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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의 참새방앗간> '슈퍼맨이 돌아왔다' 그리고 조재현

기사입력 2015.10.2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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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459916957712.jpg인기는 제약과 비례…금수저인 만큼 조심할 수밖에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터닝메카드'가 뭔지 안다면, 당신은 미취학 자녀를 둔 부모이거나 이모, 삼촌이다.


    '완구계의 허니버터칩'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장난감은 올해 완구계 최대 히트 상품이다. 마트에 제품이 진열되는 족족 순식간에 팔려나가면서 돈을 주고도 물건을 구할 수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의 '애끊는 사연'이 이어졌다.


    애들은 사달라고 난리인데, 구할 수가 없으니 인터넷에서는 웃돈을 몇 배나 주고 거래되기도 한다는 '흉흉한' 뉴스도 나왔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유아를 둔 스타 아빠의 육아기를 관찰하며 2년째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송일국의 삼둥이 아들은 절대적이다 싶을 만큼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고, 다른 아이(혹은 아기)들도 매주 일요일이면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모으며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런데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프로그램 게시판은 비공개다. 다른 프로그램 게시판은 모두 댓글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출연 아이들을 욕설, 비방, 악성 댓글에서 보호하기 위해 댓글을 비공개로 전환해 제작진만 볼 수 있게 해놓았다.


    꼭 터닝메카드를 애타게 구해본 경험이 없더라도 '슈퍼맨이 돌아왔다' 게시판이 비공개인 이유에 시비를 걸 사람은 없어보인다. 이심전심이다.


    최근 사망 소식이 뒤늦게 전해진 천경자 화백은 자신의 그림을 자식처럼 아끼며 좀체 남에게 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아들이 모 대기업에 입사하자 잘 봐달라는 의미로 그 기업의 회장에게 그림을 선물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회장이 '난 풍경보단 여자가 좋다'고 했고, 그러자 천 화백이 "어쩌겠냐"고 투덜대며 여인 그림을 다시 그려줬다고 한다.


    생전 천 화백과 가까웠던 '고바우 영감' 김성환 화백이 지난 24일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언급한 이 한 대목이 눈길을 확 잡아챘다.


    최근 배우 조재현이 최근 아들, 딸 때문에 속을 끓였다.


    지난 19일 그의 딸 조혜정이 MBC에브리원 '상상고양이'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연예계 금수저' 논란이 일었다.


    단역, 조연을 하던 조혜정이 조재현과 함께 SBS TV 예능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하더니 단숨에 여주인공이 됐고, 그의 상대역이 '무려' 유승호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인터넷은 후끈 달아올랐다. (실제로 조혜정이 같은 여주인공이라도 무명의 배우와 독립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면 이렇듯 반발이 거셌을까 싶은 지점이 있다.)


    여기에 조재현의 아들이자 조혜정의 오빠인 조수훈이 누리꾼들에 날선 어조로 반박하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에 기름을 제대로 끼얹었다. 결국 이들은 23일 나란히 SNS를 탈퇴했다. 쏟아지는 악플 탓이라는 해석이 뒤이었다.


    조재현은 지난 4월 만났을 때 '아빠를 부탁해' 출연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드는 게 걱정되지 않았냐고 묻자 "내가 최정상의 배우도, 신비감이 있는 배우도 아니고…. 이 나이에 대세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본다"고 몇 차례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우리 딸이 좋아하니까 그걸로 됐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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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지금 조재현에게 이번 사태를 겪은 심경을 묻지는 않았다. 그가 실제로 딸의 캐스팅에 '빽'을 썼는지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부모로서 그의 심경이 어떨지는 불문가지다.


    천경자가 아들을 위해 그림을 그려 선물한 것이나, 조재현이 출연 요청을 계속 거절하다 딸이 원하는 것을 알고는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한 것이나 다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금수저'는 고사하고 '플라스틱 수저', '흙수저'라는 자조적인 용어가 젊은층에 회자되는 각박한 현실에서 금수저를 향한 부러움과 질시가 쏟아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는 아이들에게도 금수저 타이틀이 붙는다. 다만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라 '보호'해야한다는 데 어느 정도의 사회적 합의가 형성된 듯하다. 그러나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2015년에 성인이 된 '금수저'에게까지 관대한 분위기는 아닌 것이다. 그건 부모가 운좋게 어린 자녀에게 터닝메카드를 구해오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기는 제약과 비례한다. 주목받고 인기가 많아질수록 제약도 늘어나고 조심해야할 일도 많아진다. 하물며 부러움의 대상인 '금수저'가 온국민이 보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그 정도 각오도 안했을까.


    금수저를 낳은 부모의 마음도, 금수저에 대한 부러움과 질시도 다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금수저인 만큼 조심 또 조심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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