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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가뭄 비상> 결실의 계절, 가뭄 덮친 들녘엔 '한숨만'

기사입력 2015.10.0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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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밭작물 30% 이상 수확 감소할 듯…물 부족으로 곳곳 제한급수
    정부·지자체 눈물겨운 대응…"중수도 확대 등 근본 대책 절실"

    <※ 편집자 주 = 가을 가뭄이 심상치 않다. 전국 곳곳의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강물이 급감해 수확이 임박한 농작물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 식수조차 부족해 충청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제한급수 사태까지 발생했다. 비나 눈이 충분히 내리지 않는다면 내년 봄에는 훨씬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연합뉴스는 전국 취재망을 가동해 심각한 가을 가뭄 실태와 원인, 해법을 살펴봤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책과 전문가 제언도 들었다. 가뭄 극복에 힘을 보태고자 6꼭지의 특집기사를 일괄 송고합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가을 가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비를 구경조차 하기 어려운 날씨가 이어진 탓이다.

     

    한발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은 충청과 강원, 인천 강화 등을 중심으로 한 중부권이다.

    보령과 서천, 당진 등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에서는 1일부터 사상 첫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물 부족 사태가 사상 최악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대전·세종·충남 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536.2㎜다. 평년의 46.7%에 그쳤다. 표준강수지수(SPI6)를 적용하면 천안·부여·대전·서산 지역은 '극한 가뭄', 나머지 지역도 '심한 가뭄' 상황이다.


    대청댐 36.9%, 용담댐은 29.6%의 낮은 저수율을 기록했다. 보령댐은 22.4%의 저수율로 5일부터 경보 수준이 '심각 2단계'로 격상됐다.


    소양댐과 충주댐의 저수율 역시 각각 44.6%와 41.7%로, 저수용량의 절반에 한참 못 미친다.


    올해 강우량이 예년의 35% 수준인 인천 강화 지역 31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9.7%에 불과하다. 전북 정읍의 용수 공급을 맡는 섬진강댐 저수율도 7%로 바닥 수준이다.


    강원도 춘천의 9월 강수량은 4.8㎜로 평년의 3%에 머물렀다. 1966년 이 지역 기상관측 이래 가장 적은 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확을 앞둔 농작물이 성할 리 없다.


    강원 평창과 횡성, 영월, 정선, 춘천 등에서 재배하는 배추와 무 등을 중심으로 생육 저하 현상이 뚜렷하다. 화천군은 율무와 들깨, 콩 등 가을걷이 작물 수확량이 20∼40% 감소했다.


    800∼900ha에 달하는 면적에서 콩을 재배하는 충북 단양군도 콩 수확량이 최소한 20∼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급수 사정이 좋지 않은 밭은 수확량이 절반 이상 줄 것으로 보인다.


    김장용 무와 배추도 피해가 예상돼 가격 급등에 따른 '김장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충남 서산 천수만경작자연합회 이종선 대표는 "가을 가뭄으로 천수만 B지구 3천735만5천㎡ 논이 피해를 안 입은 곳이 없다"며 "최소한 30% 이상 수확이 감소했고 어떤 논은 쌀 한 톨도 건지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내년에는 아예 농사를 포기하는 논이 속출할 수도 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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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부터 극심한 가뭄이 계속된 강화도 등의 일부 논은 아예 모를 심지 못했고, 지금까지 거북등처럼 갈라진 채 방치돼 있다.


    계곡물을 식수로 쓰는 산간과 도서 지역은 식수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충북 단양군은 추석 연휴까지 어상천·영춘·단성·적성면 등 6개 마을에 식수를 공급했으나 이제는 8개 마을로 식수 지원 대상이 늘었다. 충주시도 수안보면 등의 일부 마을에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강원소방본부는 올들어 9월 말까지 2천911건의 급수 지원에 나서 1만2천427t의 생활·농업 용수를 공급했다. 작년 같은 기간의 9천258t보다 34% 늘어난 것이다.


    인천 옹진군도 연평, 대청 등 5개 면 3천317명의 주민이 제한급수를 받는다. 옹진군은 지난달까지 식수 부족 마을에 1.8ℓ들이 수돗물 22만3천 병을 공급했고, 소연평도에는 하루 30여t의 물을 공급하는 관정을 개발해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부산과 울산, 경남 등 남부 지방의 가뭄 피해는 그나마 덜한 편이다. 부산은 평균 저수율이 90%를 넘고 강수량도 평년의 1천250㎜보다 오히려 더 많다.


    가뭄이 심각한 만큼 정부와 각 지자체의 대응이 절실하고 눈물겹다.


    가뭄극복대책본부를 7일째 운영해온 충남도는 시민의 절수 노력을 독려하는 한편, 도청 내 수돗물 공급 밸브를 평소의 50%만 열어 사용한다.


    공무원들에게 ▲ 양치질 시 물컵 사용 ▲ 샤워 시간 1분 줄이기 ▲ 화장실 변기에 벽돌·병 넣기 ▲ 빨래 모아서 하기 등을 앞장서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가까스로 올해를 넘긴다 해도 앞으로 충분한 강수량이 없으면 내년에는 거의 재앙 수준의 가뭄이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금강 백제보의 물을 충남 서북부지역 식수원인 보령댐에 하루 11만5천t씩 공급하는 관로를 내년 2월까지 건설키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4월 본격적인 영농기 전까지 농업용수 사전 확보 대책을 추진한다. 용수 부족이 우려되는 지역에 용수원 1천161곳을 개발한다. 저수율이 낮아 모내기 차질이 예상되는 지역 저수지 43곳에는 인근 하천 등에서 물을 끌어와 미리 채워둔다는 계획이다.


    가뭄의 장기화, 상시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땜질식 대응이 아니라 중장기 차원의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김형수 인하대 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는 "가뭄 영향이 큰 지역을 분석해 소규모 댐을 건설하고, 4대강 물을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수로 공사도 서둘러야 한다"며 "산간이나 도서 지역은 빗물 저장시설 같은 맞춤형 적정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물 재활용, 중수도 이용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진욱 류수현 이승형 임보연 임채두 장영은 전승현 차근호 최은지 황봉규 공병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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