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ve One Dream' 운동 펼치는 재미 변호사 이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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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Give One Dream' 운동 펼치는 재미 변호사 이채영

뉴욕·서울서 '멘토 강연·패널 토크·드림 파티'
"대가 없이 받은 도움을 제3자에게 베푸는 운동"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받은 도움을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갚자는 것이 '기브 온 드림'(Give One Dream) 운동의 취지입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구글캠퍼스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성공한 9명의 재미 한인 이야기를 담은 책 '꿈을 이뤄 드립니다'의 저자로 미국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이채영(37·여) 씨가 사회를 맡아 배양숙 수요포럼 인문의 숲 대표, CBS '세상을 바꾸는 15분'의 구범준 PD, 박현우 디지털광고 이노레드 CEO 등과 패널 토크를 하며 국내 청년 300여 명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서로 꿈을 격려한 파티가 열린 것이다.


'라이브 유어 드림 파티'(Live Your Dream Party)라는 제목으로 개최한 이 행사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성공한 연사가 자신이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참가자들이 자신의 꿈에 관해 이야기하고 타인의 꿈을 돕는 데 나섰기 때문이다.


재미동포 2세인 이 씨는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타인의 꿈을 돕는 운동을 펼치는 이유에 대해 "세상은 독불장군처럼 행동해서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대가 없이 남을 돕는 기쁨을 통해 세상이 좀 더 밝아지고 꿈을 이루는 사람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2012년 9명의 성공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면서 마지막 장을 비워놓고 독자에게 자신의 꿈을 적어서 10번째 주인공이 되라고 밝혔는데, 책을 읽은 사람들이 편지와 이메일로 자신의 꿈을 적어 보내기도 하고 SNS에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는 한국에서 뉴욕으로 건너와 자신의 꿈을 적은 책을 건네준 사람도 있었죠. 이들의 꿈을 돕고 싶었습니다. 저 혼자로는 힘들지만 여럿이 모이면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에서 운동을 시작한 거죠."


이 씨는 꿈을 응원해주는 'Give One Dream(www.giveonedream.com)' 커뮤니티를 만들어 2014년 6월 뉴욕에서 첫 행사를 열었다. 초대 명사로는 신경숙 작가가 나섰다. 이후 7번의 행사에서 의료기기 발명가로 한국전쟁 고아 출신의 토머스 클레멘트, 뉴욕의 유명 경력관리 전문가 등 많은 이가 이 씨의 취지에 공감해 무료로 출연해 경험을 나누었다.


"강사로 나선 이들의 공통점은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글쓰기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데다 일면식도 없는 명사를 인터뷰해 책을 내겠다며 불가능해 보이는 꿈에 도전했을 때 많은 분의 조건 없는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의 행사에는 매번 100명 안팎이 참가해 멘토의 강연과 패널 토크 등을 들은 뒤 서로 꿈을 이야기하고 후원자로 나서고 있다. 처음에는 미국의 한인 청년들만 모였는데 현지인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첫 행사는 서울서 열었고 곧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열 계획이다.


그가 주최하는 행사의 특징은 참가자들이 자신이 꿈을 이뤘을 때를 상상해 그 모습으로 파티에 참가하는 것. 글로벌 패션회사의 CEO를 꿈꾸는 사람이 세계적인 경영 전문 잡지 '포브스'의 표지에 자신의 사진을 넣은 포스터를 들고 오기도 하고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꾸는 청년은 자신의 사인을 미리 만들어와서 나누기도 한다. 심지어는 백만장자가 된 것처럼 차려입고는 행운을 나눠준다며 복권을 돌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5억 부가 팔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시리즈의 공동 저자인 잭 캔필드도 젊은 시절 '꿈을 이룬 모습으로 오는 파티'에 초청을 받았을 때 뉴욕타임스에 실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처럼 책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고 합니다. 꿈을 이룬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고 또 타인에게 자신의 꿈을 알리면 그 꿈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입니다."


'Give One Dream' 행사가 알음알음 소문을 타면서 모교인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에서 요청이 와서 학생들을 상대로 이 운동을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이 씨는 뉴욕과 MIT에서 행사를 열면서 참가자들로부터 취업난 등으로 꿈을 잃고 사는 청년들을 위해 한국에서도 이런 모임을 열어보면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는데 마침 기회가 돼서 서울에서 행사를 열었다.


"한국에서 처음 여는 행사이고 시간도 부족해 불과 1주일 남기고 공지했어요. 그런데도 300명이 순식간에 몰리는 바람에 장소 문제로 서둘러 신청 접수를 마감했지요. '헬조선'이니 'N포세대'니 하는 말을 들어서 다들 의기소침해 있을 줄 알았다가 당당히 꿈을 말하고 노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미래가 절대 어둡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 씨는 행사 장소나 파티 음식을 제공, 명사 초빙 등에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며 "취지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돕는 이들 덕분에 매번 행사를 할 때마다 감동한다"고 털어놓았다.


"파티 형식이다 보니 식사 비용이 만만치 않아 첫 행사 때 입장료를 20달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없어서 참가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의 입장료를 미리 내주는 '페이 포워드 티켓'(Pay Forward Ticket)을 만들었죠.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누가 미리 입장료를 내겠느냐고 걱정했지만 관객 정원보다 티켓이 더 많이 팔렸고 지금도 꾸준히 구매해주고 있습니다."


그는 "보답을 바라지 않고 남을 돕는 사람이 세상에 많다"며 얼마 전 호주에 사는 현지인 청년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소개했다.


편지의 주인공은 "꿈을 서로 돕는 행사에 꼭 참석하고 싶은데 형편상 어렵고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다"면서 대신 자기도 누군가를 돕고 싶다며 Pay Forward 티켓 2장 비용을 동봉했다는 것이다..


"편지 덕분에 제 꿈이 더 커졌죠. 이 운동을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 나아가 세계 각지에서 펼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인만이 아니라 인종을 초월해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운동으로 키우고 싶어졌습니다."


서울 행사에는 20∼30대 청년만이 아니라 청소년도 참가했다. 이 씨는 "최연소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가 꿈이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과학 분야에서 창업도 할 것이라고 밝힌 중학생도 있고, 평생 불우아동 10명을 후원하고 싶다는 꿈을 밝힌 청년도 있었다"고 소개한 뒤 "서로 꿈을 격려한 참가자들은 행사를 마치고 나가며 가슴이 따뜻해졌고 자신감이 충만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기뻐했다.


그는 "먹고살기 어려운 세상이라고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정말 따뜻하고 남을 돕는 기쁨을 잘 안다는 걸 느꼈다"며 "앞으로 매년 고국에서도 1회 이상 'Give One Dream'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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