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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연민정을 연기하는 매 순간 가슴 아파"

기사입력 2014.08.1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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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왔다! 장보리' 악녀 연민정 역 열연

    "연민정 같은 캐릭터 언제 또 만나겠어요"

    (고양=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정말 매 순간 가슴이 아파요. 연민정이 어찌나 저주스럽고 독한 말들을 토해내는지…. 게다가 입만 열면 다 거짓말이잖아요. 그래서 너무 가슴이 아파요. 대사 하나하나도 쓰라리고요."

    주말이면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열을 돋우는 인물이 있다. MBC TV 주말극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 이 여자는 그냥 태생적으로 악녀다. 참으로 발칙하게도 어린 시절부터 성공을 향한 비뚤어진 욕망에 휩싸여 아홉살 때 엄마도 버리고 집을 나가 20년간 온갖 나쁜 짓을 다한 여자다.

    그런데 그런 연민정을 연기하고 있는 이유리(34)는 가슴이 아프단다.

    "캐릭터가 이해가 안 되기도 하지만 남들이 다 욕해도 나만큼은 민정이를 사랑해야하니까 그럴수록 아프다"는 그를 최근 경기 고양 일산 MBC제작센터에서 만났다. 

    "민정이는 죄가 너무 많아요. 어떤 순간에도 거짓말을 하니까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참 어이가 없고 어안이 벙벙해요.(웃음) 얘가 이러다가 어느 순간 정말 진심을 이야기해도 아무도 안 믿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무서워요.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다 거짓말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되면 정말 슬프잖아요. 머리도 좋고 담대하고 순발력도 있는 아이인데 왜 그 머리를 나쁜 데다 쓰는지 모르겠어요. 출연진끼리 연민정이라는 캐릭터한테 '연기대상'을 줘야한다고 말하고는 하는데, 정말 매순간 진심을 다해 거짓말을 하는 이 아이가 불쌍해요."

    '왔다! 장보리'가 시청률 25%를 찍고 30%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중심에는 연민정에 대한 시청자의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연민정의 모든 악행이 까발려져 그가 천벌을 받는 모습을 보고 말리라는 바람이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 그래프를 상승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의 분노가 커질수록 연민정도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지만 연민정은 더욱 뻔뻔해지고 더욱 강해지고 있다.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는 그의 캐릭터 플레이를 두고 방송가 안팎에서는 '미친듯이 연기한다' '신들렸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조심스러운데 연민정에 의해 등장인물들이 좌지우지되는 걸 TV로 모니터하면서 전 연민정이 약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민정이 더 강해져야겠구나, 눌리면 안되겠구나 싶었죠. 그래야 연민정을 꺾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거 아니에요. 마구 소리지르고 울부짖는 연기를 하고 나면 핑 돌아요. 그런데 머리는 더 맑아져요.(웃음)"

    실제로 요즘 연민정을 연기하는 이유리를 보면 '접신'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이다. 에너지 소모가 엄청날 것이라는 게 화면에도 보인다. 그 와중에 희한한 것은 그런 연민정의 마지막 발악을 연기하는 이유리의 얼굴이 초췌해지는 게 아니라 더 광채를 낸다는 것이다. 패션도 점점 더 화려해진다. 

    "많은 분들이 연민정이 어찌 되려나 궁금해하시는 게 힘이 돼요. 연민정을 죄어오는 긴장감도 힘이 되고요. 그런 게 모여서 저한테 기가 되는 것 같아요. 극중 모든 인물과 제가 붙는데, 그들과 주고받는 에너지가 도움이 됩니다. 겉모습은 최대한 예뻐 보이려고 신경 쓰고 있어요. 처절한 신이 많은데 그럴 때 외양도 처절하고 남루한 게 싫더라고요.(웃음) 일부러 머리도 더 힘을 주고 옷도 멋을 부리죠." 

    이유리를 아는 사람은 이유리가 이런 악역을 한다는 것이 놀랍다고 한다. 그는 주변에 '천사표'로 통한다. 또한 '부모님 전상서' '사랑과 야망' '엄마가 뿔났다' 등 내리 세편 출연한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서 '청순가련형' 여인을 대표해 시청자에게도 한동안 그는 '착한 인물'로 통했다.

    그랬던 그가 '반짝반짝 빛나는'을 통해 청순한 얼굴을 한 악역을 성공시키면서 '노란복수초' 등을 거쳐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에까지 이르게 됐다.

    그는 "앞선 인물들은 처음에는 착했다가 복수 등을 위해 변하는 캐릭터였다면 연민정은 처음부터 악역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사실 악역은 배우들이 선호하지는 않는다. 가끔 별미 삼아 하기는 해도 내리 악역만 하고 싶은 배우는 없다. 

    "제가 연기 욕심이 많아요. 캐릭터 욕심도 많고요. 모든 사람을 미워하는 연민정 같은 캐릭터를 언제 또 만나겠어요. 아름답고 예쁜 캐릭터는 많지만 이렇게 남자와 몸싸움을 하면서 발악하는 캐릭터가 얼마나 되겠어요. 싸우는 연기를 하고 나면 온몸에 멍이 들어요.(웃음) 연민정은 그러면서도 슬프고 아픈 캐릭터잖아요. 또 모두가 이런 역할을 피한다면 드라마가 안 되겠죠. 누군가는 해야하는 거잖아요. 무엇보다 전 악역에 대한 부담감 같은 게 없어요. 계속 악역이 들어온다고 해도 신경 안 써요. 외국에서는 악역 전문 스타도 많잖아요. 연민정을 연기하는 모든 순간이 새로워요."

    그래도 실제 자신의 모습과는 영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기분은 남다를 것 같다. 

    "되게 어색해요. 마구 소리지르고 몸싸움을 하고나면 창피하고 민망해요.(웃음) 너무 세게 한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멀쩡한 얼굴로 거짓말을 하는 제 모습을 TV로 보면 너무너무 쑥스럽죠. 또 연민정이 그 와중에 섹시한 팜므파탈처럼 나오는데 전 실제로 그렇지 않아 부끄럽죠. 하하."

    그의 남편은 곧 목사가 되는 현직 개신교 전도사다. 그는 2010년 결혼했다.

    "남편이 제 악역 연기를 잘 안 보려고 해요. 착한 역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고요.(웃음) 결혼하고 나서 굉장히 편안해진 것 같아요.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생기고 그러다보니 연기도 더 폭넓게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남편이 평소 많이 웃겨줘요." 

    실제로 그는 예전보다 훨씬 활달해진 느낌이다. 연민정이 아닌 이유리는 웃을 때 눈이 없어질만큼 파안대소하고 사근사근하게 이야기도 잘 풀어냈다.

    그는 "사실 우리 드라마 안 끝나면 좋겠다"며 웃었다.

    "너무 재미있고 막바지가 되니까 더 긴장되고 어느 한 신 놓치면 안되니까 더 힘이 나요. 연민정 최후의 신들이 너무 기대되고 그런 신들을 연기할 생각을 하니 설렙니다. 정말 다 귀한 신들이잖아요. 시청자들이 연민정이 망하는 것만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시청자의 관심과 사랑은 역시 배우에게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이유리는 앞으로 어떤 역이 들어와도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차기작에서는 밝은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엄청나게 밝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지금 웃기는 연기를 하면 재미있게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기사 보시고 연락이 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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