소할 듯…물 부족으로 곳곳 제한급수정부·지자체 눈물겨운 대응…"중수도 확대 등 근본 대책 절실" <※ 편집자 주 = 가을 가뭄이 심상치 않다. 전국 곳곳의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강물이 급감해 수확이 임박한 농작물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 식수조차 부족해 충청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제한급수 사태까지 발생했다. 비나 눈이 충분히 내리지 않는다면 내년 봄에는 훨씬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연합뉴스는 전국 취재망을 가동해 심각한 가을 가뭄 실태와 원인, 해법을 살펴봤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책과 전문가 제언도 들었다. 가뭄 극복에 힘을 보태고자 6꼭지의 특집기사를 일괄 송고합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가을 가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비를 구경조차 하기 어려운 날씨가 이어진 탓이다. 한발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은 충청과 강원, 인천 강화 등을 중심으로 한 중부권이다.전국 본문배너 보령과 서천, 당진 등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에서는 1일부터 사상 첫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물 부족 사태가 사상 최악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대전·세종·충남 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536.2㎜다. 평년의 46.7%에 그쳤다. 표준강수지수(SPI6)를 적용하면 천안·부여·대전·서산 지역은 '극한 가뭄', 나머지 지역도 '심한 가뭄' 상황이다.대청댐 36.9%, 용담댐은 29.6%의 낮은 저수율을 기록했다. 보령댐은 22.4%의 저수율로 5일부터 경보 수준이 '심각 2단계'로 격상됐다.소양댐과 충주댐의 저수율 역시 각각 44.6%와 41.7%로, 저수용량의 절반에 한참 못 미친다.올해 강우량이 예년의 35% 수준인 인천 강화 지역 31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9.7%에 불과하다. 전북 정읍의 용수 공급을 맡는 섬진강댐 저수율도 7%로 바닥 수준이다. 강원도 춘천의 9월 강수량은 4.8㎜로 평년의 3%에 머물렀다. 1966년 이 지역 기상관측 이래 가장 적은 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확을 앞둔 농작물이 성할 리 없다.강원 평창과 횡성, 영월, 정선, 춘천 등에서 재배하는 배추와 무 등을 중심으로 생육 저하 현상이 뚜렷하다. 화천군은 율무와 들깨, 콩 등 가을걷이 작물 수확량이 20∼40% 감소했다.800∼900ha에 달하는 면적에서 콩을 재배하는 충북 단양군도 콩 수확량이 최소한 20∼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급수 사정이 좋지 않은 밭은 수확량이 절반 이상 줄 것으로 보인다. 김장용 무와 배추도 피해가 예상돼 가격 급등에 따른 '김장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충남 서산 천수만경작자연합회 이종선 대표는 "가을 가뭄으로 천수만 B지구 3천735만5천㎡ 논이 피해를 안 입은 곳이 없다"며 "최소한 30% 이상 수확이 감소했고 어떤 논은 쌀 한 톨도 건지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하소연했다.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내년에는 아예 농사를 포기하는 논이 속출할 수도 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봄부터 극심한 가뭄이 계속된 강화도 등의 일부 논은 아예 모를 심지 못했고, 지금까지 거북등처럼 갈라진 채 방치돼 있다.계곡물을 식수로 쓰는 산간과 도서 지역은 식수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충북 단양군은 추석 연휴까지 어상천·영춘·단성·적성면 등 6개 마을에 식수를 공급했으나 이제는 8개 마을로 식수 지원 대상이 늘었다. 충주시도 수안보면 등의 일부 마을에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강원소방본부는 올들어 9월 말까지 2천911건의 급수 지원에 나서 1만2천427t의 생활·농업 용수를 공급했다. 작년 같은 기간의 9천258t보다 34% 늘어난 것이다.인천 옹진군도 연평, 대청 등 5개 면 3천317명의 주민이 제한급수를 받는다. 옹진군은 지난달까지 식수 부족 마을에 1.8ℓ들이 수돗물 22만3천 병을 공급했고, 소연평도에는 하루 30여t의 물을 공급하는 관정을 개발해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부산과 울산, 경남 등 남부 지방의 가뭄 피해는 그나마 덜한 편이다. 부산은 평균 저수율이 90%를 넘고 강수량도 평년의 1천250㎜보다 오히려 더 많다. 가뭄이 심각한 만큼 정부와 각 지자체의 대응이 절실하고 눈물겹다. 가뭄극복대책본부를 7일째 운영해온 충남도는 시민의 절수 노력을 독려하는 한편, 도청 내 수돗물 공급 밸브를 평소의 50%만 열어 사용한다.공무원들에게 ▲ 양치질 시 물컵 사용 ▲ 샤워 시간 1분 줄이기 ▲ 화장실 변기에 벽돌·병 넣기 ▲ 빨래 모아서 하기 등을 앞장서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가까스로 올해를 넘긴다 해도 앞으로 충분한 강수량이 없으면 내년에는 거의 재앙 수준의 가뭄이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금강 백제보의 물을 충남 서북부지역 식수원인 보령댐에 하루 11만5천t씩 공급하는 관로를 내년 2월까지 건설키로 했다.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4월 본격적인 영농기 전까지 농업용수 사전 확보 대책을 추진한다. 용수 부족이 우려되는 지역에 용수원 1천161곳을 개발한다. 저수율이 낮아 모내기 차질이 예상되는 지역 저수지 43곳에는 인근 하천 등에서 물을 끌어와 미리 채워둔다는 계획이다.가뭄의 장기화, 상시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땜질식 대응이 아니라 중장기 차원의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김형수 인하대 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는 "가뭄 영향이 큰 지역을 분석해 소규모 댐을 건설하고, 4대강 물을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수로 공사도 서둘러야 한다"며 "산간이나 도서 지역은 빗물 저장시설 같은 맞춤형 적정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물 재활용, 중수도 이용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진욱 류수현 이승형 임보연 임채두 장영은 전승현 차근호 최은지 황봉규 공병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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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9천억 적자·워크아웃에도 파업…노조 '이기주의' 심각26일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 참가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기업 파업, 협력업체는 물론 지역경제에도 '직격탄'"노조, 기득권 내려놓고 회사와 상생 협력해야" 한목소리 (전국종합=연합뉴스) "투쟁! 투쟁! 결사투쟁" "파업! 파업! 총파업, 흩어지면 죽는다." 26일 오후 2시 울산시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회색 근무복을 입고 안전모 대신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빨간 머리띠를 두른 근로자들이 공장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 국내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일손을 멈추고 파업에 나선 것이다. 요란하고 바쁘게 돌아가던 공장 안 기계들은 멈추고 근로자들의 파업가와 투쟁 구호 소리만 울려 퍼졌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회사가 "계속된 경영 위기로 회사가 존립의 기로에 있다"며 임금동결안을 제시하자 근로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파업으로 대응했다.노사가 한마음으로 위기를 극복에 동참을 해도 모자랄 시기에 노조가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데 대해 "공감할 수 없다"며 '노조 이기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치열한 경쟁시대에 대기업 노사의 소모적 분쟁은 모두에게 손해"라며 "굳어버린 대립적 노사관계의 틀을 협력적 관계로 바꾸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1조9천억 적자·워크아웃에도 파업 또 파업 현대중공업은 2013년까지만 해도 19년 연속 무파업을 기록, 노사협력 모범 사업장으로 국내외 주요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그러나 강경 노선의 노조 집행부가 구성되면서 지난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4차례 파업을 했다. 회사가 노조 요구안을 들어주지 않는다는게 이유였다. 노조는 올해 또다시 파업의 깃발을 들었다. 회사는 "일감 확보를 위한 저가 수주와 해양플랜트 공사의 공정 지연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고 올 연말에도 실적이 호전될 기미가 없다"며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에 파업만은 자제해주길 촉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세계 조선경기 침체로 2014년 3분기 사상 최대인 1조9천34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7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하고 있다.노조는 그러나 "경영 위기는 경영진 잘못"이라며 "노동자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광주 금호타이어는 회사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 기간뿐만 아니라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이어지는 노조의 파업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이 회사는 2009년 12월 워크아웃에 들어가 5년만인 지난해 12월 졸업했다. 워크아웃 기간 임금 삭감과 정리해고 등으로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었고 노조는 이 기간 4차례 전면파업, 5차례 부분 파업을 했다. 워크아웃 상태에서도 1년에 2차례꼴로 파업을 한 셈이다. 파업은 워크아웃 졸업 직후 지난해 12월에도 부분파업, 올 임금협상에서도 임금 인상 방식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다시 2차례 부분파업을 했다. 이달 17일부터는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사측은 "이제 막 워크아웃을 벗어난 시점에 회사 성장을 위해 노력할 때이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입장. 반면 노조는 "그동안 고생했고 회사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도 아니므로 그 열매를 충분히 나눠야 한다"고 맞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민주노총 핵심사업장인 현대차 노조도 1987년 설립 이래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거의 매년 연례행사처럼 파업했다. 올해도 22차례 노사협상 끝에 회사 제시안이 나오지 않자 '결렬'을 선언하고 사실상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노조는 특히 올 임단협에서 '조합원 고용 확보'라는 명목으로 '국내공장 신설'과 '해외공장 생산량 합의' 안을 꺼냈지만 이는 회사 경영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기득권 챙기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밖에 부산 한진중공업은 2010년 12월 15일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근로자 400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통보하자 노조는 즉각 총파업에 들어갔고, 금속노조 간부가 309일간 크레인 고공농성을 하는 등 노사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다.2013년 우여곡절 끝에 노사 합의로 회사는 정상화됐지만 조선 경기 불황에 수주 물량이 없어 직원들의 장기휴업이 불가피했고 노사 모두 힘겨운 시기를 보내다 올 6월에야 갈등이 봉합됐다. ◇ 대기업 노조의 잇단 파업…협력업체·지역경제 '직격탄'대기업 노조 파업에 협력업체들은 심한 몸살을 앓고 지역경제는 휘청거린다.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차례 노조 파업으로 158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공시했다. 현대차도 지난해 6차례 파업에 차량 1만6천500여 대를 생산하지 못해 3천300억원의 매출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하면 협력업체들은 모기업보다 더 많은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사내 협력업체가 300여곳, 사외 협력업체는 2천여곳에 이른다. 현대차의 1·2차 협력업체도 5천500여 곳이다. 조선 협력업체의 한 대표는 "조선업계의 장기 불황으로 경영이 어려운데, 대기업 노조가 파업하면 각종 경비는 그대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작업 물량이 줄어들어 어려움이 말도 못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대기업과 협력 업체의 피해 여파는 곧바로 인근 식당 등 지역경제로 이어진다.울산시 동구의 한 식당 주인은 "요즘처럼 가게 운영이 어렵긴 처음"이라며 "가뜩이나 얼어붙은 지역 경기에 파업은 찬물을 붓는 격"이라고 토로했다.울산시 관계자는 "대기업이 파업하면 지역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노사는 대화와 타협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노사 분규는 회사의 신인도와 더불어 이미지에도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심준석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장은 "수출이 감소하는 등 지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조선과 자동차업계의 파업이 겹치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더불어 기업의 대내외 신뢰도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신뢰와 이미지 추락은 금액을 산정할 수 없는 간접 손실"이라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대기업 노조가) 영세사업장 근로자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근로조건을 내세우고 파업 등 노사분쟁에 나서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노조 기득권 내려놓고 상생 협력 나서야" 노조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상생 협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위기일 때는 이같은 상생 협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김기봉 초대 한국석유공사 노조위원장은 "노조는 회사가 망하든 말든 식의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며 "어려울 때는 노조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상생 협력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3 노총 전국노동조합총연맹 출범을 준비 중인 김병식 전국건설기능인노조위원장은 "현 노동계는 대기업과 정규직을 위한 기득권 세력이 중심"이라며 "이제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를 위한 노동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전진오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 협의회 부회장도 "회사 생존을 위해서는 노사가 힘을 합쳐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규직 노동자의 기득권과 과보호를 완화하기 위해 능력과 성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조형제 울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규직 과보호 완화를 위해서는 노사 모두 공평하게 참여해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평가하는 임금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청년이 여는 미래'의 신보라 대표는 "능력 및 성과와 관계없이 임금이 오르는 것은 문제"라며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등 노동시장이 새로 바뀌어야 하고, 특히 대기업 노조는 고용절벽에 선 청년들을 위해 기득권을 양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권혁 부산대 교수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못지않게 대기업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며 "대기업 노사관계의 변화는 곧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욱 장영은 여운창 김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