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형제의 특별한 양몰이…아이슬란드 영화 '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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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두 형제의 특별한 양몰이…아이슬란드 영화 '램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북대서양 한가운데 위치한 섬나라 아이슬란드.

우리에게는 멀고도 신비한 나라이면서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나라다.

'램스(RAMS)'는 이런 아이슬란드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영화다. 어딘가 낯설면서도 좀처럼 시선을 뗄 수 없게 하는 묘한 흡인력을 지녔다.


영화는 느릿느릿 정적으로 흘러가지만, 그 속도대로 따라가도 지루하지 않다. 그림엽서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경에 시선이 먼저 머물고 나면 저 외딴 시골 마을에서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호기심이 솟아나기 때문이다.

14769239905547.jpg영화 '램스' 한 장면[인디플러그 제공]

아이슬란드의 한 시골 마을에서 양 떼를 자식처럼 돌보며 살아가는 형제가 주인공이다. 주로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척박한 이 땅에서 양은 오래전부터 마을 사람들의 생계수단이자, 가족이 돼 왔다.


무뚝뚝하고 술꾼인 형 키디와 이성적이고 부지런한 동생 구미는 사실 무늬만 형제다.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이웃에 살면서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40년 동안 말을 하지 않고 지내왔다. 서로 본체만체하며 각자의 목장에서 양들을 키우며 각각 홀로 살아간다. 할 말이 있을 때는 편지를 쓴 뒤 집에서 키우는 개의 입에 물려 전달하는 게 둘 사이의 유일한 소통이다.

14769239779741.jpg영화 '램스' 한 장면[인디플러그 제공]

건조하지만 평화롭던 이들의 일상에 변화가 생긴 것은 양 전염병인 스크래피가 발생하면서부터다. 마을에 있는 양들을 모두 도살하라는 지시가 내려오지만, 동생 구미는 애지중지하던 양을 차마 모두 죽이지 못하고 집 지하실에서 몰래 몇 마리를 키운다.


그러나 결국 이 사실을 외부에 들키고, 이들 형제는 양들을 살리기 위해 40년간의 침묵을 깨고 함께 산정상으로 양들을 몰고 간다.

14769239869392.jpg영화 '램스' 한 장면[인디플러그 제공]

이 작품은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각종 세계 영화제에서 20개에 달하는 상을 받았다. 1년에 고작 10편 정도만 제작되는 아이슬란드 영화로서는 눈부신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줄거리는 단순하고, 주인공들의 표정은 메마른 땅처럼 무뚝뚝하지만 그 속에서도 은근하게 드러나는 형제애, 그리고 이들이 말없이 빚어내는 유머가 잔잔한 웃음을 준다. 동생은 만취 상태로 밖에서 잠을 자 동사직전인 형을 중장비에 싣고가 병원 응급실 앞에 재빨리 내려놓고 가버린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감정의 과잉없이 절제돼있지만, 이 형제가 마지막 보여주는 반전은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큰 감동을 준다.


무엇보다 두 주연 배우의 호연이 돋보인다. 실제 양을 키우는 시골의 촌로처럼 보일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동생 역을 맡은 시구르더 시거르존슨과 형으로 출연한 테오도르 줄리어슨은 아이슬란드에서 이미 국민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배우라고 한다.


메가폰은 그리무르 하코나르슨 감독이 잡았다. 그는 제작노트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시골 사람들의 삶과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풍광을 평소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며 "이 영화의 각본을 쓰는 데만 3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14769239812870.jpg영화 '램스' 한 장면 [인디플러그 제공]

그는 가까이 사는 형제가 40년이나 서로 말을 하지 않고 지낸다는 설정에 대해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대체로 약간 고집스럽고 '여긴 내 땅이야'라는 마음가짐이 있다"면서 "아이슬란드에서 그런 일은 꽤 흔하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 영화계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감독은 "아이슬란드 영화가 협소해서 영화계 사람들은 서로 다 안다"며 "마지막 크레딧에 특별 감사 인사를 표하는 인물들의 명단을 보면 영화계 관련 사람들을 거의 다 찾을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11월 3일 개봉.

14769239840482.jpg영화 '램스' 한 장면[인디플러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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