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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남자 축구에 첫 여성 감독 데뷔전유럽 프로축구 첫 여성 사령탑(AP=연합뉴스) 자크르 클레르몽…열성적 지휘에도 1-2 역전패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유럽 프로축구에서 여성 사령탑이 역사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코린느 자크르(40) 클레르몽 감독은 5일(한국시간) 프랑스 브레스트에서 열린 브레스트와의 프랑스 프로축구 리게2(2부 리그) 원정경기에 나섰다. 유럽 남자 프로축구의 2부 리그 이상 클럽에서 여성 감독이 벤치에서 팀을 지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클레르몽은 이날 자크르 감독의 생일과 데뷔전을 축하하듯 전반 8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브레스트의 반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채 이후 두 골을 얻어맞고 1-2로 역전패했다. AP통신은 자크르 감독이 막판까지 큰 소리를 지르며 공격수들의 공세를 주도했으나 결과는 석패였다고 보도했다. 클레르몽은 동점골 기회를 수차례 잡았으나 상대 수비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승점을 쌓는 데 실패했다. 자크르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두 차례 실점할 때 실수가 있었으나 앞으로 선전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여자 대표팀에서 수비수로서 121차례 A매치를 소화해 센트리클럽에 가입한 인물이다. 선수 시절 대표팀의 주장을 지냈고 은퇴 후에는 대표팀 코치직을 맡기도 했다. 자크르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남성 축구의 여성 감독이라는 이유로 쏟아지는 관심을 정중하게 사절했다. 그는 "각광을 받을 사람은 내가 아닌 선수들"이라며 "언론의 관심에서 빨리 벗어나 경기력 강화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클레르몽은 올 시즌 프랑스 최상위 리그인 리게1 승격에 도전한다. 지난 시즌에 리게2 20개 구단 가운데 14위에 머문 만큼 강호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클레르몽은 올 시즌을 앞두고 포르투갈 여성 지도자인 엘레나 코스타(36)를 먼저 감독으로 뽑았다. 그러나 코스타는 구단주가 독단적으로 선수를 영입하는 등 자신을 흥행을 위한 '얼굴마담'으로 여긴다며 취임 전에 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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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락비 인기 비결…음악은 '잭팟'·캐릭터는 '헐'>사랑 노래 담은 미니앨범 '헐' 인기…"한때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그룹 블락비(지코, 태일, 재효, 비범, 피오, 박경, 유권)는 요즘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같다. 인기 상승세가 가속 페달을 밟고 질주하는 수준이다. '베리 굿'이라고 환호하는 소녀, 누나, 이모들이 급증했고 음원차트에서도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달 발표한 미니앨범 '헐'(HER)은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고 공개 10여 일이 지났지만, 수록곡 2곡이 각종 차트 10위권에 진입해있다. 인기의 반등에는 이유가 있는 법. 2011년 데뷔한 이들은 '유사품'이 판치는 아이돌 시장에서 음악이든, 캐릭터든 영리하게 차별화를 꾀했다. 기획사의 철저한 계산 아래 만들어진 느낌은 아니다. 멤버 지코가 프로듀싱을 맡아 손수 만드는 음악은 힙합 비트에 일렉트로닉, 록, 블루스, 펑키 등 다채로운 장르를 더하며 진화했다. 노랫말에선 식상한 애정 타령도 하지 않았다. 여느 보이 그룹들이 '러브 테마'의 댄스 음악, 칼 군무를 앞세운 것과는 다른 지점이다. 캐릭터 또한 흥미로웠다. 통제되지 않을 것 같은 천방지축 악동들. 뮤직비디오에선 해적('닐리리맘보'), 광대 탈을 쓴 악당('잭팟'), 은행 강도('베리 굿') 등 과격한 무법자로 등장해 난장판을 벌였고, 무대에선 자유분방한 '끼'를 발산했다.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던 블락비가 성공하자 가요계에는 힙합과 '상남자' 캐릭터를 내세운 보이 그룹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기획사들이 이들처럼 거친 남성성을 부각해야 여심을 자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남들과 같은 건 거부하는 이들. 이번 앨범 '헐'에선 되레 사랑을 주제로 내세워 반전을 꾀했다. '헐'은 '그녀'를 뜻하는 영어 'HER'와 '그녀를 보고 놀랐다'는 의미의 감탄사 '헐'이란 이중적인 의미를 담았다. 음악에 맞춰 알록달록한 의상을 입고 귀여운 표정과 사랑스러운 손짓, 발동작으로 무대를 누빈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이들은 "외출했는데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나면 왠지 민망하다"며 "이번엔 옷을 갈아입는다는 느낌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 곡을 작사·작곡한 지코는 "러프한 힙합 비트에 1, 2절 랩을 얹은 음악, 강한 콘셉트를 한 팀이 주류가 될 만큼 많이 나왔다"며 "우린 달라지고 싶었다. 다른 친구들은 많이 해본 감성적인 주제가 우리에게는 '유니크'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헐'은 록 블루스 기반에 중독성 강한 기타 선율이 담겨 달콤한 러브송과 궤를 달리한다. "확 바뀌면 어색할까 봐 자연스럽게 바꾸는 편이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우리 색깔을 가미해 사랑을 주제로 했지만 '달달한' 노래는 아닙니다."(지코) 래퍼인 피오와 박경은 이 곡에서 보컬에 도전했다. "랩에 음가를 넣은 노래여서 걸출한 보컬을 요하진 않아 그리 어렵지 않았죠. 하하."(박경) "전 어려웠어요. 제가 저음인데 음역대가 높았거든요. 하지만 정말 잘 부르고 싶은 멜로디 라인이었죠."(피오) 콘셉트에 발맞춰 수록곡도 통일감을 줬다. 첫 트랙 '보기 드문 여자'와 메인 보컬 태일의 솔로곡인 '이제 날 안아요'는 대놓고 사랑 노래다. 튀는 트랙이라면 '잭팟'. 당초 이 곡은 지난 4월 발매할 앨범의 타이틀곡이었지만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해 앨범 발매 자체를 취소했다. 비범은 "'잭팟'이 '다 같이 놀자'란 신나는 노래인데 큰 슬픔이 닥치니 활동할 마음이 없었다"며 "차라리 시간을 갖고 새 앨범을 탄탄히 작업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유권은 "결국 '잭팟'이 3개월 만에 음원으로 나왔는데 차트 상위권에서 오래 버티며 사랑받고 있어 의외라고 여겼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위치에 오기까지 난관도 있었다. 2012년 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태도 논란이 불거졌고, 지난해 초 전 소속사와 분쟁도 있었다. 지코는 "우린 성숙하지 못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같았다"며 "운전을 가르쳐주는 사람도, 내비게이션도 없이 신나서 마음대로 주행했다"고 돌아봤다. 박경도 "스스로 연예인이라고 느끼지 못했고 우리 행동이 어떻게 비치는지도 몰랐다"며 "우리로 인해 팬, 스태프가 피해를 입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몸으로 부딪히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잡음을 일으키며 공백기도 보냈지만 이들이 버텨낸 건 음악적인 재능 덕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지코는 "'난리나', '닐리리맘보', '베리 굿'까지는 블락비 하면 유추되는, 자유분방함을 각인시키려는 음악이었고 '잭팟'과 '헐'에선 음악 스펙트럼을 확장해 장르에 제한이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요즘 트랩이란 장르를 많이 시도하는데 난 트랩을 사랑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하니 쫓아가고 싶지 않아 피해갔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이들의 입지도 한층 견고하게 다져졌다. 음원 지지도가 상승했고 앨범 첫 주문 물량도 5만 장에 달했다. 팬클럽 BBC의 활동도 활발하다. 지금 필요한 건 팀워크다. "우린 생각이 달라 엄청 싸워요. 하지만 회복도 무척 빠르죠. 사적인 시간도 같이 보내요. 한강에서 농구를 한 뒤 돗자리를 깔고 치킨에 맥주도 한잔하죠. 놀 때는 건전하게 놉니다. 하하."(지코, 유권, 재효)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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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이 준 목걸이 걸고 그들 생각하며 연주했죠대관령국제음악제서 추모곡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평창=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지금 가장 안타깝고 애처로운 사람들은 세월호 아이들의 부모님들이에요.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연주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6)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째가 되던 지난 24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에서 언니인 첼리스트 정명화,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함께 세월호 추모곡을 연주했다. 그가 공동예술감독을 맡은 제11회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저명 연주가 시리즈' 개막공연에서다. 공연 이튿날인 25일 콘서트홀 연습실에서 만난 정경화는 "간 사람들은 모르지만 남은 사람들은 숨 쉴 때마다 뼈저리게 아프다. 위로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정경화는 지난 5월 명동성당과 지난달 예술의전당 음악회에서도 세월호 추모곡을 연주했다. 지난달과 이달에는 한 차례씩 경기도 안산에서 세월호 추모음악회를 열었다. 첫 안산 공연 때는 세월호 생존자와 희생자 유가족도 초청했다. 이때 연주했던 곡 '내 영혼 바람 되어'는 디지털 싱글 음반으로도 내놨다. "세월호 소식을 들었을 때 한국에 있었어요. 말도 못하게 충격을 받았죠. 안타까운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요. 그래서 6월에 모든 상황이 정지된 안산에 가서 연주한 거예요. 직접 가족들을 만나서 위로하고 싶었거든요." 그는 "음악으로 유가족들과 혼과 혼을 주고받았다"라고 했다. "음악은 혼을 움직이죠. 가족분들이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음악의 힘은 이처럼 깊어요. 그래서 나눌 수 있는 만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은 지금 위로와 격려가 필요해요." 대관령국제음악제 개막공연에서 추모곡을 연주할 때 정경화의 목에는 조그만 노란 리본이 걸려 있었다. 지난달 안산 연주 때 한 유가족에게서 받은 목걸이였다. "유가족 한 분이 공연 후에 목걸이를 주셨어요. 작은 병에 노란 리본을 넣어 줄을 단 것이죠. 그 후로 그 목걸이를 악기 케이스에 넣고 다녀요." 그는 "이 아이들이 뜻 없이, 헛되게 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우리 사회에 '정신 차리고 일어나라'고 말하는 경고음을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은 우리가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할 몫이에요.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 결과 아닙니까. 무엇보다 생명이 제일 중요해요. 특히 어린 생명이요." 그가 계속해서 세월호 참사에서 마음을 거두지 않는 것은 최근 그의 최대 화두가 '나눔'이라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저는 그동안 세계의 최고 오케스트라와 지구촌 제일의 음악당에서, 지휘 거장들과 연주를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면 결국 남은 것은 딱 한 가지에요. 제 음악을 사람들에게 온 정성을 다해 바치고 대화한 것이지요. '정경화, 정경화' 하지만 이름은 시간이 가면 소용이 없어요. 물질적인 성공도 오래가지 못하지요."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바이올린을 손에서 놓았다가 2011년 다시 돌아온 '바이올린 여제'는 자선 음악회 등을 통해 전성기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하며 한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달 아프리카 르완다 어린이를 돕기 위한 음악회를 열었던 그는 내달 26일에는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르완다를 직접 찾아 연주회를 한다. "처음 가는 것이어서 기대돼요. 일단 가봐야 무엇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알 수 있잖아요. 여러 가지 곡을 다양하게 섞어서 연주하려고 합니다." 음악 영재 육성도 그의 관심사 중 하나다. "내가 받은 것을 어떻게 다시 돌려줄지 생각해왔어요. 그래서 어린 영재들을 돕는 일을 추진하고 있죠. 아이들이 너무 커리어에 매달리지 않고 숨을 쉬면서 음악을 할 수 있었으면 해요. 깊이가 있는 예술을 할 수 있는 연주자들을 키워내는 것이 꿈입니다." 정경화는 오는 12월 2일에는 영국 런던 로열페스티벌홀에서 유럽 복귀 무대에 오른다. "처음에는 '그냥 해보자' 했는데 한두 달 후에 갑자기 '내가 정신이 좀 나갔었구나!' 싶더라고요. 이 나이에 가서 한다는 것이…하하. 그래서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굉장히 뜻있는 날이 될 것입니다. 페스티벌홀은 1970년대부터 하도 많이 섰던 무대라 마치 안방 같거든요. 그 무대에 다시 서게 돼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연주 때마다 악기에 모든 혼과 정성을 쏟아넣는다"는 정경화는 "그 소리는 저의 목소리"라고 했다. "저는 만 번을 다시 태어나도 바이올린을 할 거예요. 이렇게 아름다운 악기가 또 있을까요. 다시 태어났을 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잘하면 좋겠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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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있어요' 부른 70년대 스타 이현 "40년만에 노래해요"'잘 있어요'를 부른 1970년대 스타 이현 원조 꽃미남 가수이자 장군의 아들…KBS '콘서트 7080'으로 은퇴 후 첫 방송 나들이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지난 23일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의 한 카페에 장년의 한 남성이 들어섰다. 첫 만남이었지만 1970년대 LP 재킷에서 본 '꽃미남' 청년이란 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젊은 날의 인상이 오롯했다. 바로 1970년대 '귀공자 가수'로 불린 이현(64)이다. '잘 있어요 잘 있어요/ 그 한마디 였었네/ 잘 가세요 잘 가세요/ 인사만 했었네~.'('잘 있어요') 그는 1970년 박춘석이 작곡한 '내 사랑 지금 어디'로 데뷔해 '잘 있어요'와 '춤추는 첫사랑'(번안곡), '똑같애', '잊지마'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수많은 소녀 팬들을 울렸던 TV 스타다. 한 블로그에선 그에 대해 '요즘 말로 완소남'(완전 소중한 남자)이었다고 했다. 그는 남다른 집안 출신으로도 화제였다. 외할아버지는 초대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고(故) 이응준 씨, 아버지는 '대한민국 군번 1번'으로 초대 합참의장·육군 참모총장을 지내고 1960년대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등 각국 대사를 역임한 고(故) 이형근 씨다. 당시에도 '사생팬'(사생활을 쫓는 팬)을 몰고 다닌 이현은 1975년 12월 '언약'과 '누구일까'가 담긴 독집 앨범을 끝으로 1976년 갑자기 무대에서 사라졌다. 이후 방송과 언론에 단 한 차례도 모습을 비추지 않아 근황조차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잊히던 그가 약 40년 만에 가수로 돌아와 마이크를 잡았다. 앨범과 공연으로 거창한 컴백을 한 건 아니지만 방송 출연이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오는 27일 방송하는 KBS 1TV '콘서트 7080' 녹화를 마친 그를 만났다. 언론 인터뷰도 은퇴 후 처음이다. "여러 차례 방송 제의가 왔는데 자신이 없었어요. 이번 출연을 결정하고도 후회했죠. 매일 악몽을 꿨어요. 하하." 그가 용기를 낸 데는 팬들의 힘이 컸다. 2012년 5월 '추억의 70년대 ♡ 가수 이현 팬카페'가 생겼고 흩어져 있던 중장년 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사업하는 팬카페 지기 박상진(57) 씨가 중심에서 큰 역할을 했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도 박씨가 참석했다. 이현은 "처음엔 팬카페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대체 몇 명이냐'고 물었더니 5명이라더라. '그럼 오케이, 동호회 식으로 소통해보자'고 답했다. 상진 씨가 내 앨범 자료를 정리하고 내 노래에 영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려주며 정말 열심이었다. 지금은 회원 수가 347명이다. 지난 40년간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고맙고 미안하더라. 이번 방송 출연은 팬들에 대한 답례"라고 말했다. ◇ 가수·배우·광고 모델로 전방위 활동…"사생팬 따라다닌 TV 스타" 가수 데뷔를 한 건 사실 궁여지책(窮餘之策)이었다. 영국에서 1년간 생활하다가 귀국한 그는 외교관 자녀 특례입학이 없던 시절, 예비고사 원년과 맞닥뜨렸다. 외국 생활 끝에 예비고사를 봐야 했고 성적에 맞춰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69학번으로 입학했다. 과 이름도 생소했지만 연극, 영화를 하리라곤 꿈에도 몰랐기에 학교도 잘 나가지 않았다. 당시 과 선배로 현역 가수인 배성, 펄시스터즈의 배인순이 있었다. 이들처럼 앨범을 내거나 연기를 하면 학과 실기 점수에 반영돼 그는 앨범을 내기로 했다. 이현은 "아버지 지인의 소개로 지구레코드를 찾아갔다"며 "그곳에서 박춘석 선생을 소개받았고 노래를 들어보시더니 앨범을 내주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낙하산' 데뷔였다"고 웃었다. 그러나 데뷔 앨범부터 바로 반응이 왔다. 이어 '이별이 주고 간 슬픔', '춤추는 첫사랑'이 히트하자 오아시스레코드에 스카우트됐고 '잊지마', '잘 있어요' 등을 내며 승승장구했다. 신인상과 'MBC 10대 가수상'을 잇달아 받으며 6년간 11장의 앨범을 냈다. 특히 '잘 있어요'는 야구장에서 상대팀을 약 올리는 응원가로 쓰이며 오랜 시간 널리 불렸다. 그는 노래뿐 아니라 '아름다운 청춘'을 데뷔작으로 '별난 장군', '영광의 탈출', '청춘 교사', '아빠와 함께 춤을' 등 여러 편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당시 동아제약이 첫선을 보인 음료수 '오란씨'의 광고 모델로도 2년간 활동했다. 당시 파트너는 배우 윤여정, 김미영이었다. 이현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고 한다. 당시 한 신문 기사에선 '팬들이 이현의 머리카락을 뜯어가고 옷을 찢어갔다', '지방 공연 차 묵은 숙소의 신발과 옷을 가져갔다'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현은 "그땐 지방을 돌며 극장식 공연을 많이 했다"며 "한번은 부산에서 대구로 이동했는데 내가 묵은 여관에 부산의 여고생 팬들이 따라와 방을 잡았더라. 그 방 가서 야단을 치고 내 차를 태워 보냈던 기억이 난다"고 웃었다. 중학교 때부터 팬이었다는 팬카페 지기 박씨가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신바람 나는 '증언'을 했다. "살아있는 인형이었죠. 하하. '쇼쇼쇼', '명랑오락회', '가요스팟' 등 오빠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TV 앞에 모여들었죠. 팬카페에도 초등학교 4학년 때 필이 꽂혔다는 팬, 이대 후문 쪽 오빠 집을 찾아갔는데 아버지가 집으로 들어오라고 해 과자를 주셨다는 팬, 첫사랑이라는 팬 등 정말 추억담이 많아요."(박상진) 1970년대 발표한 앨범 재킷/팬카페 제공 1970년대 발표한 앨범 재킷/ 팬카페 제공 ◇ 인기 절정에서 아버지 반대로 은퇴…"40년간 사업에 전념, 돌아보니 후회" 그러나 이현은 인기의 절정에서 은퇴했다. 가수 생활은 대학 때까지만 하라는 아버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외할머니는 신인상을 타고 세배를 갔을 때 뒤로 돌아앉아 울고 계셨다"고 한다. 그는 "반항심에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앨범을 스스로 소각했다"며 "내가 법관이 되길 바라셨던 아버지는 내내 탐탁지 않게 여기셨다. 그때 더 버틸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2002년 작고했는데 병환으로 오래 누워계셨어요. 그때 저한테 '넌 가수를 하는 게 나을 뻔했다'는 말을 하시더군요. 그 말씀에 정말 약이 올랐어요."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난 그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당시 함께 활동한 남진, 나훈아, 배호, 이상렬 등 가요계 동료와도 연을 끊었다. 그는 1979년 강남역 뉴욕제과 뒤에 디스코텍 '스튜디오 80'을 오픈했다. 복싱 챔피언이자 친구인 홍수환이 이태원에서 스포츠 댄스 클럽을 하는 걸 보고 300평 규모로 꽤 크게 운영했다. 고(故) 이주일 등이 무대에 섰고 손님을 밀어낼 정도로 번창했다. 그러나 이것도 1년 만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에게 음악감상실을 한다고 거짓을 고했던 터라 이 사실을 안 아버지의 반대에 다시 부딪혔다. 이후 그는 "인테리어를 하다가 건축일을 했고 통신회사(기산통신)를 운영하는 등 쉬지 않고 사업을 했다"며 "현재 한국코아엔지니어링 회장으로 있다"고 말했다. "노래 맛을 알아갈 즈음 관두면서 미련이 남아 일종의 반항심에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사업을 한 거죠. 그런데 얼굴이 알려진 게 사업에는 지장이 되더군요. 사람들이 뒤돌아서면 '쟤가 '잘 있어요' 부른 사람'이라고 수군댔죠. 녹록지 않았어요." 그는 비로소 다시 노래할 수 있다는 게 더없는 기쁨이지만 거창한 '컴백'이 아니라 다시 음악 안에서 살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김추자 씨가 33년 만에 컴백했다는데 대단한 용기이고 결단"이라며 "김추자 씨처럼 앨범 내고 본격적인 활동을 하는 건 어렵겠지만 팬들과 소통하며 기회가 닿을 때마다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팬카페 지기 박씨가 한마디 거들었다. "팬카페에 엄마 따라온 20대 팬도 있고, 남성팬도 2~3할은 돼요. 출발은 미약하지만 오빠를 통해 토막 토막의 추억을 공유하니 즐거운 소풍 갔을 때 느낌이 들어요."(박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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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현아는 빨개요…열정의 다른 표현이죠"미니앨범 '에이 토크' 발표…타이틀곡 '빨개요'로 활동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섹시미는 여성의 매력 중 하나다. 그러나 연예인에게 이러한 이미지가 두드러질 경우 때론 악플에 시달리며 상처를 입기도 한다. '섹시 걸'의 대명사인 포미닛의 현아(22)도 때론 도가 지나치는 말에 마음고생을 했지만, 섹시한 이미지를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규정하고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오는 28일 발매될 미니앨범 '에이 토크'(A Talk)에서 '빨개요'란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번 앨범 콘셉트의 색깔을 '레드'로 정하고 재킷 이미지는 물론 입술 색깔도 붉게 칠했다. '빨개요'의 노랫말은 재치있어 인상적이다. 동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의 멜로디를 이용해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왓(What), 빨간 건 현아, 현아는 예(Yeah)~'란 가사가 반복돼 귀에 쏙 꽂힌다. 최근 강남구 청담동 큐브 카페에서 인터뷰한 현아는 "'현아는 빨갛다'는 어감이 다소 세지만 나에게 빨간색은 행운의 색깔"이라며 "데뷔 전부터 좋아하던 색이고 1위를 할 때도 늘 빨간 옷을 입고 있었다. 나를 나타내는 의미 있는 색"이라고 설명했다. 노래에 맞춰 '몽키 댄스'도 춘다. 인터뷰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두 다리를 'O'자로 만들고서 한쪽 팔을 흔들어 보이는 모습이 재미있다. "제가 원숭이띠예요. 하하. 이번엔 하이힐을 신고 대놓고 원숭이 춤을 출 겁니다. 안무팀이 원숭이처럼 열심히 추지 않으면 임팩트가 없다고 해서 구두를 신고 날아다니려고요." 신곡을 낼 때마다 뮤직비디오에서 과감한 노출과 몽환적인 눈빛으로 화제가 된 만큼 이번 티저 영상도 공개와 함께 빠르게 클릭 수가 상승했다. 현아는 "'현아는 세다'란 기대가 있어 노출이 적진 않다"며 "이번엔 메이크업과 패션이 섹시하면서도 건강한 느낌이어서 복근 운동과 배드민턴 등 운동을 열심히 했다. 건강해 보이는 건 자신 있다"고 웃었다. '빨개요'에서도 드러나듯이 이번 앨범에선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와 모습을 담았다. 현아는 세 곡의 작사에 참여했다. "공감대가 없는 제 얘기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현아 자체가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앨범"이라며 "현아 하면 '핫하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고 정열적이고 열정이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트로곡 '에이 토크'(A Talk)에선 '원하는 것 이제 다 보여줄게, 알지 나는 절대 거짓말 못 해'라며 자기소개를 한다. 강렬한 힙합 비트의 댄스곡인 '프렌치 키스'에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이성에게 어필하라는 도발적인 면모를, 비스트의 양요섭과 부른 '어디부터 어디까지'에선 스킨십 진도에 대해 갈등하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힙합곡 '블랙리스트'에선 경고 메시지를 날리며 특유의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이 있지만 섹시한 모습이 두드러진 탓인지 현아에 대한 편견도 많다. '잘 놀 것 같다', '연애를 엄청 많이 해봤을 것 같다', '성격이 셀 것 같다' 등. 현아는 "'난 이렇다'고 해명하기 어렵고 '이렇게 봐달라'고 말하는 건 내 주관적인 생각 아닌가"라며 "말로 해명하기보다 보여주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SBS MTV 리얼리티 프로그램 '현아의 프리먼스'를 선보인 것도 평소 어떻게 생활하는지, 무대 아래에선 어떤 모습인지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가 포미닛, 트러블메이커, 솔로 등 활동이 많아서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보는 분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도 사람이니 잘 보이고 싶고 예쁨 받고 싶죠. 단지 생각이 바뀐 건 저를 예뻐하지 않는 분들에게 상처받기보다 좋아해주고 기대해주는 분들에게 조금 더 잘 보이도록 열심히 해서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거죠." 그럼에도 현아가 좋다는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하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한결같이 열심히 해서', '몸매가 예뻐서', '끼가 넘쳐서' 등. 현아는 "'끼가 많다', '자신감 넘친다'란 말도 감사하지만 노력 없이 받는 칭찬 같아서 '현아 밖에 못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좋다"며 "노력을 통해 뭔가를 만들어냈다는 느낌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엔 비슷한 시기, 원더걸스 시절 멤버이던 예은도 솔로 앨범을 내 의도치 않게 라이벌 구도가 됐다. 현아는 원더걸스를 나와 포미닛으로 활동하면서도 예은과 '절친'으로 지낸다. "예은 언니와 서로의 노래를 들어봤어요. 언니 노래는 저와 상반되는 느낌인데 제가 할 수 없는 모습이니 너무 좋았어요. 언니도 제 노래가 시원해서 여름 분위기에 어울린다고 말해줬죠. 라이벌이라기보다 어린 시절 같은 꿈을 꾸며 걸어왔기에 '우리가 이렇게 컸나'란 생각이 들고 무조건 응원해야죠." 실제 현아는 초등학교 1~2학년 때부터 연예계에 대한 꿈을 키웠다. 아버지와 함께 간 대학로 거리에서 비보잉 공연을 보고서 '춤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현아는 "돌이켜보니 아버지가 '이걸 해볼래?'라고 말 안하고 눈으로 보여주려 한 것 같다"며 "당시 아역 배우 오디션에서 대본만 읽고 매번 떨어졌는데 춤을 배우고선 무기가 생기니 자신감이 생기더라. 춤을 추면 사람들이 날 달리 보는 게 좋았다"고 웃었다. 이날 현아는 모든 답변마다 한 뼘 자란 모습을 보여줬다. 무대 아래에선 포미닛 멤버뿐 아니라 소속사 직원들의 마음까지 '언니'처럼 살갑게 챙기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집안에 남동생만 둘이 있어 언니들을 무척 좋아했어요. 언니들이 저를 챙겨주는 모습을 봐서 자연스럽게 그런 행동이 나오는 것 같아요. 아빠가 '네가 있기에 주위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이 있어 네가 있는 것'이라고 늘 말씀하셨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더 와 닿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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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스타 "건강한 섹시미가 무기, 예쁘지 않아 차별화"새 앨범 발표…타이틀곡 '터치 마이 바디' 음원차트 1위 석권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우리의 무기는 건강한 섹시미죠. 다른 걸그룹처럼 (피부가) 하얗거나 예쁘지 않다는 게 차별점이고요. 하하하." 걸그룹 씨스타가 21일 두 번째 미니앨범 '터치 앤 무브'(TOUCH & MOVE)를 발표하고 여름 사냥에 나섰다. 이날 강남구 청담동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씨스타는 개별 활동을 마치고 1년 2개월 만에 신보를 선보이는 설렘과 기쁨을 여느 때처럼 개구지게 표현했다. 다솜은 "예전엔 앨범을 내기 전 '잘 될까'란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엔 기대감이 더 크다"며 "씨스타만의 건강함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팀 공백기 동안 효린은 솔로 앨범, 보라와 다솜은 드라마, 소유는 정기고와의 듀엣곡 '썸'으로 빅히트를 하며 성공적인 활동을 펼쳤다. 멤버들은 "서로 개별 활동을 지켜보며 자랑스러웠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해줘 모두 한 단계씩 성장한 것 같아 뿌듯했다"고 입을 모았다. 오랜만의 '완전체' 활동인 만큼 멤버들은 비장의 무기로 단단해진 팀워크와 이미지 변신을 꼽았다. 진행자로 나선 같은 소속사 선배 가수 케이윌도 "여느 때보다 편안함과 끈끈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소유는 "팀워크가 좋아졌다"며 "개별 활동을 하면서 멤버들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음악적으로도 많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효린과 보라는 "살을 많이 빼고 머리 색깔을 바꾸는 등 이미지에 변화를 줬다"고 덧붙였다. 새 앨범에는 블랙아이드필승(최규성·라도), 이단옆차기, 김도훈, 로빈 등 유명 프로듀서가 대거 참여했다. 타이틀곡 '터치 마이 바디'(TOUCH MY BODY)는 이날 공개와 함께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다. 이 노래는 쉬운 멜로디와 도입부에서 나오는 색소폰 연주가 인상적인 힙합 댄스곡으로 블랙아이드필승이 작곡했다. 앨범을 낼 때마다 1위를 해 '음원 강자'로 불리는 씨스타는 "1위를 했다니 행복하다"며 "우리가 어떤 음악으로 나왔는지 궁금해 사람들이 들어보면서 1위를 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순위가 떨어지지 않고 오래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효린은 가요 프로그램 1위 공약으로 "씨스타의 '막춤'을 보여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올여름에는 여러 걸그룹이 컴백하는 만큼 경쟁도 불가피한 상황. 자신들만의 차별점을 꼽아달라는 말에 소유는 "우린 다른 걸그룹처럼 (피부가) 하얗거나 예쁘지 않다. 그게 차별점"이라고 말하며 시원스레 웃었다. 보라도 "강점은 무대에서 밝고 유쾌한 모습"이라며 "올여름에는 한층 신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밖에도 앨범에는 음악적인 강점을 살린 다채로운 곡들이 수록됐다. 래퍼 버벌진트와 씨스타가 호흡을 맞춘 '나쁜 손'은 남녀의 '썸 타는' 입장을 대변하듯 재미있게 풀어낸 가사가 돋보인다. 김도훈이 만든 '벗 아이 러브 유'(But I Love U)는 서정적인 피아노와 강렬한 신스 사운드가 대비를 이루는 가운데 효린의 파워 보컬과 소유의 감성 보컬이 조화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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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개코 "힙합 인기, 시대와 대중이 선택해준 덕"다이나믹듀오의 개코와 리쌍의 개리(우측) '힙합계 쌍두마차' 리쌍 개리·다이나믹듀오 개코, 첫 합동 인터뷰 "래퍼에게 정답은 없어…때론 '먹통 힙합' 그립죠"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리쌍(개리, 길)과 다이나믹듀오(개코, 최자)는 자타 공인 '힙합계 쌍두마차'다. 두 팀은 경쟁도 하지만 격려도 하는 끈끈한 사이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중 1999년 허니패밀리로 데뷔한 뒤 2002년 리쌍을 결성해 활동 중인 개리(본명 강희건·36), 2000년 씨비매스로 데뷔해 2004년부터 다이나믹듀오로 활동 중인 개코(김윤성·33)는 후배 래퍼들이 '리스펙트'(Respect) 하는 형님들. 이들의 음악을 자양분으로 꿈을 키웠다는 래퍼도 다수다. 2002년 리쌍의 첫 앨범에 씨비매스가 참여하며 개리와 개코는 처음 인연을 맺었다. 올해로 13년 지기인 두 사람을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났다. "어이, 개투다~!" 개리가 먼저 온 개코를 이렇게 부르며 반겼다. '개투다'는 별 뜻 없이 개코를 부르는 닉네임이라고 한다. 인터뷰 전날도 하하와 별 부부의 아기 돌잔치에서 만났다는 둘은 함께 인터뷰하는 게 처음이라며 흥미로워했다. 눈매가 맹견 느낌이어서 '개리', 코가 개처럼 생겼다고 '개코'란 별명으로 불렸다는 둘은 예명뿐 아니라 선글라스를 낀 외모 등 여러모로 닮은꼴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들의 음악을 직접 프로듀싱하고 랩의 전달력과 표현력에 있어서 '클래스가 남다르다'는 점은 두드러진 공통점이다. 이들과 요즘 힙합계의 흐름, 중견 래퍼들이 겪는 음악적인 고민 등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봤다. ◇ 요즘 힙합계는…"랩 스타일·캐릭터 등 정체성 강한 래퍼 많아" --첫 만남을 기억하나. ▲ 리쌍 첫 앨범에 피처링하며 정식으로 인사했지만 개리 형을 처음 본 건 우리가 공연하던 언더그라운드 클럽에 허니패밀리가 왔을 때다. 마치 '한국의 우탱클랜' 같은 느낌이었다. 또 한 번은 백화점 행사에서 허니패밀리 무대를 봤는데 길 형이 관객석으로 '다이빙'하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개코) ▲ 하하하. 그때 무대가 충격적이어서 나도 기억난다. 2m 높이 무대에서 길이 뛰어내려서 관객이 다쳤을까 봐 진짜 걱정했다.(개리) -- 힙합이 몇 년 새 대중적인 장르로 떠올랐다. 버벌진트, 빈지노 등 수많은 래퍼의 노래가 음원차트 1위를 장식하고 랩이 안 들어간 음악이 없을 정도인데. ▲ 잠깐 주춤하다가 확실히 올라왔다. 래퍼들의 인기가 많아지며 여성 팬들도 생겨났다. 예전엔 공연하면 많아야 500~600명 규모였는데 요즘은 몇천 석짜리 공연장도 꽉 찬다.(개리) ▲ 한때는 힙합계에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지 못해 주춤했는데 요즘은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스타들이 많아졌다. 시대와 대중이 힙합을 선택해줬고 이에 맞춰 색깔이 강한 친구들이 많이 나오면서 지금은 트렌드가 된 것 같다.(개코) -- 예전엔 무브먼트, 부다사운드 등 대표적인 힙합 크루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아메바컬처, AOMG, 일리네어레코즈 등 레이블 중심으로 크루가 형성되는 분위기인데. ▲ 국내 힙합 태동기의 래퍼들은 크루 안에서 음악적인 품앗이를 했지만 지금은 레이블 차원의 크루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레이블이 달라도 음악적인 친분, 비즈니스 관계로 콜라보레이션(협업) 하는 사례는 더 많아졌다. 초기 크루 문화가 발전적인 형태로 자리 잡은 것 같다.(개코) -- 각자 생각하는 매력적인 래퍼란. ▲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진부한 가사를 스타일리시하게 소화하는 래퍼도 있고 패션과 캐릭터까지 멋진 래퍼도 있다. 요즘은 랩 실력에, 패션, 예능감, 캐릭터까지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랩에 메시지까지 담는다면 '베스트'다. 다소 아쉬운 점은 과거엔 힙합 팬들이 래퍼의 생각과 사상에 공감했다면 요즘은 캐릭터에 더 영향을 받고 좋아하는 것 같다.(개리) ▲ 형 말처럼 래퍼의 아이덴티티가 중요하다. 언어유희를 잘하거나 평범한 가사도 색다르게 표현하는 등 개성이 한층 뚜렷해졌다. 힙합 팬들이 디테일한 감정선을 살린 개리 형의 랩을 기대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개코) -- 그래도 실력 있는 MC(Microphone Controller: 랩을 하는 사람)라면 라임(랩의 운율)과 플로우(목소리 톤, 박자를 밀고 당기는 스타일 등 랩의 흐름) 등의 스킬이 중요하지 않나. ▲ 비트를 듣고 '랩을 어떻게 구성하고 표현할 것인가'란 점에서 총체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랩 가사를 쓰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언어 구사력이 다양할 것이고, 영화와 그림을 좋아하면 장면이 연상되게 표현할 것이고, 일상의 언어도 사용할 것이다.(개코) ▲ 난 랩 가사를 이야기처럼 풀어쓰는 스타일이다. 라임이 랩의 재미이긴 한데 그것보다 주제를 정하고 서술적으로 1절, 2절, 3절의 기승전결을 구성한다. 글을 먼저 써서 플로우를 많이 신경 못 쓰는 편이다. 방식을 바꿔보려 하는데 수년간 버릇이 돼서 안 되더라. 개인적으로 리쌍의 '러시'(Rush) 가사를 쓸 때 나의 경험과 의지가 잘 표현된 것 같다.(개리) -- 유독 힙합에선 '19금' 가사가 많은데 래퍼들은 심의에 크게 구애받지 않나. ▲ 고려 안 하는 건 아니지만 난 심의 걱정을 덜 하는 편이다. 현실에선 아름다운 사랑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 하하. 어떤 곡은 말을 돌리기 어려워 거침없이 쓰는데 그럴 땐 콘셉트를 잡고 시작한다.(개리) -- 근래 '감성 힙합'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후렴구에 말랑한 가사와 대중적인 멜로디가 담긴 랩 음악을 뜻하는데 이러한 곡들이 잇달아 히트했다. 마치 힙합의 생존 방식처럼 느껴지는데. ▲ 그런 흐름을 '좋다, 나쁘다' 단정 짓기 어렵다. 리쌍도 1집 때는 반항심이 있어 '러브 송'을 안 했는데 2집 때 둘 다 여자 친구가 생기자 사랑 얘기가 80%가 되더라. 이때부터 사랑 노래가 타이틀 곡이 됐으니 대중적으로 빨리 갔다. 요즘 다른 래퍼들도 그러한 흐름의 음악으로 잘 돼서 좋다. 사실 한 곡을 차트에 올리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대중적인 요소, 반복적인 펀치 라인 등 생각할 게 무척 많다. 차라리 비트 하나 주고 랩하라는 게 더 편할 수 있다. 우리와 달리 다이나믹듀오는 랩의 농도가 진했고 그 힘이 단단해진 케이스다. 이들의 '불면증'이란 곡을 좋아하는데 가사에 젖어들게 된다. 마니아가 단단한 이유다. 나도 요즘 다른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개리) ▲ 하루 살기도 빡빡하니 시대가 심각한 노래, 영화, 드라마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예술 영화도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세상의 각박함에서 탈출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완전히 신나거나 달콤한 음악이 쉽게 소비되는 이유다. 그래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개코) 리쌍의 개리 ◇ 중견 래퍼의 고민은…"프로듀서로서 고심 커, 실력에 한계 느낀다면…" -- 음악 방향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말로 들리는데. ▲ 우린 래퍼이면서 프로듀서이니 랩 스킬보다 앨범 전체의 흐름을 봐야 한다. 또 '먹통 힙합'(미국 동부 힙합 스타일로 단순한 비트와 반복적인 루프의 힙합)인 우탱클랜의 음악으로 입문해 마치 첫사랑처럼 그리움도 있다. 가사에서 어떤 얘기를 해야 할까도 고민이다. 거침없이 랩을 뱉는 친구들을 보면 그 자신감이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난 예전과 달리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지도가 생겼고 돈도 좀 벌었고 나이도 찼다. 옛날에는 삶의 애환을 썼지만 누가 봐도 배가 불렀으니 요즘 추세로 자랑처럼 가사를 쓰면 비호감 아닌가. 경제력, 인기 등 개선된 상황을 모두 떠나 마치 1집 때처럼 정신적으로 힘들다.(개리) ▲ 개리 형 얘기에 공감한다. 프로듀서이다 보니 한 줄 언어유희, 16마디 안의 랩 스킬보다 앨범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고민이다. 하루가 다르게 신곡이 쏟아지는 현실이지만 자극적인 음악보다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 10년 넘게 하다 보니 어떤 테마와 표현을 좋아하는지 감은 좀 생겼는데, 음악이 점차 부드러워져서 오는 괴리감도 있다. 내가 어린 시절 영향받은 음악은 힙합 본연의 심플한 비트에 특별한 구성없이 랩을 신나게 풀어내는 것이었다. 다행인 건 음악과 패션은 20년에 한 번씩 유행이 돌아온다는데 요즘엔 한층 미니멀한 스타일이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 있다.(개코) -- 서로의 음악을 들으며 감탄할 때도 있을 텐데. ▲ 형의 랩은 거칠고 야한 단어를 뱉어도 공감되는 힘이 있다. 형이 지금 '예전에는 힘들고 이겨냈다는 얘길 썼다면 지금은 상황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무척 진솔한 것이다. 음악에 진정성을 담기에 감동을 준다.(개코) ▲ 개코는 랩의 발음, 전달력, 후렴구를 만드는 구성 능력까지 빠질 게 없는 래퍼다. 특히 개코는 외유내강 형이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음악에 정곡을 찌르는 진지함과 해학적인 재미를 함께 담는다. 랩 톤도 날카롭다. 다이나믹듀오는 이제 믿고 듣는 팀으로 보증이 됐다.(개리) -- 다듀에게 리쌍은, 리쌍에게 다듀는. ▲ 리쌍은 좋은 형들이다. 음악적인 능력은 이미 검증됐으니 우리가 논할 문제는 아니다. 기분 나쁘면 바로 얘기해주는 솔직한 형들, 그래서 늘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고마운 형들, 한결같은 형들이다. 선의의 경쟁도 하지만 음악 모니터도 해줘 든든한 선배다.(개코) ▲ 다이나믹듀오는 좋은 동생들이다. 하하. 성격이 모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편하다. 음악적으로는 가장 인정하는 팀이다. 솔직히 리쌍은 대중적이고 소프트한 음악을 해서 내가 힙합을 얘기하는 게 애매할 수 있는데 이 친구들은 다르다. 어린 친구들 중 다이나믹듀오의 랩을 교과서처럼 연습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한국 힙합계의 든든한 기둥이다.(개리) -- 성공한 중견 래퍼이지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있나. ▲ 어제 비트를 하나 받아서 7~8시간 동안 듣다가 밤 11시에 귀가 먹먹해졌다. 냉장고에서 맥주 두 캔을 마시니 취하더라. 가사가 안 써져 '여기까지인가'란 생각도 들었다. 운동선수라면 체력이 다하는 지점에서 은퇴하는데 음악은 기준이 없다. 내 실력에 한계를 느껴 그만둔다면 돈의 행복을 뛰어넘는 슬픔일 것이다. 최근 빈센트 반 고흐의 책 '영혼의 편지' 상권을 읽었는데 '닥치고 그림이나 그리자'는 예술 정신은 마치 '또라이' 같았지만 그랬기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을 것이다. 그러나 난 평범한 사람이니. 하하.(개리) ▲ '서칭 포 슈가맨'이란 다큐 영화를 봤는데 공전의 히트를 한 뮤지션 슈가맨은 돈, 명예를 다 버리고 사라져 다른 삶을 택했다. 멋있고 위대하다고 여겼지만 그렇게 사는 건 어렵다. '나라면 그렇게 살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봤다.(개코) -- 예명도 비슷한 두 사람이 함께 콜라보레이션(협업) 해도 재미있겠다. ▲ 언젠가 할 수도 있겠지만 계획이 잡힌 건 아니니 비밀에 부치겠다.(개리, 개코) 다이나믹듀오의 개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