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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를 웃게하는 '아줌마들의 엑소' 이중문>4년만의 연기 복귀작 '청담동 스캔들'에서 첫 주연 꿰차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아이돌그룹 엑소의 인기를 타고 등장한 표현 중 '아줌마들의 엑소'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아줌마들 사이에서는 엑소 부럽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이중문(31)이 그렇단다. 본인은 "어휴, 엑소라는 이름을 갖다 붙였다가 엑소 팬들한테 혼난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SBS와 그의 매니저는 '아줌마들의 엑소'가 맞다고 주장한다. 이중문은 지난 7월 시작한 SBS TV 아침드라마 '청담동 스캔들'의 남자 주인공 장서준을 연기하고 있다. SBS는 연일 '청담동 스캔들'의 인기를 자랑하면서 이중문을 띄우고 있다. 5일 광화문에서 만난 이중문은 "내 인기는 모르겠지만 우리 드라마가 인기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시청률이 높아서 기분 좋다. 어쨌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다는 거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아침, 저녁으로 일일 연속극에서는 막장 드라마의 경연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청담동 스캔들' 역시 '막장의 정도'를 달리고 있다. 출생의 비밀, 악덕 시댁, 강제 피임, 유아 납치, 불륜 등이 마구 버무려져 있다. 그런데 막장이라고 다 시청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주부 시청층을 사로잡기 위해 방송 3사가 치열한 경합을 펼치는 아침 연속극 시장에서 '청담동 스캔들'은 출발부터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4일 시청률은 14.8%. 경쟁작인 MBC '폭풍의 여자'는 10.2%, KBS2 '일편단심 민들레'는 9.4로 집계됐다. 그런데 '청담동 스캔들'은 아침극 경쟁에서는 물론이고 현재 SBS 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SBS를 웃게하는 드라마인 것이다. 이 막장 드라마에서 이중문이 연기하는 장서준은 홀로 깨끗하고 반듯한 총각이다. 그런 '훈남'에게 으레 '실장'이라는 직함이 붙듯 장서준도 인테리어회사의 실장이다. 그리고 그 회사에는 시댁의 모진 구박과 음해 끝에 집을 나온 여주인공 은현수(최정윤 분)가 브랜드 매니저로 입사한다. 그리고 삼척동자도 예상하듯, 장실장은 그런 은현수의 '키다리 아저씨'가 된다. 여기서 '아줌마들의 엑소'가 탄생했다. "우리 드라마 내용은 되게 자극적이에요. 하지만 장실장은 '키다리 아저씨' 역할이라 아줌마들의 '로망'이죠.(웃음) 멋진 역할이지만 부담도 커요. 장실장이 은현수를 좋아하는 것을 설득력 있게 그리는 게 제 숙제입니다." 이중문은 '중고신인'이다. 2003년 데뷔한 그는 '다함께 차차차' '미우나 고우나' '당돌한 여자' 등 나름대로는 '따박따박' 출연작을 늘렸지만 히트를 치지는 못했다. 그러다 2011년 군에 입대해 2012년 말 제대한 이후에는 1년여 '백수' 신세가 됐다. "제대 후 작품이 없었어요. 정말 너무 힘들었죠. 사람이 일을 해야하는데 캐스팅이 되지 않으니 이러다 잊혀질까봐 두려웠습니다. 제대 후 1년 넘게 캐스팅이 좌절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중고신인'이라는 거였어요. 저를 캐스팅 할거면 아예 어린 진짜 신인을 캐스팅하겠다는 말과 함께요. 제가 생각해도 요즘 20대 중에는 연기 잘하는 친구가 너무 많은데 왜 안 그렇겠어요." 그렇게 마음고생을 하던 그는 '청담동 스캔들'에 발탁되면서 처음으로 주인공까지 맡게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4년만의 연기 복귀다. "이전까지는 그저 대본만 들여다보며 제 대사 NG만 안 내려 노력했다면, 이번에는 처음으로 작품 전체를 보고 저 외에 다른 배역도 다 보면서 연기를 하고 있어요. 군대에서 서른을 맞이하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제가 그간 아무 생각없이 연기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연기를 못하게 되니까 연기에 대한 간절함이 커졌고,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이중문은 "그래서 이번 작품이 내게는 너무 소중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연기 코치도 난생처음 받고 있다"며 "다음 작품은 없다는 심정으로 후회 없이 이번 역할을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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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탕웨이 "김태용 만나 행운…영화는 제게 신앙"'황금시대' 속 여류작가 역…"샤오홍과 비슷한 점 많아" (부산=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찰랑거리는 머리를 넘기기만 해도, 살짝 미소를 짓기만 해도, 고개를 돌리기만 해도 100여대의 카메라들이 플래시를 터뜨렸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BIF) 이틀째를 맞은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월석아트홀에서 진행된 영화 '황금시대' 기자회견장의 풍경이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는 중국 배우 탕웨이(35)가 자신의 출연작을 소개한다는 소식에 회견장에는 수백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영화 '황금시대'는 촬영기간만 5개월, 3년의 시나리오 작업을 제외한 전체 작업에 2년이 소요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작품입니다. 영화 촬영은 정말 행복했고 저 자신도 즐긴 시간이었어요." 아직은 어눌한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탕웨이입니다"라고 운을 뗀 탕웨이는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탕웨이가 영화에서 분한 여류작가 샤오홍은 20세기 중국의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영화는 스무 살의 샤오홍이 집을 떠난 다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하고, 다시 헤어지는 와중에 작가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고 중국 내에서도 이념 분열이 두드러졌던 격랑기에 파란만장한 삶을 산 샤오홍의 인간적인 고뇌가 부각된 작품이다. 탕웨이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자신과 샤오홍이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저도 어릴 적에는 하고 싶은 일은 마음대로 하는 장난꾸러기였어요. 샤오홍처럼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제가 커가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미쳤던 점도 그렇고요. 또 샤오홍은 굉장히 직설적인 사람인데 저도 그런 면이 있어요. 물론 저는 샤오홍과 달리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나서 정말 감사해요." 탕웨이는 "또다른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샤오홍이 글쓰기를 운명으로 알고 작가로 살게 됐다면, 저는 연기를 접하고 배우를 하게 됐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매번 안타까운 사랑을 이어가다 31살에 폐결핵으로 요절한 샤오홍과 탕웨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탕웨이는 자신의 출연작 '만추'를 연출한 김태용 감독과 행복한 신혼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결혼 질문에 볼우물과 함께 사랑스러운 표정을 지은 탕웨이는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서 "저와 태용(김태용 감독)의 만남은 서로에게 행운이지만 특히 제게 더 큰 행운"이라고 강조했다. "샤오홍은 전란 속에서 살았기에 감정이나 생활 속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샤오홍도 자신이 만나는 남자들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했지만 또 당시가 봉건적인 시대이기도 했기에 농촌 출신 여성으로는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샤오홍을 생각해 보면 본인 감정에 가장 충실했던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영화에서는 어지러운 세태 속에서 샤오홍이 자신은 정치에 문외한이며 오직 글쓰기만을 바란다고 말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영화 '색계' 출연 이후 한때 중국 정부의 외압으로 활동의 폭이 좁아졌던 탕웨이의 실제 삶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탕웨이는 이와 관련된 질문에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좋은 작품을 통해서 나를 표현할 기회만 있다면 다른 어떤 것들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우회적인 답변으로 갈음했다. 탕웨이는 이어 "지금 중국 영화가 발전하면서 상업영화와 대작들이 많아졌지만, 또 문예적인 작품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을 맞고 있다"면서 "'황금시대' 투자자들에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탕웨이는 이날 부산을 방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일정을 바꿔 참석해준 데 대한 프로그래머의 감사 인사에 "당연히 왔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러게 많은 분이 저를 보러 와주신 만큼 저도 지금 '황금시대'를 보내는 것 같다"는 탕웨이는 겸손한 인사를 잊지 않았다. "저는 저 자신을 표현하기 좋아하는 여자일 뿐이고 연기를 좋아하는 배우일 뿐입니다. 영화는 제게 꿈이면서 신앙입니다. 영화를 꿈으로, 신앙으로 생각하는 다른 분들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삶을 살게 돼서 기쁘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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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만' 손예진 "흥행의 행복 충분히 누리고파"영화 '해적' 대박…"나도 사람이라 사랑받으니 힘이 나"(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 지난 22일 관객 850만 명을 넘어섰다. '명량'의 돌풍에 다소 가려져서 그렇지 관객 850만 명이라는 숫자는 영화판에서 '어마어마한' 성적이다. '해적'의 성과는 '명량'의 기세에 주눅들지 않고 거둔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형 어드벤처 영화 사상 첫 흥행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리고 또 있다. 여배우가 주연을 맡은 블록버스터가 흥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해적'의 제작비는 135억 원이다. 그 여배우는 지난 10여 년 영화판에서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켜온 손예진(32)이다. 손예진을 24일 전화로 만났다. "다른 걸 다 떠나 예산이 큰 작품이다 보니 손익분기점만 넘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700만명만 넘으면 대만족이라고 생각했어요. 1천만은 바라지도 않았어요. 그건 하늘이 주시는 거잖아요." 그런데 700만 고지를 거뜬히 넘더니 850만 명이 이 영화를 봤고 아직도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배우는 늘 평가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늘 노력한다.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손예진은 "이번에 흥행을 하고 보니 역시 영화는 관객이 들어야 하고 드라마는 시청률이 높아야 배우가 힘이 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흥행의 행복을 충분히 누리고 싶다"며 웃었다. 그는 23일 자신의 SNS에 친구들과 850만 돌파 자축파티를 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 영화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흥행은 정말 운이 크게 좌우하잖아요. 곳곳에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까 영화가 잘 나왔다고 해도 마냥 기대를 할 수는 없어요. 이번에는 '명량'을 비롯해 큰 영화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개봉할 줄 생각도 못했어요. 게다가 '명량'이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며 질주하니까 걱정이 많았죠. 다행히 보신 분들 사이에서 '이렇게 웃길 줄 몰랐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관객이 더 들었어요. 그게 추석까지 이어지면서 유일한 가족영화에 코미디 장르라는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관객이 잘 들어도 손예진은 자신의 기대치를 높이지 않았다고 한다. "10여 년 일하면서 많은 일을 겪었잖아요. 초반에 잘되다가도 금세 팍 꺾이는 영화도 많이 봤고…. 늘 안될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어요.(웃음) 들뜨지 말자고 마음을 다독였죠. 700만이 될 때까지는 매일 관객수를 체크했어요. 그런데 700만이 넘어서니까 저도 그렇고 영화사에서도 스코어를 보내 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제 관객이 들지 않는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웬걸….(웃음)" 그는 "손익분기점을 넘은 것도 기쁘지만 사극 어드벤처 영화로 흥행을 한 게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시도하기 어려웠던 장르로 성공했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이 영화에서 해적단 단주 여월 역을 맡아 검술 등 액션 연기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청순가련형 이미지로 대표되던 손예진의 대변신이다. "사실 고생을 너무 많이 했어요. 연습시간, 촬영시간이 다 부족한 가운데 난생처음 액션을 하려니 근육통을 달고 살았고 담이 와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죠. 외롭고, 괴로웠어요. '다시는 액션을 하나 봐라'라고 하기도 했죠. 그런데 촬영이 끝날 때쯤에야 액션을 어찌 해야 할지 감이 잡히더라고요. 촬영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연습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멋지게 액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나이가 들기 전에요.(웃음)" '흥행의 행복을 충분히 누리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 손예진은 이미 흥행의 기쁨에서 벗어나 평상시 모드로 돌아왔다. 지난 20일 새 영화 '행복이 가득한 집'의 촬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배우로서 흥행은 당연히 늘 목마를 것이다. 하지만 850만이 드는 작품을 하고 나니 오히려 더 차분해진 감도 있다.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책임감이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해적'의 개봉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남자 영화들만 너무 많으니 여배우로서 섭섭한 측면이 있다. 여배우들이 뭔가 더 많이 해야 한다. 아니, 닥치는 대로 다 해야한다. 영화를 찍으면서 더 많은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적'이 잘됐다고 갑자기 여배우들을 위한 영화가 나올리는 없죠. '해적'이 제 단독 주연작도 아니고요. 하지만 여자 해적이 나온 영화가 잘되고, 이런 식으로 여배우가 나온 영화들이 계속 잘되면 영화판에서 여자 영화들이 좀더 다양해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지금은 남자 배우들에 비해 여배우들의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아서 속상하지만 이런 식으로 제가 제자리를 지키며 계속 일을 하다보면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그는 "어느 순간 내 나이가 배우로서 중요한 때가 됐더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이 나이가 빨리 되고팠는데 어느덧 진짜 이 나이가 됐더라고요. 마냥 막내일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선배가 됐고 앞으로 점점 더 그렇게 될거잖아요. 제가 일을 즐기면서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일을 하는데도 계속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뭔가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요즘 들어서는 여배우로서의 책임감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배우들이 계속 많이 일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 얘기가 나와서 물었다. 결혼은 안하나? "그러게 말입니다.(웃음) 제가 어렸을 때는 선배 언니들을 보면서 왜 저 나이 되도록 결혼을 안하나 싶었어요. 근데 제가 그 나이가 된 거에요. 다 가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여건이 되고, 상황이 되면 언제라도 결혼을 해야죠. 결혼보다 연기가 더 중요해서 안하는 게 아니랍니다. 그냥 지금은 연기를 계속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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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최재은 "시간성 깊이 다루면 치유돼"체코 국립프라하미술관서 9월 21일까지 개인전 리얼 DMZ 프로젝트 참여..'경계' 테마 작업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이제 막 피어나려는 꽃과 이미 활짝 핀 꽃, 그리고 말라 비틀어진 꽃들이 한 화병에 담겨 있다. 세계적인 설치미술 작가 최재은(61)은 이를 두고 "시간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재은, Somebody is there, nobody is there, 2014 c-print 150x100cm. 국제갤러리 제공. 체코 국립프라하미술관 내 성 아그네스 수도원에서 다음 달 21일까지 개인전 '순환이 지속되는 집'을 여는 작가 최재은을 최근 삼청동에서 만났다. 국내 전시 준비차 잠시 귀국한 그는 1970년대 중반 일본으로 건너가 활동하다 지난 2010년부터 근거지를 독일로 옮겨 작업하고 있다. 체코의 성녀 '성 아그네스'가 활동한 성 아그네스 수도원에서 현대미술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재은은 이번 전시에서 '시간'을 주제로 다룬다. 꽃이 말라 죽으면 새 꽃을 꽂고 그 꽃이 시들면 다시 새 꽃을 꽂기를 반복한 사진 연작은 '북유럽 특유의 겨울빛'으로만 작업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 안에서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한다"며 "빛과 시간만이 해결하는 문제를 다룬 개념적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최재은은 20년 전부터 아프리카 케냐, 한국의 경주 등지에서 여러 겹의 종이를 땅속에 묻는 지중(地中) 설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종이를 다시 꺼내 그 위에 생성된 얼룩과 이미지를 끊임없이 순환하는 시간의 기록으로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6년 전 수도원 뒤뜰에 묻어 놨던 한 묶음의 종이를 다시 꺼내 기록한 영상 작업, 오래된 책에서 뜯어낸 종이를 모아 시간의 흐름을 가시화한 대규모 설치 작업도 선보인다. "시간 덩어리를 가져다" 놓은 작업들이다. 최재은, Two Ane?skys, 2014 Antique chair, beads, Text on age paper, 310 x 540 x 350 mm (each chair). 국제갤러리 제공. 작가는 "시간성을 깊이 다루면 치유가 된다"고 했다. "삶과 죽음을 분리하는 서양과 달리 동양의 문화는 삶과 죽음을 분리하지 않고 함께 하는 것이죠. 베를린에 살며 그런 부분을 오히려 많이 느껴요." 작가는 "한국 사회는 역동적이고 변화가 빠르다 보니 구조적으로 번뇌와 마찰 등을 순탄하게 풀 수가 없다"면서 "그런 부분을 인식하고 현실을 자각해야 사회가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개념적이고 싶어서" 베를린으로 근거지를 옮겼다는 작가는 오는 31일부터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에서 열리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Real DMZ Project)에도 참여한다. 지난 2012년부터 철원 DMZ 접경 지역의 안보 관광 코스를 중심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로, 철원평화전망대·월정리역·DMZ평화문화광장 등 민간인통제선 내 장소를 포함해 DMZ 접경 지역에서 지역민의 삶과 동시대 예술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전시다. 최재은은 이번 프로젝트에 '경계'를 테마로 한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열린 경계'와 인간사의 '닫힌 경계'를 사운드와 텍스트를 통해 비교하는 작업이다. 월정리역 내 3개 방에 작품이 설치됐다. "독일이 통일되기 전부터 베를린에 자주 왔다갔다하면서 봤지만 베를린은 통일 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많았어요. 그런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 자체의 의미가 큽니다." 작가는 "우리 문제를 그동안 왜 이렇게 멀리해 왔나 후회스럽다"면서 "DMZ 프로젝트도 진작 시작됐어야 했고, 사실 더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작가는 내년 베를린에서의 개인전도 준비 중이다. "전시를 해야 제 단점이 보여요. 작가라는 것은 지속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업이 좋고 나쁘고는 그냥 결과일 뿐이죠. 삶의 모든 것을 걸고 작업을 계속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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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영화 첫 주연…"타는 목마름으로 연기"공포영화 '터널 3D'서 여주인공 은주 역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과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 등을 통해 주목받은 배우 정유미(30). 익숙한 얼굴이지만 이 배우가 데뷔한 지 이미 10년이 지났고, 나이도 서른을 넘었다는 건 다소 의외다. 대학 선배들이 연출부로 참여한 '실미도'(2003)나 '인형사'(2004) 같은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정유미는 주로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렸고, 다시 영화계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단역이 아니라 주연이다. "실감이 나지 않아요. 기억하기 어려운 작은 역할에서 이제는 주인공을 맡았어요. 아직까지 이게 제 자리가 맞는지 모르겠어요. 다시 '인형사'를 찍던 그때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고요." '터널 3D'를 통해 영화에서 첫 주연을 꿰찬 배우 정유미의 말이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맡은 은주는 수줍음 많고 세심한 성격의 여대생이다. 시체를 숨기고자 폐 탄광에 숨어든 다섯 남녀가 하나둘씩 죽어나가는 이 영화에서 은주는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쥔 인물이다. "초중반 감정을 잡기가 조금 어려웠어요. (촬영은 영화 내러티브의 거의 역순으로 진행됐다) 은주는 등장인물 중 튀지 않고 조용히 묻어 지내는 인물인데 그래서 더 표현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후반부부터는 감정이 명확해지는 데 그때가 초중반보다는 오히려 훨씬 쉬웠어요." 영화는 찬바람이 한창인 2월 초 강원도 태백의 한 탄광에서 상당 부분 촬영됐다. "5월까지 눈이 오는 곳"이라 대단히 추웠고, "낭떠러지까지 있는" 탄광은 미로가 얽히고설켜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방송 끝내고 영화 현장으로 가면 진짜 '겨울왕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옷도 두껍게 입고 나왔는데, 영화에서 좀 더워 보이더라고요. 찍을 때 지치고 힘들었는데, 연기에는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웃음) 첫 주연작에서 정유미는 영화 주제곡도 직접 불렀다. 저음이라 "노래를 진짜로 못 부른다"고 말했지만, 박규택 감독은 영화 엔딩에 김희애의 원곡 대신 정유미의 '나를 잊지 말아요'를 썼다. "제 노래 맞죠? 녹음하면서도 노래 진짜 못했거든요. 영화에선 나쁘지 않았어요. 제 목소리에 맞춰 낮았는데 그다지 튀지 않아서 만족해요." 원래 내성적인 성격의 정유미는 애초 연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집에서는 교사나 공무원을 바랬다. 그러나 고2 때 담임교사(고교 때 배우 최지우의 담임교사기도 했다.)가 연기학원이나 다녀보라는 권유에, 그곳에 갔다가 인생이 달라졌다. "너무 재밌었어요. 물건도 막 던지고, 소리도 지르고…'나도 이런 게 가능하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연극영화과 가서 제대로 연기를 해보자고 마음먹었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정유미는 올해로 30대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나이 때문에 "부담감이나 압박감은 없다"고 했다. "삶을 풍성하게 하고픈 욕심"이 연기에 우선한다고도 했다. "다양한 역할을 맡고 오래 연기하는 건" 풍성한 삶의 한 부분일 뿐. "한 작품 한 작품 소중한 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예전에는 오디션 하나라도 잘못되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매번 긴장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오히려 연기가 안 나왔던 것 같아요. 즐기면서 하고 싶어요. 그래야 받아들이는 처지에서도 편하고요. 느슨하게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연기에 대한 갈증은 점점 더 커지고 있어요. 카메오 출연이어도 상관없습니다. 조금 나와도 임팩트 있는 역할이면 좋겠어요.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