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해남 땅끝 맴섬 일출…"황홀한 장관"(해남=연합뉴스) 전남 해남 땅끝 마을 관광의 백미로 꼽히는 맴섬 일출이 시작됐다. 땅끝 선착장 앞에 자리한 두 개의 섬인 맴섬 사이로 해가 뜨는 맴섬 일출의 장관은 오는 18일까지 볼 수 있다.해남 땅끝 맴섬 일출의 장관[사진작가 천기철씨 제공=연합뉴스]맴섬 일출은 매년 2월과 10월 일 년에 두 차례 장엄하면서도 아름다운 광경을 선보여 사진 동호인 등 많은 이의 발길을 모은다.현재 땅끝 일출 시간은 오전 7시 18분 전후이다. 이중 2월 일출은 습도가 낮고, 날씨가 맑아 더욱 선명한 일출을 볼 수 있다. 군 관계자는 16일 "맴섬 일출은 일 년에 두 번밖에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담아 일출을 보러 오는 관광객이 많다"며 "올해는 날씨까지 좋아 풍광이 더욱 좋다"고 말했다.
-
드라마 사임당 속 '금강산도' 그려 단숨에 주목대구서 활동 장병언 화백…"안견 작품 연구하고 상상하고" 장병언 화백"조선 시대 화가인 안견이 금강산도를 그렸다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연구하고 생각하며 그렸습니다."최근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 나온 다양한 수묵화를 그린 장병언(36) 화백은 16일 대구 자택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장 화백은 이 드라마에 다른 작가 여러 명과 함께 그림 제작해 참여했다.그는 2015년 5월께 제작진에게서 드라마에 필요한 그림을 그려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제작진이 그의 솜씨를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11월까지 6개월간 그림을 그려 약 30점을 보냈다. 기존 그림도 들어있다.그는 드라마에 나온 '금강산도'를 그려서 주목받았다.드라마에서 금강산도는 사임당(이영애)과 이겸(송승헌)이 만나는 중요한 소재로 쓰였다.사실 조선 세종 때부터 세조 때까지 활동한 안견 작품은 몽유도원도만 있다.제작진은 안견이 금강산도를 그렸고 어린 사임당이 그 그림을 보기 위해 남의 집 담을 넘는 장면을 구상했다.장 화백은 드라마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는 금강산도를 그리기 위해 몽유도원도를 보며 오랫동안 연구를 거듭했다.안견이 영향을 받은 북송 작가 작품도 두루 살폈다.드라마에서 가짜 금강산도로 나온 작품도 그렸다. 이 두 작품을 그리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안견이 실제로 금강산도를 그렸을지는 알 수 없다.금강산이 예로부터 유명한 만큼 그렸을 수 있다.그러나 우리나라 산천을 그리는 진경산수화가 18세기에 본격적으로 나온 점을 고려하면 그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금강산도가 화제가 되다가 보니 실제 안견 작품이 아니란 해명이 필요했을 정도였다.장 화백은 못 그리되 재능이 있어 보이게끔 그려달라는 어린 사임당의 그림 주문도 소화했다.극 중에서 어린이 10여명의 그림이 필요하다는 제작진 주문에 맞춰 하룻밤 사이에 그려준 적도 있다.그는 경북예고와 경북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2014년 개인전 1회를 열었을 뿐 아직 뚜렷한 경력이 없었으나 이번 드라마 제작 참여로 단번에 주목받는 작가가 됐다.그런데도 "작가에 이르는 길이 모방, 변형, 창조를 거쳐야 한다면 저는 변형 단계일 뿐이다"며 "작가로 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다만 그는 중국 내 한류 금지령, 즉 한한령으로 한-중 동시방송이 무산된 점이 아쉽다고 했다.산수화 본고장인 중국에 작품으로 진출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장 화백은 "현대적 그림도 많이 그리는데 이번 드라마 참여로 이미지가 굳어질까 봐 걱정된다"며 "잘할 수 있는 일을 맡아 열심히 한 만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사람들] 카자흐 쇼트트랙 김영아 "평창서 금메달 따고 싶다"2014년 귀화후 알마티 여자대표팀 이끌어…동계U대회서 동메달 카자흐스탄에 귀화한 김영아 선수"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대회만 바라보고 있어요. 꼭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카자흐스탄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팀은 지난 8일 막을 내린 알마티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여자 3천m 릴레이에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여자 대표팀의 유일한 메달이었다. 이 과정에서 주역을 한 이는 지난 2014년 귀화한 김영아(25) 선수다.김영아는 귀화 관련 행정절차와 국제빙상경기연맹의 규약에 따라 2년간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다 이번 대회에서 국가대표팀에 뽑혀 당당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 종목인 1천m, 1천500m에서는 아쉽게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그는 13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에 카자흐스탄 국가대표로 처음 출전해 조3위로 예선 탈락했지만 국제대회 분위기를 파악했고,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다"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가족을 한국에 두고 혼자 귀화한 김영아는 이제 평창올림픽을 목표로 맹훈련을 하고 있다. 쇼트트랙 유망주였던 그는 경희대 재학 중이던 지난 2014년 한국 쇼트트랙을 병들게 했던 짬짜미 행각을 견디지 못하고 카자흐스탄에 귀화했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을 때 카자흐스탄의 카르스베코프 마드랄리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부터 좋은 훈련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았어요. 당시 동계U대회를 유치한 카자흐스탄은 쇼트트랙 종목이 가장 취약했거든요. 이 종목에서 메달을 기대하며 저를 스카우트한 것입니다."김영아의 이번 동메달 획득은 마드랄리 감독의 당시 판단이 주효했음을 증명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마드랄리 감독은 알리야(김영아 현지이름)가 과거 고려인이나 한국인 감독과 코치진들이 카자흐스탄의 쇼트트랙을 발전시켜온 것처럼 앞으로 대표팀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김영아는 현지인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 11만여 명에 달하는 고려인에게도 큰 관심의 대상이다. 현지 한인일보 등 고려인 언론들은 그가 이번 동계U대회에 출전하기 전부터 인터뷰를 통해 소개하는 등 여러 소식을 전하고 있다. "어깨가 무겁고, 부담감이 큰 만큼 합숙훈련도 열심히 참여하고, 전지훈련에도 빠지지 않습니다. 앞으로 여러 국제대회에 참가하면서 부담감을 떨쳐버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대회에서 만나는 한국 선수나 코치진들이 걱정하지 말라고 더 많은 격려와 조언을 해줘 감사할 따름입니다."그는 한국과 차이가 나는 카자흐스탄의 자유스러운 훈련 분위기도 만족스러워한다. 무엇보다 마드랄리 감독이 부모처럼 잘 보살펴줘 불편함 없는 현지 생활이 안정감을 준다고 한다.김영아는 오는 19∼26일 일본 삿포로(札幌)에서 열리는 동계아시안게임을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해 평창 올림픽대회 전까지 금메달 꿈을 키워 나갈 예정이다. 모든 인생 계획을 평창 이후로 늦춰놓은 것이다. "대회가 임박하면 거의 걸어다닐 수 없을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합니다. 많이 먹어도 살이 계속 빠질 정도죠.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지켜봐 주십시오." 알마티 동계U대회 여자 3천m 릴레이에서 동메달을 딴 김영아(오른쪽 2번째)
-
"약밥은 못 먹어도…" 서민들의 정월대보름 음식 '오곡밥'대보름은 풍년과 건강 기원하는 날…민간서는 지신밟기, 쥐불놀이 즐겨 오곡밥. [국립민속박물관 제공]11일은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이다. 전통적으로 대보름은 상원(上元) 혹은 오기일(烏忌日)이라고도 불린 큰 명절이었다.대보름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삼국유사'에서 찾을 수 있다. 신라 제21대 비처왕(소지왕, 재위 479∼500)이 488년 까마귀 덕분에 목숨을 구했고, 이를 기념해 정월 16일에 찰밥을 지어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것이다. 까마귀의 제삿날을 의미하는 '오기일'이란 말은 이 이야기에서 비롯됐다.흥미로운 사실은 까마귀의 제물로 찰밥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민속학자들은 이를 대보름에 먹는 '약밥'의 유래로 본다. 약밥은 찹쌀과 대추, 밤, 잣, 참기름, 꿀, 간장 등 여러 재료를 섞어서 찐 음식이다.그런데 약밥에 들어가는 대추, 밤, 잣은 서민이 구하기 힘든 재료였다. 약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선택한 대안은 오곡밥이었다. 조선시대 풍속을 정리한 책인 '동국세시기'에는 '오곡잡반'(五穀雜飯)이라고 기록돼 있다.오곡밥은 쌀, 조, 수수, 팥, 콩 등 다섯 가지 곡식을 넣어 지은 밥으로 지역에 따라 들어가는 곡식이 다소 달랐다. 1809년 여류학자인 빙허각 이씨가 살림살이에 대해 쓴 '규합총서'에는 오곡밥을 지을 때 넣는 찹쌀, 수수, 흰팥, 차조, 콩, 대추의 비율이 명시돼 있다.오곡밥은 먹는 데도 규칙이 있었다. 하루에 아홉 번을 나눠서 먹기도 하고, 여러 집에서 지은 오곡밥을 모아서 먹기도 했다. 그래야 풍년이 오고 행운이 깃든다고 믿었다. 서울 경동시장의 부럼. [연합뉴스 자료사진]오늘날에는 만들기 번거로운 약밥이나 오곡밥 대신 부럼을 대보름 음식으로 즐긴다. 밤, 호두, 땅콩 같은 견과류를 깨물면서 건강을 기원한다.조선왕조실록에는 대보름과 관련한 음식 이야기가 없다. 다만 태종 16년(1416)에는 고려시대부터 이어온 연등 달기를 하지 말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또 임진왜란 이전까지는 볏짚을 나무 위에 걸어 놓고 풍년을 바라는 행사인 '내농작'(內農作)을 행했다는 기록이 있다.민간에서는 대보름에 마을 공동체가 서낭당에 모여 제사인 동제를 올렸다. 지금도 천연기념물인 부산 구포동 당숲(제309호), 삼척 갈전리 느릅나무(제272호), 괴산 오가리 느티나무(제382호)에서는 대보름을 맞아 당산제를 지낸다.이외에도 지신밟기,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커다란 농기로 하는 민속놀이인 기세배 등이 지금까지 남은 대보름 풍습이다. 쥐불놀이. [연합뉴스 자료사진]올해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많은 지자체가 대보름 행사를 취소했다. 서울에서는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운현궁 등에서 부럼과 약밥, 오곡밥을 나눠준다.대보름의 백미인 달맞이는 날씨가 좋아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에서 달이 뜨는 시간은 11일 오후 6시 27분, 달이 가장 높이 솟는 남중 시간은 12일 0시 25분이다. 근정전 비추는 보름달. [연합뉴스 자료사진]
-
'청량리 588' 다음달 마무리 철거 예정…충돌 우려재개발추진委 "법에 따라 강제집행" vs 대책위 "이주대책 마련" 서울의 대표적 성매매집결지였던 속칭 '청량리 588' 일대를 초고층 주상복합단지로 재개발하는 사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그러나 일부 주민이 아직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사업 추진에 저항하고 있어 막바지 철거 과정에서 충돌이 우려된다.11일 청량리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와 동대문구 등에 따르면 전농동 620번지 일대 청량리 4구역에 대한 마무리 이주·철거가 다음 달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지역은 1994년 서울시 도심재개발구역 지정 이후 20년 넘게 주민 간 이견으로 개발이 지연된 곳이다.2014년 9월 동대문구로부터 사업시행 인가를 받고, 2015년 11월 관리처분 인가를 받으면서 재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2020년 재개발을 마치면 6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4개 동과 호텔·오피스텔·백화점 등을 갖춘 42층 규모의 랜드마크 타워가 들어선다.과거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주거, 업무, 문화, 숙박 등이 어우러진 서울 동북권 랜드마크로 탈바꿈할 것으로 구와 추진위는 기대하고 있다. 청량리 4구역 재개발 지역도 [연합뉴스 자료사진]구역 내 최대 용지인 롯데플라자는 작년 말 이미 문을 닫고 이달 24일부터 본격적인 건물 철거를 시작할 예정이다.추진위는 롯데플라자 철거와 함께 다음 달부터 성매매업소 등 남은 건물에 대한 철거도 속도감 있게 진행할 방침이다.현재 전체 세입자 716가구 가운데 85%가량이 이주를 마쳤고, 성매매업소는 8곳만 남아 영업하는 것으로 추진위와 구는 파악하고 있다.추진위 관계자는 "작년부터 업자, 세입자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일정에 맞춰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 다음 달에는 법원 결정에 따라 무단점거한 건물에 대한 강제집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이런 계획에 대해 전국철거민연합과 청량리4구역 비상대책위원회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전철연 관계자는 "구와 추진위는 성매매업소가 있다는 이유로 불법성을 부각하지만, 생존권, 주거권은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권리"라며 "물리적으로 밀어붙이기식 철거에 들어온다면 우리도 최선을 다해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이들은 이주 대책 마련, 전직을 위한 직업훈련소 운영 등을 요구하고 있다.추진위와 남은 세입자가 '강대 강'으로 맞서면서 작년 12월 충돌도 있었다.작년 12월1일 추진위가 무단 점유자 명도소송 강제집행을 시도하면서 세입자들이 집기를 집어 던지며 반발하는 등 물리적으로 부딪혔다.서울시와 동대문구는 이를 중재하면서 동절기인 12월부터 2월까지는 강제집행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권고에 따라 강제집행은 잠시 보류됐지만, 이 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이면 다시 철거를 위한 강제집행이 재개돼 양측이 다시 충돌할 우려가 있다.동대문구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량리4구역 재개발 투시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
대보름에 뜬 '박근혜 퇴진' 달…한파 속 촛불집회(종합)도심 불빛 가득(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7.2.11 pdj6635@yna.co.kr"범죄집단이 탄핵심판 지연 시도…상황 긴박해 긴장하고 촛불 높이들자"문재인·우상호 등 野지도부도 대거 참석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김예나 기자 =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는 가운데 박 대통령 조기탄핵을 촉구하는 15차 주말 촛불집회가 11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2월 탄핵! 특검 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 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참가자들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탄핵심판 지연을 시도하고,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을 음해한다고 주장했다. '계엄령 선포' 등 체제 위협적 발언을 일삼는 '관제데모'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가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촛불집회 참석한 문재인과 이재명(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왼쪽 두번째부터)와 이재명 성남시장, 우상호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에 참석, 자리에 앉아 있다. 2017.2.11 pdj6635@yna.co.kr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박 대통령과 그를 비호하는 범죄집단은 이달 28일 특검 수사가 끝나고 내달 13일 이정미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날 때까지만 버티면 탄핵이 물 건너간다는 기대감으로 버틴다"며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만큼 더 긴장하고 촛불을 더 높이 들자"고 촉구했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오지원 변호사는 "박근혜와 그 일당은 특검 수사가 2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도 우기고, 피하고, 시간만 끌며 단 한 번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우리가 특검을 포기한다면 박근혜는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가 면죄부를 받고, 우리 세금으로 예우받을 것"이라고 말했다.퇴진행동은 이달 중 동력을 재결집해 18일 대규모 집회를, 25일에는 서울 집중집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퇴진의 보름달이 떴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정월 대보름인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에 퇴진이라고 적힌 보름달 모양의 대형 풍선이 떠 있다. 2017.2.11 mon@yna.co.kr정치권에서 헌재 탄핵안 기각설 등 풍문이 나온 뒤여서 야권 인사들 참여도 눈에 띄게 늘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대권 주자가 이날 광장에 모습을 보였다.본 집회 말미에는 정월 대보름을 맞아 박 대통령 퇴진을 기원하며 '퇴진'이라고 쓴 라이트 벌룬을 공중에 띄워 소원을 비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행진 중 박 대통령 퇴진을 비는 소원지 태우기, 대동놀이 등도 선보였다.이날 행진은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재 방면에 집중됐다. 종전에는 청와대와 헌재, 대기업 사옥 3개 방면으로 대열을 나눴으나 이날은 일단 청와대 방면으로 1차 행진하고서 이어 전 대열이 헌재 쪽으로 이동했다.행진하는 참가자들(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2017.2.11 pdj6635@yna.co.kr정월 대보름을 맞아 박 대통령 퇴진을 기원하며 라이트 벌룬에 소원 빌기, 행진 중 소원지 태우기, 대동놀이 등 퍼포먼스도 펼쳐진다.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7시30분까지 광화문에 연인원(누적인원) 70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본 집회에 앞서 헌재 앞에서는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대회가, 광화문 광장에서는 국정농단 사태의 한 축으로 지목된 재벌총수 구속을 촉구하는 노동·사회단체 집회가 열렸다.경찰은 이날 서울시내에 경비병력 196개 중대(약 1만5천600명)를 투입해 탄핵 찬반집회 참가자 간 충돌 방지와 질서유지에 나섰다. 광장을 메운 촛불 시위대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7.2.11 pdj6635@yna.co.kr 퇴진촉구 촛불시위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7.2.11 pdj6635@yna.co.kr 2017.2.11
-
"AI 보상금 챙겨가고 사육비는 체불" 축산기업에 농심 '부글'살처분 보상금 농민엔 '그림의 떡'…기업 챙겨가면 위탁농은 '푼돈'만"보상금·생계 지원비 지연에 사육비도 못 받아" 농민들 소송 채비 "묻은 지가 언제여? 두 달이 다 돼 가는데도 살처분 보상금도, 생계 지원비도 구경조차 못 했구먼. 먹고 살려면 여기저기서 빚을 내는 수밖에 없어. 설을 어떻게 지낼지 막막해"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지 한 달 보름을 훌쩍 넘기면서 가금류 사육 농가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AI 감염 가금류 살처분[연합뉴스 자료사진] 입식 후 보통 닭은 한 달, 오리는 40∼45일이면 상품으로 출하되기 때문에 이미 생산 주기를 두 번 가까이 놓친 셈이다. 출하를 못 해 소득이 없는 데다 사육비마저 고스란히 날려 주머니는 텅 비어 가지만, 피해 보상과 지원은 더디기만 하다. 축산기업에서 육계 14만 마리를 위탁받아 키우다 모두 살처분한 박모(61·충북 음성군 맹동면) 씨는 "회사에서 보상금을 신청했다고 하는데 보상금이 나와도 병아리 값, 사룟값 명목으로 떼어가고 나면 실제로 내 손에 들어오는 돈은 몇 푼 안 된다"고 푸념했다. 박 씨는 11월 병아리를 입식한 뒤 깔짚, 난방비, 인건비 등으로 큰 돈을 들였다. 보상비를 받아봤자 본전에는 어림도 없다고 했다.마리당 보상금이 1천원이 약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 중에 많아야 300∼400원 정도만 자신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그는 체념한 듯 말했다.AI 피해가 컸던 2014년에도 약간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박 씨는 "당장 필요한 생활 자금조차 없어 여기저기서 사채를 끌어다 쓰는 형편"이라며 "사정을 알고 이자를 안 받고 빌려주는 이들도 더러 있지만 빚은 자꾸 늘어만 간다"고 탄식했다. 보상금은 정상적으로 닭을 출하하고 받는 사육비(마리당 600∼700원)에도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더 큰 문제는 살처분 이후 생기는 공백기다.여러 번의 사육 주기를 놓칠 수밖에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진다.재입식까지 최소한 3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생계안정 자금이 지원되지만, 살처분 가축 종류, 마릿수 등에 따라 혜택이 축소되고, 전혀 못 받는 농가도 적지 않다.살처분 후 축사 정리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보상금을 놓고 축산기업과 위탁 농가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도 벌어진다.기업들이 사육비는 제때 지급하지 않으면서 살처분 보상금은 꼬박꼬박 챙기려다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다.오리 2만 마리를 살처분한 정모(56·음성군 맹동면) 씨는 "업체에서 못 받은 사육비가 1억원 정도 된다. 3억원 넘게 못 받은 농가도 있다"며 "살처분 보상금을 농가에 지급해 달라고 군청에 요청했지만 실 소유주인 회사와 합의가 되지 않으면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정 씨는 "회사에서 보상금을 받아서 농가에 나눠주겠다지만 사육비도 잔뜩 밀려 있는 마당에 그 말을 믿을 사람이 있겠냐"며 "이번에는 데모를 하든 뭘 하든 절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사육비가 밀린 정 씨를 비롯한 농가들은 축산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낼 채비를 하고 있다.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은 약자인 농가 보호를 위해 사육경비 지급 기간까지 못박고 있다. 계열화 사업자는 지급 기일을 출하가 끝난 날로부터 영업일 기준으로 25일 안에서 최단 기간으로 정해야 하며,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서만 협의를 거쳐 25일을 초과할 수 있게 돼 있다. 기업과 위탁 계약을 맺고 계열화한 농가가 워낙 많은 현실을 고려한 규정이다.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가금류 사육 농가의 계열화 비율은 2015년 12월 기준으로 육계 91.4%, 오리 92.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런 현실을 반영한 듯 2014년 AI 때 지급된 보상금 1천271억원 중 개인농장에 지급된 금액은 752억원으로 전체의 59.1%에 불과했다. 이번 AI 사태의 경우 이미 지난 4일 현재 살처분 보상금이 2천394억 원에 달하며, 지금까지 이 중 약 91억원만 지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농식품부 이제용 사무관은 "살처분 보상금은 국비와 지방비가 8 대 2 비율로 집행된다"며 "지자체의 경우 연말연시 예산 운용이 여의치 않은 곳이 많아 피해 회복을 위해 일단 국비 집행을 먼저 하고 있으며, 오는 9일께부터는 본격적인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AI 발생 시 축산기업과 위탁 농가의 책임 및 비용 분배를 공정하게 하려고 관련 규정을 개정해 표준계약서 활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2015년 기준으로 활용률이 75%를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
<새해바란다>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살만한 세상이 됐으면"태풍 '차바' 피해 울산 태화시장 국밥집 아줌마 "노력한 만큼 벌었으면…" "따뜻한 위로로 상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새해는 아픔을 딛고 서로 토닥여주면서 활기차게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울산태화시장 국밥집 아줌마 국정순씨(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울산태화종합시장 '국밥집 아줌마' 국정순(56·여)씨가 1일 수해 후 다시 연 가게에서 음식을 손질하고 있다. 국씨는 새해소망으로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이 살한만 세상'을 꼽았다. 2017.1.1울산태화종합시장 '국밥집 아줌마' 국정순(56)씨는 지난 10월 5일 태풍 '차바' 때 가게 집기 모두를 날렸다.갑자기 밀어닥친 빗물은 냉장고, 탁자, 그릇을 가리지 않고 싹 쓸어가 버렸다. 비록 4평(13.2㎡) 정도인 작은 가게지만, 국밥을 팔아 딸 넷 중 셋을 대학까지 공부시키고 시집까지 보낼 수 있도록 해준 소중한 곳이다.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막내딸 학비까진 벌어야 하는데, 20년 넘게 지켜온 터전이 불과 반나절 만에 사라진 것이다. 국씨에게 희망을 준 것은 태화시장에 쏟아진 도움의 손길이었다.군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의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이 삽을 들고 고무장갑을 끼고 복구 작업을 했다.국씨 가게를 포함한 태화시장은 수해 20일 만에 다시 장을 열었다. 석 달이 다 돼 가는 현재는 예전 모습을 거의 되찾았다.국씨도 1천500만원가량을 대출받아 다시 가게를 꾸몄다.이전처럼 국밥을 당장 팔지는 못하지만, 어묵을 데우거나 죽을 쒀 시장을 찾는 손님이나 다른 상인들이 간단히 허기를 채울 수 있도록 장사하고 있다.국씨는 "예전에는 10명 정도 앉으면 꽉 차는 좁은 가게에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곤 했다"며 "돌이켜보면 음식 맛이 좋아서라기보다,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던 게 장사가 잘 됐던 이유였던 것 같다"고 웃었다.그는 또 "저뿐만 아니라 모든 상인들이 가진 그런 따뜻함이 다시 손님들·자원봉사자들을 통해 돌아왔기 때문에 태화시장이 빨리 복구된 것 같다"며 "새해에는 수해의 아픈 기억은 잊고 따뜻했던 손길만 기억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울산태화시장 국밥집 아줌마 국정순씨(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울산태화종합시장 '국밥집 아줌마' 국정순(56·여)씨가 1일 수해 후 다시 연 가게에서 음식을 손질하고 있다. 국씨는 새해소망으로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이 살한만 세상'을 꼽았다. 2017.1.1국씨는 "태화시장도 올해 큰일을 겪었지만, 나라 전체로도 허탈한 일을 겪었다"며 "잘못을 가리는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우리는 이제 서로 아픔을 감싸 안으면서 새롭게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의욕을 보였다.그는 마지막으로 "시장에서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살 만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며 "고3 딸이 노력한 만큼 대학에 가고, 내가 노력한 만큼 새로 연 이 가게에서 돈도 벌었으면 좋겠다"고 새해 첫날 소망을 전했다.
-
독도∼동해∼제주…전국 일출명소 곳곳 '새해 맞이'솟는해 보며 "나라 안정" 기원…AI로 공식행사 취소 불구 '인파 물결' 1일 아침 속초 앞바다로 요트를 타고 나간 관광객들이 선상에서 새해를 맞고 있다. 2017.1.1 momo@yna.co.kr 정유년 새해 해맞이 행사가 독도와 동해안, 제주, 해군 함정 등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AI와 독감 등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자치단체가 해마다 열던 공식 해맞이 행사는 대부분 취소됐지만, 잘 알려진 해맞이 명소에는 새해 첫 해돋이를 보면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려는 인파로 넘쳐났다. 오전 7시 30분 우리 국토 가운데 해가 가장 먼저 뜬 독도에서는 근무하지 않는 경비대원들이 동해 수평선으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해 소원을 빌었다. 한반도 내륙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유명한 울산시 울주군 간절곶에는 이날 오전 3만 명의 해맞이 인파가 찾아 떠오르는 해를 보며 나라의 안정과 가정의 행복을 기원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발표한 간절곶 해돋이 시간인 오전 7시 31분이 다가오자 간절곶 앞바다에서 바라보이는 수평선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해무 사이로 밝은 새해가 힘차게 떠오르자 관광객들은 저마다 '와 와'하며 탄성을 지르거나 휴대전화 카메라로 새해 일출을 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경남 창선·삼천포 대교, 부산과 거제를 연결하는 거가대교, 한산도 앞바다가 바라보이는 통영 이순신공원, 남해안 다도해를 조망할 수 있는 하동 금오산 정상, 거제 장승포 몽돌개, 창원 무학산 등 경남의 해맞이 명소에도 각각 수천 명의 관광객이 몰렸다. 경남 통영 매물도, 거제 외도, 거가대교 앞바다에서는 관광객 5천300명이 유람선 42척에 나눠타고 바다로 나가 선상 일출을 감상했다. 통영 미륵산 정상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1천500여 명의 해맞이객이 수평선에서 솟는 해를 보며 소원을 빌었다. 지리산 천왕봉에는 2천여 명이 명이 올라 붉게 솟아오르는 장엄한 일출을 바라봤다. 해맞이 인파와 차량이 경남의 주요 해돋이 명소로 몰리면서 새벽 한때 도로가 혼잡을 빚었다. 제24회 성산일출축제가 열린 제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에서 1일 도민과 관광객 3만여 명이 2017년 정유년 첫 해돋이를 보며 소원을 빌었다. 해맞이객 중 1천500명은 오전 5시 30분 탐방로 입구에서 금줄 커팅을 한 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수성화산체인 성산일출봉 정상에 선착순으로 올라 해맞이를 했다. 일출봉 정상에서는 해돋이 전 일출 기원제도 진행됐다. 일출봉을 오르지 못한 이들은 오름 자락과 주변 광치기 해변 등에서 첫해가 뜨는 장엄한 광경을 보며 새해 소원을 빌었다. 제주에서는 해군 함정을 타고 해돋이를 보는 함상 해맞이 행사도 열렸다. 해군 함정 2척은 해맞이 관광객을 태우고 제주민군복합항을 출항, 1시간가량 서귀포 바다를 유람했다. 관광객에게 떡국도 제공됐다. 한라산 정상에서도 새해 첫 해돋이 행사가 열렸다. 전국에서 몰려온 해맞이 관광객들이 산 정상에서 장엄한 일출 광경을 즐겼다. 한라산에서는 해맞이 행사를 위해 이날 하루 0시부터 야간산행을 특별 허용했다. 새해 첫 태양은 1일 오전 7시 40분 동해 추암과 망상 등 동해안 수평선 너머로 장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해맞이 명소인 강릉 정동진에 떠오른 새해는 거침없이 수평선 위로 힘차게 솟았다. 붉은 해가 솟구치자 해맞이객들은 '우와∼'하고 함께 탄성을 내지르며 저마다 간직한 새해 소망을 빌었다. 속초 20만 명, 강릉 10만 명, 동해 3만5천여 명 등 강원도 동해안 6개 시·군 해맞이 명소에는 35만5천여 명(경찰 추산)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속초=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2017년 새해 아침 첫 일출을 보려는 해맞이 인파로 속초해변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2017.1.1 momo@yna.co.kr (장영은 이정훈 고성식 이재현 이강일)
-
우울한 세밑…빚은 늘고 직장에선 잘리고 벌이는 줄었다가계빚 1천300조 넘어…기업들은 싸늘한 감원 칼바람 소득은 주는데 금리·물가는 '고공행진' 시중은행에서 차장으로 근무하는 40대 A씨는 최근 건강이 악화해 희망퇴직 신청서를 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A씨는 갈수록 악화되는 경기 상황을 보면서 "조금만 더 버텨볼걸"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건강을 회복한 후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 생각이었지만 경기가 안 좋아 그마저도 고민이다. 송년 모임과 가족행사로 즐거워야 할 연말이지만 A씨처럼 현실 고민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우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경기 상황을 살펴보면 이같은 우울함은 더 커진다. 주머니에 들어오는 소득은 거의 그대로인데 물가는 거침없이 치솟고 있다. 은행 잔고는 주는데 빚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설상가상으로 그동안의 저금리 기조는 미국의 금리 인상 영향 탓에 뜀박질하고 있다.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 등으로 정든 회사를 떠나는 직장인들의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내년 경제는 더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뉴스를 장식하면서 여러모로 팍팍한 연말이 되고 있다.◇ 소득은 쪼그라들고 빚은 '빛'의 속도로 늘고 모든 게 변해도 소득은 변함이 없다. 따지고 보면 오히려 줄었다. 통계청의 올해 3분기(7∼9월) 가계동향을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4만5천원으로 1년 전보다 0.7% 증가했다. 늘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올해 3분기에 0.1% 줄었다. 돈을 쓰다 보면 내 벌이가 줄었다고 느끼게 된다. 지난해 3분기에 0%를 기록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0.2%, 올해 1분기 -0.2%, 올해 2분기 0% 등 0% 내외를 오락가락했다. 소득에 비하면 빚은 빛의 속도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천295조7천531억원이다. 가계부채는 올해 들어 9개월동안 92조6천539억원(7.7%) 늘었다. 증가액이 작년 같은 기간 79조6천360억원보다 13조179억원이 많았다.가계부채는 10월과 11월 대출 실적을 고려하면 1천300조원을 넘었다. ◇ 구조조정 칼바람에 최대 규모 희망퇴직…살벌한 연말 30대 그룹은 올해 들어서만 직원 1만4천여명을 감원했다. 특히 구조조정 중인 조선 3사에서만 6천여명을 줄였다.30대 그룹의 인력 고용 규모는 98만명대로 떨어졌다. 작년 말까지 100만명선을 유지하던 양질의 일자리가 불황의 직격탄을 받은 것이다.삼성그룹 내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2개 계열사의 9월 말 기준 전체 인원은 21만2천496명으로 작년 연말(22만2천11명)보다 9천515명(4.3%) 감소했다. 현대중공업[009540]은 작년 연말 3만7천807명에서 올해 9월 말 3만3천697명으로 4천110명(10.9%)을 줄여 인원 감축 규모로는 30대 그룹 중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삼성중공업[010140],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조선 3사에서만 이 기간에 6천131명의 인력이 줄었으며, 기계·설비까지 포함한 조선·기계·설비업종은 8천962명(8.8%)의 인력이 회사를 떠났다.금융권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2천800명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KB국민은행을 포함해 금융권도 올 연말까지 수천 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 공공요금·라면 등 생필품에 계란까지 급등 소득은 제자리거나 주는데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공공요금은 물론 식료품값까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이달 30일부터 대구 시내버스·도시철도 요금은 교통카드 기준으로 150원(일반인) 오른 1천250원이 된다. 2011년 7월 이후 5년 6개월 만의 인상이다. 부산시도 내년 2월부터 도시철도 요금은 8.3%, 경전철 기본요금은 16.7% 인상할 계획이다. 전국 곳곳에서 상·하수도 요금도 줄줄이 인상이 예정돼 있다. 내년 1월부터 충북 충주시가 상수도 요금을 평균 9% 올리고 경기도 과천·안양·의정부·양주, 동두천·가평 6개 시·군이 3.6∼18% 인상한다. 강원도에서는 강릉시가 상·하수도 요금을 5∼30% 올린다. 라면·맥주·계란 등 서민들이 즐겨 먹는 식료품 가격도 오름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를 보면 22일 기준으로 계란 한판(30알) 소매 가격은 평균 7천37원으로, 평년(5천662원)보다 24.2%나 높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판에 평년 대비 50% 오른 8천500원까지 치솟았다. 농심[004370]은 최근 라면 권장소비자가격을 5.5% 올렸다. 국내 베이커리 업계 1위 파리바게뜨는 이달 19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6.6% 인상했다.지난달 오비맥주에 이어 하이트진로[000080]도 27일부터 모든 맥주 제품 출고가를 6.3% 올린다.◇ 치솟는 금리에 빚은 어떻게 갚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등 미국발 요인 탓에 시장금리가 치솟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근간이 되는 신규 코픽스 금리는 지난 9월부터 석 달 연속 상승세다. 9월 0.04%포인트, 10월 0.06%포인트, 11월 0.1%포인트 등 석 달간 0.2%포인트가 올랐다. 우려되는 대목은 매달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코픽스에 연동된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상승세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10월 말에 견줘 지난 16일 금리가 0.36%포인트 상승하는 등 4대 시중은행 모두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의 평균금리는 지난 8월 2.74%에서 11월 3.28%로 석 달 만에 0.54%포인트나 상승했다.변동금리보다 금리 수준이 높은 고정금리도 치솟고 있다. 4대 은행의 고정금리는 10월 말 평균 3.03~4.31%에서 지난 16일 3.50~4.62%로 껑충 뛰었다. 금리가 오르니 개인 채무 역시 늘어만 간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은행의 11월 주택담보대출은 3조1천633억원으로, 성수기였던 10월보다 2천901억원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