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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연합 평창올림픽 즈음해 대표회장 명의 담화문 발표한국기독교연합(대표회장 이동석 목사)은 지난 2일 대표회장 이동석 목사 이름으로 담화문을 발표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북 화해와 세계 평화의 마중물이 되도록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한기연은 담화문에서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두 번째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남북이 나란히 손을 잡고 입장하는 모습에서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열망과 기대감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함으로써 북 핵 위협에 대해 잠시나마 전 세계인의 우려가 불식되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라고 평가했다. 담화문은 그러나 “국민들은 이번 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함으로써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올림픽의 흥행이 성공하는 것보다 올림픽 이후의 남북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남과 북이 고위급 회담을 통해 현재의 군사적 긴장관계를 일시적으로 해소하는 데는 기여했으나 올림픽을 무사히 치른다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것은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완료하는 시점에서 유엔 등 전 세계의 정치 경제적 제재와 압박을 평창올림픽을 구실삼아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갑자기 올림픽 개회 전날인 8일을 건군절로 정하고 대규모 열병식을 거행하려는 의도가 무엇이겠는가. 올림픽에 재를 뿌리려는 속셈은 아닐지라도 자발적 올림픽 참가로 시선을 모은 뒤 자기들 체제의 건재와 향후 북핵문제 처리와 경제제재에서 유리한 협상카드를 쥐려는 의도를 너무도 쉽게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기연 담화문은 “국민들은 정부가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북한에 끌려 다니기를 그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이미 합의한 회담과 방남 일정을 함부로 뒤집거나 언론의 보도 태도를 문제삼아 예정된 금강산 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의 몰상식적인 태도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런 비상식적이고 철부지 같은 응석을 다 받아주는 정부의 태도를 지켜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속내가 어떨지 정부는 분명히 헤아려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담화문은 특히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 선수들이 공동훈련을 할 때는 우리 선수들의 복장에 ‘태극기’와 ‘코리아’ 글자조차 불허하고, 남한에 입국한 북한 선수들이 인공기를 앞세워 김일성 김정일 배지와 인공기문양을 한 복장으로 활보하는 모습은 국민 정서와 한참 동떨어진 것임을 알아야 한다”면서 “정부가 모처럼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이어가기 위해 무진 애쓰고 있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북측이 이미 핵문제를 절대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선언한 마당에 무조건 양보하고 매달리는 자세로 어떻게 평화를 지키겠다는 것인지 대다수 국민들이 염려하고, 또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과 북한의 핵 대응이 충돌할 경우 올림픽 이후에 6.25 한국전쟁 같은 최대의 안보위기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는 살얼음판 같은 현실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정부는 감성적인 평화 구호보다 보다 냉정하게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관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올림픽으로 조성된 평화 분위기가 평화통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다 주도면밀한 통일 외교 안보 전략으로 대응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담화문은 끝으로 한국교회 1천만 성도들에게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 평화 정착에 크게 기여하는 성공적인 올림픽으로 치려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염원하는 마음으로 주님께 기도하자”고 간곡히 호소했다. <다음은 담화문 전문> <담화문>평창 동계올림픽이 남북 화해와 세계 평화의 마중물이 되도록 기도합시다 전 세계 지구촌의 겨울축제인 평창 동계올림픽이 9일 개막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두 번째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 이유는 남북이 나란히 손을 잡고 입장하는 모습에서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열망과 기대감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함으로써 북 핵 위협에 대해 잠시나마 전 세계인의 우려가 불식되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비록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놓고 공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남과 북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더 큰 걸음을 내딛는다는 의미로 남북 당국 뿐 아니라 IOC까지 대승적 차원에서 결정한 만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다만 올림픽만 바라보고 피땀 흘려가며 훈련해 온 선수 개개인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정부가 더욱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이번 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함으로써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올림픽의 흥행이 성공하는 것보다 올림픽 이후의 남북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남과 북이 고위급 회담을 통해 현재의 군사적 긴장관계를 일시적으로 해소하는 데는 기여했으나 올림픽을 무사히 치른다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완료하는 시점에서 유엔 등 전 세계의 정치 경제적 제재와 압박을 평창올림픽을 구실삼아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갑자기 올림픽 개회 전날인 8일을 건군절로 정하고 대규모 열병식을 거행하려는 의도가 무엇이겠는가. 올림픽에 재를 뿌리려는 속셈은 아닐지라도 자발적 올림픽 참가로 시선을 모은 뒤 자기들 체제의 건재와 향후 북핵문제 처리와 경제제재에서 유리한 협상카드를 쥐려는 의도를 너무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국민들은 정부가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북한에 끌려 다니기를 그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이미 합의한 회담과 방남 일정을 함부로 뒤집거나 언론의 보도 태도를 문제삼아 예정된 금강산 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의 몰상식적인 태도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런 비상식적이고 철부지 같은 응석을 다 받아주는 정부의 태도를 지켜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속내가 어떨지 정부는 분명히 헤아려 봐야 할 것이다. 더구나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 선수들이 공동훈련을 할 때는 우리 선수들의 복장에‘태극기’와‘코리아’글자조차 불허하고, 남한에 입국한 북한 선수들이 인공기를 앞세워 김일성 김정일 배지와 인공기문양을 한 복장으로 활보하는 모습은 국민 정서와 한참 동떨어진 것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 정부가 모처럼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이어가기 위해 무진 애쓰고 있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북측이 이미 핵문제를 절대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선언한 마당에 무조건 양보하고 매달리는 자세로 어떻게 평화를 지키겠다는 것인지 대다수 국민들이 염려하고, 또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명심하기 바란다. 우리는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과 북한의 핵 대응이 충돌할 경우 올림픽 이후에 6.25 한국전쟁 같은 최대의 안보위기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는 살얼음판같은 현실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문재인 대통령도 이미 같은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따라서 정부는 감성적인 평화 구호보다 보다 냉정하게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관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올림픽으로 조성된 평화 분위기가 평화통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다 주도면밀한 통일 외교 안보 전략으로 대응해 주기를 바란다. 한국교회 1천만 성도들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 평화 정착에 크게 기여하는 성공적인 올림픽으로 치려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염원하는 마음으로 주님께 기도할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 2018. 2. 2 한국기독교연합 대표회장 이동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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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오랜 세월 진주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보아 온 진주성(晉州城ㆍ사적 제118호)은 서남쪽에서 동남쪽으로 유유히 흐르는 남강을 따라 높이 5∼8m, 길이 1천760m의 성곽을 두르고 있는 자그마한 성이다. 어둠이 깔리면 진주성과 촉석루는 황홀한 야경을 보여준다. [사진/전수영 기자]현재 역사공원으로 꾸며진 진주성에서는 임진왜란 때 두 차례의 큰 전투가 있었다. 처음 건립된 시기는 삼국시대로 추정되며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다. 이후 고려말 우왕 5년(1379)에 진주목사인 김중광이 잦은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석성으로 개축했다. 이어 선조 24년(1591) 경상도 관찰사 김수가 외성을 쌓았다. 이듬해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그해 10월 진주성에서 진주목사 김시민 장군이 3천800여 명의 군사로 2만여 명의 왜적을 물리쳤다. 임진왜란 3대 대첩의 하나로 꼽히는 진주대첩은 왜군이 곡창지대인 호남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여덟 달 뒤인 1593년 6월 왜군 10만여 명이 다시 진주성으로 쳐들어왔다. 민ㆍ관ㆍ군 7만여 명이 왜구에 맞서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웠지만 끝내 장렬하게 순절했고 진주성은 함락됐다. 왜군은 승전을 자축하기 위해 촉석루에서 술판을 벌였다. 이 와중에 의기 논개는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몸을 던졌다.장일영 문화관광해설사는 “진주성은 한산대첩, 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인 진주대첩이 벌어졌던 격전지로 역사 현장학습에 빼놓을 수 없는 명소”라며 “진주를 일컬어 약무진주 시무호남(若無晋州 是無湖南)이라고 말하듯 진주는 예로부터 남부지방의 전략적 요충지였다”고 말한다.진주대첩이 벌어졌던 혈전의 현장인 진주성은 임란 이후 경상도 우병영이 위치했고, 해방 이후 1925년 경남도청이 부산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행정기관이 소재했다.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이 살았는데 1979년부터 성 안팎의 민가를 모두 철거, 지금의 역사공원으로 조성됐다. 성안에는 촉석루, 의기사, 창렬사, 북장대, 서장대 등 진주성 전투를 돌이켜 생각해볼 만한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아픈 역사를 품은 진주성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 100선에 3회 연속 선정됐다. 촉석루는 미국의 뉴스 전문채널 CNN이 선정한 ‘한국 방문 시 꼭 가봐야 할 곳 50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공북문과 김시민 장군 동상◇ 왜적과 맞섰던 치열한 역사의 현장17세기 이후에 그려진 ‘진주성도’에 나와 있는 진주성의 정문인 공북문(拱北門)을 통해 성안으로 들어가니 잘 꾸며진 잔디공원과 김시민(金時敏ㆍ1554∼1592) 장군 동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공북문은 ‘북쪽에 있는 임금님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공경의 뜻을 표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임금이 계시는 북쪽을 향해 절을 하고 고유(告由)하던 자리로 알려졌다.2000년 1월 1일 제막한 김시민 장군 동상은 높이 7m로 진주성 수호상이다. 시호는 충무(忠武)로 이순신 장군과 같다. 동상 앞 비석에는 “1578년 무과에 급제, 훈련원·군기시 판관을 거쳐 1591년 진주 판관이 되었다. 1592년 4월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목사가 병으로 죽자 그 직을 대신하여 민심을 다독이고 성과 못을 수축하는 한편 무기를 정비하고 군사체제를 갖추어 사천ㆍ고성ㆍ진해ㆍ지례ㆍ금산 등지에서 승전고를 올리며 목사로 승진되었다. 그리하여 같은 해 10월 5일 침공한 적의 2만 대군을 불과 3천800여 병력으로 6일간의 공방전 끝에 크게 무찔러 이기니 곧 진주대첩이다. 그러나 이마에 적탄을 맞았다. 이어 경상우도병마절도사에 임명되었으나 병상에서 나랏일을 근심하며 눈물짓다가 39세를 일기로 이곳 진주성에서 순절하였다. 슬프다! 장군의 천수가 꺾이지 않았던들 이듬해 6월 진주가 적의 손에 떨어졌을까…”라고 적혀 있다. 김시민 장군 동상을 둘러본 뒤 성곽을 따라 왼쪽으로 올라가면 김시민 장군 전공비(경남 유형문화재 제1호)와 제2차 진주성 싸움에서 순국한 김천일, 최경희, 황진 등의 충정과 전공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 세워진 촉석정충단비(矗石旌忠檀碑ㆍ경남 유형문화재 제2호)를 만난다. 옆에는 피비린내 나는 전투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7만 민ㆍ관ㆍ군의 넋을 기리는 임진대첩계사순의단이 세워져 있다. 촉석루는 진주성을 휘감아 도는 남강과 어우러져 천하의 전경을 연출한다.임진대첩계사순의단에서 남강 쪽으로 내려가면 ‘영남 제일의 명승’으로 꼽히는 촉석루(矗石樓ㆍ경남도 문화재자료 제8호)가 서 있다. 고려 고종 28년(1241)에 창건된 이래 수차례의 중건과 중수를 거듭한 촉석루는 ‘강 가운데 우뚝 솟아있다’는 의미로 ‘촉석’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전시에는 장졸을 지휘하던 지휘소로 쓰였고 평시에는 시인 묵객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이었다. 정면 5칸, 측면 4칸의 팔작지붕의 누대로 과거를 치르던 고사장으로도 사용됐다. 임진왜란 때 불탄 촉석루는 1948년 국보 제276호로 지정됐으나 6.25 한국전쟁 때도 불타는 불운을 겪은 뒤 1960년에 복원됐다.촉석루에 오르면 ‘북에 평양 부벽루가 있다면 남에는 진주 촉석루가 있다’는 옛말이 거짓이 아님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그 옛날 진주성을 휘감아 도는 남강과 의암, 강너머 드넓은 모래사장, 초록빛 산과 탁 트인 하늘이 어우러져 천하의 절경을 연출했을 것이다. 고려 시대 문인 이인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화집으로 손꼽히는 ‘파한집’에서 “진주의 산수(山水)가 영남 제일”이라고 말했다. 시원한 강바람이 부는 촉석루에는 퇴계 이황, 학봉 김성일, 청천 신유한, 매천 황현 등 수많은 시인 묵객들의 시판(詩板)이 걸려 있는데 너무 높이 걸려 있어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논개의 충절이 서린 의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촉석루에서 암문을 통해 성 밖으로 나가면 논개가 적장을 껴안고 남강에 뛰어든 의암(義巖ㆍ경남 기념물 제235호)이라는 바위가 반긴다.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남강 수면 위에 솟아있는 바위 서쪽 면에는 인조 7년(1629) 정대륭이 쓴 ‘義巖’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논개가 낙화(落花)한 곳이라서 그런지 촉석루를 떠받치는 벼랑 만큼이나 크고 당당하게 느껴진다. 의암 바로 위에 세워져 있는 의암사적비에는 ‘그 바위 홀로 서 있고 그 여인 우뚝 서 있네/ 이 바위 아닌들 그 여인 어찌 죽을 곳을 찾았겠으며/ 이 여인 아닌들 그 바위 어찌 의롭다는 소리 들었으리요/ 남강의 높은 바위 꽃다운 그 이름 만고에 전하리’라는 한시가 새겨져 있다.촉석루 옆에는 의기 논개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 의기사(義妓祠ㆍ경남 문화재자료 제7호)가 있다. 다산 정약용의 중수기, 매천 황현과 진주기생 산홍의 시판이 걸려 있다. 매천 황현의 ‘매천야록’에 따르면 미모와 기예가 모두 뛰어난 진주기생 산홍은 내부대신이며 친일 앞잡이인 이지용이 첩이 되어 달라고 요청하자 “세상 사람들이 대감을 오적의 우두머리라고 하는데 첩은 비록 천한 기생이라고 하나 스스로 사람 구실을 하는데 무슨 까닭으로 오적의 첩이 되겠습니까?”라며 꾸짖었다고 한다. 규모는 작지만 촉석루보다 높은 지역에 있어 서쪽을 감시하고 지휘하기 좋은 서장대◇ 불빛과 물이 어우러진 황홀한 야경 의기사 바로 옆 쌍충사적비(雙忠事蹟碑ㆍ경남 유형문화재 제3호)는 임진왜란 때 의병을 모아 싸우다 순국한 성주목사 제말장군과 이순신 장군을 도와 큰 공을 세운 제흥록 장군의 충의를 새긴 비석이다. 쌍충사적비를 지나 성곽을 따라가면 진주성에서 가장 높은 망루인 서장대((西將臺ㆍ경남 문화재자료 제6호)가 나온다. 절벽 위에 위치해 서쪽을 감시하고 지휘하기 좋은 지휘소로 남강이 훤하게 내려다보인다. 여지도서(輿地圖書)에 회룡루(回龍樓)로 나오는데 규모는 작았으나 촉석루와 같이 다락집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지금의 서장대는 1934년 한 독지가에 의해 중건한 것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목조기와 집이다.서장대 아래 위치한 호국사(護國寺)는 임진왜란 때 승병들의 근거지였으며, 창렬사(彰烈祠ㆍ경남 문화재자료 제5호)는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된 충민사에 모셔져 있던 충무공 김시민 장군의 신위와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순절한 38명의 신위를 모신 사액(賜額) 사당이다. 사당 내에는 임금이 지어 내린 제문의 비각이 있다. 선조 40년에 건립된 사액사당인 창령사 창렬사를 나와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천자총통ㆍ지자총통ㆍ현자총통이 설치된 포루를 만난다. 진주성 내성에는 3곳, 외성에는 9곳 등 총 12좌가 있었으나, 상징적으로 한 곳만 복원했다. 팽나무와 느릅나무가 하나로 붙어있는 연리나무를 지나면 북쪽 지휘소인 북장대(北將臺ㆍ경남 문화재자료 제4호)에 닿는다. 진주성 북쪽 끝 제일 높은 곳에 있어 성내는 물론 외성의 군사까지 지휘할 수 있었다. 진남루(鎭南樓)라고도 부르는 북장대에 오르면 진주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북장대에서 성벽을 따라가면 공북문이고, 성 중심부로 내려오면 조선 시대 경상우도 병마절도영의 문루인 영남포정사(경남 문화재자료 제3호)가 눈에 띈다. 문루 앞에는 ‘수령 이하의 사람은 말에서 내려 걸어 들어오라’는 표석인 하마비가 있다.진주성 내 임진왜란 전문역사박물관인 진주국립박물관은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임진왜란실은 전쟁의 발발, 일본군 전략, 조선의 대응(의병과 수군의 활약), 명군의 참전, 정유재란과 종전 등의 주제로 나누어 전쟁의 큰 흐름을 보여준다. 김시민선무공신교서(보물 제1476호), 천자총통(보물 제647호) 등 다양한 유물 관람은 물론 진주성의 역사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진주국립박물관 내 임진왜란실 진주성의 또 다른 매력은 야경이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진주성 건너편 중앙광장에 서면 진주성벽과 촉석루는 화사한 불빛을 받아 황홀한 경치를 보여준다. 바람에 일렁이는 남강 물결 너머 촉석루의 처마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조명으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뀐 성안으로 들어가 은은한 불빛을 따라 느릿느릿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왜적과 맞섰던 치열한 역사의 현장, 천지사방이 적요했고 남강의 물결은 더없이 깊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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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잊으랴" 전국 곳곳 기념행사로 6·25 전쟁 되새겨25일 서울 잠실 체육관에서 거행된 6·25 전쟁 발발 67주년 정부 기념식과 함께 전국 곳곳에서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민간인 출입통제선 이북에 있는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문화광장에서는 6·25 전쟁의 교훈을 상기하는 기념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역사적인 상륙작전이 펼쳐진 인천의 기념식 무대에서도 6·25 전쟁에 참전한 21개국 국기가 올려져 참전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 전쟁 당시의 참상과 아픔을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열린 곳도 많아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강원도 인제군 38 공원에서는 6·25 전쟁 사진전과 주먹밥, 찐 감자 등 전쟁음식을 체험하는 시식회 등이 열렸고, 경북 영주국민체육센터에서는 주먹밥 시식회가 마련됐다. "전투장비 신기해요"6·25전쟁 67주년을 맞은 25일 육군 22사단이 강원 고성군 송지호 해변에서 2017 통일훈련의 하나로 개최한 '6·25전쟁 상기 화력시범'을 관람하러 온 한 어린이가 전투장비를 견학하고 있다. 2017.6.25 momo@yna.co.kr광주 빛고을시민회관에서도 사진전과 6·25 동영상 보기 등 체험행사가 열렸다. 제주도는 호국 영웅 명예 도로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6·25전쟁 제주 기념식(제주=연합뉴스) 25일 제주시 한라아트홀에서 6·25전쟁 제67주년 제주지역 기념식이 열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17.6.25 [제주도 제공=연합뉴스]koss@yna.co.kr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기념사에서 "제주 출신 호국용사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널리 알리고 길이 남기기 위해 '호국 영웅 명예 도로'를 조성하는 등 제주를 애국 보훈의 성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6·25 전쟁 당시 이름도 낯선 나라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고 장렬하게 싸우다가 희생된 유엔군 전몰용사들의 뜻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다. '잊지않겠습니다' 유엔군 전몰용사 추모(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25일 오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6·25 전쟁에 참전해 목숨을 잃은 유엔군 전몰용사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에 참석한 한국자유총연맹 회원들이 묘비에 헌화하고 있다. 유엔기념공원에는 6·25 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11개국 2천300명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 2017.6.25 ccho@yna.co.kr한국자유총연맹 부산시지부 회원들이 이곳에 유해가 안장된 11개국 2천300명의 전몰용사 묘에 일일이 헌화하고 고개를 숙여 추모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는 이날 휴전선 주변과 동해안에서 민족상잔의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통일 훈련을 했다. (이해용 심규석 이덕기 민영규 백도인 김준호 윤태현 고성식 김용태 박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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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1.5㎜ 등 전국에 소나기…"29일께 제주부터 장마시작"해갈엔 부족…더위 조금 누그러져 비내리는 청와대 앞길비 내리는 청와대 앞길로 차량이 오가고 있다. 2017.6.25 scoop@yna.co.kr일요일인 25일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중부지방과 경상도 등 일부 지역에는 국지적으로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렸다.일부 지역에서는 시간당 20㎜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리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강수량은 서울은 중랑구에 31.5㎜의 비교적 많은 비가 내렸고, 광주 오포 27.5㎜, 제천 덕산 18.5㎜, 포천 광릉 9.0㎜ 등으로 집계됐다. 기상청은 서해 상에 있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내일까지 전국이 흐리고 가끔 비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밤부터 내일까지 예상 강우량은 서울, 경기, 강원 영서, 충남, 전라도에 10∼40㎜, 경상도, 강원 영동, 충북, 제주도, 서해5도에 5∼30㎜이다.이날 비로 각 지역의 더위는 주춤한 상태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서울기온은 26.4도, 인천 28.2도, 강릉 22.8도, 청주 29.3도, 대전 28.6도, 전주 28.4도, 광주 29.9도, 제주 24.5도, 안동 29.4도, 대구 28.8도, 의성 30.4도 등을 기록했다.기상청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평년대비 강수량이 50%에 못 미치는 곳이 많다"며 "이날 강수량은 가뭄 해갈에는 부족한 양"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서해 상에 있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당분간 산발적인 비가 내리겠다"며 "오는 29일께 제주도에서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장마가 시작되면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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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선에서, 후방에서…국민 지키려 싸운 '참수리' 경찰들한국전쟁 당시 경찰 6만3천여명 참전…1만여명 목숨 잃어 춘천 내평지서 6.25 당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6·25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과의 전투와 관련한 초점은 주로 군 병력의 활약상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각 지역의 치안을 유지하던 경찰도 수만명에 이르는 규모로 투입돼 곳곳에서 전투에 가담했다.24일 경찰청에 따르면 한국전쟁 기간 동원된 경찰력은 모두 6만3천427명이다. 이들 가운데 1만859명이 교전 중 전사 또는 실종되거나 북한군에게 납치돼 순직 처리됐고, 6천985명이 부상했다. 참전한 경찰관들은 연합군과 함께 최전선에서 포화에 맞섰고, 각자 근무하던 지역에서 북한군이나 빨치산을 상대로 교전하다 끝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들 역시 불행한 분단 역사의 또 다른 희생자들이다.◇ 1개 사단에 맞서다…춘천 내평지서 '9인 결사대' 1950년 6월25일. 38선을 넘은 북한군 2사단은 전략적 요충지인 춘천을 향해 급속도로 남진, 금세 접경지역인 내평리에 닿았다. 내평리를 담당하는 내평지서(지금의 파출소·지구대)에는 노종해 지서장 등 9명이 근무하고 있었다.지서를 포위한 북한군은 압도적 장비와 화력, 병력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내평지서 경찰관들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조건에서도 1시간 이상 교전하며 북한군의 움직임을 묶었다. 경찰관 9명은 모두 전사했다.이들이 목숨을 걸고 북한군 2사단의 남하를 지연시키는 동안 국군 6사단은 춘천 남쪽에 저지선을 구축할 시간을 벌었다. 이는 이후 북한군의 춘천 점령 시도를 무산시키고, 초반 전력에 타격을 입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천년고찰에서 외로운 사투…곡성전투경찰대 전쟁 발발 이후 북한군은 파죽지세로 남한 영토 대부분을 점령했다. 호남지역까지 밀고 내려온 북한군 손에 광주와 전남 순천, 광양이 넘어갔고, 인접한 곡성도 언제 북한군 수중에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곡성경찰서 경찰관들은 상부로부터 퇴각 명령을 받았음에도 지역을 지키고자 곡성에 남기로 했다. 이들은 신라 시대 창건된 천년고찰 태안사를 지휘소로 삼아 '곡성전투경찰대'라는 이름으로 전투를 준비했다.7월28일. 북한군 603기갑연대가 섬진강 압록교 옆에서 숙영한다는 첩보가 전경대에 입수됐다. 지형에 익숙한 전경대는 다음날인 29일 압록교 주변에 매복했다가 당시 휴식 중이던 북한군을 기습해 완승을 거뒀다.뜻하지 않게 허를 찔려 약이 바짝 오른 북한군은 주변 지역에 주둔하던 부대들을 곡성으로 소집했다. 전경대는 적의 반격이 임박함을 느끼고 8군사령부에 무기와 보급품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해 고립무원 상태가 됐다.8월6일. 태안사 주위에 매복했던 북한군 2개 연대가 전경대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고, 전경대는 결국 48명의 전사자를 낸 뒤 태안사에서 탈출했다. 태안사 입구에는 전사자 48명의 넋을 기리는 충혼탑이 세워져 있다. 태안사 전투 희생 경찰관 위령제 [연합뉴스 자료사진]전남 곡성군 죽곡면 원달리 태안사내 경찰 충혼탑에서 열린 제56주기 전남 곡성 태안사 전투 희생 경찰관 위령제에서 전남지역 경찰서장들이 묵념하고 있다.//지방/-지방기사참조-/ 2006.8.4 [연합뉴스 자료사진 ◇ 미 해병대가 인정한 전투력…'장진호 전투' 참가한 경찰부대1950년 11∼12월 벌어진 '장진호 전투'는 한국전쟁 당시 매우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로 꼽힌다. 함경도까지 북진한 연합군이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막혀 포위당한 뒤 막대한 피해를 보고 간신히 철수에 성공한 사건이다.연합군 입장에서는 패배였지만, 이 전투로 중공군의 진격이 지연되면서 10만명에 이르는 피란민이 무사히 남쪽으로 피신한 '흥남 철수'가 가능했다.미군 전쟁사에도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된 장진호 전투에는 한국 경찰도 참가했다. 경찰관 중 자원자를 뽑아 별도로 훈련해 구성한 '화랑경찰대'와 '소속 미상의 경찰 1개 소대'가 연합군과 함께 싸웠다는 기록이 있다.당시 참전한 미군 증언에 따르면 이들 경찰부대는 열악한 장비와 무기를 갖고도 "상당한 전투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자부심 강하기로 이름난 미 해병조차 한국 경찰부대의 군기와 전투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美 종군사진작가 데이비드 던컨이 기록한 장진호 전투(서울=연합뉴스) 20세기 대표 전쟁사진작가 데이비드 던컨이 포착한 한국전쟁 중 미국 해병의 악전고투 장면들이 재조명 됐다. 그가 한국전에서 미국 해병들과 함께 전쟁 모습을 담아 1951년 출간한 'This is war!(이것은 전쟁이다!)' 사진집에서는 아군 탄약이 거의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공포를 느끼고 숙고하는 해병 중대장의 모습, 머리가 사라진 적군 시체와 처음 마주친 병사가 두려움 없는 듯 시체를 건너 뛰는 모습 등이 생생하다. 사진은 장진호 전투에서 후퇴하며 '악몽의 계곡'을 건너는 미 해병. 2016.2.27 << 데이비드 던컨의 'This is War! >> photo@yna.co.kr ◇ 5배 전력에 맞서…강경경찰서의 '18시간 혈투'1950년 7월. 빠르게 남진한 북한군이 충남지역을 차례로 접수하자 강경경찰서(현 논산경찰서) 경찰관 220명은 피란민들과 함께 인접한 전북 임실로 후퇴했다. 그러다 강경이 아직 북한군에 넘어가지 않았음을 알고 복귀를 시작했다.강경읍내에는 일부 북한군 병력이 먼저 도착해 관공서 등 주요 기관을 접수하고 있었다. 경찰은 밤을 틈탄 기습 공격으로 경찰서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강경서의 이같은 상황은 북한 정찰부대를 통해 이미 북한군에 전파돼 있었다. 이윽고 1천여명에 이르는 북한군 부대가 강경서를 포위한 뒤 맹공을 퍼부었다. 18시간에 걸친 전투에서 서장을 비롯한 경찰관 83명이 전사했다.그럼에도 강경서 전투는 북한군 주력부대의 호남지역 진출을 수일간 지연시켜 낙동강 도하작전에 차질을 빚게 한 공적으로 기록돼 있다. 논산경찰서 앞 격전지 표지석 [경찰청 홈페이지=연합뉴스]◇ 후방서도 지역 지키다…인민재판으로 학살되기도 전쟁 기간 최전선이 아닌 후방에서도 각 지역에 침투한 유격부대 빨치산과 군·경 간 전투가 빈번했다. 지리산 일대에서 활동한 빨치산 부대 남부군과 한국군 및 경찰의 전투는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1951년 9월13일. 경남 산청군 일대 점령을 시도한 빨치산 57사단은 산청군 생비량지서를 상대로 공격을 감행했다. 빨치산 병력은 1천명에 달했으나 지서를 지키는 경찰은 경찰관과 의용경찰대원 100명에 불과했다.병력과 화력의 절대적 열세에도 경찰은 끝까지 저항했으나 결국 2시간 만에 빨치산에 제압됐다. 생포된 경찰관 5명과 의용경찰 15명은 다음날 인민재판을 거쳐 목숨을 잃어 분단체제의 아픔을 드러내는 한 상징이 됐다. 생비량지서 전투 희생 경찰관 위령탑 [경찰청 홈페이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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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낚은 화천산천어축제…2만7천명 산골마을의 기적척박한 '최전방 접경지'서 100만 명 넘는 세계축제장으로 분단국가 대한민국의 휴전선과 가까운 접경지역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겨울축제가 14일 막이 오른다. 강원도 중에도 인구 2만7천 명에 불과한 초미니 산골 마을에 100만 명이 넘게 찾는 '화천산천어축제'다. 겨울철이면 화천 전체 인구의 50배가 넘는 외지인이 몰리는 이 축제는 올해 14년째를 맞았다. '2016 산천어축제'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6.25 한국전쟁의 격전지로, 안보와 평화를 상징하는 화천은 이제 겨울철이면 세계적인 '축제도시'로 더 유명하다. 지구촌 겨울축제의 메인을 장식하던 화천산천어축제를 만든 산골 마을의 기적이 올해도 계속될까? 화천산천어축제는 매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기네스급 인파, 빙판과 사람이 빚어내는 이색 장면으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화천에 겨울축제가 시작된 건 2003년이다. 전체면적의 90%가 산과 하천으로 둘러싸여 있고, 접경지 특성상 군사시설보호구역과 환경규제 등 이중 삼중의 규제가 겹쳐 꼼짝달싹 못 하는 '첩첩산중 도시'다. 실제로 화천 전체 인구보다 군인이 더 많은 '무장 도시'이기도 하다. 경직된 접경지 특성상 변변한 사업기반이 전무했던 화천은 북한의 도발 위협이 불거질 때면 지역경제가 쑥대밭이 되곤 했다.축제는 오직 살기 위한 생존 전략에서 나왔다. 2000년 처음 만든 제1회 낭천얼음축제는 콘텐츠의 다양성과 경쟁력이 떨어져 호응을 받지 못했다. 화천군과 주민은 다시 머리를 맞댔다. 궁하면 통하는 법일까. '냉장 도시'에서 군대 생활을 했던 사람이라면 하나같이 머리를 흔드는 강추위와 얼음, 각종 규제로 인해 오히려 잘 보전된 자연에서 해답을 찾았다. 무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얼음이 언다는 화천골짜기 얼음판, 주연은 1급수 맑은 물에서 서식하는 냉수성 토종 물고기인 산천어를 캐스팅했다.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던 첫해, 이 마을 주민의 10배 달하는 20만 명이 넘게 몰렸다.언론은 이름도 낯선 어느 작은 산골 마을의 기적으로 축제의 성공을 알렸다.2006년 정부의 유망축제를 시작으로 2008년 우수축제, 2010년 최우수축제로 급성장했다.급기야 2014년부터 현재까지 4회 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 타이틀을 따냈다. '2016 산천어축제' 맨손잡기 체험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중국 하얼빈 빙등제, 일본 삿포로 눈축제, 캐나다 퀘벡 윈터 카니발과 함께 세계 4대 겨울축제로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했다.산천어축제는 '10년 연속 100만 명 돌파'라는 세계축제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쓰고 있다.세계적인 축제라는 명성은 과장이 결코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 수로 검증된 결과다.지난해 열린 산천어축제에 외국인 방문객이 역대 최다인 7만8천여 명에 달했다.매년 해외 유수 언론은 수만 명이 얼음벌판에 구멍을 뚫고 낚시를 하는 장면을 토픽으로 타전하고 있다.가장 추운 도시는 가장 화끈한 체험축제 도시로 탈바꿈했다. '2016 산천어축제' 얼음낚시터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정부의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2014년 기준)에 전국 유일의 '흑자축제'로 이름을 올렸다. 2016년 축제 기준으로 직접경제효과가 약 991억 원에 이른다는 전문기관 조사결과도 나왔다.화천군은 겨울철에 오히려 활기가 넘친다.주민들이 축제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자 축제는 모두의 기업이 됐다.지역주민 참여율이 약 70%에 달한다는 게 평가도 나왔다. 2006년 축제에 처음 도입된 화천사랑상품권은 또 다른 히트작이다. 축제에 참여하면 비용의 일부를 지역 농산물이나 상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되돌려 주었다.전국의 지역상품권의 효시로 인정받을 만큼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해 축제 평가 용역 결과 상품권과 농특산물교환권 발행권 유통액이 12억6천여만 원으로 나타났다. '2017 산천어축제' 대형 눈조각 제작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지역 농민은 한 해 농사를 지은 농산물을 판매하고, 숙박업소는 예약접수와 손님맞이로 눈코 뜰 새가 없다. 노인들은 일 년간 산천어 등 제작으로, 지역 업체는 축제장 시설 준비로 여름부터 참여한다.하지만 자연환경을 이용한 축제이다 보니 개막 시기가 가까우면 늘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올해는 유례없는 위기도 닥쳤다.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온난화와 갑작스럽게 이틀간 내린 폭우(50mm)로 얼음이 얼지 않아 위기를 맞았지만, 산골주민은 주저하지 않았다.매번 얼음판을 점검하는 참여단체의 열정과 노하우, 밤낮으로 얼음벌판만 바라보는 화천군 공무원의 정성이 똘똘 뭉쳤다.화천군과 주민은 다양한 겨울 레포츠 종목을 늘리고 지역 숙박업소를 이용하면 야간 밤낚시를 무료로 운영하는 등 새로움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올해는 핀란드 로바니에미시의 리얼 산타도 초청해 '1월의 크리스마스'로 색다른 이벤트를 선사한다. '2017 산천어축제' 산타 우체국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산천어축제 성공의 가장 큰 밑거름은 주민의 관심과 참여였다.거대한 축제장을 관리하는데 큰 비용이 들지만, 자원봉사센터를 비롯해 각 사회단체, 주민이 자발적으로 나섰다.관광객 안내와 환경정비, 교통관리, 화장실 관리 등에 참여했고, 화천에 등록된 자원봉사자가 약 1만5천 명에 달할 정도다. 전체 군민 중 60%를 훌쩍 넘는 수다.다만, 화천 축제장으로 향하는 협소한 국도와 지방도, 50년이 넘은 화천읍 관문 화천대교는 개선이 시급하다.관광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한 사회기반시설은 세계축제 명성에 걸림돌이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한 화천산천어축제가 체류형 축제로 변화를 시도하는 원년인 만큼 야간에 보고, 즐기는 프로그램을 대폭 늘렸다"며 "민·관·군이 힘을 합쳐 성공적인 축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앞서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달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선등거리 점등식과 세계최대 실내얼음조각광장 개장식이 열려 축제 시즌개막을 알렸다. 지난달 24일 개막한 화천 선등거리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본격적인 2017 화천산천어축제는 14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23일간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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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피란수도 14개소 세계유산 등재 신청가덕도 등대와 부산항 1부두, 임시수도청사 등 부산에 있는 피란수도 유적 14개소가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른다. 임시수도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시는 '대한민국 피란수도 부산유산'(이하 피란수도 부산유산)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싣고자 20일 문화재청에 신청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앞서 지난 7일 세계유산위원회를 열고 부산근대역사관, 부산지방기상청 등 피란수도 부산유산 14개소를 등재 신청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부산시의 신청에 따라 내년 1∼2월께 현장실사 등을 거쳐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에서 잠정목록 등재여부를 최종 심의할 예정이다. 이번에 신청한 14개소의 문화유산은 피란민의 애절한 희망을 담았던 '희망 유산', 피란민의 처절한 삶을 치유했던 '치유 유산', 정부기능을 유지했던 '정부기능 유산', 유엔 지원으로 전쟁 후유증을 극복한 '인류애 유산'으로 나뉜다. 희망 유산에는 가덕도 등대(부산시 유형문화재 제50호), 부산항 제1부두, 영도대교(부산시 기념물 제56호)가 있고, 치유 유산에는 성지곡수원지(등록문화재 제376호), 복병산배수지(등록문화재 제327호), 부산지방기상청(부산시 기념물 제51호), 부경고등학교 본관(등록문화재 제328호), 대한성공회부산주교좌성당(등록문화재 제573호)이 있다. 정부기능 유산에는 부산임시수도대통령관저(부산시 기념물 제53호),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등록문화재 제41호), 한국전력중부산지사(등록문화재 제329호), 부산근대역사관(부산시 기념물 제49호)이 포함됐다. 인류애 유산에는 부산시민공원(옛 하얄리야 부대), 워커하우스가 있다. 부산 피란수도 세계유산 등재 추진(CG)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공원(등록문화재 제359호)은 내년 하반기 11개국 관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인류애 유산에 추가 신청할 예정이다. 피란수도 부산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사업은 부산시가 2015년부터 '문화도시 부산'의 미래를 위해 추진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연구 조사, 세미나, 포럼 등을 거쳐 최종 목록을 선정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피란수도 부산유산은 절박했던 6.25 전쟁 시기에 대한민국 정부와 100만명의 피란민을 품었던 부산시민들의 포용과 인류애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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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12일 유엔총회 '고별연설'…이달말 대권도전 언급 주목오스트리아 방문으로 국외출장 마무리…유엔기자단·한국특파원단과 기자회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고별연설'을 하고 지난 10년에 걸친 유엔 수장으로서의 업무를 사실상 마무리한다. 제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임기는 오는 31일까지지만, 193개 회원국에 공식으로 작별을 고하는 것은 이날 총회에서다. 신·구임 사무총장의 이·취임식의 성격으로 내년 1월 1일 취임하는 제9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내정자도 이 자리에서 취임 선서를 한다. 오전 10시(한국시간 13일 자정)부터 열리는 총회에서는 세계 5개 지역의 대표들이 차례로 등단해 반 총장이 이룬 세계 평화·개발·인권 분야의 공적을 평가하고 퇴임하는 반 총장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헌사'를 할 예정이다.반 총장의 이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마지막 연설에 나선다. 반 총장은 "지난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으로 큰 영광이었다"라는 요지로 회원국들에 감사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한국이 6.25전쟁 후 폐허 속에서 받은 유엔의 원조를 바탕으로 경제발전을 이룬 점을 언급하면서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유엔의 힘으로 자란 '유엔 어린이(UN Child)'"라는 언급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임기 중 분쟁, 글로벌 경제위기, 난민사태 등 난제가 적지 않았지만, 회원국들의 협조를 바탕으로 이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유엔총회는 이날 반 총장의 공적을 평가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반 총장은 지난주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하는 것으로 임기 중 마지막 국외출장을 마쳤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빈에 있는 유엔 사무국을 방문하고, 난민들이 일하고 있는 식당을 찾았으며, 최근 대선에서 승리한 녹색당 당수 출신의 알렉산더 판데어벨렌(72) 대통령 당선인과 만났다.지난 8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방문 중 중동 난민들이 일하고 있는 식당을 찾은 반기문 사무총장와 부인 유순택 여사.[AP=연합뉴스 자료사진] 내년 1월 중순 귀국 후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반 총장은 이어 유엔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한다. 16일에는 유엔출입기자단(UNCA)과의 기자회견이, 20일에서 23일 사이에는 유엔본부를 출입하는 한국 특파원단과의 기자회견이 각각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 자신의 대권 도전 문제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할지에 초미의 관심이 쏠려 있다. 반 총장은 지금까지 임기 동안에는 유엔 총장 업무에 집중하겠다며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대권 도전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유엔에서는 이 외에도 14일 반기문 총장 이임을 위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특별회의, 반기문 총장 환송·구테흐스 총장 환영을 위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유엔 공연이 각각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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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사랑의 성금모으기 행사 개최용인시민과 함께하는 2016년 사랑의 성금 모으기 행사가 월드비전 용인지회(지회장 : 변우상 용인제일교회 원로목사) 주최로 2016년 10월 27일(목) 오후 2시 용인시청 광장에서 개최하게 되었다.올해 3회째로 진행되는 “사랑의 성금 모으기 행사”는 용인시 관내 거주하는 위기 가정의 아동 지원과 열악한 교육 환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얀마 빈곤 마을의 유치원 건축에 사용될 예정이며, 모금기간은 9월 19일부터 10월 27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행사 주최를 맡아 진행하는 월드비전 용인지회 변우상 지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용인시민과 함께하는 2016년 사랑의 성금 모으기” 행사를 개최하게 된 배경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1950년대 대한민국은 6.25 전쟁이라는 커다란 어려움을 겪게되어 가정이 파괴되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으며, 거리에는 죽어가는 수많은 어린이들이 즐비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시절 미국과 우방 국가들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도움으로 우리 민족은 다시 일어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경제 회복과 문화 회복, 그리고 기독교 부흥에 찬란한 꽃을 피우게 되었습니다.” “이젠 따뜻한 사랑, 지속적인 보살핌에 우리가 받은 사랑의 빚을 돌려드리고자 합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용인지역의 이웃과 열악한 교육 환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얀마 빈곤 마을의 유치원 건축에 도움을 주려 합니다.” 변우상 지회장은 “부디 용인시민들이 함께 동참하여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는 아름다운 행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라면서 용인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소망했다. 실무 행정을 맡은 용인 월드비전 황재열 서기는 “모든 교회가 관심을 가지고 이번 행사에 동참하여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을 실천하기를 소망한다”라고 하면서 “군관민이 다 함께 참여하여 서로 돕고, 섬기고, 봉사하는 뜻깊은 행사가 되기를 소망한다”라고 하였다. 성금 모으기 행사는 월드비전 “사랑의 빵” 저금통 모금을 통해 단체 및 개인이 참여할 수 있으며, 지정된 모금 계좌 입금을 통해서도 참여할 수 있다. (모금 계좌 : 농협 172-01-205392 예금주_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 사랑의 성금 모으기 성금 전달식 행사는 2016년 10월 27일(목) 오후 2시 용인시청 광장에서 용인시 교계 대표, 각급 단체장, 어린이집 원아, 일반 시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며, 성금 전달식 현장에 모금된 저금통 및 성금을 전달할 수 있다. (행사 문의 및 저금통 신청 : 월드비전 경기동부지역본부 김웅수 팀장 031-735-6523 / 010-3669-7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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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공간에 갇혀 있는 한반도…격화되는 新냉전구도[연합뉴스TV 제공]'동북아 신냉전' 한반도 통일에 장애물…"갈등완화 전략 필요"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로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기류 형성 <※편집자 주 =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8.15 광복이 71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해방 공간에서 치열한 이념 대립과 6.25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비극을 겪었지만 우리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아직 남과 북으로 갈라진 분단 상황을 극복하지못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들의 대립도 여전합니다. 일본은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이런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서 한반도 정세를 조망하고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며, 여전히 아물지 않는 과거의 아픈 상처와 치유 노력을 짚어보는 기획기사를 일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이상현 김효정 기자 =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스스로 쟁취한 독립이 아니었기에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 구도 속에 한반도의 허리가 잘려나가는 비극을 막을 수단도, 힘도 없었다. 갓 해방된 약소국의 비애였다.수백만의 사상자를 낸 6·25 전쟁을 거치면서 분단은 굳어졌고, 미소 냉전은 더욱 격화했다. 1990년 동구권 사회주의의 붕괴와 함께 또 다른 분단국가였던 독일은 통일됐지만, 한반도의 대립구도는 여전하다. 미소 냉전은 종식됐지만, 동북아에선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를 축으로 한 신냉전 구도가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신냉전 구도의 중심에는 분단된 한반도가 자리잡고 있다.광복 71주년인 올해 초부터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잇달아 감행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를 했고, 미국과 일본, 유럽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우리 정부도 북한 비핵화 없이는 남북 교류·협력도 없다는 원칙 아래에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로 꼽히던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결단을 내렸다. <광복 71년> 독립운동가들의 고통 서린 서대문형무소(서울=연합뉴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일제강점기에 4만여 독립운동가들이 고초를 겪었고 해방 이후엔 독재정권에 맞선 민주투사들이 옥고를 치른 공간이다. 2016.8.14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초강력 대북제재가 반년 가까이 시행되는 동안에도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결정하자 대북제재 전선에 균열 조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사드 배치는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의 노동미사일 시험발사를 규탄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성명 채택도 중국이 '사드 반대' 문구를 같이 넣자고 주장하면서 무산됐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은 중국과 미국을 축으로 한 한반도의 신냉전 구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미국은 한미일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고, 중국은 이러한 미국에 대항해 '반(反) 접근 지역거부'(A2AD·Anti-Access Area Denial)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A2AD 전략은 섬과 섬을 연결하는 선 내로 미군이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 지역 내에 들어왔을 때 힘으로 밀어낸다는 전략이다.중국은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되면 한미일 사이의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이 강화돼 A2AD 전략에 방해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복 직후 강대국들의 충돌 속에 한반도의 분단이 굳어진 것처럼 최근 동북아 지역에서 벌어지는 강대국들의 충돌은 한반도 통일에 이롭지 않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외교·통일 분야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광복 71년> 남북대치(판문점=연합뉴스)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우리군과 북한군 병사들이 서로를 주시하고 있다. 2016.8.14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해방공간기에 동북아에서 중국, 소련, 미국 등의 대치로 분단이 고착화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은 이념에 근거한 강대국의 대립 속에서 한반도가 분단으로 빨려 들어가는 상황은 아니고 강대국의 전략적 이익에 따라 한반도 분단이 굳어지고, 전략적 이익을 둘러싼 대립 구조를 김정은이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 책임연구원은 "전체적으로 한반도가 분단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장벽으로 갈라지는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미중 간 전략적 이익을 둘러싼 갈등 구조 속에서 우리의 외교적 공간이 협소해지고 있다. 우리 입장에선 미국과 손을 강하게 잡으면서, 중국과 대치할 수밖에 없는, 중국과 대결구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도 "미중 관계가 남중국해 문제로 점점 첨예화되고 중일 관계도 양보할 수 없는 사안으로 정면으로 충돌하는 등 강대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도 (사드 배치 결정으로) 신냉전 구도 형성에 일부 기여했다"고 말했다.홍 실장은 "사드 배치는 한쪽 진영에 우리 자신을 스스로 몰아넣어서 한미일 3각 군사동맹 형성에 기여했고 한미동맹의 반중국동맹으로의 기능변경에 우리가 끌려간 것"이라고 지적했다.우리 정부는 동북아의 갈등 구조를 완화하고 한반도 통일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전략적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장 책임연구원은 "북한은 동북아의 갈등 구조를 이용해 핵무장을 비롯한 전략적 목표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는 갈등 구조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차원에서 갈등을 완화하고 협력구도를 끌어낼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실장은 "안보는 단순히 군사력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며 "대화와 협력을 통해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그러면서 방어력도 갖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