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 '애마부인'…검열로 보는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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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내시', '애마부인'…검열로 보는 한국영화

1960년대 후반에는 서구의 성 해방담론이 국내에 들어온 시기다.

이런 조류에 따라 1969년 '내시'(신상옥 감독), '벽 속의 여자'(박종호), '장미의 성'(이봉래) 등 '야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한다.


'내시'는 "짙은 에로티시즘을 담은 신상옥 감독의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당시 "히트 없이 허덕이는 방화계"에 33만명을 동원하며 흥행했고, 베를린 영화제 출품이 결정됐다.


그러나 갑자기 외설 음란물에 대한 일제 단속이 실시되고, 그해 7월 15일 신 감독은 '벽 속의 여자'의 박종호 감독과 함께 입건된다.


신 감독은 훗날 "문제가 된 정사 장면에서 여배우 윤정희를 주로 클로즈업하며 옹색하게 찍었는데, '여러 사람 앞에서 음란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조항에 걸려 결국 벌금을 냈다"고 떠올렸다.


영상자료원은 그동안 한국영화사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영화검열을 본격적으로 다룬 신간 '한국영화역사 속 검열제도'를 펴냈다.

박유희 고려대 교수 등 5명의 연구자가 영상자료원이 2010년 공개한 영화검열 서류를 실증적으로 검토해 주제별로 집필한 글을 묶은 책이다.


박 교수는 '검열이라는 포르노그래피'라는 제목의 글에서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까지 '음란' 혹은 '외설'이라는 주제로 검열 서류를 검토한 결과 "당시의 검열관행이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과 관계없이 일부 신체의 노출과 정사 장면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관음증적인 검열 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한국영화사를 보면 제목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애마(愛馬)부인'은 '애마(愛麻)부인'으로 바꾸거나, 한국사회를 너무 어둡게 그렸다며 해외영화제 출품이 안 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160분 영화가 100분짜리 영화로 극장에 내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무용담처럼 전해졌을 뿐 검열의 구체적인 절차나 과정, 맥락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 책은 '해방 후 영화검열의 쟁점들', '1960년대 후반 코미디 영화의 명랑과 저속' 등을 주제로 영화검열의 다층적이고 복잡한 과정을 짚어냈다. 한국영상자료원. 256쪽.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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