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사후 北·쿠바 혈맹관계는…유대관계 토양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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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 사후 北·쿠바 혈맹관계는…유대관계 토양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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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북한-쿠바 수교 55주년을 맞아 방북한 쿠바 정부 '2인자' 미겔 디아스 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이 북한 김정은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일성·카스트로 '혁명 1세대' 역사 뒤안길…"실질협력 이미 시들"

쿠바 공산 혁명의 아버지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25일(현지시간) 사망하면서 북한과 쿠바의 사회주의 '혈맹' 관계도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북한과 쿠바는 전 세계에서 얼마 남지 않은 사회주의 '형제 국가'로서 정치·군사적 교류를 계속하며 국제무대에서도 상호 입장을 지지해왔다.


1960년 북한·쿠바 수교 이래 현재까지 양국의 관계가 끈끈하게 이어져 내려온 것은 '혁명 1세대'인 김일성 주석과 카스트로 전 의장의 유대가 토양이 됐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1986년 김일성의 초청으로 방북해 양국 간의 친선협조조약을 체결했다. 그는 2013년 저서에서 방북 당시 김일성으로부터 소총 10만 정과 탄약을 무상으로 받은 일을 회고하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들 혁명 1세대가 모두 세상을 떠난 이후에는 양국의 전통적 유대 관계도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피델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현 국가평의회 의장도 2018년에는 물러나겠다고 공언했고, 북한 김정일도 사망해 양국의 1·2세대 지도자가 모두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경제개혁을 추진하며 실용주의 노선을 타는 쿠바와 핵개발을 고수하는 북한이 이미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만큼 양국관계가 급격하게 멀어질 여지도 별로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겉으로는 정치적 우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실질적 협력은 점점 줄어드는 흐름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8일 "북한과 쿠바가 전통적인 비동맹 관계는 유지하면서도 각자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것"이라며 "관계가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국제사회의 제재·압박 속에서 얼마 남지 않은 외교적 보루인 쿠바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의 공동 결정으로 11월 28∼30일 사흘간을 카스트로 전 의장의 사망을 애도하는 기간으로 선포한 것도 쿠바에 대한 친밀감 표시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게재한 카스트로 전 의장의 약력에서 그가 "반제반미 투쟁의 전초선에서 싸우는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전투적 우의와 친선협조 관계를 강화 발전시키기 위하여 커다란 노력을 기울였다"며 "조선·쿠바 친선관계 발전에 공헌한 동지의 업적은 길이 빛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이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총리 명의의 조전을 잇따라 보냈다.


북한은 카스트로 전 의장의 장례식에도 고위급 인사를 조문단으로 보내 외교적 고립 탈피의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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