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표 정치이벤트' 中열병식 엿새 앞으로…5대 관전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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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표 정치이벤트' 中열병식 엿새 앞으로…5대 관전포인트

신형 핵전략무기 공개·시진핑 대일 메시지·北최룡해 대접 수준 등
장쩌민·후진타오 등 주요 원로들 불참 여부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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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군들 열병식 훈련장면. <<AP=연합뉴스DB>>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체제의 최대 정치 이벤트가 될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중국이 2009년 국경절 열병식에 이어 6년 만에 다시 대(大)열병식을 여는 목적은 '중국의 부상' 혹은 '군사굴기'에 초점에 맞춰져 있는 만큼 과연 어떤 신무기들이 등장할지가 최대 관심거리다.

또 이번 열병식의 핵심 키워드가 '항일'인 만큼, 시 주석의 대일 메시지에 담길 대일 공세 수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근년 들어 '사상 최고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중러 양국의 밀착 행보나, '북한 지도자' 자격으로 열병식에 참석하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에 대한 중국의 대우도 주시할 대목이다.


시진핑 1인 권력체제 아래서 점차 존재감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등 원로들의 불참 여부도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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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41로 추정되는 이동식 대형 미사일. <<중국 인터넷 캡처>>

◇신형 핵전략 무기 대거 공개할까? 


중국 당국은 이미 이번 열병식에 1만2천 명의 병력이 참가하고 동원되는 무기들은 기존에 공개된 적이 없는 '신무기'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상황이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와 관련한 최근 보도에서 "(열병식 참가 무기는) 원거리·중거리·근거리, 핵·일반(재래식)·신형 미사일을 아우르게 될 것"이라며 핵무기 혹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포함돼 있음도 확인했다. 


이번 열병식에 등장하는 중국군 미사일 수는 1984년, 1999년, 2009년에 열린 열병식보다 많다. 최소한 100기 이상이 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의 전략폭격기 훙(轟)-6H를 크게 개량한 신형 전략폭격기, 공중조기경보기, 함재기 등 각종 군용기 200대 이상이 투입된다. 중국판 스텔스 전투기로 알려진 젠(殲)-20과 젠-31 등이 등장할지도 주목된다. 


이번 열병식에서 가장 화려한 조명을 받게 될 무기는 역시 핵전략미사일이다.


그중에서도 중국의 차세대 핵전략미사일로 꼽히는 ICBM인 '둥펑(東風·DF)-31B'와 차세대 ICBM 둥펑-41 공개 여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둥펑-31B는 지난해 9월 첫 시험발사에 성공한 다탄두(MIRV) ICBM으로 사거리는 1만 1천200㎞에 달한다.

 

사거리 1만 4천∼1만 5천㎞의 둥펑-41은 목표물 명중 오차율이 120m 이하로 둥펑-31A(300m)보다 훨씬 정교할 뿐 아니라 핵탄두를 10발까지 탑재할 수 있는 MIRV 기능도 갖춰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핵미사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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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베이징 APEC정상회의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DB>>

◇시진핑 대일 메시지…'군국주의 부활' 경고할 듯

이번 항전승리 70주년 기념활동의 전체 주제는 '역사를 새기고, 선열을 추모하며, 평화를 소중히 여기고, 미래를 연다'다. 일본을 직접 겨냥하고 있지는 않는 듯하다.


그러나 열병식 주제는 다르다. '항전의 위대한 승리를 기념하고, 항전의 위대한 정신을 드높이고,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한다'는 표현은 이번 열병식이 일본의 침략 역사를 질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잘 반영하고 있다.


시 주석은 열병식 연설에서 일제 군국주의의 침략으로 얼마나 많은 중국인이 희생됐는지를 부각하며 일본의 역사 부정과 군국주의 부활 동향을 강하게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7월 7일 '7·7사변(노구교(盧溝橋) 사건)' 77주년을 맞아 베이징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 광장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오늘날 여전히 몇몇 사람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과 전쟁 중 희생당한 수천만 명의 무고한 생명을 무시하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며 일본의 과거사 부정 행보를 겨냥했다.


신중국이 건국 이후 이뤄낸 경제와 군사적 성과를 거론하며 중국의 부상도 적극적으로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해 3월 파리 방문 때 양국수교 50주년 기념대회 강연에서 "중국이라는 사자는 이미 깨어났다"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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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러시아 우파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DB>>

◇'신밀월' 시진핑-푸틴, 다시 한번 '찰떡 행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 열병식에 초대받은 외국 정상들 중에서 가장 먼저 참석을 확인하며 시 주석과의 '의리'를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시 주석이 지난해 5월 열린 러시아의 제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준 데 대한 답방 성격도 띠고 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양국의 경제·외교안보 관계를 다시 한번 격상할 예정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양국은 열병식 무대에서 수백 조 원대로 추정되는 '서부노선' 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안드레이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 대사가 최근 홍콩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

 

'서부노선' 가스공급 프로젝트가 타결되면 러시아는 서부 시베리아 알타이 지역에서 중국 서부 지역으로 대량의 가스를 공급하게 된다.

 

양국은 지난해 5월 중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4천억 달러(약 410조 2천억 원)의 '동부노선' 천연가스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중국언론들은 또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을 위해 리셉션을 여는 등 최고의 대우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의장대는 열병식에서 마지막으로 등장해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서방 국가들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동중국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미국과 일본, 필리핀 등으로부터 '포위공격'을 받는 중국도 러시아와의 군사안보 협력 강화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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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연합뉴스DB>>

◇미래 북중관계의 가늠자 될 '최룡해 위치' 

열병식 당일 톈안먼(天安門) 성루 위에는 중국 지도부와 박근혜 대통령, 푸틴 대통령 등 초청된 외국 정상들이 올라가게 된다. 이 중에는 북한의 최룡해 비서도 포함돼 있다.


박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함께 이번 행사의 최고 귀빈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지만, 최 비서가 과연 중국으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게 될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다수의 베이징 관측통은 일단 이번 열병식에서는 꽁꽁 얼어붙은 북중관계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라며 최 비서에 대한 '푸대접' 쪽에 무게를 실고 있다.


북한은 중국의 거듭된 '비핵화 조치' 요구에도 그동안 이렇다할 성의를 보이지 않은데다 이번 열병식과 관련해서는 군 의장대는 물론 군 참관단조차 보내지 않아 중국의 '체면'을 깎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최 비서를 30명의 외국 지도자 명단에 포함했다는 점에서 각국 정상에 준하는 의전으로 북중 관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북한에 우호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 비서가 지난 2013년 5월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시 주석과 회담했던 인물인 만큼, 북한이 중국 입장을 고려해 '권력 실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6일 뒤 만들어질 톈안먼 성루 위 '그림'은 현재의 북중관계를 평가하고 미래의 북중관계를 조망해 볼 수 있는 하나의 가늠자가 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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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열린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 당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장쩌민 전 국가주석 뒤로 시진핑 국가 부주석이 걸어가고 있다.
 

◇'올드보이' 빠진 열병식 되나…원로들 불참 가능성

이번 열병식은 시진핑 체제들어 변화하고 있는 중국의 정치 지형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베이징 정가와 외교가에서는 근년 들어 중국의 집단지도체제가 시진핑 체제 들어 1인 권력 집중체제로 크게 변화했고 원로들의 영향력과 발언권은 크게 위축됐다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와 관련, 그동안 국경절(10·1) 열병식 등 국가적 행사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해온 전직 국가지도자들의 불참 가능성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장쩌민 전 주석이 건강상 문제와 당 중앙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열병식에 불참할 것이라고 중화권 매체인 둬웨이(多維)가 26일 전했다.


장 전 주석은 이달로 89세 생일을 맞았다. 건강악화설이 종종 나돌았으나 이달 초 열린 최고지도부와 원로들의 '비밀회동'으로 불리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에게 '대권'을 물려준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뚜렷한 이유는 제시되지 않았다. 


최근 건강 악화설이 나온 리펑(李鵬) 전 총리는 자신은 열병식 참석을 원하고 있지만 의료진이 만류해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주요 원로들의 열병식 불참은 리 전 총리처럼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 중국에서 원로들의 정치개입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는 점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로들이 열병식에 불참하면 시진핑 지도부 이전 주요 국가행사에 원로들의 참석이 당연시되던 '원로정치' 관행이 또 하나 깨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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