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무한도전'"…혁오 이어 심형탁 단숨에 스타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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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무한도전'"…혁오 이어 심형탁 단숨에 스타덤

막강한 팬심과 '무도' 특유의 콘텐츠 결합하며 스포트라이트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4인조 밴드 혁오(오혁, 임동건, 임현제, 이인우)와 배우 심형탁(37)은 다르다.


노는 물도, 하는 일도, 캐릭터와 분위기도 많이 다르다.


그런데 최근 이들을 묶는 강력한 공통점이 하나 생겼다. 바로 MBC TV '무한도전'이다.


이 둘은 올 하반기 '무한도전'에 출연한 뒤로 위상이 달라졌다. '무한도전' 출연 전과 후로 이들의 인생은 단숨에, 그리고 완전히 달라졌다.


이러니 너도나도 '무한도전'에 출연하지 못해 안달이다. 상반기 '무한도전' 제6의 멤버 '식스맨'을 뽑을 때 시청자의 관심이 과열조짐까지 보였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무한도전' 최대 수혜자가 이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지난 5월 식스맨으로 뽑힌 황광희보다도 더 큰 화제다.


◇ 아무도 몰랐던 '루키' 혁오

지난 7월 '2015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출연 가수로 혁오가 처음 '무한도전'에 등장했을 때 시청자는 물론이고, '무한도전' 멤버들조차 눈앞에 서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몰라 "누구세요?"라고 했다.


물론, 그러고나서 보니 '음악 좀 듣는 사람은 아는', '뮤지션은 아는' 밴드라는 이야기가 하나둘씩 나왔고, '핫 플레이스인 경리단길을 걸으면 종종 듣게되는 음악의 주인공'이 이들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하지만 이정도면 대중적으로는 '아무도 모르는' 수준이다. 그랬던 무명의 혁오가 '무한도전' 출연으로 단 한방에 대중적인 밴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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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신데렐라'라는 수식어가 바로 달렸고, 이들의 음악은 곧바로 각종 음악 차트에서 순위가 수직 상승해 10위권에 진입하더니 곧 1위까지 휩쓸어버렸다.


22~23살의 말수 적고 수줍음 많은 청년 넷이 선보이는 독특한 분위기의 음악과 그들이 '무한도전'의 시끄럽고 기 센 멤버들에게 속절없이 구박당하고 놀림이 되는 모습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아무도 몰랐던 혁오는 이제 모두가 아는 밴드가 됐다.


여기에 만인의 사랑을 받는 아이유가 평소 이들의 음악을 즐겨들었다는 설명이 보태지면서 인디음악계의 루키는 금세 '대세 밴드'가 됐고, 타블로가 이끄는 YG엔터테인먼트의 레이블 '하이그라운드'(HIGH GROUND)로 이적하기도 했다.


이 밴드가 지난해 5월 결성된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초고속 승진'이다.


◇ 이름을 몰랐던 '뇌순남' 심형탁

반면 심형탁은 오래 묵은 B급 배우였다. 일일극 등 연속극에 줄기차게 출연해 남녀노소가 그 얼굴을 알고 있고 친근하게 여기지만 이름은 가물가물한 그런 배우다.


착하고 반듯한 역할부터 못된 악역까지 두루 소화하며 부지런히 연기를 해왔고, 나름대로 주연도 몇번 맡았지만 '스타덤'에 오른 적은 없는 목마른 B급 배우였다. 예능프로그램에도 심심치 않게 출연했다. 하지만 부각되지는 못했다.


그는 지난 1998년 데뷔했으니 벌써 연예계생활 17년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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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그가 '무한도전'이 이번 달의 프로젝트로 선보인 '바보전쟁 순수의 시대' 편에 '바보 어벤져스'의 일원으로 출연하면서 17년 만에 스타덤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그의 이름을 언급하고 '바보 어벤져스'에서 보여준 모습을 복기했다.


28일에도 트위터와 각종 게시판에서는 심형탁의 이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언급되고 있다.


'흥해라 심형탁 화이팅', '심형탁은 억지가 아니라 진짜 순수한게 눈에 보였다', '심형탁 보고 이 사람은 뭘까 생각하다가 빵터짐'부터 '저는 드라마 나오시는 거 봤을 때부터 좋았어요. 응원합니다~ 완전호감^^♡', '심형탁 너무좋음! 부모님께도 잘하고. 멋있다♡ 이상형~^^'까지 다양한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쏟아지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17년 연예계생활에서 처음 겪는 반응일 것이다.


지난 2009년 인터뷰했을 때 심형탁은 "올해는 부디 이름 석자를 알리고 싶다. 심지어 '연예가중계'에도 제 이름이 '신형탁'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참 속상했다. 제 이름이 좀 어렵다. 기사에도 이름이 잘못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푸념했다.

 

이러한 그의 '안타까운' 사정이 6년 후인 2015년이라고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달라지게 했다.


◇ '무한도전' 특유의 콘텐츠가 발화점

시청자들은 심형탁이 '무한도전'에서 보여준 순수하면서도 거침없는 모습에 호응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그가 '무한도전'에서 처음 보여준 게 아니다.


그는 '정글의 법칙'에서도, '썸남썸녀'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등 예능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다. '착한 오빠'였고, '순한 남자'였다.


'무한도전'이 달랐던 것은 거기에 '바보' '뇌순남'이라는 콘셉트까지 더해 그를 완전히 무장 해제시키는 동시에 예리한 눈으로 그가 가진 슬픈 성장과정을 끄집어 내 감동 코드를 제대로 버무린 것이다. 괜찮은 배우였고, 예능에 자주 불려다니는 연예인이었지만 딱히 화제를 모으지 못해 '발화'하지 못했던 그는 '바보 어벤져스'를 통해 마침내 발화점을 넘어서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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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오는 '무한도전'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데 시간이 꽤나 걸렸을 것이고, 또 알려졌다해도 '실력있는 인디'를 벗어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는 이들의 소년같은 순수함을 예능적으로 골려먹으면서, 이들의 음악성을 한껏 조명해주면서 루키를 단숨에 메이저 무대 중앙에 올려놓았다.


'무한도전'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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