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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해하더니 "너무 좋다"며 수줍은 웃음…1주 2회 특수교육 예정
2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식에 참석한 고모(48)씨의 얼굴에는 사뭇 진지함이 묻어났다.
그는 '만득이'라 불리며 19년간 축사에서 강제 노역한 지적장애인이다.
학교 강당에서 열린 입학식 때 국민의례가 진행되자 그는 차렷 자세로 주변만 두리번거렸다.
한 교사가 고씨에게 다가가 그의 오른쪽 손을 왼쪽 가슴에 올려줬다.
이날 고씨와 함께 처음 학교에 온 입학생 19명은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한 듯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대영 청주 오송초등학교 교장은 힘찬 목소리로 입학 허가 선언문을 읽었다.
강당을 가득 채운 100여명의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들은 입학을 축하하며 박수를 쳤다.
이 교장은 "궂은 날씨가 걷히고 햇살이 나면서 입학식을 축하해 주는 것 같다"면서 "여러분 모두 지금까지는 부모님 곁에 '어린아이'였지만, 오늘부터는 이제부터는 씩씩한 '학생'이 됐다"고 말했다.
6학년 학생과 서로 마주 보며 인사하는 '선후배 인사' 시간에 고씨만 한 박자 늦게 인사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학교는 이날 입학생 20명에게 학용품을 선물했다.
입학생들은 6학년 언니·오빠들과 2인 1조로 손을 잡고 교실로 이동했다.
1학년 1반 교실에 들어서자 고씨는 어색한 듯 주변을 둘러보고 맨 뒷자리인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의자에 앉은 고씨는 준비물 등 유의사항을 전달하는 담임 선생님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했다.
고씨는 사람 좋은 웃음으로 "너무 좋다"며 짧은 입학 소감을 밝혔다.
특수 교사 옥근아(61)씨는 "고씨가 입학하게 돼 정말 기쁘다"면서 "고씨가 사회 일원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도록 최선을 다해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교사가 일주일에 2회 방문하는 '순회 교육' 방식으로 1회 2시간씩 한글과 숫자 개념을 익히는 등 특수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고씨는 19년간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의 한 축사에 끌려가 무임금 강제 노역에 시달리다가 지난해 7월 극적으로 탈출, 가족과 재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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