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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 쌍문동 태티서 "광고 동반 촬영하고파"이일화·라미란·김선영, tvN 토크쇼 '택시' 출연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광고 동반 촬영하고 싶어요." 1988년 서울 쌍문동을 배경으로 한 tvN 가족극 '응답하라 1988'의 중심에 섰던 배우 이일화(45)와 라미란(41), 김선영(40)이 9일 밤 방송된 tvN 토크쇼 '택시'에 출연했다. 셋은 극 중 삼 남매를 둔 이일화, 아들 형제를 둔 라미란, 사별 후 아들 하나에 어린 딸 하나를 키우는 김선영을 연기했다. 이웃의 끈끈한 정을 보여준 셋은 '쌍문동 태티서'(소녀시대 멤버로 이뤄진 3인조 걸그룹)로 불리기도 했다. 이일화와 라미란이 "처음에는 연기자가 아닌 줄 착각했다"고 나란히 말한 김선영은 캐스팅 비화에 대해 "tvN 드라마 '꽃할배 수사대'에 출연한 내 모습을 본 신원호 PD가 '웬 동네 아줌마야'라는 이야기를 했었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일화는 김선영을 두고 "차화연 선배를 사석에서 만났는데 (김선영을 가리켜) '그 보석은 누가 캐스팅했느냐'고 묻고 이미숙 선배도 칭찬했다"고 전했다. 평균 연기경력 22년차인 세 배우는 서로 명장면을 꼽아주기도 했다. 이일화 명장면으로는 1회에서 데모에 참여했던 큰딸 보라를 연행하려는 경찰에게 "우리 딸은 아닙니더"라며 울부짖는 장면(김선영)과 노래 '아파트'에 맞춰 막춤을 추던 장면(라미란)이 꼽혔다. 김선영과 이일화는 라미란 명장면으로 각각 11회에서 아들에게 "엄마가 영어를 읽을 줄 몰라"라고 고백하던 장면과 16회의 전국노래자랑에서 계란장수 테이프 반주의 '계란이 왔어요'에 맞춰 춤추던 장면을 손꼽았다. 이일화는 김선영에 대해 "눈물 흘리는 장면을 연기하는 배우 중 이만한 배우가 없다"고 말했고, 이 이야기를 듣던 김선영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라미란은 1회에서 아들 선우의 비행을 의심한 나머지 "아빠 없다고 이러는 거냐"고 야단쳤다가 오해를 풀고 오열했던 부분을 김선영의 명장면으로 들면서 "그 장면이 정말 압권이었다. 김선영은 '순두부' 같은 심장을 가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응답하라 1988'은 남편의 시원찮은 정력 등을 두고 세 아줌마의 질펀한 농담을 보여줘 화제를 모았었다. 김선영은 이에 "더 (수위가) 센 장면들이 많았는데 방송에 나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라미란은 "'고구마를 들며'라든가 이런 부분을 제 애드리브라고 생각한 시청자들이 많은데 다 대본에 써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절절한 가족애를 보여줬던 세 배우의 진짜 가족 이야기도 공개됐다. 과거 방송에서 남편이 막노동을 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던 라미란은 "그 일 관둔 지 꽤 됐고 지금은 아파트 분양하는 일을 하는데 1년째 한 채도 못 팔았다"고 거리낌 없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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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에 ‘줌마렐라’ 축구 열풍(용인=국민문화신문) 최은영 기자 = 경기도 용인에 사는 주부 구선희(36)씨는 요즘 축구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지난해 연말에 가입한 용인시 줌마렐라(아줌마+신데렐라) 축구단에 선수로 활동하면서 아들의 못다 이룬 꿈을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하기 때문이다. 아들 세명이 모두 초등학교 축구 선수인 구씨는 첫째 아들이 갑작스레 난치성 질환에 걸려 더 이상 축구선수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한동안 힘든 생활을 보냈었다. 그러다 이대로 낙담만 해선 안되겠다 싶어 지인의 권유로 자신이 직접 축구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더 이상 축구를 할 수 없게 된 큰아들이 저한테 자신의 꿈을 대신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더욱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요즘 용인에 줌마렐라 축구 열풍이 불고 있다. 용인시가 지난해 말 발족한 줌마렐라 축구단이 오는 24일 2회 페스티벌 본선대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체력을 다지는 등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결성돼 있는 줌마렐라 축구팀은 모두 32개팀. 용인시 전체 31개 읍,면,동에 각 1개 팀과 시청에 1개 팀 등 총 801명이 가입해 선수로 활동하며 남자 못지않은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각 팀은 그동안 감독, 코치의 지도하에 체계적인 훈련을 실시해 왔으며 타 축구단과 친선경기를 통해 기량을 점검하고 있다. 선수들의 연령도 다양하다. 20대 여대생부터 손자를 둔 60대 주부까지 선수로 가입해 활약하고 있다. 최고령 선수는 풍덕천1동의 최희숙씨로 68세이며, 최연소는 이동면의 신효정씨로 22세다. 최고령과 최연소의 나이 차이가 46년이나 되지만 이들의 축구를 향한 열정은 어느 누구 못지않게 대단하다. 가입자격이 여성이면 아줌마가 아니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녀가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가정도 있는가 하면 부인은 선수, 남편은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가정도 있다. 기흥동의 이용옥씨(54)와 딸 신은선씨(34), 상현1동의 한승미씨(45)와 딸 석지선씨(22)는 모녀가 함께 가입해 선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기흥동의 양미화씨(45)는 본인은 선수로, 남편 진의봉씨(39)가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축구를 하면서 생활에 활력소를 찾았는가 하면 체중감량과 다이어트에 효과를 보기도 한다. 동백동에 선수로 가입한 주부 장선화씨(45)는 “평소에는 학교 운동장 한바퀴도 제대로 뛰지 못하는 체력이었고 운동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그러나 친구 권유로 줌마렐라에 가입해 축구를 시작하면서 건강한 체력과 생활의 활력소를 얻었다”고 말했다. 구성동의 장영란씨(41)는 “평소 운동에 관심이 많아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까 싶어 축구단에 가입했는데 축구를 시작한 이후 몸무게가 10kg이나 줄었다”며 좋아했다. 김현경씨(43)는 “축구에 관심이 많아 가입했는데 축구를 시작한 이후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가족간의 관계도 화목해졌다”고 말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축구가 여성들에게 익숙치 않은 종목인데 많은 여성들이 참가해 시민들의 화합의 축제 한마당이 되고 있다”며 “줌마렐라 축구단이 용인이 ‘여성특별시’로서의 행복도시를 구현하는데 상징적인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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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 황정음 "이 정도로 망가져도 될까요"MBC 새 수목극서 박서준과 연인 연기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이 정도로 망가져도 괜찮을까 싶어요. 망가진 제 모습이 너무 못 생겨서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릴 수도 있잖아요."MBC TV 새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그녀'를 맡은 배우 황정음(30)은 14일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걱정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녀' 김혜진은 어릴 적에는 남자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할 정도로 '예뻤다'.가세가 급격히 기울면서 갖은 고생을 겪은 혜진에게 사춘기까지 찾아오면서 그 예뻤던 얼굴은 망가진다. 드라마는 '예뻤던 그녀'를 찾아 나선 어릴 적 단짝 진성준(박서준 분)과 멋진 남자로 탈바꿈한 성준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혜진의 좌충우돌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이미 SBS TV '돈의 화신'에서 뚱보로 변신한 경험이 있는 황정음도 이번에는 아줌마들도 마다할 '뽀글머리', 주근깨투성이 얼굴에 우악스러운 혜진으로 카메라 앞에 서려니 한때는 우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망가진 황정음의 코믹 연기는 '그녀는 예뻤다'를 기대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과거 MBC TV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만취한 채 해변에서 미역을 뒤집어쓰고 널브러져 있었던 황정음의 연기는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하는 명장면이다. '그녀는 예뻤다' 또한 '거침없이 하이킥'을 집필했던 조성희 작가가 대본을 맡았다. '그녀는 예뻤다' 기획 단계부터 혜진 역으로 황정음을 점찍었다는 정대윤 PD는 "황정음이 예쁘게 나올까 봐 정말 걱정하면서 찍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황정음은 올해 초 같은 방송사의 '킬미 힐미'에서 쌍둥이 남매로 등장한 박서준과 연인으로 재회했다. 황정음은 "'킬미 힐미'를 찍을 때 박서준과 주고받는 연기를 하면서 정말 좋은 느낌을 받았다"라면서 "이번에는 (그 호흡이) 더 업그레이드됐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제가 출연했던 드라마 중 제일 재미있고 행복하게 촬영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대본을 한두 번만 봐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그려진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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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찜한 TV> 물 만난 최지우의 '두번째 스무살'CJ E&M·닐슨 콘텐츠파워지수 8월 넷째주 5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최지우가 오랜만에 캐릭터를 제대로 만났다. 최지우가 나이 서른여덟에 스무 살 아들을 둔 아줌마 하노라로 변신한 케이블 드라마 tvN '두번째 스무살'이 단박에 시청자들의 눈에 들었기 때문이다. 8일 CJ E&M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콘텐츠파워지수(CPI) 8월 넷째 주(8월 24~30일) 집계에 따르면 '두번째 스무살'은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전체 프로그램 중 5위를 기록했다. 8월 28~29일 1,2회를 방송한 '두번째 스무살' CPI는 228.5로 집계됐다. '두번째 스무살' 1회는 오프라인 시청률 집계에서도 평균 3.8%(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순간 최고 5.8%로 tvN 역대 금토극 중 가장 높은 첫회 시청률 기록을 세웠다. 드라마는 대학생 새내기로 변신한 모습도 사랑스러운 최지우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훈남' 이상윤 덕분에 계속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CPI 전체 집계에서는 MBC TV 예능 '무한도전'이 3주째 1위를 지켰다. 8월 29일 방송된 '무한도전-배달의 무도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멤버 박명수가 비행기로 40시간 거리의 칠레 최남단 푼타 아레나스의 한국인 부자(父子)를 찾아 엄마 손맛이 담긴 닭 강정을 배달하는 모습을 담아냈다.시청자들은 8년 만에 아내 김치를 맛본다는 남편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하다가도, 가족보다 더 격한 감동을 표현하는 박명수의 과장된 반응에 웃음을 터뜨렸다. 또 다른 멤버 유재석이 30년 전 미국으로 입양됐고 이제는 출산을 앞둔 여성을 만나 엄마의 정이 담긴 음식을 전달하는 이야기도 우리를 울렸다. '배달의 무도'는 화제성이 높은 콘텐츠를 뜻하는 '뉴스 구독' 순위에서도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채널의 '일밤-복면가왕'이 CPI 263.9로 전체 2위를 기록했고, 주원·김태희 주연의 SBS TV 드라마 '용팔이'(CPI 241.9)와 케이블채널 엠넷의 음악 프로 '쇼미더머니4'(237.9)가 그 뒤를 이었다. 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CPI 221)이 그 전주보다 17계단 상승해 6위를 차지했다. SBS TV '일요일이 좋다-런닝맨'(219.7)과 MBC TV '황금어장-라디오스타'(216.1),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214.4), MBC TV '일밤-진짜사나이'(213.7)가 차례대로 7~10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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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울려' 끝낸 송창의 "최고 멜로를 경험""부성애 연기 갈수록 적응…다음 무대는 뮤지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지난달 29일 종영한 MBC TV 주말연속극 '여자를 울려'는 "두 개의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형사 출신 아줌마 덕인(김정은 분)이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학교폭력에 맞서 분투하고, 그 과정에서 학교폭력 가해자 아버지인 진우(송창의)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갈수록 극의 무게 중심은 악녀 은수(하희라)를 내세운 진우 집안의 숨 막히는 암투로 옮겨갔다. 그 때문에 '여자를 울려' 안에 두 개의 작품이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 것이다. 주연으로서 서운했을 법도 한데 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창의(36)는 "이야기가 점점 무거워지도록 원래 시놉시스에 설정돼 있었다"라고 답했다. "사실 주말연속극은 어떻게 흘러갈지 잘 모르는 것이잖아요. 저도 그런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고요. 덕인과 진우 이야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은 감사드려요. 초반에 (덕인과 진우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기는 했지만, (방영된 대로) 나중에 끌고 가야 하는 내용이 원래 있었어요." 송창의는 무엇보다 진우 캐릭터를 해석하는 데 몰입했다고 강조했다. 진우는 재벌가 막내아들로, 겉으로 봐서는 걱정할 것 없는 삶을 사는 교사다. 그러나 정략결혼을 했던 아내가 젊은 나이에 자살했고, 고등학생 아들 윤서는 그 때문에 아버지를 한없이 미워한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송창의는 장성한 아들을 둔 아버지를 과연 제대로 연기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고. 그는 "아들에게 미안한 아버지의 마음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를 정말 많이 생각했다"라면서 "부성애만큼은 연기할수록 적응이 됐다"라고 설명했다.아들 윤서 역을 맡은 한종영(20)에 대해서는 "엄마 자살도 그렇고 윤서 입장에서는 비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다"라면서 "한종영이 그 역할을 연기하기가 정말 어려웠을 텐데도 성실히 잘 해줬다"라고 말했다. 진우의 덕인을 향한 더없이 지고지순한 사랑도 송창의에게 큰 인상을 남겼고. "진우가 덕인과 사랑에 빠진 것은 한 번도 그런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서일 거에요. 진우에게 사랑이 얼마나 절실했을지 생각해봤어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최고 멜로를 (경험)한 것 같아요. 사실적이지는 않지만, 어떤 상징적인 사랑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요. 진우를 연기하면서 남자라면 저렇게 여자를 사랑할 수 있어야한다는 걸 배웠죠." 그는 멜로 호흡을 맞춘 김정은에 대해 "정말 열심히 하고 힘이 넘치는 배우"라면서 "김정은이 극 초반에 아이 죽음을 품고 사는 어머니로서 오열하는 장면을 보면서 남다른 각오로 이 작품에 임했다는 인상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송창의는 전날 참석한 드라마 종영 기념 뒤풀이의 흥에서 채 깨지 못한 모습이었다. 봄과 여름을 함께 보낸 '여자를 울려'를 떠나 보내기가 못내 아쉬운 모양이었다. OCN '닥터 프로스트'와 '여자를 울려'까지 지난해부터 1년 가까이 안방극장에 머물러 온 송창의는 뮤지컬 무대에서 다시 인사드릴 예정이다. "잠깐 쉰 다음 뮤지컬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아직 작품 이름을 밝힐 수 없고요. '여자를 울려'를 보람되게 마쳤어요. 특히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많은 선배 배우들과 좋은 추억을 쌓았다는 점이 기쁩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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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익어가는 계절…고추축제도 곳곳서 '주렁주렁'(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식물에게도 동물처럼 자신의 성숙함을 나타내주는 고유의 신호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바로 색깔.특히 식물은 입말을 할 줄 모르기에 온전히 몸말로 자기 메시지를 전한다. 그 몸말이 바로 색깔인 것이다.고추는 푸르름으로 청춘기를 보낸다. 그리고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에 붉디붉은 색을 띤다. 마치 '이젠 따도 돼요'라고 은밀히 말하는 듯. 늦여름과 초가을은 그 성숙기다.계절이 오가는 길목에서 고추들이 나날이 탐스럽게 익어간다. 건듯 부는 바람에 춤이라도 추듯 달랑달랑 흔들린다. 고추 따는 아낙네들의 손길도 절로 신바람이 난다. 괴산 고추밭 고추 익는 계절이 되면 축제 또한 덩달아 영글어간다. 곳곳에서 주렁주렁 열리는 고추축제들. 이번 주말 충북 괴산과 전북 고창에서 차례로 잔치마당이 열리고 내달에는 충남 청양과 충북 음성에서 고추축제가 무르익는다.괴산고추축제의 경우 '고추가 좋은 날! 괴산으로의 여름소풍!'을 주제로 27일부터 30일까지 괴산읍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군민 안녕 풍년기원제, 고추 철인 3종 경기, 다문화 고추 아줌마 선발대회, 고추 물총 대첩, 고추 달린 물고기 맨손으로 잡기, 고추 지뢰 밟기, 매운맛 최강대전 등의 프로그램이 나흘 동안 줄줄이 마련된다. 오는 29일과 30일에는 고창의 해리복지회관 일대에서 제19회 고창 해풍고추축제가 개최된다. 해풍 고추는 서해 바닷바람을 맞으며 게르마늄 성분 풍부한 황토에서 자라나 색깔이 더욱 붉고 깨끗하며 맛과 향도 독특하단다.해풍고추 품평회, 고추왕 선발대회, 고추 경매, 고추로 김치담그기, 고추 김밥말이, 고추전 부치기 등 각종 체험행사와 가요제 등이 펼쳐진다.청양의 특산물인 고추와 구기자의 우수성을 동시에 알리기 위한 제16회 청양 고추·구기자 축제는 9월 4일부터 6일까지 청양읍 백세건강공원에서 선보인다. 주제는 '역사·문화·예술의 도시 청양으로의 추억여행'.축제에는 건고추 특별판매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마술인형극, 이동 동물원, 청양 보물찾기 놀이마당, 지천 물고기 잡기 등이 마련된다. 고추 말리는 부부 음성청결고추축제는 올해로 20회째를 맞을 만큼 역사가 깊다. 9월 16일부터 19일까지 음성종합운동장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고추왕 선발대회, 고추 역사 전시회 등 고추 소재의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지역 화합을 위한 읍·면대항 줄다리기 대회 등도 열린다. 올해 축제는 전시성 행사를 줄이는 대신 '행복장터' 등으로 농산물 판매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서울의 한복판에서 열리는 고추 축제도 있다. 영양군이 매년 이맘때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여는 '영양고추 H.O.T Festival'이 그것이다. '청정 자연의 선물,영양고추 愛 빠지다'를 주제로 고추의 전시, 판매와 함께 다양한 전시·공연 프로그램도 펼쳐지게 된다. 축제기간은 9월 7일부터 9일까지.고추 따는 계절에 문득 떠오르는 어린날의 추억과 그 동심. 축제를 계기삼아 고추 소재의 동요 '고추 먹고 맴맴'이라도 한번 입에 올려보면 어떨까? '영양고추 H.O.T Festival'의 고추 터널고창 해풍고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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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계 형사역 맡은 김희애…SBS '미세스 캅'대한민국 '워킹맘'의 애환 그려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우아함의 대명사 김희애가 '경찰 아줌마'로 변신한다.다음 달 3일 첫 방송하는 SBS TV 월화드라마 '미세스 캅'은 엄마이자 경찰로 살아가는 '워킹맘' 최영진의 악전고투를 그린다.대한민국에서 아줌마로 사는 것도, 경찰로 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두 가지를 모두 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영진은 경찰로서 명실공히 '에이스'로 인정받지만 엄마로서는 딸의 생일도 잊고, 딸의 발표회도 놓치는 '빵점'이다. "엄마가 보고 싶어 물건을 훔쳤다"는 딸의 이야기에 엄마로서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지만 눈앞에서 놓친 범인만은 꼭 자신의 손으로 잡고 싶다.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게 한다. 사진=SBS연출을 맡은 유인식 SBS PD는 29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그 선택을 후회하고 고민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거다. 그런 고민에 공감하고 위로하고 싶었다"며 "나아가 정의나 인간에 대한 사랑 같은, 내놓고 말하기 쑥스러워진 가치를 이루려는 사람이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가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김희애는 "아시겠지만 제 나이가 있어서 맡을 수 있는 캐릭터가 굉장히 한정적이다"라며 "한 사람으로서 바로 설 수 있는 이런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기회이기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김희애는 "하수구에서 촬영한 장면이 있는데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악취에도 즐겁게 촬영하는 스태프를 보며 정말 '쟁이'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이런 사람들과 더 나이 먹기 전에 즐겁게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김민종은 최영진이 속한 강력계의 수장으로, 바로 옆에서 그를 지키는 박종호 역을 맡았다.이다희가 영진을 롤모델로 삼은 경찰대 출신 여형사 민도영으로, 손호준이 정의에 죽고 사는 꽃미남 형사 한진우를 연기한다. 28일 종영한 '상류사회' 후속으로 8월 3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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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극 '여자를 울려' 시청률 20% 첫 돌파자체 최고 성적 낸 MBC '복면가왕', KBS2 '슈퍼맨' 위협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김정은·송창의 주연의 MBC TV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가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8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45분부터 방송된 '여자를 울려'는 전국 기준 20.2%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주말에 방송된 전회보다 3.6%p 상승한 수치로, 드라마 자체 최고 시청률이다. '여자를 울려'는 아들을 잃은 채 학교 앞에서 밥집을 운영하는 형사 출신 아줌마 정덕인의 우여곡절 많은 인생을 다룬다. 드라마는 4월 18일 15%의 시청률로 출발한 이후 답보 상태가 이어지자 지난 주말 정덕인 생모(김해숙 분)를 투입하는 극약 처방으로 시청률 상승에 성공했다. 같은 시간에 방영된 SBS TV 개그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 500회 특집은 6.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에서는 '웃찾사' 전성기 시절에 활약했던 컬투(정찬우, 김태균)와 리마리오, 양세형, 김기욱 등이 다시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오후 9시 10분부터 방송된 KBS 2TV의 경쟁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시청률은 12%로 집계됐다. 요즘 주말 예능가에서 가장 화제인 MBC TV '일밤-복면가왕'(오후 5시 방송)은 11.3%의 시청률로 자체 최고 성적을 냈다. 복면을 쓴 유명인들이 노래 실력으로만 승부를 내는 '복면가왕'은 방송 2개월 만에 '일밤'의 다른 코너인 '리얼입대프로젝트 진짜사나이'(11.5%)와 맞먹는 성적을 기록했다. '복면가왕'과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KBS 2TV 육아 예능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전주보다 하락해 13.7%의 시청률을 보이는 데 그쳤다. 뒤이어 방영된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청률은 13.2%로 집계됐다. SBS TV '일요일이 좋다' 코너 중에서는 가족 예능 '아빠를 부탁해'가 5.7%, 빅뱅 대성이 등장한 '런닝맨'이 10.7%의 시청률을 각각 기록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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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덕인은 여자 홍길동 같은 최고의 캐릭터"MBC '여자를 울려'서 밥과 주먹으로 약자 보호하는 정덕인 역"이렇게 멋 안 내보기도 처음…씩씩 한 모습에 나도 기운" (고양=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알다시피 요즘 지구는 어벤져스 군단이 지킨다. 그런데 그들은 너무 바빠서 학생들을 지켜줄 시간은 없다. 학생들은 그저 '일진'에게 자신이 찍히지 않기만을 바라며 몸을 사린다. 이때 국자를 들고 '짜잔~'하고 나타난 히어로가 있으니 학교 앞 밥집 아줌마 정덕인이다. 전직 강력계 형사로 싸움에 이골이 난 이 아줌마는 주먹도 잘 쓰지만, 칼질도 잘한다. 큼지막한 중국식 칼을 들고 각종 재료를 능숙하게 다듬고, '불쇼'를 하면서 조리를 하고, 두 개의 커다란 솥을 국자로 휘휘 저어가며 단품이지만 매일매일 다른 메뉴를 내놓는다. 그러면서 폭력에 노출된 학생들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느라 허구한 날 주먹다짐으로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 주린 배도 채워주고 일진으로부터 보호도 해주는 이 아줌마야말로 우리가 기다리는 진정한 히어로다. "정말 좋은 캐릭터예요. 여자 홍길동이죠. 그동안은 제가 작품할 때마다 주변에서 열 명 중 한 명은 캐릭터를 마음에 안 들어 했는데 이번에는 열이면 열 다 좋아해 줍니다. 최고의 캐릭터를 만난 것 같아요." MBC TV 주말극 '여자를 울려'의 주인공 정덕인을 맡아 '여자 홍길동'이 된 배우 김정은(40)을 최근 경기도 고양시 일산 MBC제작센터에서 만났다. 지난달 18일 15%로 출발한 드라마는 한 달 만에 시청률 20%를 위협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매회 이어지는 정덕인의 화끈한 액션과 정성스러운 밥상 차림, 여기에 아들을 잃고 남편에게 버림받은 그의 기구한 사연이 어우러지며 폭넓은 시청층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시청률이 잘 나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처음으로 액션도 하고 여러가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데 시청자가 외면하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남자 같은 투박하고 센 액션을 소화하느라 극중 김정은은 늘 '언제든지 싸움에 편한' 펑퍼짐하고 편한 옷차림이다. 머리도 대충 묶거나 양 갈래로 땋고 화장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렇게 멋을 안 낸 역할은 처음이에요. 핸드볼 선수로 나온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때도 깔끔하긴 했어요.(웃음) 그런데 이번에는 싸움도 싸움인데 학교 앞 작은 밥집 아줌마라 꾸밀 게 없는 거예요. 저라고 왜 예쁘게 나오고 싶지 않았겠어요. 처음엔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닌가?' 했는데, 사람이 참 간사한 게 편한 복장으로 연기하니까 지금은 이게 너무 편해요.(웃음) 제가 평소엔 손톱도 잘 꾸미는데 이번에는 손톱도 다 바짝 잘랐고, 신고 다니는 운동화는 시커멓게 칠했어요. 이제는 스타일리스트가 단정하게 다려진 옷을 가져오면 안된다고 퇴짜를 놓을 지경입니다." 시장통 추격전과 떼 싸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기 등 초반부터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했던 김정은은 이날 감기몸살에 걸려 있었다. "초반에는 긴장해서 그런지 잘 넘어갔는데 이제 좀 익숙해졌다 싶으니까 확 감기몸살이 오네요. 그래도 시청률이 좋으니까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너무 좋아요. 처음에는 제대로 액션의 합을 못 맞추는 저 때문에 무술팀들이 고생하셨는데 점점 합이 잘 맞아가고 있어요. 또 제 대역과의 호흡이 중요한데 그것 역시 점점 잘 맞아서 이제는 어떻게 하면 화면에 더 효과적으로 보일까 생각하면서 액션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정덕인이 싸우는 방식에 대해 "결코 힘으로 싸우지 않는다. 주변의 사물을 이용하거나 상대와의 엇박자를 이용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싸운다"면서 "그래서 하는 나나 보는 시청자나 더 재미있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사하기도 바쁠 텐데 정덕인은 오지랖이 넓어서 폭력에 노출된 학생들을 보면 참지 못하고 개입한다. "오만 군데 해결해줘야 할 일들이 있죠.(웃음) 처음에는 아픔이 있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사방팔방 다녀도 될까 우려했어요. 시청자들이 혹여 거부감을 느낄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정덕인이 씩씩하게 하나하나 사건들을 해결해주니 보시는 분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아요. 심지어 드라마를 보면서 제가 실제로 싸움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얼마전에 식당에서 술 한잔 하신 한 아저씨가 절 보고 '그렇게 싸움을 잘해?'라고 물으시더라고요. 여차하면 한판 해보자는 듯이요.(웃음)" 여자지만 공중을 날아올라 발차기를 하고 주먹을 휘두르는 정덕인은 웬만한 남자 저리가라다. 그런데 드라마는 거기에 머물지 않고 정덕인의 전혀 다른 모습도 배치해놓았다. 이기적인 데다 바람까지 난 남편 앞에서는 모든 것을 감내하고, 생활능력 바닥인 시댁 식구들을 묵묵히 먹여살리는 모습은 인내하는 여인상의 전형이다. "고아 출신이라 정덕인에게는 시댁 식구가 곧 자기 가족이에요. 그래서 바람난 남편에게도, 시댁 식구에게도 측은지심이 있죠. 이혼해달라는 남편의 청을 거절하는 것은 미련보다는 이혼하면 가족을 잃을 것만 같기 때문이죠." 여기에 더해 정덕인은 손맛이 좋은 밥집 아줌마다. 액션에는 대역이 있지만 그의 요리 장면에는 대역이 없다. 칼질도, 조리하는 것도 다 그가 직접 한다. "소유진을 '이용'해서 남편인 백종원 셰프님을 우리 드라마의 요리 고문으로 모셨어요.(웃음) 백 셰프님이 매회 메뉴를 정해주시고 촬영 전에는 저를 교육시키세요. 제철 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선보이시면 제가 그걸 배워서 촬영장에서 실제로 만들어요. 극중 나오는 중국식 칼도 제게 선물하셨는데 칼은 그냥 선물로 주면 칼부림 난다는 말이 있어서 제가 아주 적은 돈을 주고 그 칼을 샀죠. 우리 드라마에서는 음식을 대충 하지 않고 제대로 만들어서 나눠 먹어요. 돈가스, 전, 수제비 다 제대로 만들어 나눠먹었죠." "어느 순간 꾀가 나서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생략하면 안되냐고 PD님께 부탁했더니 정덕인이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이 재밌다는 분들이 많다며 안된다고 하더라"며 웃은 그는 "이제는 칼질은 익숙해졌고, 가니쉬(요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곁들이는 식재료)까지 욕심을 내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정덕인은 손이 크다. 한창 배고픈 남학생들이 더 달라고 하면 아낌없이 고기반찬이든 뭐든 덤으로 준다. 도무지 이문이 남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정성스레 차린 밥을 먹는 학생들은 몸은 물론 마음의 허기도 채운다. "정말 새롭게 느껴보는 감정이에요. 누군가를 위해 정성스럽게 밥을 하고 그것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꽉 찬 것 같아요. 이런 게 정말 엄마의 마음이구나 싶어요. 애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기분이 좋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고, 정성스러운 밥 한끼로 사람을 위로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김정은은 "정덕인은 아픔이 많은 인물이지만, 계속 아프다고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밥을 짓고, 필요하면 주먹도 쓰면서 약자들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정덕인은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나간다. "최대한 씩씩하고 재미있게 하려고요. 판타지일지라도 드라마가 희망을 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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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정 "사는 '꼬라지' 보여줄 게 없는데 반응에 놀라"MBC '나 혼자 산다' 출연후 관심집중…"아버지는 인민군 출신 트롬본 연주자" 서울대 국악과 출신…"음악 대신 택한 연기에 한때 괴로웠지만 그 덕분에 인간 돼"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그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40년 된 아파트에서, 사람으로 치면 일흔 살도 넘은 삽살개와 함께 산다. 쪼그리고 앉아 머리 한 번 감고 나면 화장실 하수구가 금방 막히지만, 그에게는 별일 아니다. 그는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김밥을 만다. 외출했다가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도시락은 항상 두 통씩 싸는 것을 잊지 않는다. 유명인들의 싱글 라이프를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 MBC TV '나 혼자 산다'에 지난 1일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황석정(45)의 이야기다. 연예계는 다른 어떤 곳보다도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형편이 결코 자랑일 수 없는 세계다. 그런 곳에 몸담은 황석정의 범상치 않은 일상은 시청자들에게 꽤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혼자 자유롭게 살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겼다. 그의 삶은 소박했지만 남루하지 않았다. 대학 학력이 경제적 풍요를 어느 정도 보장하는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 국악과라는 그의 학력은 방송 후 인터넷에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황석정은 강한 부산 억양으로 "사는 '꼬라지'(꼬락서니)를 보여 드릴 만한 게 없는데 방송을 본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들어서 많이 놀랐다"고 밝혔다. 그를 최근 인터뷰했다. ◇ "소유욕 없어…남들과 나누는 일 신나" 황석정은 "꾸미는 걸 좋아하지도, 정말 갖고 싶은 것도 많지 않다"면서 "갖고 있던 것도 다른 사람이 원하면 바로 줄 정도로 소유욕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베푸는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만들어서 함께 나누는 일이 정말 신난다"는 답이 돌아왔다. "촌스러워서 그런가 봐요. 제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서 싸게 재료를 사서 반찬을 만들고 그걸 함께 나눌 때 기뻐요. 그걸 받아주는 사람들도 반찬이 넘쳐나는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방송에서 그의 소박한 일상과 함께 주목받은 것은 넘치는 그의 끼였다. 이미 '명품 조연'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연기는 제외하더라도, 정성껏 민화를 그리고 술을 마시다 말고 목청껏 열창하는 모습은 매력적이었다. 그 끼의 원천이 궁금했다. 그는 반세기도 더 지난 이야기를 꺼냈다. 거제 포로수용소에 수용됐던 인민군 포로가 부산에서 한 아가씨를 만나면서 시작된 이야기였다. "아버지가 트롬본 연주자였어요. 아버지는 평소 말씀도 없었고 술을 드시면서 슬퍼하시곤 했는데 가끔 (이북) 고향 이야기를 했어요. 할아버지가 그렇게 소리를 잘했대요. 어머니도 글을 잘 쓰시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강하셨어요." "그런 것들이 유전자에 쌓이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하던 황석정은 이야기 끝에 "그 끼를 펼치지 못했을 때 정말 괴로웠는데 그걸 참고, 또 참고 다듬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 "배우 선택 후회 안해…연기 덕에 삶의 균형 찾아" 황석정은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뒤 관현악단 입단을 앞두고 있었지만 "잠이 오지 않고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나날이 계속되면서" 결국 길을 틀었다. 설경구, 이문식 등이 활동하던 극단 한양레퍼토리에 들어갔다가 1995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시 입학해 본격적으로 연기를 갈고 닦았다. 배우의 길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는 않았을까. 스펙 좋은 그가 국악을 계속하고 입시학원이라도 차렸다면 목돈을 손에 쥐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살다가 무엇을 했는데 신이 나면 그걸 하는 거죠." 다만, 그는 "연기를 하기에 최악의 조건에서 시작한 탓에 한때는 너무 괴로웠다"고 털어놓았다. "가령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요'라는 대사가 있잖아요. 저는 그런 대사를 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집안 환경이 사랑을 제대로 주고받는 데 서툴렀어요. 제게 없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요'라는 대사를 하기 위해 연기를 시작하고 10년 동안 너무 고생했어요." 황석정은 "어린 시절이 트라우마나 편견으로 가득 찬 사람은 균형 잡기가 쉽지 않다"면서 "제게는 그 균형을 잡게 해준 것이 연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랫동안 연기를 했음에도 "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 건 불과 3년 전이라고 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그냥 문득, 배우로 살면서 나를 채우고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편견으로 가득찼던 어린 시절을 보낸 한 아이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참 어렵더라고요." ◇ "'미생'이 인생의 전환점" 황석정은 지난해 잠깐 등장한 tvN 드라마 '미생'을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미생'에서 이른바 '하회탈 미소'로 불리는 재무부장으로 등장한 것이 그의 인지도 상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다들 저더러 '만찢녀'(만화를 찢고 나온 여자)라고 부르는데 '미생' 만화원작을 본 적도 없다"면서 "작품 자체가 화제가 되면서 저도 화제가 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황석정은 현재 tvN '식샤를 합시다2'에서 억척스런 세종빌라 주인이자 아들에 죽고 사는 아줌마 김미란으로 출연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 모온(못) 산다"라는 걸쭉한 사투리가 인상적인 캐릭터다. 그는 실감 나는 엄마 연기에 대해 "아등바등했던 우리 엄마 생각도 하고 아줌마가 된 주변 사람들도 관찰했다"면서 "요즘 아줌마들이 짠하게 느껴지면서 이해가 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계획이요?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니 '죽어도 연기하겠다' 이런 건 없어요. 가수를 할 수도 있고 집을 올리거나 농사를 짓고 있을 수도 있겠죠. 다만 연기를 한 덕분에 인간 꼴을 갖추고 있다고는 생각해요. 하하하."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