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협찬 끊길라"…공연계도 '김영란법' 후폭풍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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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기업 협찬 끊길라"…공연계도 '김영란법' 후폭풍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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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자료사진]
초대권 관련 뚜렷한 지침 없어 혼란…티켓가격 상승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시행이 이달 28일로 다가오면서 공연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기업들이 그간 마케팅 차원에서 공연 등 각종 문화행사를 후원하고 해당 행사의 초대권을 홍보나 접대에 이용하던 관행이 김영란법 시행의 영향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연 기획·제작사들은 기업들의 후원이나 티켓 단체구매로 공연 수익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고 있다. 또 기업들은 공연에 협찬을 해주고 얻은 초대권을 VIP 고객 등에게 제공하거나 이벤트에 활용해왔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제작비 부담을 덜고, 기업은 문화 마케팅으로 홍보 효과를 얻는,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자리잡은 업계 관행이다.


하지만 1장당 5만원 이상이 대부분인 공연 초대권을 나눠주는 것이 김영란법상 '뇌물'로 해석될 여지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에 일부 기업들이 10월 이후 공연 후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연말에 라이선스 뮤지컬 두 편을 올리는 한 대형 뮤지컬 제작사는 "이번 공연 후원을 해주기로 한 몇몇 업체에서 확정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초대권을 받은 고객 가운데 공직자 등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포함될 경우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나 판례가 아직 없는 상황인 만큼 일단 '좀 지켜보고 결정하자'는 것이 이들 기업의 입장이라고 이 제작사 측은 설명했다.


일부 민간 오페라단 등에서는 더한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민간 오페라단 대표는 "몇몇 소규모 민간 오페라단의 경우 김영란법과 관련해 기업들이 후원을 보류해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공연을 준비하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김영란법 본격 시행 전 '눈치보기'에서 비롯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으나 혹시라도 김영란법이 기업 후원에 실질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은 일부 기업이 후원 계약을 미루는 정도지만 공연 초대권과 관련해 법에 저촉된다는 판례라도 나올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대중적이고 유료 관객 비율이 높은 뮤지컬보다 클래식 음악이나 무용 등의 장르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르 성격상 진입장벽이 높고 공연횟수도 적어 기업 협찬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획사와 공연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뮤지컬의 경우 전체 공연 매출에서 기업 후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10∼20%인데 비해 클래식 공연의 경우 30% 안팎에서 많게는 50% 이상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가의 보조금을 받지 않는 민간 순수예술 단체의 경우 기업 후원으로 제작비 대부분을 충당하는 경우가 많아 김영란법 때문에 기업들이 후원을 보류하거나 중단하면 공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지 못해 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중순 국립 공연단체와 민간 대형 기획사 관계자들을 불러 김영란법 관련 설명회를 열었지만, 참고자료나 사레별 유권해석이 충분치 않아 궁금증만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한 국립단체 관계자는 "김영란법과 관련한 문체부 자료를 받아보기는 했으나 단체와 장르별로 천차만별인 업계 상황상 보다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부족해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 민간 클래식 기획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몇몇 유권해석을 내놓았음에도 여전히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다. 이런 상태에서 기업들에 마음 놓고 후원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상황이 정리되지 않고 실질적인 후원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티켓 가격 상승 등 후폭풍도 예상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클래식 기획사 임원은 "해외의 스타 연주자나 유명 교향악단 초청 등 대규모 공연의 경우 가장 좋은 좌석이 30만원대로 올라가기도 한다. 그나마도 기업 후원에서 일정 부분을 충당해줘서 가능한 가격인데 협찬이 줄어든다면 일반 관객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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