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한국인이 좋아하는 연예인은 조용필·김수현·최민식한국갤럽 조사…코미디언은 압도적 표차로 유재석 1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조용필, 가장 좋아하는 탤런트는 김수현으로 나타났다. 최민식은 가장 좋아하는 영화배우로 손꼽혔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은 지난해 10월 2∼29일 전국 만 13세 이상 남녀 1천7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을 조사한 결과, 가수로는 조용필(7.2%), 탤런트와 배우로는 김수현(4.3%)과 최민식(7.5%)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고 12일 밝혔다. 활동분야별로 나눠 보면 가수 중에는 '가왕' 조용필에 이어 이선희(4.4%), 장윤정(3.9%), 아이유(3.6%), 태진아(3.3%), 엑소(2.9%), 이승철(2.8%), 이미자(2.8%), 나훈아(2.5%), 소녀시대(2.1%) 순으로 좋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반적으로 한두 곡만으로 반짝인기를 누리기보다 오랜 기간 꾸준히 자신의 노래 세계를 일궈온 가수들이 순위권에 포함됐다는 게 한국갤럽의 분석이다. 탤런트로는 김수현에 이어 최불암(4.2%), 조인성(3.3%), 김태희(3.1%), 고두심(2.6%), 이순재(2.5%), 김혜자(2.4%), 김희애(2.4%), 이유리(2.2%), 유동근(2.1%), 현빈(2.1%) 순으로 10위 안에 포함됐다. 1위를 차지한 김수현 외에는 모두 10년 이상 활동한 중견 연기자로, 그중에서도 이순재와 김혜자, 최불암은 반세기를 한국인과 함께했다. 김수현은 2013~2014년 인기리에 방영된 SBS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한 영향으로 추정된다. 응답자들은 '가장 좋아하는 영화배우'로는 최민식(7.5%)을 꼽았다. 그는 국내 영화사상 최고 흥행작인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으로 열연한 데 이어 뤽 베송 감독의 '루시'로 할리우드에 진출해 2003년 '올드보이' 이후 최고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어 송강호(6.9%), 안성기(6.5%), 하정우(3.7%), 전지현(3.6%), 류승룡(3.3%), 장동건(3.2%), 설경구(3.1%), 원빈(2.7%), 정우성(2.7%) 순이었다. 전지현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남자 배우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코미디언'의 영예는 예상대로 유재석(23%)에게 돌아갔다. 유재석은 2위 김준호(9%)와 득표 비율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강호동(6%), 김준현(6%), 이국주(4%), 이경규(2.7%), 신동엽(2.5%), 박명수(2.0%), 김지민(1.9%), 김기리(1.8%), 신보라(1.8%)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lucid@yna.co.kr
-
한중 FTA 가서명…역대 최대품목 원산지 인정2014년 11월 10일 한·중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양국 통상 관료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 여행사, 중국 내 고객모집 영업 가능 주요 품목별 양허 내용 공개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개성공단 생산품목 대부분이 원산지 지위를 부여받아 역대 FTA 중 가장 많은 품목이 특혜관세 혜택을 받는다. 또 한중 양국은 북한 내 역외가공지역이 추가 설치될 가능성에 대비해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으며, 국내 여행사가 중국 현지에서 한국이나 제3국으로 여행할 관광객을 모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과 중국이 이런 내용을 담은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정문에 가서명했다고 25일 발표했다. 한중 양국은 올 상반기 중 정식 서명을 추진하고 국회 비준을 거쳐 조속한 시일 내에 협정을 발효하기로 했다. 이로써 협상 타결 이후 공개되지 않았던 주요 상품의 연도별 관세철폐 내용 등 양허 내용이 공개됐다. 양측은 작년 11월 10일 협상 타결 선언 이후 기술협의와 법률 검토를 거쳐 역외가공지역위원회 설치와 상하이 투자자유지역(FTZ) 내 한국 건설업체의 수주, 중국 내 한국 관광회사의 모객영업 등을 추가했다. 개성공단 내 한 신발공장에서 북한의 숙련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선 개성공단 제품을 포함한 총 310개의 품목에 대해 원산지 지위를 부여해 협정이 발효되는 즉시 특혜 관세의 혜택을 받도록 합의했다. 역대 FTA 중 역외가공 인정 품목 수는 가장 많은 수준이다. 비원산지재료 가치에 개성공단 임금을 제외해 여타 FTA 규정보다 유리해졌고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해 앞으로 북한 내 역외가공지역이 추가 설치될 가능성에 대비하기로 했다. 상하이 투자자유지역에 설립된 한국 건설업체가 상하이 지역에서 외국 투자비율 요건(외국 투자 50%이상)의 제한을 받지 않고 합작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게 됐다. 또 중국은 한국 관광회사가 중국 내에서 한국이나 제3국으로 여행할 관광객을 모집하는 행위를 허가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해 현지 영업의 길을 열었다. 이번 FTA에서 중국은 품목 수 기준 91%(7천428개), 수입액 기준 85%(1천417억 달러)에 해당하는 품목의 관세를 최장 20년 내에 철폐하기로 했다. 한국은 20년 내에 품목 수의 92%(1만1천272개), 수입액의 91%(736억 달러)를 철폐한다. 한중 FTA는 매년 단계적으로 관세를 낮추는 방식이어서 발효일에 1년차 관세 인하가 적용되고 해가 바뀌는 시점에 2년차 인하가 단행된다. 논의하는 산자부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두 번째), 문재도 제2차관 등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중 FTA 주요 동향보고 관련 산자위 당정협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제조업 중 자동차·부품은 대부분 양허 제외 또는 중·장기 관세 철폐로 지정돼 영향이 크지 않다. 중국은 전기전자 부문에서 전기밥솥, 세탁기, 냉장고 등 중소형 생활가전과 의료기기, 가전 부품을 개방하고 철강 업종에서는 냉연강판, 스테인리스 열연강판과 후판 등을 개방하기로 했다. 우리는 전동기·변압기 등 주요 전동기기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고 핸드백과 골프채 등 중국으로부터 수입액이 많은 생활용품에 대해 15∼20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농수산 분야에서는 우리가 쌀을 비롯해 고추와 마늘 등 주요 농산물과 오징어, 멸치, 갈치 등 20대 수산품목을 모두 양허대상에서 제외해 국내 농수산업의 타격을 최소화했다. 산업부는 우선 협정문(영문본)을 인터넷 FTA 홈페이지(www.fta.go.kr)를 통해 일반에 공개하고 한글본은 번역·검독 절차를 거쳐 정식서명 후 추가 공개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한중 FTA 가서명에 따라 올 상반기 중 업종별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 '한중 FTA 활용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oonkim@yna.co.kr
-
'버드맨',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 등 4관왕(종합)'버드맨', 아카데미상 4관왕(A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의 제87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등 주요 4개 부문을 휩쓴 '버드맨'의 배우 등이 무대 위에 서 있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가운데) 감독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남녀 주연상에 에디 레드메인·줄리안 무어…무어, 생애 첫 오스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미술상 등 4관왕…외국어영화상에 '이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정아란 기자 = 멕시코 출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영화 '버드맨'이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차지하며 4관왕에 올랐다'버드맨'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의 사회로 열린 제87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을 받았다. 영화는 최다 부문(9개) 후보에 오른 바 있다. '버드맨'은 슈퍼 히어로 '버드맨'으로 톱스타의 인기를 누렸던 할리우드 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이 꿈과 명성을 되찾고자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하는 내용이다.앞서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감독조합상과 미국배우조합상에서도 각각 감독상과 작품상(캐스팅상)을 차지했다. '버드맨'과 작품상·감독상을 놓고 경합을 벌였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는 여우조연상(패트리샤 아퀘트) 수상에 그쳤다. '버드맨'과 함께 최다 부문 후보에 올랐던 웨스 앤더스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미술상과 의상상, 분장상, 음악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남녀주연상은 에디 레드메인(사랑에 대한 모든 것)과 줄리안 무어(스틸 앨리스)에게 돌아갔다. 에디 레드메인은 루게릭병에 걸린 스티븐 호킹 박사 역을, 줄리안 무어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여교수 역을 각각 맡아 열연했다. 줄리안 무어는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받는 영광을 안았다. 남녀조연상에서도 이변은 연출되지 않았다. 남우조연상은 J.K.시몬스(위플래쉬)에게, 여우조연상은 패트리샤 아퀘트(보이후드)에게 각각 돌아갔다.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가 받았다. 디즈니는 이번 수상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한 개 더 추가해 이 부문에서 총 10개의 트로피를 보유하게 됐다. 외국어영화상은 폴란드 출신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이다'가 받았다.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전 요원의 이야기를 담은 '시티즌포'는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를 끈 '인터스텔라'는 시각효과상을 받는데 그쳤다. 미국 최대의 영화 축제답게 기념 공연도 풍성했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의 50년을 기념해 헌정 공연을 펼쳤다. 주제가상을 받은 '셀마'의 '글로리'를 존 레전드가 부른 것을 비롯해 '로스트 스타즈'(비긴 어게인), '에브리싱 이즈 어썸'(레고무비), '그레이트풀'(블랙버드) 등의 노래가 시상식의 열기를 더했다.hanajjang@yna.co.kr
-
김상경 "심각한 역할요? 이번엔 유쾌한 작품만 했죠"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서 주인공 태만 역 시청률 30% 넘는 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에서도 열연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범인을 끝까지 추적하는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형사(살인의 추억)였다가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는 소시민(화려한 휴가)이었다가 여자에게 집적대는 영화감독(하하하)이 된 그 배우 김상경(42)은 인간 본성의 악마성을 들춰내는 스릴러와, 한국 현대사의 의미 있는 궤적을 그린 시대극, 그리고 욕망에 허덕이는 현대인의 일상을 그린 영화를 통해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없이 가벼워졌다. 명문대를 나왔지만 10년째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하는 인물, 아내에게 틈만 나면 구박당하고, 딸의 저금통을 뒤지는 철없는 아빠를 맡아 연기했다. 김덕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아빠를 빌려 드립니다'에서다. "제 성향이 유쾌한 걸 좋아해요. 영화를 하면서 언젠가는 제 성격을 드러낼 수 있는 역할을 맡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아빠를 빌려 드립니다'의 시나리오를 보게 됐어요. 도전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성격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강했습니다." 1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아빠를 빌려 드립니다'에서 그는 돈벌이는 못하지만, 딸과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따뜻한 아빠 역을 맡았다. 실제로는 어떤 아빠일까. 그는 5살배기 아들을 키우고 있다. "직업 특성상 촬영이 있을 때는 많이 놀아주지 못해요. 분명한 건 나도 그 아이를 좋아하고, 그 아이도 나를 좋아한다는 거죠. 제 목표는 장난꾸러기 아빠가 되는 거예요. 나이가 들어서도 끝까지 아이와 장난할 겁니다." 아이와 잘 놀아준다는 것뿐 아니라 '백수생활'을 즐긴다는 점도 극 중 인물과의 공통점이다. 그는 "한 달 반 정도를 아예 집 밖에 나가지 않았던 적도 있다"고 했다. "쉴 때는 밥 먹고 낮잠, 운동 또 낮잠, 책읽기, 그다음에는 누구 불러내 술 마시고…. 그런 백수생활을 해요. 예전에는 그런 백수 생활이 조금 길었는데, 요즘은 '2주에서 한 달 정도만 지나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기가 짧아졌다고 할까요?" (하하) 밝은 성격의 태만에 이어 3년 만에 복귀한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도 김상경은 엉뚱한 웃음을 전한다. 재벌 2세로, 일 처리는 깔끔하나 엉뚱한 성격의 문태주 역할을 맡아 열연 중이다. "첫 대본을 읽을 때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상황이 웃긴 게 있었지만, 캐릭터가 그 정도로 엉뚱하진 않았거든요. 태주는 특이한 억양을 지닌 독특한 인물로, 멘사 회원이지만 감정 수준은 6-7세 정도에 머문 미성숙한 인물이에요. 사람들과 대인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캐릭터죠." 사실 코믹하면서도 엉뚱한 인물을 연기해 본 적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으나 다행히 반응이 좋아 내심 안도했다고 했다. 김상경은 '아빠를 빌려 드립니다'에서는 문정희와, '가족끼리 왜 이래'에선 김현주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두 여배우 모두 연기적으로 "정점에 오른 숙성한 배우들"이라며 "젊은 연기자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고 했다. 코미디 '아빠를 빌려 드립니다'와 '가족끼리 왜 이래'를 통해 유쾌한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는 김상경. "지금 나는 조증(躁症) 상태"라며 즐거워 한 그는 드라마가 끝난 후 다시 한 번 일상적인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상을 그린 영화에서의 연기가 제일 어려워요. 색깔이 없는 역할은 매우 어려워요. '살인의 추억' 때도 송강호 형은 색깔이 있었지만, 저는 아무런 색깔도 없었어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물의 색깔이 달라지기에 보람차요. 어렵지만, 그래도 그런 역을 연기하는 게 제일 재밌고 좋아요." buff27@yna.co.kr
-
<백문이불여일견…안방극장 장악한 세 여배우>'왔다! 장보리' 이유리, '마마' 송윤아·문정희 불꽃열연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드라마의 완성도와 수준을 놓고 혀를 차도 어쩔 수 없다. 개연성을 두고 손가락질을 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의 연기는 일단 한번 보고 말을 해도 해야 할 것 같다. 통속극에서 만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던 불꽃 열연이 안방극장을 수놓는다. 종영을 1~2주 남겨둔 MBC TV '왔다! 장보리'의 이유리(34)와 MBC TV '마마'의 송윤아(41), 문정희(38) 얘기다. 이들의 열연은 지상파 방송3사가 야심차게 내놓는 월화극과 수목극이 총체적으로 난국인 상황이라 더욱 화제다. 또 힘을 준 시대극이나 사극도 아닌, 평범한(어쩌면 평범 이하일 수도 있는) 통속극 속에서의 열연이라 더욱 빛난다. ◇ 이유리 - 심은하의 '청춘의 덫' 밥신 이후 최고 연기 종영을 단 2회 남겨둔 '왔다! 장보리'는 악녀 연민정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상태다. 연민정의 악행이 하도 기상천외하고 '불굴의 의지'로 끊임없이 전개되는 까닭에 '왔다! 장보리'는 뒤로 갈수록 '막장'의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다. 제작진은 주인공 보리의 '닥치고 박애정신'으로 조금이라도 '면피'를 해볼까 바라는 것 같지만 궁지에 몰린 연민정의 발악과 그 내용의 강렬한 전개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연민정을 맡은 이유리가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신들릴듯한 연기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섬뜩한 표정으로 간악한 모사를 꾀하고, 입만 열면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내뱉다가도 일이 뜻대로 안 되면 속절없이 철철 울고, 그러다가 미친 듯이 웃어젖히는 이유리의 연기는 점입가경이다. 뒤로 갈수록 더욱 풍성하고 흥미로운 연기를 하고 있다. 특히 울다가 웃는 사이코패스 같은 연기는 압권이다. 유산한 후 오열하는 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 막장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기자의 한없이 가볍고 엉성한 표변이 아니라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180도 변신을 이유리는 자유자재로 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5일 그가 보여준 '광란의 밥 먹는 연기' 이른바 밥신은 15년 전 심은하가 '청춘의 덫'에서 보여준 그 유명한 밥신 이후 최고의 연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춘의 덫'에서 심은하는 홀로 키우던 딸을 사고로 잃은 후 정신줄을 놓다가 털고 일어나 밥을 꾸역꾸역 먹었다. 슬픔이 뚝뚝 묻어나는 이 처연한 밥신은 두고두고 회자가 됐다. 이유리는 이날 두 차례 밥신을 선보였는데 둘 다 백문이불여일견이다. 하나는 재벌가 며느리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결정적 끈인 임신을 했다는 기쁨에 기고만장해서 토스트를 우적우적 사납게 먹는 장면이었고, 또 하나는 그 금쪽같은 태아를 유산해놓고는 시치미를 뚝 떼고 시어머니 앞에서 비빔밥을 숨돌릴 틈 없이 게걸스레 먹어치우는 장면이었다. 두 장면 모두 이유리는 입안 가득 음식을 밀어 넣은 채 대사를 주저리주저리, 명료하게 뱉어냈다. 동시에 웃다가 능청 떨다가 분노하는 감정연기를 소화해냈다. 형언이 어렵다. ◇ 송윤아·문정희 - 주거니받거니 시너지 효과 극대화 종영까지 4회 남은 '마마'도 그 내용은 새로울 게 없다. 전형적인 신파극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두 여주인공인 송윤아와 문정희의 내공이 흠씬 묻어나는 연기 덕에 시청의 몰입도를 높인다. 고생 끝 성공했지만 시한부를 선고받아 생때같은 아들을 홀로 두고 떠나야 하는 한승희와 그런 한승희가 사실은 자기 남편의 아이를 홀로 키워왔다는 사실을 모른 채 온 마음을 다 줬다가 뒤통수를 맞은 서지은이 주고받는 감정과 이야기는 통속극의 상투성을 벗어난다.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니라, 같은 재료라 해도 인물 속으로 들어간 배우의 연기가 어떠냐에 따라 신파극 연기도 예술의 경지가 될 수 있음을 송윤아와 문정희는 보여준다. 한승희로 분한 송윤아의 땅으로 꺼질 것 같은 차분하고 가라앉은 톤과 서지은으로 분한 문정희의 티없이 맑고 순수한 톤이 부조화 속 조화를 이루며 앙상블을 낸다. 실제 현실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송윤아는 오랜만의 연기 복귀작에서 인생의 깊이가 한 뼘 깊어졌음을 연기에 녹여내고 있다. 위암 말기 환자의 신체적 고통과 세상에 홀로 남을 아들에 대한 애끊는 모정, 생전 처음으로 마음을 열어 보인 친구 서지은에 대한 말로 다할 수 없는 미안함이 모두 깊은 회한 속 절절하게 표현된다. 문정희는 구김살 없이 자라나 순진하고 애교가 넘치는 밝은 캐릭터에서 하루아침에 치욕적인 배신감에 휩싸이는 인물을 설득력있게 그리고 있다. 초반에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줌마를 연기하며 디테일이 깨알같이 살아있는 연기를 펼치더니, 후반에는 배신감에 휩싸인 서지은의 심리 변화를 시청자가 마찰음 없이 따라갈 수 있게 이음새 없이 그 변화를 소화해내고 있다. 덕분에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사이인 한승희와 서지은이 서로에게 향해 보내는 애틋한 마음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시청자에게 전해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물들의 기막힌 사연과 처지가 이 두 배우를 만나 손에 쥘 듯한 생명력을 띠게 됐다.
-
이유리 "연민정을 연기하는 매 순간 가슴 아파"MBC '왔다! 장보리' 악녀 연민정 역 열연 "연민정 같은 캐릭터 언제 또 만나겠어요" (고양=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정말 매 순간 가슴이 아파요. 연민정이 어찌나 저주스럽고 독한 말들을 토해내는지…. 게다가 입만 열면 다 거짓말이잖아요. 그래서 너무 가슴이 아파요. 대사 하나하나도 쓰라리고요." 주말이면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열을 돋우는 인물이 있다. MBC TV 주말극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 이 여자는 그냥 태생적으로 악녀다. 참으로 발칙하게도 어린 시절부터 성공을 향한 비뚤어진 욕망에 휩싸여 아홉살 때 엄마도 버리고 집을 나가 20년간 온갖 나쁜 짓을 다한 여자다. 그런데 그런 연민정을 연기하고 있는 이유리(34)는 가슴이 아프단다. "캐릭터가 이해가 안 되기도 하지만 남들이 다 욕해도 나만큼은 민정이를 사랑해야하니까 그럴수록 아프다"는 그를 최근 경기 고양 일산 MBC제작센터에서 만났다. "민정이는 죄가 너무 많아요. 어떤 순간에도 거짓말을 하니까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참 어이가 없고 어안이 벙벙해요.(웃음) 얘가 이러다가 어느 순간 정말 진심을 이야기해도 아무도 안 믿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무서워요.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다 거짓말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되면 정말 슬프잖아요. 머리도 좋고 담대하고 순발력도 있는 아이인데 왜 그 머리를 나쁜 데다 쓰는지 모르겠어요. 출연진끼리 연민정이라는 캐릭터한테 '연기대상'을 줘야한다고 말하고는 하는데, 정말 매순간 진심을 다해 거짓말을 하는 이 아이가 불쌍해요." '왔다! 장보리'가 시청률 25%를 찍고 30%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중심에는 연민정에 대한 시청자의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연민정의 모든 악행이 까발려져 그가 천벌을 받는 모습을 보고 말리라는 바람이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 그래프를 상승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의 분노가 커질수록 연민정도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지만 연민정은 더욱 뻔뻔해지고 더욱 강해지고 있다.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는 그의 캐릭터 플레이를 두고 방송가 안팎에서는 '미친듯이 연기한다' '신들렸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조심스러운데 연민정에 의해 등장인물들이 좌지우지되는 걸 TV로 모니터하면서 전 연민정이 약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민정이 더 강해져야겠구나, 눌리면 안되겠구나 싶었죠. 그래야 연민정을 꺾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거 아니에요. 마구 소리지르고 울부짖는 연기를 하고 나면 핑 돌아요. 그런데 머리는 더 맑아져요.(웃음)" 실제로 요즘 연민정을 연기하는 이유리를 보면 '접신'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이다. 에너지 소모가 엄청날 것이라는 게 화면에도 보인다. 그 와중에 희한한 것은 그런 연민정의 마지막 발악을 연기하는 이유리의 얼굴이 초췌해지는 게 아니라 더 광채를 낸다는 것이다. 패션도 점점 더 화려해진다. "많은 분들이 연민정이 어찌 되려나 궁금해하시는 게 힘이 돼요. 연민정을 죄어오는 긴장감도 힘이 되고요. 그런 게 모여서 저한테 기가 되는 것 같아요. 극중 모든 인물과 제가 붙는데, 그들과 주고받는 에너지가 도움이 됩니다. 겉모습은 최대한 예뻐 보이려고 신경 쓰고 있어요. 처절한 신이 많은데 그럴 때 외양도 처절하고 남루한 게 싫더라고요.(웃음) 일부러 머리도 더 힘을 주고 옷도 멋을 부리죠." 이유리를 아는 사람은 이유리가 이런 악역을 한다는 것이 놀랍다고 한다. 그는 주변에 '천사표'로 통한다. 또한 '부모님 전상서' '사랑과 야망' '엄마가 뿔났다' 등 내리 세편 출연한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서 '청순가련형' 여인을 대표해 시청자에게도 한동안 그는 '착한 인물'로 통했다. 그랬던 그가 '반짝반짝 빛나는'을 통해 청순한 얼굴을 한 악역을 성공시키면서 '노란복수초' 등을 거쳐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에까지 이르게 됐다. 그는 "앞선 인물들은 처음에는 착했다가 복수 등을 위해 변하는 캐릭터였다면 연민정은 처음부터 악역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사실 악역은 배우들이 선호하지는 않는다. 가끔 별미 삼아 하기는 해도 내리 악역만 하고 싶은 배우는 없다. "제가 연기 욕심이 많아요. 캐릭터 욕심도 많고요. 모든 사람을 미워하는 연민정 같은 캐릭터를 언제 또 만나겠어요. 아름답고 예쁜 캐릭터는 많지만 이렇게 남자와 몸싸움을 하면서 발악하는 캐릭터가 얼마나 되겠어요. 싸우는 연기를 하고 나면 온몸에 멍이 들어요.(웃음) 연민정은 그러면서도 슬프고 아픈 캐릭터잖아요. 또 모두가 이런 역할을 피한다면 드라마가 안 되겠죠. 누군가는 해야하는 거잖아요. 무엇보다 전 악역에 대한 부담감 같은 게 없어요. 계속 악역이 들어온다고 해도 신경 안 써요. 외국에서는 악역 전문 스타도 많잖아요. 연민정을 연기하는 모든 순간이 새로워요." 그래도 실제 자신의 모습과는 영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기분은 남다를 것 같다. "되게 어색해요. 마구 소리지르고 몸싸움을 하고나면 창피하고 민망해요.(웃음) 너무 세게 한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멀쩡한 얼굴로 거짓말을 하는 제 모습을 TV로 보면 너무너무 쑥스럽죠. 또 연민정이 그 와중에 섹시한 팜므파탈처럼 나오는데 전 실제로 그렇지 않아 부끄럽죠. 하하." 그의 남편은 곧 목사가 되는 현직 개신교 전도사다. 그는 2010년 결혼했다. "남편이 제 악역 연기를 잘 안 보려고 해요. 착한 역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고요.(웃음) 결혼하고 나서 굉장히 편안해진 것 같아요.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생기고 그러다보니 연기도 더 폭넓게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남편이 평소 많이 웃겨줘요." 실제로 그는 예전보다 훨씬 활달해진 느낌이다. 연민정이 아닌 이유리는 웃을 때 눈이 없어질만큼 파안대소하고 사근사근하게 이야기도 잘 풀어냈다. 그는 "사실 우리 드라마 안 끝나면 좋겠다"며 웃었다. "너무 재미있고 막바지가 되니까 더 긴장되고 어느 한 신 놓치면 안되니까 더 힘이 나요. 연민정 최후의 신들이 너무 기대되고 그런 신들을 연기할 생각을 하니 설렙니다. 정말 다 귀한 신들이잖아요. 시청자들이 연민정이 망하는 것만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시청자의 관심과 사랑은 역시 배우에게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이유리는 앞으로 어떤 역이 들어와도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차기작에서는 밝은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엄청나게 밝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지금 웃기는 연기를 하면 재미있게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기사 보시고 연락이 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