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상사화' 피는 섬…부안 위도는 왜 '고슴도치 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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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흰색 상사화' 피는 섬…부안 위도는 왜 '고슴도치 섬'일까

(부안=연합뉴스) 전성옥 기자 = 세계에서 유일하게 흰색 상사화가 피는 섬으로 알려지면서 근년 들어 명성을 얻은 전북 부안 앞바다의 큰 섬 위도(蝟島)는 '고슴도치 섬'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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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도상사화

최근 열린 '위도상사화 축제'에 다녀온 관광객이나 많은 등산객, 낚시꾼, 탐방객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고슴도치 섬'일까?


위도가 한자어의 뜻대로 '고슴도치 섬'으로 불리는 것은 이 섬이 전체적으로 고슴도치를 닮았기 때문이라는 게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러나 이곳 일부 주민이나 향토사학자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이달 초까지 위도면에서 근무하다 계화면으로 자리를 옮긴 박근엽 전 위도 부면장도 그중 하나다. 위도에 근무하면서 배를 타고 섬을 여러 차례 둘러보고 항공사진까지 여러 각도로 들여다봤지만, 고슴도치를 닮은 모습은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섬에 고슴도치가 많이 사는 것도 아니다.


의문을 품은 향토사학자들은 근년에 옛 기록에서 단서를 찾아냈다. 중국 송나라 때 사신 서긍(徐兢)이 고려를 다녀간 후 쓴 고려도경이다.


이 기록에 따르면 서긍이 우리나라의 서남해안을 둘러보던 중 위도에 들러 주민들로부터 식수를 공급받았는데 이곳에 자생하는 소나무의 솔잎이 고슴도치를 닮았다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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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도의 아름다운 단애와 소나무

위도에 지천으로 널린 소나무는 독특하다.


서해의 거친 바닷바람 탓에 키가 채 2m를 넘지 못한다. 해풍에 휩쓸리다 보니 곧게 자란 소나무는 한그루도 없다. 뒤틀릴 대로 뒤틀려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낸다. 솔잎도 어른 새끼손가락 길이보다도 작고 억세다. 솔잎이 고슴도치 털을 닮았다는데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박근엽 전 위도 부면장은 22일 "섬 전체를 덮은 키 작은 소나무와 솔잎이 고슴도치 털을 닮은 데 연유되어 고슴도치 섬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이곳 소나무는 한그루 한그루가 모두 잘 가꾼 소나무 분재 같아 위도상사화만큼이나 관광자원으로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전북 도내에서 가장 큰 섬인 위도는 격포항에서 14.4㎞ 거리에 있어 뭍과 가깝다. 유인도 6개, 무인도 24개 등 모두 3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름 끝자락에 피기 시작하는 꽃무릇은 꽃과 잎이 서로 보지 못한다고 해서 상사화(相思花)라고도 불린다. 이 중 꽃이 하얀 상사화 자생지는 세계에서 위도가 유일하다. 그래서 위도에서 자라는 하얀 꽃무릇은 '위도상사화'라는 이름을 따로 가졌다.


위도상사화와 달빛이 어우러진 섬마을의 오솔길 걷는 '고슴도치 섬 달빛 보고 밤새 걷기 축제'가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근년 들어 '낚시꾼들의 천국' 위도가 더 이름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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