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천혜 비경 간직한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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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트래블> 천혜 비경 간직한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

(백령도=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바닷길 228㎞, 닿기 어려운 곳이다. 쾌속선으로 휘휘 달려도 4시간이 걸린다. 쾌속선이 들어온 1994년 이전에는 무려 14시간이 걸렸다. 서해5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를 따라 그은 해안 경계선인 북방한계선(NLL, Northern Limit Line)을 가로 지르면 약 1시간 더 빨라질 수 있지만, 현재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


북한 장연군에서 약 10㎞ 떨어진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는 그래서 일반인의 관광보다는 안보가 우선인 군사작전지역이다. 하지만 태풍 속의 핵이 고요하게 자리 잡듯 최전방 백령도에는 섬이 간직한 천혜의 아름다운 속살이 평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도착해서 먼저 달려간 곳은 등대 해변이다. 용기포구 선착장 위로 야트막한 동산 길을 약 200m 걸어 들어가면 닿는다. 해변 위쪽으로 1960년대 중반까지 섬의 안내자 역할을 한 등대가 서 있다.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다.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절벽이 감탄사를 절로 나오게 하는 해안에는 천연동굴과 각종 기암괴석이 자리하고 있다. 천천히 해안풍경을 즐기라는 듯 갯바위에서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는 가마우지 등 철새들의 모습도 이방인들에게는 고즈넉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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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등대 해변. 사진/전수영 기자

용기포구 선착장 옆으로는 천연비행장인 사곶 해변이 드넓은 자태를 뽐낸다. 천연기념물 391호, 사곶 마을의 해안은 해수욕장 겸 천연비행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썰물 때에는 거의 수평에 가까운 평평한 모래판이 너비 300m, 길이 2.5㎞쯤 이어진다. 규조토로 되어 있어 콘크리트 바닥처럼 단단하다. 자동차가 다녀도 바퀴가 전혀 빠지지 않을 정도여서 비행기의 이착륙 시 활주로로 이용할 수 있다. 6·25전쟁 때 맥아더 장군이 발견했다고 전해지며 실제로 천연비행장으로 활용됐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이용할 수 있는 천연비행장은 현재 이탈리아 나폴리 해안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단 두 곳뿐이다.

14768437235115.jpg백령도 사곶 해변. 사진/전수영 기자

◇ 두무진, 중국과 가까워 기독교 유입 관문

백령도 주민의 대다수는 기독교 신자다. 12개 마을 가운데 10개 마을에 교회가 있다. 군부대 교회 2곳을 포함하면 모든 마을에 교회가 있을 정도다. 그 가운데 중화동 교회는 서울의 새문안교회 다음으로 1898년에 세워진 우리나라 두 번째 장로교회다. 교회 옆 백령기독교역사관에서는 한국 기독교 100년사를 살펴볼 수 있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백령도는 한국 천주교와 개신교 유입의 관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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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두무진. 사진/전수영 기자

그 관문 역할을 한 곳이 두무진이다. 북서쪽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머리카락처럼 뾰족한 바위가 많아 예전에는 두모진(頭毛津)으로 불렸다가 이후 바위의 형상이 마치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는 것 같다 하여 두무진(頭武津)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해안가와 절벽 위 능선 사이로 형제바위, 코끼리바위, 장군바위, 신선대 등 여러 형상의 기암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두무진 포구에서 운행하는 유람선을 타고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두무진 포구 옆 해안 길을 따라 통일기원비와 선대암, 형제바위 등을 즐길 수 있는 둘레길은 두무진을 걸어서 감상하는 필수 코스다.


백령도 사람들은 농업을 주업으로 한다. 고기잡이에 나서는 주민은 전체 주민의 10%다. 1990년대 초 사곶에서 남포리를 잇는 대규모 간척사업이 시행됐다. 방조제 안쪽 갯벌 약 4.3㎢(130만 평)가 담수호(백령호)와 논, 군 훈련장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바닷물이 스며들며 염분이 많이 포함된 담수호와 논 용지는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어 아쉽다. 천연갯벌이 그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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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두무진 포구. 사진/전수영 기자

◇ 심청의 전설 깃든 심청각 · 맨발로 걷고 싶은 콩돌해안

그 밖에 섬 북동쪽 심청의 전설이 깃든 인당수가 바라다보이는 언덕 위의 심청각과 고봉 포구의 사자바위, 남쪽 장촌포구 옆 용트림바위, 천안함 피격 장소가 바라다보이는 연화리 해안가의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등 찾아봐야 할 것들이 많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392호로 지정된 남포리 오금포 남쪽의 콩돌해안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작고 매끄러운 콩돌들이 길이 800m, 폭 30m의 해변을 덮고 있다. 연인과 함께 맨발로 걷고 싶은 아름다운 해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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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46용사 위령탑. 사진/전수영 기자

마지막으로 담수호 수문 뒤로 콩돌해안과 사곶 해변을 잇는 ‘백령대교’를 지난다. 전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최단거리 대교라는 게 현지인의 설명이다. 18m의 짧은 다리에 섬사람들은 대교(大橋)라는 거창한 이름을 왜 붙였을까? “이 다리는 세계적인 명물입니다. 가장 짧은 대교니까요. 육지 속 큰 다리가 부럽지 않습니다. 하하” 관광버스를 운전하며 안내를 맡은 현지 백령문화투어 김인수 부장의 너스레가 더욱 살갑게 다가온다.


◇ 여행정보

▲ 백령도 가는 배편 =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1편(편도 약 4시간 소요) 운행한다. 오전 8시 30분에 출발해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쳐 12시 30분께 백령도 용기포항 여객터미널에 도착한다. 요금은 대인 왕복 13만3천 원(편도 6만6천500원, 여객터미널이용료 1천500원 포함). 소인 왕복 6만6천500원(편도 3만3천250원). 인천시민은 일반여객 요금의 50%를 할인받는다.


돌아오는 배편은 용기포항 여객터미널에서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한다. 문의 고려고속훼리 홈페이지(www.kefship.com), ☎ 1577-2891


▲ 향토음식 짠지 떡 = 메밀 반죽으로 피를 만들고 묵은김치(짠지)와 굴을 잘게 다져 속을 채웠다. 모양새가 메밀김치만두에 가까운 간식거리다. 메밀 칼국수와 함께 먹어볼 만하다.

가격은 큰 접시 1만 원, 작은 접시 5천 원, 메밀 칼국수 6천 원

14768438589331.jpg향토음식 짠지 떡. 사진/전수영 기자

▲ 두무진 포구 유람선 = 예약제이며 비정기적으로 운행한다. 현재 백령1호(정원 98명)와 백령5호(45명), 백령6호(45명) 등 3척이 운행하고 있다. 두무진 포구에서 출발해 연화리 해안을 왕복한다.

소요시간 50분 요금 어른 1만5천 원, 어린이 8천 원

14768438549990.jpg두무진 포구 유람선. 사진/전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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