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은퇴> 농촌으로, 어촌으로…年 10만명 도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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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식

<베이비부머 은퇴> 농촌으로, 어촌으로…年 10만명 도시 떠난다

'제2의 귀농' 물결 주도…30년 이민생활 접고 농촌 직행 사례도

(충주=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베이비부머의 은퇴 행렬이 시작된 것은 2010년 전후다. 이후 해마다 수십만 명이 기존 직장에서 나오고 있다.


1955∼1963년에 태어난 이들의 노후는 막막하기만 하다.


대다수가 직장 일과 자녀 교육 등 가족 뒷바라지에 쫓겨 은퇴후 삶에 대해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탓에 '인생 2막'은 장밋빛이 아니라 벼랑 끝에 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고민끝에 도시를 등지고 농촌에서 여유로운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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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창업박람회

◇ '귀농 2세대' 주역 베이비부머…2010년 이후 농촌행 주도

귀농·귀촌 가구 수는 2011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베이비 부머 은퇴 시기와 맞물려 급증세를 나타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귀농·귀촌 규모는 4만4천586가구, 8만855명으로 전년의 3만2천424가구, 5만6천267명에 비해 가구는 37.5%, 인원은 43.7% 각각 늘었다.


지난해 귀농·귀촌 규모는 아직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았지만 5만 가구에 1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통계청은 추산했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도시를 떠난 '귀농 1세대'에 견줘 2010년 즈음부터 농촌으로 이주하는 세대를 '귀농 2세대'로 분류한다. '제2의 귀농' 물결을 주도하는 이들이 바로 베이비부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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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민 귀농체험

충북 충주시 수안보에서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 신문수(62)·고미숙(57) 씨 부부는 2010년에 30년 가까운 미국 이민생활을 접고 귀국과 함께 농촌으로 향했다.


1980년대 초 이민 직후부터 해오던 사업을 그만두고 고국에 돌아와 친환경 유기농 방식으로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다.


2만1천487㎡(6천500평) 규모의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면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후배 귀농인의 정착을 돕는 이른바 '선도농가'도 됐다.


남편 신 씨는 충주시 귀농귀촌협의회장까지 맡아 귀농·귀촌인을 위한 일에 팔을 걷고 나섰다.


신 씨는 "여행을 가더라도 목적지를 정한 다음 현지 정보를 알아보고 준비물도 꼼꼼히 챙기지 않느냐"며 "머나먼 타국으로 이민하는 것 못지않은 준비 자세가 없다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에 밀려나는 베이비부머가 귀농·귀촌에서는 오히려 유리한 점도 있다.


퇴직금 등 기초자금을 갖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출발을 할 수 있다.


충주시 농업기술센터의 경우 지난해 정착 기본교육을 받은 50대 예비 귀농인들은 평균 5억원 안팎의 자기자본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충주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은퇴 후 귀농하는 베이비 부머들은 연금을 받는 경우도 많다"며 "적당한 규모의 농가주택을 마련하고 농사로 한 달에 100만원 정도 수익만 꾸준히 올리면 생활에 별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풍부한 인생 경험과 연륜도 농촌 정착에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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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 농업창업지원센터

◇ '샌드위치 세대' 마지막 희망을 쏘다

베이비 부머의 농촌행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연구원 연구 결과를 보면 도시에 거주하는 베이비 부머 비율은 한때 83.6%까지 치솟았으나 본격적인 은퇴기가 시작되면서 농촌으로 분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베이비 부머 세대의 66.3%가 은퇴 후 농촌 이주 의사를 보였고, 구체적인 이주 계획을 가진 경우도 전체 응답자의 13.9%였다.


앞으로 10년 내 이주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 비율은 85.8%나 됐다.


사무직, 전문연구직에 소득 수준과 연금 예상 수령액이 많을수록, 자산 보유 규모가 클수록 이주 의향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귀농·귀촌에는 적지 않은 위험이 따르는 만큼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의 충동적인 결정이나 '농사나 지어볼까' 하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다.


현재 농촌은 베이비 붐 세대가 떠나올 때와는 천지 차이다. 그들이 꿈꾸는 낭만적인 농촌공동체 모습도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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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철저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실패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실제로 도시민 은퇴자는 농촌사회에서 잦은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대형 전원주택에 번쩍이는 고급 외제 승용차, 호화스러운 옷차림으로 이웃에 반감을 주는 귀촌인도 있다.


귀농·귀촌이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이후 삶의 대안이 되려면 농사기술 습득보다는 농촌 정서를 이해하고 농민과 함께하려는 진지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원적 삶의 가치를 추구하며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전원생활형 귀농도 추천할 만하다.

전원생활형 귀농인들은 적정 규모의 영농에 종사하면서 농산물 가공·판매·체험활동을 연계한 6차 산업으로 다양한 농외소득을 올린다.


손유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박한 마음으로 안정된 수준의 소득 확보를 목표로 삼아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며 "자신이 해 온 일을 농촌에 어떻게 접목할지 미리 교육받고 시작하면 농촌과 공생 여지가 더 커진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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