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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의 지적, 바둑계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프로기사들도 바둑에 대해 잘못 아는 부분이 있습니다. 1% 정도 되는 오류죠. 알파고는 그것을 알고 있기에 승리하는 겁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인간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 첫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승부는 이미 기울었다. 제5국에서 이세돌이 이간다 해도 인간의 2-3 패배다.
이세돌의 드라마같은 '3전4기'로 다소 완화되긴 했으나 5-0 완승을 예상했던 바둑계의 충격은 여전하다. 알파고가 무엇이 다르기에 인간 최고수를 상대로 이토록 놀라운 성적을 이어갈 수 있는 걸까.
수학 박사이자 바둑 애호가로 바둑 종반에 나오는 '끝내기'에 대한 수학적 분석을 연구해온 김용환(52) 박사는 알파고가 우세를 보이는 이유를 '인공지능의 막강함'이 아닌 '인간 바둑의 허점'에서 찾았다.
4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바둑이지만 그 이론들을 수학적으로 검토해 보면 오류가 있다는 게 김 박사의 지적이다. '선수(상대방이 받아 줘야만 하는 수)', 끝내기 상황에서의 '큰자리', '작은자리' 등 바둑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에서도 수학적인 오류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김 박사는 "바둑은 상대방이 모르는 부분을 추궁하기 보다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부분을 활용해서 상대를 이기려 하는 게임이지만 알고 있는 부분에 오류가 있다면 이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중계 해설을 맡은 프로기사들은 탄성을 연발했다. 실수로 보였던 알파고의 수가 나중에 보니 '묘수'인 경우가 많았다. 한 프로기사는 "저것은 인간이 둘 수 없는 수"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알파고는 바둑의 부분과 전체를 잘 알고 있다" 면서 "그러다 보니 몇몇 프로 해설자들은 처음에는 이상하게 여기고, 나중에는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의 바둑이 인공지능에 졌다며 낙담할 게 아니라 이제 바둑 전문가인 알파고의 지적을 어떻게 바둑계가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대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딴 김 박사는 금융계를 거쳐 현재 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중이다.
자신의 기력을 '아마 5단 수준'이라고 소개한 그는 2014년 8월 한국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미세한 바둑 끝내기를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김 박사는 알파고가 상대의 약점을 찾기 보다는 '반전무인(盤前無人·바둑 대국에 임할 때는 상대를 의식하지 않아야 함을 이르는 말)'의 자세로 이기기 위한 바둑을 두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알파고는 최고를 이기기 위해 '자신의 바둑'을 둬 나가고 있다"면서 "이세돌도 '자신의 바둑'으로 인류의 자존심을 마저 세워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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