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에 따르면 2009∼2013년 5년 간 창업 점포 수는 연평균 77만 개이나 폐업 점포 수는 65만 개에 달했다. 창업하기는 쉬워도 성공하기는 극히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다. 그런데 은행권은 대출을 할 때 자영업자의 연체 이력과 매출액 등 기본적인 내용만 보고 실제로 중요한 사업성은 제대로 따지지 않는다. 대출 원금과 이자를 받는 것만 신경 쓰고 정작 중요한 사업 성패는 몰라라 하는 모순적 행태인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손쉽게 시장에 진입한 자영업자들이 출혈 경쟁에 내몰려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빚을 내 창업했다가 노후 자금을 모두 날리는 퇴직자도 부지기수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자영업자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작년 9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464조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300조5천억 원이고, 추가로 받은 가계대출이 164조 원이다.
소규모 창업이 이처럼 느는 이유는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고용동향 통계를 보면 작년 12월 취업자 수는 28만9천명 늘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에 그쳤다. 게다가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 취업자 수는 되레 11만5천 명 줄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2.5% 감소한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같은 기간 숙박 및 음식점업의 일자리 수가 11만5천 명(5.1%) 늘었다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거나 소규모 창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무분별한 창업은 억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쟁이 심한 분야로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특별한 노하우나 경험이 없는 퇴직자가 소규모 점포를 창업하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추가 대책이 검토되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금융위는 자영업자 대출을 분석해 올해 상반기 중 생계형·기업형·투자형 등 유형별 맞춤형 지원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근본적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게 시급하다. 좋은 일자리가 충분하면 위험천만한 창업 시장으로 밀려나는 사람도 줄 것이다. 정부는 문제의 근본 원인이 일자리 부족이라는 사실을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