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화가' 김현정 "내 그림이 누군가에게 선물이었으면"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우 화가' 김현정 "내 그림이 누군가에게 선물이었으면"

14744986748403.jpg갤러리1898서 두번째 개인전…토끼인형 '랄라' 소재 작품 전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연예인으로 살면서 나이 든다는 것이 항상 불안했어요. 나이 드는 만큼 중요한 존재로 여겨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요. 그런 상처도 그림을 그리며 많이 치유됐습니다."


'배우 화가'라는 명칭이 따라다니는 김현정(37) 씨는 22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부근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두번째 개인전을 앞둔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김 씨는 28일부터 명동성당 지하 1층에 있는 갤러리1898에서 두번째 개인전을 연다.


2014년 첫 단체전을 연 이후 꾸준히 전시를 하고 있지만 김 씨는 여전히 화가보다는 배우로서 낯익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김삼순이 일하는 프랑스 레스토랑의 상사이자 레스토랑 사장인 현진헌(현빈 분)을 짝사랑하던 '장캡틴'이 바로 김 씨다.

2번째 개인전 '선물' 여는 '배우 화가' 김현정 씨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관한 물음에 "우리 직업이 시간이 많다 보니 다른 일을 많이 한다. 저같은 경우는 그게 그림이었던 셈"이라며 시원하게 웃던 김 씨는 "사실 어릴 때부터 꿈이 화가였다"고 털어놨다.

취미삼아 그림을 그리던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미술사와 미술품 감정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책을 찾아 읽고 화가들을 쫓아다니며 배워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우연한 계기로 한 일간지에 자신의 그림과 글을 정기 연재하게 된 그는 용기를 얻어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 내보이기로 했다.


그가 즐겨 그리는 소재는 토끼 인형 '랄라'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20여점도 한두 점을 제외하면 '랄라'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그는 "2009년에 활동을 잠시 쉬면서 명동성당에서 심리 상담을 받았는데 상담 중 어린 시절 동생에게 양보하느라 인형 하나 제대로 가져보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상담사 분이 인형을 스스로에게 선물해보라고 조언하셔서 그길로 나가서 산 인형이 바로 '랄라'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연예계 활동과 나이가 드는 데 따른 초조함, 성장과정에서 장녀로서 느낀 무거운 책임감 등으로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14744986777394.jpg김현정 작가의 '무지개 여행' [김현정 작가 제공]

그러나 이렇게 시작한 상담은 그에게 다른 길을 열어주었다. 상담을 받는 것을 넘어 가톨릭상담봉사자과정을 밟아 상담전문가 자격도 취득했다.


김 씨 본인의 '내면아이'인 '랄라'를 소재로 한 그림을 그리며 그림을 통해 다른 이들의 상처를 치유에 나서는가 하면 자신의 그림과 글을 엮어 책 '랄라의 외출-나를 찾는 내면아이'를 펴내기도 했다.


김 씨는 전시 제목을 '선물'이라고 정한 것도 "누군가에게 이 그림이 선물처럼 느껴졌으면 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랄라'가 제게 선물이었다면 이제는 누군가에게 제 그림이, 제 그림을 보는 시간이 선물같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면서 "작년에 여행을 많이 했는데 돌아다니며 보니 전 세계 어느 곳에나 내면아이의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있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연예계 동료들 중에 이런 내면의 문제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저만 해도 나이 드는 것이 항상 고민됐다.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존재로 여겨져야 하는데 오히려 나이로 평가받는 느낌이 들었다"며 "제가 제작자라고 해도 최고의 효과가 나오는 배우를 선택했겠지만 그때는 어려서인지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 상담과 그림으로 이런 상처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14744986805834.jpg김현정 작가의 '기도' [김현정 작가 제공]

'랄라'는 작가의 분신으로, 그림에 등장해 작가의 이런 내면을 드러낸다.


'랄라'는 불빛에 비친 옷걸이 그림자가 괴물처럼 보여 방에 들어가지 못한 채 떨기도 하고, 아픈 몸 여기저기에 침을 맞은 채 누워있기도 하다. 또 클럽에 가서 춤을 추기도 하고 작가의 또 다른 자아인 '순이'의 손을 이끌고 걷기도 한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랄라'가 성모마리아의 품에 안겨 위로받는 장면도 담았다.


김 씨는 '랄라'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이제는 한 9살쯤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작가로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전시까지만 해도 그림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정해놓고 그 틀 안에서 작업했는데 이번에 과감하게 이런 틀을 깨고 나왔다는 점에서다.


그는 "그림은 단정하고 차분해서 관람객에게 그런 느낌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좀 더 자유롭게 하려고 했다"며 "앞으로도 자유롭고 다양한 작품을 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