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길> 대둔산, 암봉 사이 걷는 짜릿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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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대둔산, 암봉 사이 걷는 짜릿한 여정

(완주=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자연의 오묘함과 짜릿함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둔산(大芚山ㆍ877.7m)은 하늘을 찌를 듯한 봉우리와 기암단애, 수목이 사계절 변화무쌍한 풍경화를 연출해 ‘호남의 소금강(小金剛)’으로 불린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 여름에는 운무와 계곡,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매력적인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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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진욱 기자

어느 때고 산에 오르면 달력에 나올 법한 경치에 끌리게 되는 대둔산의 원래 이름은‘인적이 드문 벽산 두메산골의 험준하고 큰 산봉우리’라는 뜻의 ‘한듬산’이다. 명당자리를 계룡산에 빼앗겨‘한이 들었다’해서‘한듬산’이라는 설명도 있다.


산세가 수려하다 보니 1977년 전라북도, 1980년 충청남도가 도립공원으로 지정했다. 등산로는 전북 완주, 충남 논산과 금산 세 갈래에서 최고봉인 마천대(摩天臺)로 모인다. 완주 쪽은 기암괴석의 바위산이지만 논산과 금산 쪽은 계곡이 좋고 능선이 완만한 흙산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등산로는 완주 쪽 대둔산 국민관광단지에서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거쳐 정상인 마천대에 오르는 길이다. 특히 이 코스에서는 케이블카로 금강구름다리 바로 밑인 산 중턱(610m)까지 단숨에 오를 수 있다.


◇ 최고 비경 지대,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

대둔산 국민관광단지 주차장에서 상가와 대둔산관광호텔을 지나면 케이블카 정류장이 나온다. 지난 1990년부터 운행한 대둔산 케이블카는 927m 구간을 6분간 이동한다. 51인승 케이블카는 왕복요금이 어른 9천원ㆍ어린이 6천원, 편도요금은 어른 6천원ㆍ어린이 4천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중무휴 운행한다. 단 설비 교체 작업으로 3월 31일까지 운행을 중단한다.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왼쪽으로 3∼4분 정도 아스팔트 길을 오르면 들머리인 ‘동학농민혁명 대둔산 항쟁전적비’를 만난다. 기념탑 안내판에는 “동학농민군 1천여 명이 이곳 대둔산의 험준한 지형을 이용하여 3개월간 항쟁하였다”고 적혀 있다.


계곡을 따라 완만한 오름이 이어진다. 돌길과 계단을 20여 분 오르면 동심정 휴게소에 닿는다. 이곳에서부터는 급경사이고 아직 녹지 않은 빙판이 많아 발목을 잡았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동심바위가 나타난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경치에 매료돼 사흘을 머물렀던 곳이다. 두꺼비 모양의 거대한 바위가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얹혀 있는데 안내판이 없다면 어느 것이 동심바위인지 쉽게 찾을 수 없다.


가파른 바윗길을 얼마쯤 더 오르면 암봉계곡인‘금강문’ 입구에 이른다. 지세가 가파르고 험준해 대둔산 동학군 최후 항전지였고 임진왜란 때는 권율 장군의 전승지였다. 협곡으로 들자 가파른 돌계단이 이어진다. 이곳 계곡에서부터 마천대 정상에 이르는 암릉구간은 마치 산수화 병풍을 펼쳐놓은 듯 오묘할 뿐 아니라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나 다름없다.


계곡 입구인 금강문을 지나면 전망대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길은 금강구름다리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 길은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과 칠성봉 전망대로 오르는 길이다. 전망대 삼거리에서 암벽 틈새를 빠져나가자 시야가 트이면서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 기암절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마디로 마치 선계로 들어서는 듯한 절경이다. 금강구름다리는 해발 670m에 놓여 있는 길이 50m의 철제 다리다. 다리 밑은 천 길 낭떠러지여서 발을 떼놓을 때마다 허공을 내딛는 기분이다. 구름다리는 중간쯤 지나면 흔들리는데, 심하게 흔들리기라도 하면 철제 난간을 ‘꽉’ 움켜잡아야 한다.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면 등골이 오싹해온다. 구름다리를 건너 작은 바위 전망대에서 뒤를 돌아보면 바위봉우리 사이에 걸쳐있는 구름다리가 한 폭의 산수화다.


폭이 좁은 가파른 길과 계단을 밟고 오르면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약수정 휴게소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총 길이 36m, 계단 127개,경사 51도의 삼선계단이다. 철재 계단 앞에 서서 위를 쳐다보면 현기증이 난다. 계단을 오른 뒤 위에서 내려다봐도 아찔하다. 하지만 삼선계단 정상에 서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죽순처럼 솟아오른 봉우리와 구름다리의 풍광은 신이 내린 예술품이다. 바위 위 소나무도 멋스럽다. 고려 말 한 재상이 딸 셋을 거느리고 이곳에 들어와 망국을 한탄하며 여생을 보냈는데 딸 셋이 선인으로 변해 삼선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은 모두 일방통행이라서 하산할 때에는 주 등산로로 내려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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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진욱 기자

삼선계단 정상에서 급경사 오르막을 200m 정도 오르면 해발 840m의 정상 능선 삼거리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150m만 가면 마천대 정상이고, 오른쪽 용문골 삼거리까지는 450m 거리이다. 눈이 덜 녹은 능선 길은 거의 평지길이라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이윽고 대둔산 정상인 마천대에 도착했다. 1970년 완주 군민이 직접 자재를 운반해 세운 10m 높이의 개척탑이 우뚝 솟아 있다. 마천대는 ‘하늘을 어루만질 만큼 높다’는 뜻으로 원효대사가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지는 곳인데 지금은 개척탑이 더 높은 셈이다. 정상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뾰족하게 솟은 바위봉우리와 기암절벽이 금강산 못지않은 절경이다. 칠성바위, 왕관바위 등 기암마다 웅장함을 뽐내고, 섬처럼 솟은 크고 작은 산들의 능선이 겹치고 포개진다.


정상을 뒤로하고 산행기점으로 걸음을 옮긴다. 돌 계단과 철제 계단으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전망대 갈림길까지 내려간 뒤 금강문이 아닌 왼쪽 길로 접어들면 케이블카 타는 곳이다. 케이블카의 창문 밖 풍경은 산행을 되새김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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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진욱 기자

◇ 휴양과 레저를 함께 즐기는 고산 자연휴양림

전북 완주군 고산면 오산리에 있는 고산 자연휴양림은 하룻밤 머물며 숲 속의 향긋한 냄새와 봄 내음에 취해보기에 더없이 좋은 사계절 가족휴양지다. 관리사무소를 지나 시랑천에 가로놓인 휴양교를 건너면 낙엽송을 비롯해 잣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빽빽이 들어선 숲 속에 캐러밴 파크와 숲 속의 집, 산림휴양관, 문화휴양관, 웰빙휴양관이 자리 잡고 있다. 또 휴양림 곳곳에 어린이놀이터, 인조잔디구장, 농구장, 족구장, 건강지압보도 등의 체육시설과 강당, 매점, 공동취사장, 야외화장실 등의 편의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통나무집에서 창문을 열어 놓고 바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아침 햇살에 눈을 뜨면 온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고산’(高山)이라는 지명처럼 해발 500m 남짓의 산들이 휴양림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 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쐬며 산책을 하거나 안수산과 동성산에 오를 수 있다.


숲 속에 있는 캐러밴 파크에서는 이색적인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1대에 4명(성인 2, 어린이 2)까지 탑승이 가능하기에 가족 여행에 적합하다. 총 9대의 캐러밴은 퀸사이즈 매트와 이층침대, 탁자, TV, 냉장고, 에어컨, 주방, 화장실 등을 갖춰 숙박과 식사가 차 안에서 가능하다. 자연휴양림에서는 자연 지형지물과 공중 와이어 등을 이용해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하는 레포츠 ‘에코 어드벤처’를 즐길 수 있다. 코스도 총 3가지로 10세 이상 손오공(161mㆍ어린이 코스)과 14세 이상 저팔계(170mㆍ청소년 코스)는 수직 사다리, 징검다리, 외나무다리, 타잔놀이 등 다양한 난도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10세 이상 슈퍼보드(청소년 코스)는 최대 높이 20m 상공의 120m 구름다리코스와 310m 논스톱 짚슬라이드로 이뤄졌다. 와이어를 타고 하늘을 날다 보면 짜릿한 쾌감이 온몸을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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