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하위' 화천군, 노인인구 17%…상당수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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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식

'기대수명 하위' 화천군, 노인인구 17%…상당수 빈곤

"대형병원 없어 항상 건강불안"…분만실 갖춘 의원은 0곳
응급환자, 춘천 대학병원으로 이동하다가 종종 사망

(화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큰 병 치료하는 병원이 없다 보니까 항상 불안하지요."

최전방지역인 강원 화천군 상서면에 사는 김모(73)씨는 최근 다친 팔을 치료하려고 마을버스를 타고 30분 거리의 화천읍내 병원을 오간다.


면 소재지 보건지소에서 치료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심해지는 지병의 검진도 받아볼 겸 원거리 이동의 불편을 감수한다.


김씨는 차상위계층이다.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임에도 정부의 기초생활보장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잠재적 빈곤계층이다.


생계비나 의료급여 등 사회안전망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해 중병에 걸리면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현재 진료비 약 1천500원을 내고 매일 치료를 받지만, 건강에 대한 불안감에 떠는 이유다.


그나마 김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암 등으로 수술을 받았거나 전문 치료가 필요한 주민은 1시간 거리의 춘천으로 이동한다. 거기에 나가야 종합병원인 대학병원이 있기 때문이다.


춘천에서는 치료비 부담이 확 올라간다. 골절 치료 등 일부 질환의 치료비는 동네 의원보다 무려 10배가량 더 든다. 뚜렷한 소득이 없는 농촌 노인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예약진료라도 병원에서 순번을 기다렸다가 진료받고 귀가하려면 한나절은 족히 걸린다.


뇌졸중 등 갑작스러운 질병이라도 걱정되면 주민의 불안감은 극도로 커진다. 지리적·경제적 악조건으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의료시설을 갖춘 춘천의 대학병원으로 이동하던 도중 숨진 마을 주민들이 종종 있다. 도시에 살았다면 생명을 건질 수도 있었음에도 '골든 타임'을 놓쳐 생명을 잃은 것이다.


화천지역 의원은 화천읍에 5곳과 사내면에 2곳 등 7곳에 불과하다. 산모를 위한 분만실은 아예 없다.


젊은 층은 전문 의료시설이 있는 춘천으로 급속히 빠져나간다. 그렇게 되면 노인 인구는 상대적으로 늘어나면서 지역 의료 수준은 더욱 나빠진다.


화천군 저소득자가 서울 서초구의 고소득자보다 기대 수명이 15년이나 짧았다는 서울대 의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나온 이유다.


화천의 인구(9월 기준)는 2만7천214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은 4천810명에 달한다.


노인 인구 비율이 17.7%로 전국 평균치(약 11%)보다 매우 높다. 상당수는 저소득층이다.


서울대 팀의 조사에서 화천군의 고소득층(83세)과 하위층(71세)간 기대수명 차가 12년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높을수록 오래 산다는 이번 연구 결과를 입증하는 사례다.


화천군의 기초수급자 등 저소득층으로 분류된 가구는 749가구, 1천79명이다.


화천군은 지역 특성상 군사시설이 산재해 도시 발전이 늦어졌고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7.7%로 매우 높은데다 저소득층에 포함된 주민이 많다.


다른 지역에 비해 노인 인구와 저소득 주민이 많은 게 기대수명이 짧은 원인이다. 열악한 병원 인프라 등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화천군은 응급의료 사각지대를 없애려고 각종 노력을 전개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우선 농어촌 등 취약지역 응급환자에 대한 정보를 대도시 거점병원 의료진과 원격에서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립병원과 협약을 맺어 주민들이 매월 2회씩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서울의 대형 병원과 업무협약을 통해 연계 진료도 한다. 지역에 정신과 전문의가 없어 우울증, 스트레스 등을 앓는 주민이 많은 점을 고려한 조처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10년, 2013년, 2014년에는 의료급여사업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전방지역 특성상 인구가 좀처럼 늘지 않는데다 고령화가 가속하는 사회현상과 맞물린 탓에 주민 복지에 한계가 있다.


화천군의 이런 현실은 건강 불평등 문제를 없애기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함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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