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언어 달라도 똑같은 사람…소통 기회 많아지길"
서울 속 다문화 이야기(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민청에서 열린 '건강한 다문화서울 토크 콘서트'에서 방송인 박수홍(오른쪽부터)과 이파니, 샘 오취리, 독일 시민활동가 카리나 등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서울시 다문화 토크 콘서트서 출연자 한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처음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추워서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한국이 열대지방인 줄 알고 가볍게 입고 왔는데 그때가 3월이었는데도 바람이 장난 아니더라고요."19일 '건강한 다문화서울 토크 콘서트'가 열린 서울시청 지하 시민청 활짝라운지.게스트로 나선 아프리카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의 구수한 입담에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이방인으로 살아온 게스트의 생생한 경험담에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호응을 아끼지 않았다.이날 콘서트는 서울시가 다문화에 대한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처음으로 마련했다.2시간 남짓 이어진 콘서트는 재기 넘치는 입담, 흥겨운 음악, 웃음이 함께한 자리였다. 동시에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이주민의 이야기를 통해 다문화를 한층 가까이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콘서트는 100여 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SBS TV 'K팝 스타'로 얼굴을 알린 가수 이미쉘의 축하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MC 박수홍의 진행 아래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 중인 가나 출신 샘 오취리, 독일 시민활동가 카리나 슈마허, 케냐 유학생 다니엘 가드너, 브랜드 스타일리스트 윤혜미, 방송인 이파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게스트가 무대에 섰다.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출연자들은 각자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온 경험담을 풀어놓았다.건강한 다문화서울 토크콘서트 한국 생활 4년째인 독일인 카리나 슈마허 씨는 "한국이 대부분 독일이랑 비슷하다고 느꼈지만 지하철에서 90% 이상의 사람이 휴대전화를 보는 것이나 사람들이 잘 꾸미고 다니는 점이 신기하게 여겨졌다"고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을 설명했다.6년 전 케냐에서 한국에 온 다니엘 가드너 씨는 "서울 버스가 낯설었다"며 "케냐 버스는 음악이 많이 나오고 승객들이 춤을 추기도 하는데 서울은 그렇지가 않아서 다르게 느껴졌다"고 돌아봤다.나이를 중시하는 한국의 문화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가드너 씨는 "케냐에서는 나이 차가 나도 친구를 하는데 여기는 '형'이라고 부르더라"며 "처음에는 '오빠'라는 단어의 뜻도 몰랐다가 지금은 '오빠'라고 들으면 기분이 좋다"고 수줍게 웃었다.샘 오취리 씨 역시 "처음에는 나이를 따지는 게 신기했는데 이제는 만나면 먼저 나이를 물어보게 된다"고 달라진 점을 전했다. 외모나 문화는 다르지만 게스트들은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이미쉘 씨는 "혼혈이라는 이유로 안 좋은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며 "다문화가정도 나와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이런 자리가 계속 마련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샘 오취리 씨는 "피부와 문화는 다르지만 똑같은 사람"이라며 "예전보다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에 관심이 많아져서 기쁘지만 더욱 마음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가 청중이 참여하는 '쌍방향 토크쇼'로 진행된 만큼 다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솔직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서울 속 다문화 이야기를 만나세요" 토크콘서트 열려 국제결혼에 대한 MC의 질문에 한 달 전 캐나다 사람과 결혼했다는 한 여성 관객은 "문화와 언어는 다르지만 순수한 마음은 통하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신랑과는 입맛이 달라 외식할 때는 푸드코트 가서 각자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고 웃었다. 또 다른 중년 남성은 "다른 언어와 문화를 익히는 게 수고스럽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국제결혼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정말 둘이 사랑한다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듯이 마지못해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토크쇼 후에는 미니 콘서트가 이어져 분위기를 돋웠다.인디밴드 유니콘은 다문화가정 청소년과 함께 합창곡과 기타 연주를 선사해 청중의 아낌 없는 박수를 받았다.행사장을 찾은 중국동포 박연희(55) 씨는 "여러 나라 문화를 배우며 토크와 이야기까지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며 "앞으로 이런 행사가 꾸준히 이어져 다양한 외국인 주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주민이 정체성을 지키면서 다함께 행복하게 사는 게 서울을 발전시키는 길"이라며 "오늘 이 자리가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이해를 돕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건강한 다문화서울 토크 콘서트'는 다음 달 17일 서울시청에서 한 차례 더 열린다. 두 번째 콘서트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배우 이상윤,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 등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