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열차 기관사, 사전에 선로변경 무전 받고도 과속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탈선열차 기관사, 사전에 선로변경 무전 받고도 과속

경찰, '율촌역 선로변경' 무전교신 확인…출발 전 운전명령 서류에도 기재


 

(여수=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여수에서 탈선한 무궁화호 기관사가 사고지점인 율촌역에서 감속하고 선로변경하라는 지시를 미리 받은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14617351331442.jpg


27일 철도특별사법경찰대에 따르면 사고 열차인 무궁화호 1517호와 관제사의 무전기록을 분석한 결과 사고 전 관제사가 율촌역에서 선로변경하라고 지시했고 기관사는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기관사 정모(55)씨가 지난 22일 새벽 사고직전 순천역에서 기존 기관사들과 교대할 당시 율촌역에서 선로변경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과, 이 내용이 담긴 운전허가증 등도 확보했다.


항공철도조사위원회 역시 열차 출발전 작성·배부된 '운전명령' 서류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순천-성산 작업 구간과 선로변경 지점, 서행 등 주의사항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이 서류는 전자 문서와 출력 문서로 관제센터와 기관사 등에게 전달됐다.


기관사 양모(53)씨와 정씨는 사고 직전인 지난 22일 오전 3시 29분께 순천역에서 교대 투입되면서 '운전명령'과 동일한 내용이 담긴 운전허가증을 받고 운행을 시작했다.


여수엑스포역을 향해 하행선을 달리던 열차는 작업 구간을 피해 순천역에서 한동안 상행선으로 선로를 바꿔 운행했고 공사 현장을 지나 율촌역에서 다시 하행선으로 갈아타야 했으나 시속 127km로 달리다가 오전 3시 41분께 탈선, 기관사 양씨가 숨지고 승객 7명과 동료 기관사 정씨 등 8명이 부상했다.


생존 기관사 정씨는 사고 당일 경찰조사에서 선로변경 지점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선로변경 지점을 율촌역 다음 역인 덕양역으로 알고 있었다. 터널을 지날 때 무전 교신이 있었는데 정확하게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정씨가 머리와 어깨 등을 크게 다쳐 수술을 앞두고 있어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추가 조사를 거쳐 업무상 과실치사상, 기차 교통방해 혐의 적용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은 열차운행정보장치 분석과 현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기관사 정씨 등이 선로변경 지점을 '율촌역'이 아닌 '덕양역'으로 잘못 고지받았고 작업지시서에도 '순천-성산'이 아닌 '성산-율촌'으로 잘못 표기돼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코레일과 조사당국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운전명령 내용과 다르게 현장에 변동이 생기면 무전 기록을 남기도록 하고 있으나 이날은 애초부터 율촌역에서 선로변경을 하도록 운전명령이 내려졌다"며 "인근에 관제실이 순천역과 덕양역에만 있어 덕양역 관제사가 율촌역 진입 약 3분 전 무전으로 다시 한 번 선로변경구간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areum@yna.co.kr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