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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의 참새방앗간> 디캐프리오와 이병헌

기사입력 2016.03.0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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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세출의 두 배우, '꿈의 공장' 할리우드에 대한 관심 다시 높여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한동안 국내 관객과는 동떨어진 시상 결과를 내놓으며 '이름값' 하향세를 보여줬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2월 마지막날 명성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 이유는 작품상을 받은 '스포트라이트' 때문이 아니었다.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외국어영화상 시상자로 나선 이병헌 덕분이다. 역시 잔치의 흥행을 위해서는 스타가 떠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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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캐프리오에 대한 한국 관객의 사랑은 뿌리가 깊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히트한 '타이타닉'(1997)이 무려 19년 전의 영화임에도, 디캐프리오에 대한 한국 관객의 오랜 역사는 '타이타닉'이 팔할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는 결코 그 영화에 머물지 않고, 지금의 젊은 세대가 유아인이라는 '대세' 배우를 통해 광고의 패러디로 만나는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으로도 '중간 점검'을 했고 이후 '블러드 다이아몬드'(2006),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 등의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현재 진행형으로 한국 관객의 사랑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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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디캐프리오가 지금껏 아카데미상을 받지 못했고, 이번에 5수 끝에 과연 주연상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인가가 국내 관객에게도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그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안긴 '레버넌트'는 국내에서 200만 관객 '밖에' 모으지 못했다. 19년 전 그 옛날 '타이타닉'이 약 500만 명을 모았던 것과 비교하면 디캐프리오도 예전만 같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장르가 하늘과 땅 차이로 다르고, 디캐프리오가 이제 예전의 꽃미모를 벗어던진 마흔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그의 이름값은 한국에서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디캐프리오의 수상만으로도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했을텐데, 서울서 날아간 이병헌이 시상자로 무대에 서면서 흥행성이 배가됐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소수의 한국 배우 군단 중 독보적으로 선두를 달려나가고 있긴 하지만, 사실 그간 이병헌의 할리우드 내 위상은 '국내용'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할리우드의 전술 중 하나로 한류스타 이병헌이 할리우드 영화에 '구색 맞추기용'으로 캐스팅됐고, 미국에서도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아시아 관객이 많은 지역에서나 그의 이름값이 발휘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부문 시상자로 당당히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 무대에 올랐고, 그의 모습은 전세계에 '꼼짝없이' 생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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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지만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이병헌은 매끄러운 영어로 외국어영화상 후보작들을 소개했고, 수상작을 시상했다.


    '백인잔치' 논란 속 흑인 배우와 감독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병헌이 오른 것도 할리우드의 '인종별 구색맞추기용'이라는 해석이지만, 과정이 어찌 됐건 이병헌은 아시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자로 나서는 기록을 세웠고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우리로서는 나쁠 리가 없다.

     

    이런 두 배우 덕에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랜만에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꿈의 공장' 할리우드에 대한 판타지도 다시 살려냈다.


    1993년 '길버트 그레이프'를 시작으로 '토탈 이클립스'(1995), '바스켓볼 다이어리'(1995), '로미오와 줄리엣'(1996)을 거쳐 '타이타닉'으로 꽃미모와 함께 일찌감치 배우로서의 천재성을 과시했던 디캐프리오가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필모그라피는 배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왔다.


    그는 자유분방한 사생활로 늘 가십의 중심에 있었고, 마흔을 전후로 두툼하게 붙어버린 살집으로 예전의 미모는 잃어버렸지만 '광기'마저 느껴지는 천재적인 연기력으로 대중과 계속 호흡해왔고 마침내 모두의 기대와 응원 속 오스카를 품에 안았다.


    이병헌 역시 국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기력으로 톱스타가 됐고, 아시아에서도 한류스타로 발돋움한 지 오래인 한국의 대표 배우로서 늘 주목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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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지 아이 조', 2013년 '지 아이 조2'를 통해 할리우드에 입성한 후 2015년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까지 오면서 그는 아직은 세계시장에서 연기력을 선보일 배역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올해 개봉할 '미스컨덕트'와 '황야의 7인'에서는 좀더 발전적인 연기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비록 사생활의 구설로 국내에서는 이미지에 큰 흠집이 나기도 했지만, 적어도 한국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이병헌만한 성과를 낼 스타는 한동안 만나기 어려워보인다. 그는 국내에서 뭇매를 맞는 동안에도 할리우드에서 전진해 나갔고, 결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시상자로도 지명됐다.


    '벌써' 마흔여섯이라는 나이가 못내 아쉽긴 하지만, 백세 시대와 지구촌 시대에 이병헌이 '꿈의 공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더 있지 않을까 싶다.


    디캐프리오와 이병헌, 이 두 불세출 배우의 전진이 겨울의 끝자락 관객의 가슴에 다시 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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