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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안시하 "솔직하고 진취적인 신데렐라랍니다"

기사입력 2015.09.1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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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앙상블 거쳐 주연급 도약…'뮤지컬계 신데렐라'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솔직하고 진취적인 21세기형 신데렐라입니다."


    지난 12일 막을 올린 뮤지컬 '신데렐라'의 주인공을 꿰찬 뮤지컬배우 안시하(33)는 최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널리 알려진 동화와 뮤지컬 속 신데렐라의 차이를 이같이 설명했다.


    엠뮤지컬아트가 제작한 이 뮤지컬은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신데렐라'의 라이선스 버전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토니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흥행에도 성공해 내년까지 전미 투어가 예정돼 있다.


    전체적으로는 동화와 비슷하게 전개되지만 작품 속 인물들은 약간씩 변형됐다.


    우선 주인공 신데렐라는 시대 흐름에 맞춰 현대적인 여성으로 탈바꿈했다.


    안 씨는 "동화와 비슷한 내용이지만 연약하고 가련한 신데렐라가 아니다. 요즘 시대에 맞게 솔직하면서 진취적이고 자기 생각이 매우 뚜렷한 여성"이라고 소개했다. 


    동화에선 나머지 인물들이 신데렐라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들러리 격인데 반해 뮤지컬에선 각자의 매력을 부각하며 비중 있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러나 대다수 관객이 기존 동화에 익숙해 신데렐라의 새로운 면모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안씨는 말했다. 자칫 잘못하면 신데렐라의 진취적인 면모가 왕자를 유혹하려는 계산적인 행동으로 잘못 비칠 수도 있어서다.


    안 씨는 이 때문에 신데렐라에 걸맞은 외모 가꾸기보다 캐릭터 연구에 훨씬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조금만 뉘앙스를 달리해도 마치 왕자와 결혼하려고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대본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안 씨가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해결방법은 '진심'이었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진심을 담아서 하면 관객들이 신데렐라의 의도를 왜곡해서 듣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안 씨는 말했다.


    최근 개봉한 디즈니 영화 '신데렐라'가 캐릭터 설정에 도움이 됐다.


    "고민하던 중에 추천을 받아 영화 신데렐라를 봤어요. 영화를 보니 주인공을 맡은 여배우의 진심 어린 대사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여배우가 진심을 담아 얘기하니 자칫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장면도 금세 수긍이 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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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게 귀에 감기는 뮤지컬 곡들도 부르는 당사자에게는 난제였다.


    주인공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 올라 15곡가량을 쉼 없이 불러야 하는 데다 평소 진성으로 부르던 창법을 두성으로 바꿔 소화해야 해서다.


    "평소 부르는 스타일과 다르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정했는데 정작 해보니 너무나 힘든 거에요. 완전히 다른 발성법을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공연을 앞두고는 저답지 않게 떨리기까지 하더라고요."

    뮤지컬을 본 관객들이 감탄하는 변신 장면도 배우에게는 긴장의 연속일 뿐이었다. 


    이 공연에선 요정의 마법으로 신데렐라의 의상이 순식간에 바뀌는 '퀵 체인지' 장면이 두 차례 등장한다.  

    그는 "공연의 백미여서 절대 실패하면 안 되거든요. 도와주는 스태프들과 제가 호흡을 잘 맞춰 한 번에 해내야 하는데 할 때마다 긴장됩니다. 그래도 변신 뒤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면 그간 마음 졸인 걸 다 보상받는 기분이에요."


    뮤지컬계에서 될 때까지 연습하는 '악바리'로 유명한 그는 이런 어려움을 역시나 끝없는 연습으로 돌파했다. 


    2004년 데뷔해 경력 11년차지만 그는 아직도 발성 레슨을 받는다. 원하는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 연습을 반복하는 것도 여전하다. 체력관리를 위한 운동은 기본이다. 


    그는 원하는 호흡을 구현하기 위해 밤새 공원을 달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안 씨가 신데렐라 역을 맡은 것을 두고 주위에서는 "뮤지컬계의 신데렐라가 진짜 신데렐라가 됐다"고 평가했다. 


    앙상블로 시작해 10년 가까운 무명 시절을 거쳐 주연급까지 도약해서다.


    안 씨는 "어떻게 해도 조연급을 뛰어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지쳐 2012년 말까지만 하고 그만둬야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그 해 뮤지컬 '아이다'에 주연급인 '암네리스' 역으로 발탁된 그는 열연을 펼쳐 이름 석 자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한때 안 풀리는 커리어에 고민하며 이름까지 개명한 그는 자신을 롤모델로 손꼽는 후배 배우들을 위해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절 보고 힘을 얻는다고 말하는 앙상블 친구들을 많이 만나요. 저도 오랜 시간 무명으로 있어서 그 친구들의 마음을 잘 알아요. 그래서 더더욱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 같은 사례가 계속 나와야 하니까요." 

    그는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안시하'라고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신데렐라도 그런 각오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나고 보니 무명 기간의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아마 직계가족의 죽음 외에는 모든 고통과 슬픔을 그때 다 겪은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을 승화시켜내는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마치 신데렐라가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것처럼요."


    공연은 11월 8일까지 이어진다. 만 7세 이상 관람가. 장소 충무아트홀 대극장. 티켓가격 5만~14만원. 문의 ☎02-764-78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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