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거리 로켓 발사에 핵실험까지 시사…8·25 합의 흔들(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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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장거리 로켓 발사에 핵실험까지 시사…8·25 합의 흔들(종합2보)

북한,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의지 공식적으로 시사(서울=연합뉴스) 북한은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14일 시사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 높이 계속 날아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012년 12월 보도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발사되고 있는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3호.

로켓 발사·핵실험 추진시 남북경색 불가피…이산상봉도 무산 우려
전문가들 "한국 아닌 미·중 겨눈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황철환 기자 =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핵실험 가능성까지 암시하면서 남북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8·25 남북공동합의문은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모처럼 조성된 남북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면 내달 20∼26일로 잡힌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도 예정대로 치러지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 北, 장거리 로켓 발사·추가 핵실험 가능성 시사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은 14일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 형식으로 "세계는 앞으로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 높이 계속 날아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혀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인 내달 10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 당국자는 15일 이에 대해 "탄도미사일 발사는 중대한 도발행위이자 군사적 위협"이라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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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측 대표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 대표인 김양건 당 비서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오른쪽부터)이 지난달 25일 오전 판문점에서 '무박4일' 마라톤 협상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북은 이튿날인 15일 오후 4차 핵실험을 시사한 것일 수 있는 발언을 재차 내놓았다. 


북한 원자력연구원장은 역시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우리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무분별한 적대시정책에 계속 매여달리면서 못되게 나온다면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실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거나 추가 핵실험을 추진할 경우 남북관계는 다시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당장 내달 20∼26일로 잡힌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한국과 미국이 단호히 대응하고 유엔 차원에서 제재가 논의될 경우 남북관계도 급속히 얼어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3년 9월에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불과 나흘 전 일방적으로 연기한 바 있다.

 

다만 남북은 이날 낮 판문점에서 이산가족 생사확인 의뢰서를 교환하는 등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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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움직임 등은 지난달 25일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합의된 남북 당국회담의 시기와 의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큰 당국회담을 빨리 열자는 입장을 보인 반면 우리 정부는 "북한의 진정성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 왔다. 


◇ 전문가들 "한국 아닌 미·중 겨눈 메시지" 

북한이 미국의 아침 시간에 맞춰 14일 밤 10시 51분에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한 것을 두고 미국과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실제 행동을 예고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여론을 주도·탐색 하겠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중 정상회담이 임박한 상황 등을 감안하면 미국과 중국에 대북정책 전환과 대화를 촉구하는 의미도 담겼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핵 관련 언급 역시 타깃은 한국이 아닌 미국과 중국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핵실험을 시사했다기보다는 핵 카드를 사용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미국과 중국에 환기시키는 것에 가까우나 앞으로 수위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핵실험까지 가면 8·25 남북합의가 유지되기 힘들다"면서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우리 정부가 당국간 회담을 조기에 진행시켜 북측의 진의를 확인하고 미·중과의 충분한 협력 속에 북에 신호를 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당국회담 개최를 먼저 제안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바늘에 실을 묶어 쓸 수 없는 법"이라면서 "현재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토 중"이라고만 답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여부 등을 예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은 로켓 발사 시기에 대해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라고 강조해 여지를 남겼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로선 북한의 입장이 확정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경우 8·25 남북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은 그때 가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일"이라고 말했고, 내달 20∼26일로 잡힌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서도 "최선을 다해 준비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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