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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오케스트라 내한공연

기사입력 2014.10.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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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성하고 역동적인 러시아의 소리'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시베리아 칼바람을 닮은 싸늘한 현악, 찌르는 듯 강렬한 금관악기들의 포효. 상트페테르부르크필하모닉 특유의 독특한 소리는 특히 러시아 음악 연주에서 더욱 돋보인다. 이번에도 차이콥스키와 프로코피예프 등 러시아 대표 레퍼토리를 들고 지난 9일과 10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은 러시아 대표 악단다운 역동적인 연주로 국내 음악팬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번 내한공연에선 그동안 주로 차이콥스키 작품을 선보인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를 연주해 공연 전부터 음악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아라비안나이트'를 바탕으로 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작품은 세헤라자데가 들려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소리로 표현돼 인기가 많은 곡이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겐 고난도 기량이 요구되는 작품이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은 이미 이 곡에 익숙한 듯 세부 표현이나 테크닉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적인 흐름을 강조한 연주로 세헤라자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지휘자 유리 테미르카노프는 바다와 신밧드의 배를 나타내는 1악장에서 처음부터 다소 빠른 템포로 밀어붙이며 바다의 거친 파도를 헤치고 모험을 펼치는 신밧드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바다의 테마를 연주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의 현악은 풍성하면서도 초점이 있었고 세헤라자데를 나타내는 바이올린 솔로는 아름다우면서도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러나 세부적인 면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의 '세헤라자데' 연주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특히 바순과 트롬본 등 여러 악기의 솔로가 많은 2악장에서 수석주자들의 연주는 다소 소극적이었고, 바그다드 축제를 나타낸 4악장에선 타악기 소리가 지나치게 두드러져 마치 '타악기를 위한 협주곡'처럼 들렸다.

     

    호른과 트럼펫 등의 금관악기군을 목관악기군 뒤에 놓지 않고 현악 섹션 뒤쪽에 배치한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의 독특한 배치법은 타악기와 금관악기가 함께 협력할 부분이 많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곡에선 그다지 적절한 것 같지 않았다.

     

    4악장에서는 특히 트럼펫과 작은북이 똑같은 리듬을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연주하는 부분이 많은데, 이 부분에서 트럼펫이 작은북과 멀리 떨어진 현악기 뒤쪽에 배치되는 바람에 트럼펫 선율이 어마어마한 타악기 소리에 묻히곤 했다.

     

    그러나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특유의 풍성하고 역동적인 사운드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에 담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며, 무엇보다 앙코르로 선보인 차이콥스키의 '호두까지 인형' 2막 중 '2인무'에서의 드라마틱한 연주는 기립박수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10일 공연 전반부에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 조성진은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연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때때로 그는 독자적인 템포로 오케스트라를 리드하기도 했다. 호른의 당당한 연주로 시작하는 1악장 도입부에서 그는 호른의 템포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템포를 빠르게 밀어붙이며 음악에 활력을 더했고 오케스트라와 선율을 주고받는 부분에서도 세부적인 앙상블에 연연하지 않고 선율 자체의 역동성을 강조한 연주로 음악을 주도해갔다.

     

    전 악장 연주가 모두 훌륭했지만 특히 서정적인 느린 악장과 해학적인 스케르초의 성격을 섞어놓은 듯한 2악장에서 조성진의 뛰어난 표현력은 일품이었다. 그가 앙코르로 연주한 쇼팽의 녹턴을 들으며 올해 만 20세의 피아니스트 조성진에게 기대를 거는 음악애호가가 많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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