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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간호사 파독 50년 성대한 기념식 "우리 모두 잘 해냈다"

기사입력 2016.05.2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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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638899699226.jpg1천 여명 모여 격려와 찬사 릴레이…1만 여 파독 간호사 양국 가교·경제발전 기여

    (에센=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파독 간호사들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에센에 모여 독일행 5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렀다.


    독일 전역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모인 이들 간호사에, 미주와 호주에서 한인 간호사 97명이 가세하고 한국에서도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함께했다.


    폐광 지역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행사장 촐페어라인 대연회장은 1천 명이 넘는 인파로 넘쳐 의자가 부족했다.


    독일 에센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큰 현수막을 내걸고 간호사 파독 50주년을 기념하는 참석자들 (에센=연합뉴스)

    그러나 1931년생 최고령 간호사도, 파독 간호사와 결혼한 독일인 남편들은 물론 자원봉사에 나선 10대 유학생들까지도 한데 어우러져 지난 50년에 걸친 고단했지만 뜻깊었던 여정을 격려하며 축하했다.


    에센 주변 지역에 연고가 많은 파독 광부들도 제 일처럼 기뻐했고, 파독 기산 시점인 1966년 이들 간호사의 집단 취업을 주선한 이수길 박사도 87세 노구를 이끌고 자리한 채 감회에 젖었다.


    1976년까지 독일로 온 파독 간호사 1만여 명은 특유의 부지런함과 일솜씨로 독일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그들은 파독 광부와 더불어 한독 친선의 가교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개발도상의 한국 산업화 도정에 급여 송금으로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축하 영상을 통해 바로 그 점을 짚었다.


    박 대통령은 "여러분이 흘렸던 땀과 눈물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초석이 됐고, 독일 국민에게 큰 감동과 신뢰를 주면서 양국관계 발전의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정진엽 장관은 "50년 역사의 장(場)"이라고 기념식의 의미를 부여하고 "후손들에게 파독 간호사들의 역사는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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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과, 표창 받은 기념으로 촬영하는 파독 간호사들 (에센=연합뉴스)

    정 장관은 행사 전 한인문화회관을 둘러보고서는 방문록에 "국가가 어려울 때 오셔서 나라의 발전에 선봉에 서셨던 여러분의 땀과 열정을 존경한다"고 적었다.


    이경수 주독 대사는 지난 50년 한독 양국은 전후 복구와 경제발전을 하는 같은 과정에 있었다며 "이제 한독은 서로 가장 필요한 동반자 관계가 됐고 그 근저엔 여러분의 노고가 있다"고 보탰다.


    파독 간호사로서 기념식을 이끈 윤행자 재독한인간호협회 회장은 "밤낮으로 정말 열심히 일해 모두 백의의 천사가 됐다. 여러분 정말 수고하셨다"라며 울먹였다.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여러분은 선각자이자 애국자로서 자랑스럽고 존경한다"라고, 유제헌 재독한인총연합회 회장은 "파독 간호사 누나, 대한민국의 영원한 누나로 부르겠다"라고 각각 말해 큰 박수와 웃음을 끌어냈다.


    파독 광부 모임인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 최광섭 회장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는 형제자매처럼 지냈다. 앞으로도 아름답게 살아가자"고 깊은 유대감을 표했다.


    독일 참석자들도 깊은 신뢰와 함께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집권 다수 기독민주당 소속의 토마스 쿠펜 에센 시장은 "여러분은 정말 독일사회의 모범이었다"며 "지금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함께 도움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행사장 사용에 도움을 준 쿠펜 시장은 파독 광부를 고려해서 "최적의 행사장을 선택하신 것"이라며 "글뤽아우프(광부들이 작업 전 서로 안전을 기원하며 하는 인사로서 지역 인사말로도 더러 사용)"이라고 축사를 마무리했다.


    터키계 남자 간호사 출신으로 사회민주당 소속인 제르다어 위크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의회 의원은 "한국인 간호사들과 일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웠다"면서 "여러분은 진짜 백의의 천사"라고 극찬했다.


    파독 간호사들은 시(詩)도 선물 받았다.


    시를 쓰는 장순휘 새누리당 인천시당 대변인은 단상에 올라 큰 절로 인사하고 '우리들은 코리안 엔젤이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시 낭독을 통해 파독 간호사들의 노고에 존경을 표했다.


    1966년 독일 땅을 밟은 참석자 중 최고령(1931년생)인 김연숙 씨는 기자와 만나 "너무 행복하다. 86세가 되어 이런 영광스런 자리에 오니까…"라며 눈물을 보였고, 한국전쟁에 간호장교로 참전하기도 했던 1932년생 고 마리아 씨는 "감개무량하다.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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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독 간호사의 대부로도 불리는 이수길 박사와, 그를 참석자들에게 설명하며 사의를 전하는 윤행자 재독한인간호협회 회장 (에센=연합뉴스)

    휠체어에 의존하며 생활하는 이수길 박사는 "50년 후에도 다시 모여서 이런 좋은 자리를 만들기를 간절히 부탁한다"고 덕담했다. 마인츠 병원 소아과에서 의사로 일한 그는 파독 간호사의 대부로도 불리는 인물이다.


    이날 상당수 한복을 차려 있고 참석한 간호사들은 즉석에서 생일을 맞은 동료, 선후배에게 축가를 불러주고 지역 한인으로 구성된 한두레 마당 전통예술단, 전독일 파독 간호사 합창단, 아리랑 무용단이 잇따라 흥겨운 공연을 펼쳐 분위기를 달궜다.


    정진엽 장관은 간호사 20명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기념촬영도 했다.


    이에 앞서 행사 도입부 국민의례 때는 애국가에 이어 독일 국가도 제창하는 이례적 장면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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