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농장 인증제' 참여 농가 0.07%…"구제역 차단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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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농장 인증제' 참여 농가 0.07%…"구제역 차단 실패"


경제성 이유로 기피…산란계 71곳·양돈 6곳·육계 2곳만 인증

"인증 축산물 고가 판매 시스템 갖춰져야 제도 안착"

 

(홍성=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가축 과밀 사육에 따른 구제역 예방과 동물 복지 향상 등을 위해 도입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가 경제성 부족 등으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2011년 구제역이 전국을 휩쓴 뒤 관행적 과밀 사육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며 도입됐지만, 축산농가들이 경제성 등을 이유로 인증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동물 복지 향상은 물론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소와 돼지, 닭, 젖소, 사슴 등 가축의 적정 사육 두수를 유지하는 이 제도의 정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는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을 국가가 인증하고, 그 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를 표시하는 제도다.


일정 요건을 갖춘 후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인증을 신청하면 서류 및 현장 심사, 자문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인증이 이뤄진다.


2012년 3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산란계 농장에 대해 처음 인증 제도를 도입한 뒤 현재는 돼지, 한우, 육우, 젖소, 염소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그러나 제도를 시행한 지 4년이 지났지만,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축산농가는 전국적으로 79개 농가에 불과하다. 국내 전체 축산농가 11만8천가구의 0.07%만 참여하는 셈이다.


축종 별로는 산란계 농가가 71개 농가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양돈농가와 육계 농가가 각각 6곳과 2곳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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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재래 흑돼지[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최근 구제역이 연이어 발생한 충남의 경우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양돈농가는 한 곳도 없이 산란계 농장만 7곳이 인증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양돈농가와 방역당국은 최근 국제역이 충남 공주와 천안, 논산에 이어 홍성까지 확산되면서 구제역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축산농가들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기피하는 이유는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산란계 농장은 생산부터 포장까지 모든 공정을 농가에서 하기 때문에 인증 마크를 표시할 수 있지만, 소나 돼지 등 다른 축산물은 도축장 등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인증 마크를 표시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증 마크를 부착하더라도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시장 환경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도 제도 정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홍보가 부족해 대다수 소비자가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물복지 인증마크, 무항생제 인증, HACCP 인증 마크가 비슷해 잘 구별되지 않고 혼동하기 쉽다는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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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달걀 1번지' 단양 동물복지 농장[연합뉴스 자료사진]

충남도는 최근 축사 면적 대비 적정 사육 두수 유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돼지 출하 쿼터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농가의 반발로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과밀 사육은 사육환경 불량으로 가축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전염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지만, 농가들이 수입 감소를 우려해 제대로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충남 홍성에서 돼지 1천여 마리를 사육하는 김모(57) 씨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으려면 사육 두수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며 "사육 두수를 줄이더라도 수입이 비슷하면 인증을 받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누가 인증을 받으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충남도 관계자도 "동물복지 축산농가 인증제도가 제자리를 찾으려면 인증받은 축산물이 고가에 팔리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도축장 등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는 소나 돼지의 경우 동물 복지를 고려해 생산한 축산물이라고 해도 비싼 값을 받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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