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세기의 대국> "프로들도 모르는 인간 바둑 '오류'를 알파고는 안다"

기사입력 2016.03.14 09:45

SNS 공유하기

fa tw gp
  • ba
  • ka ks url


    14579161869497.jpg<세기의 대국>이세돌 마침내 첫 승(서울=연합뉴스)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이 열리고 있다. 이세돌 9단은 180수 만에 알파고에 대망의 첫 승을 거뒀다. 2016.3.13 [ 구글 제공 ] seephoto@yna.co.kr

    수학자 김용환 박사 "알파고, 상대 약점 찾기보다 자기만의 바둑을 둔다"

    "알파고의 지적, 바둑계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프로기사들도 바둑에 대해 잘못 아는 부분이 있습니다. 1% 정도 되는 오류죠. 알파고는 그것을 알고 있기에 승리하는 겁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인간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 첫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승부는 이미 기울었다. 제5국에서 이세돌이 이간다 해도 인간의 2-3 패배다.


    이세돌의 드라마같은 '3전4기'로 다소 완화되긴 했으나 5-0 완승을 예상했던 바둑계의 충격은 여전하다. 알파고가 무엇이 다르기에 인간 최고수를 상대로 이토록 놀라운 성적을 이어갈 수 있는 걸까.

    수학 박사이자 바둑 애호가로 바둑 종반에 나오는 '끝내기'에 대한 수학적 분석을 연구해온 김용환(52) 박사는 알파고가 우세를 보이는 이유를 '인공지능의 막강함'이 아닌 '인간 바둑의 허점'에서 찾았다.

    14579161985987.jpg
    김 박사는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프로기사에게 별로 어렵지 않은 '끝내기'라고 하더라도 수학의 '조합게임이론'으로 들여다 보면 실제로는 미세한 오류가 있다"면서 "알파고는 그와 유사한 방법론들을 프로기사보다 많이 알기에 승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14579161910788.jpg<세기의 대국>구글 공동창업자의 축하(서울=연합뉴스) 이세돌 9단이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180수 만에 알파고에 불계승한 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악수하고 있다. 2016.3.13 [ 구글 제공 ] seephoto@yna.co.kr

    4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바둑이지만 그 이론들을 수학적으로 검토해 보면 오류가 있다는 게 김 박사의 지적이다. '선수(상대방이 받아 줘야만 하는 수)', 끝내기 상황에서의 '큰자리', '작은자리' 등 바둑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에서도 수학적인 오류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김 박사는 "바둑은 상대방이 모르는 부분을 추궁하기 보다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부분을 활용해서 상대를 이기려 하는 게임이지만 알고 있는 부분에 오류가 있다면 이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중계 해설을 맡은 프로기사들은 탄성을 연발했다. 실수로 보였던 알파고의 수가 나중에 보니 '묘수'인 경우가 많았다. 한 프로기사는 "저것은 인간이 둘 수 없는 수"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알파고는 바둑의 부분과 전체를 잘 알고 있다" 면서 "그러다 보니 몇몇 프로 해설자들은 처음에는 이상하게 여기고, 나중에는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의 바둑이 인공지능에 졌다며 낙담할 게 아니라 이제 바둑 전문가인 알파고의 지적을 어떻게 바둑계가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4579161944514.jpg<세기의 대국>인간의 미소(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이세돌 9단이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180수 만에 알파고에 불계승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소짓고 있다. 캐논 1DX 2장 다중촬영. 2016.3.13 seephoto@yna.co.kr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대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딴 김 박사는 금융계를 거쳐 현재 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중이다.


    자신의 기력을 '아마 5단 수준'이라고 소개한 그는 2014년 8월 한국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미세한 바둑 끝내기를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김 박사는 알파고가 상대의 약점을 찾기 보다는 '반전무인(盤前無人·바둑 대국에 임할 때는 상대를 의식하지 않아야 함을 이르는 말)'의 자세로 이기기 위한 바둑을 두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알파고는 최고를 이기기 위해 '자신의 바둑'을 둬 나가고 있다"면서 "이세돌도 '자신의 바둑'으로 인류의 자존심을 마저 세워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