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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맘' 안시현 "먼 길 돌아왔다…앞으론 후회 없는 삶 살고파""스무 살 이후 시련은 내가 자초했지만, 나를 철 들게 했다""열심히 벌어 딸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다""정말 못하겠다고 느낄 때까지, 몸이 건강한 한 계속한다는 생각뿐"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살지 않겠다. 그때는 골프가 재미없고 지루했다."앞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는 안시현.무려 1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안시현(32·골든블루)은 화장기 없는 민얼굴에 수수한 차림새로 기자를 만나러 왔다.13년 전인 2003년 열아홉 살 안시현은 '얼짱 골퍼'의 원조였다. 얼굴이 예쁘고 깜찍했고 큰 키에 팔다리는 늘씬했다. 예쁜 골프 선수도 더러 있었고 실력이 뛰어난 골프 선수도 적지 않았지만 둘 다 갖춘 선수는 사실상 안시현이 처음이었다. 13년 전 안시현은 '완판녀'였다. 안시현이 입은 골프웨어와 골프 모자는 전국 매장에서 순식간에 팔려나갔다.200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CJ 나인브릿지 클래식은 안시현을 국내 1호 '얼짱 골퍼'와 '완판녀'로 만든 무대였다. 이듬해 LPGA투어에서 진출해 신인왕까지 차지하면서 안시현은 인생 최고의 시기를 만끽했다.하지만 내리막길은 너무나 빨리 찾아왔다. 2011년 LPGA투어를 접을 때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노는 데 정신이 팔려 훈련을 뒷전이라고들 수군댔다. 유명 연예인과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에 이어 딸을 낳았다. 결혼은 2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2014년부터 골프채를 다시 잡았지만 2년 동안 그저 그런 성적에 그쳤다. 골프에 회의가 들어 그만둘까 생각한 지 3주 만에 한국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 정상에 올랐다. 안시현은 "먼 길을 돌아왔다"고 표현했다. 그는 "스무 살 이후 시련은 모두 내가 자초한 것"이라면서 "시련이 나를 철 들게 했다"고 말했다.그는 생계형 프로 골프 선수라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하나뿐인 보물'이라는 다섯 살 딸 그레이스를 제대로 키우는 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골프를 친다고 말했다. 나이는 들었지만, 샷은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강한 체력을 타고나지 못해 이를 악물고 체력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안시현은 "어릴 때보다 오히려 요즘 더 열심히 한다"고 밝혔다.다음은 안시현과 일문일답.-- 모처럼 바빴겠다.▲ 갑자기 바빠졌다. 축하 전화와 축하 문자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집으로 꽃도 많이 왔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정말 많이 왔다. 그동안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신 분들이 다들 연락해왔다. 잊지 않고 축하해주신 팬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요즘도 예쁘다는 팬들이 많다고 하더라.▲ 예쁘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관리를 좀 해야 하나? 하하.-- 13년 전, 12년 전에는 최고의 스타였다. 그때 안시현과 지금의 안시현은 어떻게 다른가.▲ 많이 달라졌다. 그땐 사회를 몰랐고 제멋대로였다. 지금은 자제할 줄 알고 사회를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사회도 좀 안다. 엄마 말로는 사람 됐다고 하더라.-- 지난 세월이 후회되나.▲ 많이 후회된다. 내가 그때 좋은 상황이었고 좋은 여건 아니었나.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열심히 안 했다. 왜 그랬을까, 왜 열심히 안 했을까 후회된다. 다시 되돌아간다면 그러지 않아야지 하는 생각 많이 한다. 그땐 솔직히 골프가 재미없고 지루했다. 부모님 속도 많이 썩였다.-- 주니어 때도 힘든 시기가 있지 않았나. ▲ 돌아보면 주니어 땐 누구나 다 겪는 성장통이었다. 어릴 땐 다른 친구들과 다른 생활이 싫었다. 학교도 못 가고 미팅도 한 번 못 했다. 남들 다 하는 거 나는 왜 못하고 살까, 왜 내가 다른 사람 욕심을 위해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이런저런 힘든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는 어려움이지만 스무 살 이후엔 내가 만든 어려움이라는 게 차이다. 성인이 된 다음에 맞은 시련은 다 내 책임이다. 그래서 어릴 때 겪은 어려움보다 성인이 된 뒤 시련에서 더 많이 배웠다.-- 어린 나이에 너무 빨리 성공한 게 오히려 독이 됐다고 보나? 더 천천히 컸다면 더 나았다는 생각을 하나?▲ 어린 나이에 찬스를 잘 잡았는데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지 못했다. 잘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아마 더 나은 삶은 살았을 것 같다. 그런 가르침이 없어서 이렇게 멀리 돌아온 것 같다.-- 2003년에 기자회견에서 '차를 시속 200㎞로 몰면서 스트레스를 날린다'거나 '골프 선수가 되지 않았으면 탤런트가 됐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다 철이 없어서 한 말이다. 지금은 아이 엄마니까 물론 철저하게 안전운행이다. 탤런트도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더라. -- '싱글맘'이다. ▲ 딸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다. 그러려면 경제적 뒷받침 되어야 하니까 열심히 벌려고 한다. 사실 엄마 역할과 프로 선수를 겸하는 게 힘들다. 딸과 같이 있고 싶지만 돈을 벌어야 딸을 키울 수 있으니까. 직장 다니는 다른 엄마들이랑 다를 바 없다.-- 가장 힘든 게 뭔가.▲ 딸을 떼놓고 나가는 게 힘들다. 어떤 때는 다리를 붙들고 가지 말라고 한다. 연습 라운드 가려는데 그러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그럴 땐 어떻게 하나.▲ 달랠 수밖에 없다. 엄마가 굿샷 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 그레이스 하고 싶은 그림도 마음껏 그리고 노래도 마음껏 부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알아듣고 다녀오라고 한다. 대견하고, 고맙고, 미안하다.-- 어머니가 딸을 보살피고 있는데.▲ 어머니는 '내 평생 아이만 키운다'고 한숨이다. 일곱 살 연하 동생이 있는데 나를 다 키워놓고도 그 동생을 키우셨다. 동생을 다 키웠더니 이번엔 손녀까지…그래도 그레이스 보시면서 우울증도 없어지고 좋은 점도 있다고 하신다. 세상에서 제일 고마운 어머니다.딸을 위해 골프를 그만두려는 마음을 고쳐 먹었다는 안시현. -- 우승 인터뷰 때 3주 전에 골프에 회의가 들어 그만두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무슨 일이 있었나.▲ E1 채리티오픈 마지막 날 말도 안 되는 실수가 막 나왔다. 이게 한계인가? 나름 지난겨울 준비한다고 했는데 이게 뭔가? 샷 감각도 나쁘지 않고 퍼팅도 괜찮았는데 인제 그만둬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골프 관두고 무얼 할까 고민도 했다. 딸한테 '엄마 골프 관둘까?' 했더니 '응 그래' 하더라. 그래서 정말 그만둬야 하나, 지금 딸한테 내가 필요한 시점인가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나.▲ 하필이면 그때 어머니가 유치원 수업료 고지서 등등을 내놓더라. 그걸 보니까 '어휴 내가 열심히 하자. 내가 골프 그만두면 이걸 어찌 감당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다시 마음을 추슬렀다. -- 결혼, 출산으로 쉬다가 투어에 복귀할 때 어떤 마음이었나?▲ 사실 시드전 볼 때 걱정 많았다. 망신당하면 어쩌나 하고. 죽기 살기로 하자고 마음먹었고 다행히 시드를 땄다. 복귀한 다음에 첫 대회를 나갔는데 정말 떨리고 설레더라. 처음 투어에 올라왔을 때와 처음 미국에 갔을 때와 비슷했다. -- 2년 동안 성적이 별로였다.▲ 샷도 좋고 자신도 있었는데 몸이 안 따라주더라. 우승은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작년에는 샷이 좋아서 부쩍 욕심을 냈다. 그런데 욕심을 낼수록 뭐가 잘 안 맞았다. -- 지난 겨울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고 했는데.▲ 겨울에 태국으로 3주 동안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짧게 가는 만큼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 훈련은 많이 하나?▲ 어릴 땐 2003년 CJ 나인브릿지 클래식 우승 이후 잘 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훈련도 별로 안 했다. 지금이 오히려 더 열심인 것 같다. -- 복귀해서 몸이 안 따라주더라고 했는데 체력은 어떤가.▲ 원래 체력이 강한 편이 아니라서 훈련 꾸준히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틈날 때마다 한다. 안 하면 금방 체력이 떨어지는 걸 느끼니 안 할 수 없다.-- 솔직하게 자신의 실력을 평가한다면?▲ 후배들과 비교해 기술적으로는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그런 믿음이 없다면 어떻게 투어 선수로 뛰겠나.-- 선수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뭐 하나 딱 정해놓고 그걸 추구한다고 해서 그게 이뤄지는 게 아니더라. 주어진 상황, 주어진 환경에서 하루하루,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사는 게 내 방식이다. 뭘 정해놓고 아등바등 쫓는 게 너무 힘들더라. 그걸 이루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 않나. 골프가 내 일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렇다면 인생의 목표는 뭔가.▲ 다시 뒤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 10년 전을 돌아보면 참 후회되는 게 많다. 앞으로는 후회하고 싶지 않다.-- 딸이 커서 어떤 사람이 됐으면 좋겠나?▲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 첫 번째다. 하고 싶은 일이 나쁜 일 아니면 다 뒷바라지하겠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는 아니더라도 자존감 있고 자신감 있고, 남한테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 딸 그레이스는 어떤 존재인가?▲ 하나뿐인 보물. 뭣과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다.-- 후배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골프 선수로 뛰겠다면 말리겠나?▲ 선수마다 다르겠지만 나쁘지 않다고 본다. 프로 선수로 활동하는 게 본인이나 아이를 위해서도 좋은 거라고 본다. 자존감도 생기고, 아이도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을까.-- 원조 얼짱 골퍼로서 외모를 가꾸는데 관심이 많은 후배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게 먼저인지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 일이 뭔지를 알아야 한다. 인정을 받으려면 실력부터 갖추고 나서 외모를 가꿔도 늦지 않을까.-- 골프 선수는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투어 데뷔 동기가 김주미, 임성아다. 국가대표 상비군, 국가대표 시절을 같이 보냈고 미국에서도 같이 뛰었다. 그런데 어느 날 돌아보니 현역 선수는 나 혼자다. 다들 그런다. 내가 제일 오래 칠 줄 몰랐다고…인생이 짧게 가는 게 아닌 것 같다. 당시에는 바로 보지 못하는 빛이지만 오래 하다 보면 빛을 보게 되더라. 언제까지 하겠다고 딱히 정해놓은 건 없다. 정말 못하겠다고 느낄 때까지, 몸이 건강한 한 계속한다는 생각뿐이다.-- 23일 개막하는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1, 2라운드에서 박성현, 장하나와 동반 플레이를 치르게 됐다. 둘 다 소문난 장타자들이다.▲ 제 볼만 쳐야지 괜히 쫓아가려다 다치면 어쩌나. 하하. 장하나와는 한번 쳐 본 것 같은데 박성현은 처음이다. 그런데 골프가 거리로 치는 게 아니지 않나. 한국여자오픈도 아주 긴 코스에서 열렸지만, 코스 매니지먼트를 내가 워낙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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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정은, 당대회 끝나자 '청와대 타격훈련' 연기했다"北 매체, '청와대ㆍ정부청사 타격' 영상으로 위협(서울=연합뉴스) 북한 매체가 5일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를 비롯해 서울의 주요 정부기관을 장사정포로 공격하는 가상의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위협을 가했다. 대외선전용 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이날 홈페이지에 '최후통첩에 불응한다면'이라는 제목의 1분 28초 분량의 영상을 게재했다. 사진은 미사일 공격으로 청와대가 폭파되는 장면. 2016.4.5 <<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 nkphoto@yna.co.kr동원 포병전력 철수…"남한에 노출되어 효과반감 판단한듯"정부, 도발보다 민생 챙기나 촉각…김정은 동선·북한군 동향 예의주시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당 대회가 끝나자 평양 인근에서 준비하던 '청와대 타격훈련'을 전격 연기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정부와 정보 당국은 북한이 당 대회 이후 당장 군사적 도발에 나서기보다는 민생안정 등으로 정책을 변화할지 등을 판단하기 위해 김 위원장의 동선과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정부의 한 관계자는 15일 "북한이 평양 외곽의 대원리 화력 시범장에서 청와대 본관 모형을 설치해 놓고 타격훈련을 준비해왔는데 당 대회 이후 동원된 포병전력을 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훈련 자체를 취소했는지 연기했는지를 계속 분석 중"이라며 "청와대 모형을 철거할 징후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어 연기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북한군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정보 당국도 포병전력은 그때그때 동원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타격훈련을 연기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정부의 한 대북 전문가는 "남한 언론에 훈련을 준비하는 기사가 나가는 등 사전 준비 작업이 다 들통났기 때문에 실제 훈련을 하더라도 그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면서 "지난 9일 폐막한 당 대회의 주요 참가자들에게 훈련을 보여줄 것으로 판단했지만, 김정은의 지시에 의해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평양 외곽의 대원리 화력 시범장에 실제 크기의 절반 정도 되는 청와대 본관 모형시설을 설치해 놓고 대규모 화력 시범을 준비해왔다.청와대 모형시설은 포병 장비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에 완공됐고, 122㎜ 방사포와 견인 곡사포 등 50여 대의 포병 장비를 화력 시범장에 동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군은 이들 장비로 청와대 모형시설을 공격하는 화력 시범을 한 뒤 이를 관영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됐다.앞서 북한은 지난 2월 24일 최고사령부 중대성명을 통해 1차 타격 대상이 청와대라고 협박한 데 이어 3월 23일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중대보도를 통해 청와대 초토화를 언급했다.또 3월 26일에는 전방 군단 포병대의 최후통첩 형식으로 청와대는 사정권 안에 있다고 위협했고 지난달 5일에는 청와대를 미사일 등으로 공격하는 컴퓨터 그래픽을 만들어 공개한 바 있다. 북한군이 타격연습을 위해 만든 청와대 모형시설(연합뉴스TV 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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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석 칼럼> 한반도 위기 앞에 우린 무얼 하고 있나(서울=연합뉴스) 최재석 논설위원 = 한반도 위기의 초(秒)시계가 멈추지 않고 째깍거린다. 마주 보고 내달리는 정면충돌 직전의 기차에 탄 듯하다. 북은 핵과 미사일 도발을 그칠 줄 모른다. 남은 강한 대북 제재와 압박의 결기가 여전하다. 평화의 기운이라곤 한반도 어디에도 없다. 다음 달 6일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인 당 대회를 앞두고 5차 핵실험 조짐은 좀체 사그라지지 않는다. 한반도가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또다시 섰다. 이 상황에서 우린 무얼 하고 있는가.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검을 뽑고 활시위를 당겨놓은'(劍拔弩張·검발노장) 상황으로 화약 냄새가 가득하다"(3월 8일 기자회견)고 한반도 상황을 비유했다. 미국 쪽에서 나오는 북한 관련 언급은 예사롭지 않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입에서 "북한을 파괴할 수 있다"(4월 26일 미방송 인터뷰)라는 말이 나왔다. 한국을 생각해 섣불리 행동에 나설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전에 없이 날 선 대북 압박발언이다. 마크 토너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4월 26일)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다른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한·미·일 3국이 '군사적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4월 20일 로이터 보도)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미국이 검토했던 '북한 영변 핵시설 폭격' 시나리오를 떠오르게 한다.작년 12월 나온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의 회고록 '핵 벼랑에서의 나의 여정(My Journey at the Nuclear Brink)'의 내용을 보자. 당시 페리 장관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거부하자 군부에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공습(surgical strike)' 계획 입안을 지시했다. 북한이 5메가와트 원자로에서 사용 후 연료봉을 인출해 재처리를 준비하는 시점을 '디데이'로 잡았다. 재처리 시설 정밀 타격은 방사성 물질을 유출하지 않을 것이고, 크루즈 미사일로 원거리에서 공격하면 미군 피해도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군 기지를 포함한 남한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서 전면전으로 치달을 위험성이 제기됐다. 결국 공습 계획은 논의테이블에 오르긴 했으나 밀려났고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되지도 않았다. 대신 미국 정부는 대북 제재 카드를 택했다. 북한은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에 제재를 부과하고 한국에서 미국인을 소개하며, 주한미군을 증강한다는 계획이 클린턴에게 보고됐다. 클린턴이 결단을 내리기 직전 전화벨이 울린다.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전화였다. '미국이 행동을 유보하면 재처리 문제를 협상할 수 있다'는 김일성의 제안을 전했다. 한반도를 전쟁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가던 1차 북핵 위기는 이렇게 해소됐다.우리는 지금 한반도 위기 상황에 너무 무감각하지 않은가. 위협의 일상화가 막연한 기대를 낳았다. 북한의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그들의 전략에 말려드는 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섣부른 낙관론은 뼈아픈 후회를 부른다. 외교·안보 당국에 묻고 싶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갔는데 미국과 중국 쪽만 쳐다보고 있는가. 한국이 이용할 수 있는 대북 레버리지는 초라하다. 그래도 국가와 민족의 사활이 걸린 당사자인 한국이 더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어떤 나라도 우리를 대신하지 않을 것이다. 솔로몬의 지혜를 모으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지켜보는 국민은 불안하고 안타깝다.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역대 최강의 대북 제재가 지금까지는 김정은 정권의 도발을 저지하기에 역부족인 듯하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이 어느 정도 감당할 수준이면 핵과 미사일 도발은 계속된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정말로 북한의 고통을 야기할 수 있는 제재를 중국이 해야 한다"(4월 27일 국제관계 포럼)고 말했다. 지금 수준의 제재가 오히려 북한 정권과 주민 간 결속을 강화하고 핵 능력만 제고시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북한이 각종 도발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연례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이달 말이면 종료된다. 5차 핵실험이라는 큰 변수가 있지만 북한 당 대회가 끝나면 어떤 식으로든 한반도의 대치 국면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잖다. 김정은이 적극적으로 대화 공세를 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압박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 정교한 전략이 요구되는 때다. 북한에 더 센 회초리를 들 것인가. 아니면 회초리와 함께 당근을 내밀 것인가. 또 다른 선택의 시간이다. 남북관계에서는 언제나 냉철한 정세 인식에 근거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통일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정책의 일관성 못지않게 유연성이 효과적일 때도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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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집단 탈북 종업원 동료 7명 평양서 CNN과 인터뷰"동료들 지배인 꾀임에 속아 넘어갔다." 주장 CNN "북 지도부 굴욕적 일격… 북·중 관계 긴장 고조 징후"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출과 관련해, 같은 식당에서 일했던 7명의 여종업원이 평양에서 CNN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CNN은 자사 평양 주재 특파원이 지난 18일 이들과 고려호텔 로비에서 만났다면서 집단 탈출자들의 동료들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이라고 21일 보도했다. 그동안 이 식당에서 함께 일했던 나머지 종업원이 몇 명인지, 또 이들의 행방은 어떻게 됐는지를 놓고 궁금증이 일었지만, 이날 CNN 보도를 보면 나머지 종업원은 7명이며 이들 모두 사건 직후 평양으로 송환된 것으로 보인다. 집단탈출 추정 북 종업원들이 식당에서 근무할 당시 모습(베이징=연합뉴스)한윤희라는 이름의 종업원은 "우리는 부모와 조국, 그리고 김정은 지도자를 절대로 떠나지 않는다"며 "우리 가운데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NN은 "이 20대 여성들은 모두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그들의 정부를 위해 해외에서 돈을 벌어오도록 선발된 평양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수석 종업원이라고 밝힌 최혜영은 "식당 지배인이 지난 3월 중순 우리를 모두 불러놓고 우리 식당이 동남아의 어느 곳으로 옮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후 그 지배인은 자신에게만 "사실은 남한으로 탈출할 계획"이라는 것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최혜영은 시간이 너무 없어서 "몇 명의 종업원에게만 '경고'를 했다"며 "당시에는 이미 차가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하며 인터뷰 도중 울음을 터뜨렸다. 이들 종업원은 이번 사건이 남한 당국의 지시하에 한국의 한 사업가와 북한 지배인이 짜고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고 CNN은 전했다. 종업원 한윤희는 인터뷰에서 "내 생각에 우리 동료들은 속아서 한국으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극심한 곤경에 처해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 가슴을 찢어지게 한다"고 흐느꼈다.하지만 한국 통일부는 CNN의 입장 요청에 "탈출한 13명은 외부로부터 어떤 도움도 없이 자발적으로 탈출을 감행했다"며 "우리 정부는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그들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중국 남부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한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12명의 북한 여종업원과 남자 지배인 1명의 집단 탈출 이후 북한은 '납치 유괴'라며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CNN 기자는 "이달 초까지 이들은 중국 식당의 종업원으로 일했지만, 지금 이들의 삶은 매우 복잡해졌다"면서 "그들은 왜 친구들이 떠났고 다시 되돌아오지 않았는지에 대해 (평양 당국에) 설명을 해야 하는 무거운 부담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 것(한국 정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집단 탈출은 평양 지도부에 굴욕적인 일격"이라면서 "특히 이번 일이 북한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자 무역 파트너인 중국 정부의 승인 아래 이뤄진 일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북한 종업원들이 소지한 여권(베이징=연합뉴스)과거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되돌려 보냈지만, 지난주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은 공개적으로 "수사 결과 13명의 북한 주민들은 합법적 여권을 갖고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CNN은 "많은 전문가는 중국의 이번 조치가 북 중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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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① 비단 물결 따라 짚어가는 백제의 향취(공주·부여=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백제,/ 예부터 이곳은 모여/ 썩는 곳,/ 망하고, 대신/ 거름을 남기는 곳,/금강,/ 예부터 이곳은 모여/ 썩는 곳,/ 망하고, 대신/ 정신을 남기는 곳”- 신동엽의 서사시 ‘금강’ 중에서 금강(錦江)은 전라북도 장수군 신무산의 뜸봉샘에서 시작해 무주, 옥천, 대전, 공주, 부여, 강경, 군산 등을 거쳐 서해로 흘러들어 간다. 394.79㎞의 길이, 천 리의 물길은 여러 가지로 불리고 있다. 즉 상류에서부터 적득진강·차탄강·화인진강·말흘탄강 등으로 부르고,공주에 이르러서는 옹진강, 부여에서는 백마강, 하류에서는 고성진강으로 부른다. 사진/이진욱 기자 인류의 문명이 갠지스강이나 유프라테스강 또는 황허(黃河) 유역에서 발달했듯이, 남한에서는 한강과 낙동강 다음으로 긴 강인 금강의 물줄기에는 역사와 문화가 있고, 그 유역에는 구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이 서로 기대며 살고 있다. 금강 유역은 선사시대부터 최적의 삶의 터전이었다. 금강과 접한 산의 완만한 경사면이 만나는 지대에 위치한 공주시 장기면의 석장리에는 약 1만년 전 구석기인이 살았다. 사적 334호로 지정된 석장리 유적지에서는 깬석기, 밀개, 긁개, 찍개, 찌르개, 주먹도끼 등 구석기시대 유물이 발견돼 그 시대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전기, 중기, 후기의 유적층이 다 있을 뿐 아니라 약 2만5천 년에서 3만 년 전 집터도 발견됐다.유적 내 석장리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선사 박물관으로 석장리 유적을 발굴, 전시하고 있다. 구석기 인류의 진화 과정,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구석기인의 생활 모습, 석장리 유적의 발굴 과정이 차례로 이어진다. 박물관 외부에는 구석기인의 생활상을 담은 선사공원과 발견된 집터를 토대로 막집을 복원한 석장리 구석기 유적지가 있다. 사진/이진욱 기자◇ 금강을 끼고 쌓은 천혜의 요새 공산성 석장리 유적지에서 금강이 흐르는 쪽으로 내려오면 금강을 끼고 쌓은 천혜의 요새 공산성(公山城)이다. 웅진 시기(475∼538) 백제의 왕궁이었던 공산성은 해발 110m의 능선과 계곡을 따라 흙으로 쌓은 포곡형 산성이다. 성곽의 총 길이는 2천660m이다. 동서로 약 800m, 남북으로 약 400m 정도의 장방형이다. 고구려 장수왕의 위례성 침범으로 한강 유역을 빼앗긴 백제는 공주의 옛 지명인 웅진으로 도읍을 옮겼고, 웅진은 지금의 부여인 사비성으로 도읍을 옮기기까지 60여 년 동안 백제 왕국의 중심이었다. 비록 고구려의 남진 정책에 밀려 공주까지 내려왔지만, 차령산맥과 금강으로 둘러싸인 공주는 외적의 침략을 방어하는 데 유리한 천혜의 방어벽을 갖추었다. 또 백제와 긴밀한 관계의 지방 세력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왕권이 약하여 혼란이 거듭되었으나 무령왕대부터 안정을 되찾고 백제의 중흥을 일궜다. 공산성 내에서 확인된 다량의 기와, 연꽃무늬와 바람개비무늬로 장식된 와당, 중국제 자기는 백제 시기 공산성의 위상을 짐작게 하는데, 문화와 교류 강국이었던 백제의 개방성과 국제성은 서해로 연결되는 금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진/이진욱 기자 공산성에는 네 개의 문이 있는데, 공산성을 일주할 때는 푸른 숲이 우거진 언덕 위에 석축을 쌓아 올려 공산성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서문의 금서루를 출발지로 삼는다. 금서루에서 금강이 흐르는 왼쪽으로 걸어가면 공산성에서 가장 높은 공북루가 나온다. 누각에 오르면 공산성을 휘감아 돌아가는 비단 물결과 ‘강물을 끌어당기는 누각’이란 뜻을 지닌 만하루(挽河樓), 성벽을 따라 노란색 바탕에 백호·주작 등이 그려진 깃발, 공주 신시가지의 고층 아파트, 1933년에 놓은 금강교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만하루는 금강 쪽을 지키는 군사적 기능과 금강의 경승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누각으로 뒤쪽에는 연못과 임진왜란 때 승병 훈련소로 사용되었던 영은사가 있다.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1천500년 전 고대 왕국 백제의 향취가 가슴속 깊이 전해져 온다. 조선 시대 이괄의 난 당시 인조의 피란한 역사를 품고 있는 쌍수정 아래는 옛 백제 왕궁지로 추정하는 너른 터와 인공 연못의 흔적이 남아 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에는 “새로 궁궐을 지었는데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았고 화려하나 사치하지 않았다”고 기술돼 있다. 밤에 조명이 켜지니 은은한 불빛을 받은 성곽이 금강에 반영되고, 성 건너편 둔치에서 바라보는 공산성 야경은 마치 용 한 마리가 누워 있는 모습이다.공산성에서 금강 쪽으로 1.5㎞ 정도 가면 곰이 뛰어놀았다고 해 ‘곰나루’라는 뜻을 가진 고마나루가 나온다. 공주는 옛날엔 우리말로 고마나루라 부르고 웅진(熊津) 등으로 적었는데, 고려 태조 때 공주(公州)가 됐다. 고마나루는 금강을 오가던 배가 사람과 물자를 부렸던 가장 큰 나루터였다. 이곳에는 공주의 대표 전설인 인간을 사랑한 곰의 슬픈 이야기인 ‘곰나루 전설’이 서려 있다. 금강의 수신(水神)에게 제사를 올리던 웅진단 터와 곰을 모신 곰사당이 아직도 남아 있다. 서쪽으로 흐르는 금강이 방향을 갑자기 꺾어 남쪽으로 흐르는 곳으로, 금강변의 넓은 백사장과 솔밭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 백제의 흥망을 지켜본 부소산성538년 백제 성왕은 왕국의 미래를 기약하며 농경에 유리하고 외침을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사비(부여)로 천도한다. 공주에서 35㎞ 남서쪽에 있는 부여는 ‘날이 부옇게 밝았다’는 뜻으로 백제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고, 또한 멸망의 처절한 아픔을 맞았던 고도다. 성왕은 부소산 일대를 중심으로 철저한 계획을 통한 도읍을 건설했다. 백제의 마지막 왕성인 부소산성은 군창지와 사자루의 산봉우리를 머리띠 두르듯 쌓은 테뫼식 산성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포곡식 산성이 혼합된 복합식 산성이다. 성 앞의 관북리 유적은 백제 왕궁터로 추정되며 건물터, 공방시설, 도로, 연못 등이 확인됐다.백마강을 따라 펼쳐져 있는 부소산성에는 백제의 마지막 숨결이 곳곳에 스며있다. 해발 106m의 나지막한 구릉인 부소산의 정상부에 쌓은 부소산성에는 백제의 마지막 충신 성충과 흥수, 계백의 영정을 모신 삼충사, 군량미를 보관하던 창고나 피란 시설이 있었던 군창터, 땅을 파고 생활하던 수혈 주거지, 사자루, 반월루, 부여 동헌과 객사 등 많은 유적이 있다. 사진/이진욱 기자 부소산성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백마강가에 서 있는 높이 40m의 절벽인 낙화암이다. 사비도성이 나당연합군에 함락됐을 때 삼천궁녀가 백마강에 몸을 던졌다는 낙화암 정상에는 죽은 궁녀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자 백화정이 있고, 낙화암 절벽 아래에는 아담한 절고란사가 자리 잡고 있다. 고란사에서 목을 축이고 매표소로 다시 나오거나 바로 옆 나루터에서 황포돛배를 타고 백마강에서 낙화암을 감상하고 구드래나루터로 갈 수 있다. 부소산성과 삼천궁녀, 그 이름만으로도 백제의 희미한 숨결이 느껴진다. 사진/이진욱 기자 경주 동궁과 월지보다 먼저 만들어진 부여 궁남지는 궁궐 남쪽에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연못이다. ‘삼국사기’는 “무왕 35년(634년) 궁의 남쪽에 연못을 파서 물을 20여 리 끌어들였다”고 전한다. 패망한 백제의 수도 부여의 궁남지는 여름이면 홍련, 백련, 수련 등 갖가지 연꽃을 활짝 피워낸다.아름다운 경관과 나라 잃은 슬픔이 곁들여져 있는 공산성과 부소산성을 돌아본 뒤 금강 변에 있는 청벽산(277m)에 오른다. 폭 100m, 높이 25m의 거대한 바위 절벽 위에 있는 금강 조망 포인트에 서면 발아래로 굽이굽이 도도히 흐르는 금강의 장쾌한 풍광이 펼쳐진다. 강물은 쉼 없이 흘러가고, 강과 산을 물들이는 해넘이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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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국면서 北해외식당 종업원 13명 집단 탈출해 입국(종합3보)문 닫은 캄보디아 북한 식당(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최근 영업 부진으로 폐업한 캄보디아 내 북한 식당.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있는 북한 식당 6개 가운데 3개가 잇따라 영업을 중단했다. [캄보디아한인회 제공] kms1234@yna.co.kr5년 만의 집단 탈북…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은 처음탈북 지역·경로는 비공개…中 아닌 동남아 해외식당서 탈북소식통 "北 체제에 대한 회의·남한사회 동경이 탈북 배경"北 '납치' 주장하며 반발할듯…"접경지역서 우리국민 납치 시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황철환 기자 = 북한 해외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7일 국내에 입국했다. 외화벌이 일꾼인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은 TV와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을 접하고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깨달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게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 해외식당에서 근무 중이던 지배인과 종업원 등 13명이 집단 귀순했다"며 "이들은 남자 지배인 1명과 여자 종업원 12명으로, 4월 7일 서울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그동안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한두 명이 개별적으로 탈북한 사례는 있지만,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한꺼번에 탈북해 입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정부는 이들의 의사를 존중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원 검진 결과 건강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라며 "이들 종업원은 해외에서 생활하며 한국 TV,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 체제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으며, 최근 집단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이들은 지난달 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 이후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변인은 "한 (탈북) 종업원은 '한국에 오는 것에 대해 서로 마음이 통했으며, 누구도 거부하지 않았다'라고 언급했다"며 "정부는 이들이 집단이탈, 장거리 이동에 따른 긴장감·피로감 등을 호소하고 있어 충분한 휴식 후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유관기관 합동으로 구체적인 귀순 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 체제에 대한 회의와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이 탈북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브리핑하는 통일부 대변인(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8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이 북한 집단 탈북 이슈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hama@yna.co.kr북한 해외식당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와 우리 정부의 독자 대북제재 여파로 한국인 손님의 발길이 끊겨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정 대변인은 "대북제재 이후에 국제사회의 강력한 이행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에 있는 북한 식당도 타격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당국으로부터 촉구되는 외화상납 요구 등 압박이 계속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라는 (탈북 종업원의)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집단 탈북 사례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 대변인은 "대북제재 국면에서 이렇게 집단 탈북이 이루어졌다는 상황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에 발표한 것"이라며 "북한 해외식당에 근무하는 종업원들은 우리로 치면 중산층 이상이고, 비교적 성분도 좋은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이 한꺼번에 마음을 합쳐서 탈북을 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라고 정부가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변인은 탈북 지역과 탈북 경로에 대해서는 "나라와 경로는 그동안의 관례상 말씀드릴 수 없다"며 "그 이유는 제3국과의 외교마찰을 우려하고, 그다음에 이분들의 신변보호, 그리고 또 향후 있을지도 모르는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탈북지역은 중국이 아니라 동남아 국가 중에 하나인 것으로 전해졌다.북한이 외화벌이의 목적으로 운영하는 130여 개의 해외식당 중 90% 이상은 중국에 있고, 베트남과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등 동남아에서도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정 대변인은 과거 집단 탈북 사례와 관련해 "2004년도 7월에 베트남에서 집단 탈북이라기보다도 같이 모아서 한꺼번에 입국한 사례가 있는데 468명 정도였고, 그다음에 2011년도 6월 9명이 집단적으로 탈북해서 들어온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해외식당의 북한 종업원들(서울=연합뉴스) 북한 해외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7일 국내 입국했다. 사진은 해외식당에서 공연하는 북한 종업원들. [AP 연합뉴스자료사진 ] cityboy@yna.co.kr북한은 이번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에 대해 '기획탈북' 혹은 '납치'라고 주장하며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이에 대해 '납치'라고 주장하며 종업원들을 즉각 돌려달라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북중 또는 남북 접경 지역에서 우리 국민에 대한 납치 시도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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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서울해방작전' 위협 왜나왔나…한미상륙훈련 불안감 반영[연합뉴스TV 제공]최대 규모 상륙훈련·지상작전에 총참모부 첫 성명으로 맞대응'北 내륙 진격작전'·'족집게식 타격' 등에 공포심 배가된 듯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북한이 12일 서울을 비롯한 남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서울해방작전'을 벌이겠다고 위협한 것은 이날 시작되는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 상륙훈련과 지상작전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인 키리졸브(KR)·독수리 연습(FE)에 대해 지난달 23일 인민군 최고사령부 중대성명 발표에 이어 이달 들어 외무성 대변인 담화(6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7일),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성명(7일)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형식으로 반발하고 있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 군대는 적들의 '평양진격'을 노린 반공화국 상륙훈련에는 서울을 비롯한 남조선 전지역 해방작전으로,'족집게식타격' 전술에는 우리 식의 전격적인 초정밀기습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그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내각 종합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특히 우리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북한군 총참모부가 사상 처음으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성명의 중량감을 더함으로써 위협의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읽힌다.북한군 총참모부는 성명에서 타격대상으로 "평양진격작전에 투입된 자"와 "이를 고안해낸 음모의 소굴"을 지목했다.앞서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지난달 징벌대상을 거론하면서 "1차 타격대상은 청와대와 반동통치기관들, 2차 타격대상은 아시아태평양지역 미제침략군의 대조선침략기지들과 미국본토"라고 언급한 바 있다.미 해군 7함대 강습상륙전단 본험리처드함(4만1천t급)이 한미 연합훈련인 독수리(FE)훈련의 하나로 실시되는 쌍용훈련에 참가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이처럼 북한이 예년의 한미 군사훈련에 비해 한층 거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고립이 심화된 상황에서 열리는 올해의 훈련이 기존의 상륙훈련에 그치지 않고 '북내륙 진격작전'과 '족집게식 타격' 등으로 내용이 한층 강화되면서 심리적 부담감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미 연합 실기동 훈련(FTX)인 독수리 연습에 속하는 쌍룡훈련 중에서도 핵심인 이번 상륙훈련이 사상 최대 규모의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가운데 유사시 북한 후방 지역으로 강하게 파고드는 능력을 배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한미 해병대 1만2천여명과 해군 5천여명 등 1만7천여명이 참가하는 이번 훈련에는 미군의 강습상륙함인 4만5천t급 본험리처드함과 상륙선거함인 1만6천800t급 애슐랜드함이 위용을 드러내는 등 장비 면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강력한 무기가 투입될 예정이다.한국 한미 연합 쌍용훈련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항공모함과 같이 비행갑판이 넓은 본험리처드함은 오스프리(MV-22) 수직이착륙기, 해리어(AV-8B) 전투기, 슈퍼코브라(AH-1W) 헬기 등 항공기 수십대를 탑재하고 내부에는 M1A1 전차, LAV-25 장갑차, M198 견인포 등을 싣고 다닌다.한미 양국 군은 상륙훈련에 이어 18일까지는 북한 핵심 시설 파괴를 목표로 내륙 깊숙한 곳으로 파고드는 지상작전 훈련을 실시한다. 특히 지상작전 기간과 내륙침투 거리를 예년에 비해 2배로 늘려 유사시 북한 내륙지역에 있는 핵심시설 침투 능력을 키우는데 목표로 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날 성명에서 "전쟁 도발에 광분하는 침략자들을 사정권 안에 잡아넣은 우리 군대는 징벌의 발사단추를 누를 시각만 기다리고 있다"고 위협한 것은 이번 훈련에 대한 공포심의 반어적 표현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의 강도 높은 위협적 언사는 북한의 심리적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한미 양국이 흔들림 없는 군사동맹을 과시하면서 북한을 더욱 강하게 압박해 나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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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순백의 세상' 인제 자작나무 숲2012년 비밀의 숲 공개…시베리아 벌판에 온듯한 착각코발트색 하늘과 맞닿아 신비…박인환 문학관 볼거리 풍성 (인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자작자작! 자작자작' 당신을 기다립니다."인제 자작나무가 순백의 고운 자태를 뽐내며 나지막이 속삭인다.북쪽에서 불어오는 차디찬 골바람을 만나면 자작나무의 나지막한 속삭임은 절정에 달한다. 그 속삭임에 이끌려 숲 한가운데 들어서면 마치 시베리아 벌판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인제군 원대리 138만㏊의 국유림에는 41만 4천여 그루의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룬다.잔가지가 위로 죽죽 솟구치는 시베리아 계열로, 백두산에 많이 자생한다. 남한의 자작나무는 모두 인공조림이다.자작나무라는 이름은 나무가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나무껍질에 기름이 많아 주로 땔감으로 쓰였다.20m 이상 죽죽 뻗은 미끈한 줄기와 곱고 흰 나무껍질(樹皮) 덕에 '나무의 여왕'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어느덧 경칩을 앞둔 봄의 길목에 다다랐다. 자작나무 숲은 여전히 순백의 세상이다. '당신을 기다립니다'는 자작나무의 상징어다.이 겨울이 가기 전에 눈 덮인 순백의 자작나무 숲을 만나려면 지금 서둘러야 한다.◇ 순백을 만나러 가는 길…코발트색 하늘과 맞닿아 신비로움 자작나무 숲은 입구 초소에서 3.2㎞의 임도를 따라 걸어가야 만날 수 있다. 보통 걸음으로 1시간 남짓 소요되는 거리다.순백의 눈길은 하얀 구름 계단과 맞닿아 파란 하늘로 이어진다.그 길을 따라 걷노라면 하늘로 향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S' 자로 이어진 고갯길을 몇 굽이나 넘어야 한다. 하지만, 곳곳에 조성된 자작나무 군락을 감상하며 걸으면 절로 힘이 난다.하늘과 맞닿은 눈길은 모든 상념을 잊게 한다. 설렘과 고요함, 자작나무의 속삭임만이 존재할 뿐이다.두꺼운 외투를 벗어 던질 만큼 이마에 땀방울이 흐를 즈음. 드디어 자작나무 숲이 모습을 드러낸다.순백 그 자체다. 겨울의 자작나무는 꽃과 잎이 없어도 화려하다.자작나무의 새하얀 나무껍질은 겨울 산에서 쉬이 눈에 띈다.백설기같은 흰 눈 위에 고고하게 서 있는 자작나무숲의 풍광은 자연이 선물한 최고의 걸작이다. 한겨울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혹한이 찾아오면 자작나무 숲의 순백은 신비로운 푸른빛마저 감돈다.자작나무의 자태는 겨울뿐만 아니라 봄과 여름, 가을까지 사계절 내내 아름답다. 청포도색 옷을 갈아입는 봄과 여름이면 순백의 자작나무 수피는 더욱 도드라진다.울긋불긋한 단풍 옷을 갈아입는 가을엔 하얀 자작나무의 속살은 한층 더 강렬해진다. 자작나무 숲 탐방로는 4개의 탐방 코스로 구성됐다.1코스(0.9㎞)에서는 순백의 자작나무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자작나무와 낙엽송이 어우러진 2코스(1.5㎞)는 '치유 코스'다.3코스(1.1㎞)는 작은 계곡을 따라 트레킹을 할 수 있는 '탐험 코스'다. 원대봉 능선을 따라 천연림과 자작나무가 조화를 이룬 4코스(2.4㎞)는 '힐링 코스'로 조성됐다.자작나무 숲 전망대 '하늘 만지기'에 오르면 하얀 자작나무 군락은 코발트색 하늘과 맞닿아 마치 수를 놓은 것처럼 이채롭다. 자작나무 숲으로 향하는 임도는 경사가 완만해 힘이 들지는 않지만, 눈이 쌓이고 얼음이 얼어 매우 미끄럽다.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으면 임도를 따라 하산하는 동안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수차례 엉덩방아를 찧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자작나무 숲 탄생의 비밀…박인환 문학관 등 볼거리 풍성 순백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원대리 자작나무 숲의 탄생에는 비화가 있다.원대리에는 소나무가 주종을 이뤘다. 그러나 1988년 솔잎혹파리가 소나무 숲을 초토화했다.이듬해 산림청은 소나무가 잘려나간 자리에 자작나무를 심기 시작했다.이때부터 1997년까지 7년간의 조림 끝에 지금의 자작나무 명품 숲이 탄생했다.푸른 소나무 숲이 순백의 자작나무 숲으로 대체된 셈이다.물론 원대리 일대 국유림에는 자작나무뿐만 아니라 소나무와 잣나무, 낙엽송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비밀의 화원처럼 베일에 가려 있던 자작나무 숲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2012년이다.그해 8월 인제국유림관리소는 자작나무 숲을 산림문화·휴양 공간으로 개방했다. 이후 방문객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만 21만2천400여명이 다녀갔다.다만,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 자작나무 숲이 유명해지면서 순백의 수피에 낙서하거나 껍질을 벗기는 관람객이 간혹 있다.지난해에만 48그루의 자작나무가 상처를 입었다. 최근에도 이 같은 행위는 여전한 듯하다.일부 자작나무 중 흑갈색으로 변한 곳은 상처를 입어 인위적으로 수피를 벗겨 낸 자국이다.순백의 자작나무 숲을 눈으로만 감상해야 하는 이유다. 자작나무와 아쉬운 작별은 식도락으로 달랜다.주변에 음식점이 많지는 않지만, 두메산골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막국수와 메밀전병에 옥수수 막걸리 한 잔이면 누구라도 시인이 되어 절로 시 한 수를 읊조린다.내친김에 한국모더니즘 시인 박인환(1926∼1956)을 기리는 문학관을 찾아가 보자. '한 잔의 술을 마시고 /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 일부)박인환은 1926년 인제군 상동리에서 태어났다. 신문기자를 거쳐 시인이 된 그는 한국 모더니즘 운동의 모태 역할을 하다가 31세에 요절했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중략) /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이라는 내용의 시 '세월이 가면'은 그가 동네 선술집에서 즉흥시로 읊은 것으로 유명하다.2012년 10월 5일 문을 연 '박인환문학관'은 인제군 인제읍 상동리 산촌민속박물관 바로 옆에 있다.겨울의 끝 자락에 당신을 기다리는 자작나무 숲으로 달려가 옛 시인의 감성에 젖어 삶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오는 3월15일부터 5월15일까지 봄철 산불 방지를 위해 입산이 통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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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일촉즉발 기류"…美기자가 찾은 북측 판문점AP통신 "대북 방송 판문점서 밤에만 들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북한 핵실험과 로켓(미사일) 발사 이후 비무장지대(DMZ)에서 긴장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AP통신이 북한 군사 관계자 말을 인용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AP통신의 에릭 탈매지 평양지국장은 북쪽 DMZ와 판문점을 찾아 북 핵실험 이후 달라진 풍경과 군인과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북한 인민군의 남동호 중좌는 핵실험과 로켓 발사 이후 북한과 한국·미국의 긴장이 높아졌다며 "언제든 일이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기(DMZ)를 둘러본 사람들은 휴양지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황을 아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남 중좌는 "현실은 일촉즉발의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탈매지 국장은 북한 쪽 판문점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일인데 휴전선으로 가면 갈수록 초현실감은 더욱 짙어진다고 설명했다. 북한 쪽에서 바라본 남쪽에 군인이나 민간 관광객 등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점이 초현실적인 감정을 더 강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달 6일 북한 핵실험 이후 DMZ 안보 관광을 전면 중단했다. 군이 대북 방송을 재개하면서 북한의 도발이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이후 남북 관계가 더는 나빠지지 않자 군부대는 지난달 19일 오두산통일전망대를 시작으로 민통선 북쪽 캠프 그리브스 안보관광, 제3땅굴 등 안보관광을 단계적으로 허용했다. 이달 23일부터 도라산전망대 관광이 재개되면 경기 파주·연천지역 안보관광이 48일 만에 전면 재허용된다.남한이 재개한 대북 방송은 낮에는 들리지 않는다고 남 중좌는 설명했다. 그는 남한 관광객이 방송을 듣는 것을 한국 정부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추정하면서 "조용해지는 늦은 밤이 되면 판문점에서 방송이 들린다"고 말했다. 남 중좌는 이어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전적으로 남한 정부가 한 것에 대해 북한 인민과 군대가 격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P 평양지국장이 찾은 북한쪽 DMZ(AP=연합뉴스)AP통신 평양지국장이 찾은 북한 DMZ(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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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궁, 겨울여행객 사로잡는 광주 한정식 맛집 ‘거궁’ 눈길서울에서 차로 출발해 한 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 는 거리엔 남한산성이 겨울 여행지로 제격이다. 경 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내내 운치 있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눈 쌓인 남 한산성은 등산객은 물론 가족, 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로도 사랑 받는다. 그중, 여행하면 빠뜨릴 수 없는 것은 ‘맛집’이다. 마침 이천에서 이름을 날리던 한정식집 '거궁'이 경기도 광주에도 새로이 둥지를 틀어 여행객의 발 길을 잡아끈다. 거궁은 수랏상에 오르는 쌀로 유명 한 이천 쌀로 지은 쌀밥 코스 한정식으로 유명한 집. 상견례, 가족모임 장소로 잘 알려진 이천 1호 점에 이어, 최근 광주에 거궁 2호점을 오픈했다. 거궁의 김성국 대표는 "한정식이라 하면 고급 음식이라 비싸고 멀게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 거궁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코스 요리를 부담없이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거궁에는 가족, 비즈니스, 상견례 모임을 위한 '행복한 정식(28,000원)', '뜻깊은 정식(38,000원)', '소중한 정식(49,000원)' 뿐 아니라, '거궁특선(13,000원)', '떡갈비 정식(18,000원)', '간장게장적식(19,000원)' 등의 메뉴도 인기가 많다. 여느 한정식 식당 못지않게 거궁 또한 먹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천 도자기 공방에서 직접 공수해 온 고풍스러운 도기기 그릇들과 형형색색의 신선한 음식 재료는 식감과 기분을 한층 돋운다. 또 이천에서 직접 재배돼 농협에서 도정을 거친 최고급 쌀로 지은 밥은 거궁의 자존심이라 할 만큼 맛이 뛰어나다. 거궁 광주점의 모든 메뉴에는 이천쌀밥과 더불어 밀전병, 한방보쌈, 통선탕수 등 10가지 요리가 함께 제공되고, 메뉴 종류에 따라 낙지볶음, 떡갈비, 간장게장 등을 추가로 맛볼 수 있다. 1층은 일반손님과 100명 이상의 단체 손님을 위한 홀이 마련돼 있으며, 2층은 상견례와 행사, 비즈니스 모임에 최적화 된 단독 객석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실내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 노약자나 장애인등 쉽게 2층으로 이동 가능하다. 광주 맛집 거궁은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대쌍령리 396-3에 위치해 있으며, 오전 11시부터 밤 9시30분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특히 100여대 이상 수용 가능한 널찍한 주차장이 있어, 남한산성과 곤지암 리조트를 방문하는 여행객이 편하게 이용 가능하다. 거궁 2호점의 예약 및 메뉴 문의는 전화(031-768-4007)를 통해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