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봉이 김선달'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부러웠어요. 그라면 '실패했어', '안 될 거야'라는 생각도 안 할 것 같았죠."
영화 '봉이 김선달'에서 '김선달' 역을 맡은 유승호(23)는 진지하고 고민도 많은 20대 청년이었다.
그런 유승호가 새 영화 '봉이 김선달'에서 배포가 두둑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젊고 유쾌한 사기꾼 김선달을 연기했다.
유승호는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선달은 실패해도, 좌절해도 그냥 그 모습 그대로일 수 있을 것 같은 점이 부러웠다"며 "나 같은 경우는 그 반대로,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성인이 된 후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리멤버-아들의 전쟁', '무사 백동수'(이상 드라마), '조선마술사', '블라인드' 등 진지하고 심각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유승호는 "코미디는 좋아하는 장르도, 그렇다고 싫어하는 장르도 아니지만 꼭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있었다"며 "전에 느껴보지 못한 기분 좋은 새로운 경험이었고, 생각보다 재밌어서 나중에 한 번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제대 후 스크린 복귀작인 '조선마술사'(2015)에 이어 두 번째 사극이다. 연달아 사극에 출연하는 부담은 없었을까.
유승호는 "'조선마술사'와 개봉 간격이 길지 않을 텐데 이 작품(사극)을 하는 게 맞을까를 많이 고민했다"며 "그러나 내용이나 캐릭터 등 전체적인 부분이 많이 다르고 무엇보다 코미디여서, 모든 장르를 한 번쯤은 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김선달이 거상의 마음을 훔치려고 여장을 하는 부분이다.
김선달의 여장은 원래 현상수배 속 그림으로만 표현할 계획이었으나 유승호가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해 촬영한 장면으로 들어가게 됐다.
그러나 정작 유승호는 이 장면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여장을 하기 전에는 예쁘장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자신 있다고 말했는데 막상 여장을 해보니 징그럽더라"라며 "내 몸이 그렇게 큰 줄도 몰랐고, 눈썹 하며 광대나 골격 하며…그냥 남자더라"라고 웃었다.
대학교 특례입학을 거부했고, 군대도 연예인치고는 이른 21세에 현역으로 다녀왔다.
유승호는 "좋은 이미지를 가지려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입대는 본인이 강력히 원해서 한 것이었다고.
"어릴 적 꿈이 군인이었어요.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군인이 그렇게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배우로 살았지만, 일상 속 유승호는 평범한 20대다.
절친한 친구가 3명 있다고 말한 그는 "생일이면 서로에게 케이크를 묻히기도 하고, 이성 이야기도 하면서 보통의 20대처럼 논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배우 유승호는 어떤 모습일까.
"어릴 때는 억지로 작품을 한 적이 많아서 공감도 못 했고 캐릭터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이 상황에서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말하는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됐어요. 점점 책임감도 생기고. 나 혼자만 잘해서 돋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 잘 녹아들면 그 안에서 분명히 돋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