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주도적 외교' 점화…동북아 외교·안보지형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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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주도적 외교' 점화…동북아 외교·안보지형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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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연합뉴스)
'한중일 정상회의' 동북아 외교 주도…한일관계 개선 모색
한중관계 강화…'한미일 vs 북중러' 구도서 협력공간 넓혀
'중국 경사론' 불식 과제…"미중 사이서 공존여지 넓혀야"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의 지각판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중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혈맹이었던 북중이 핵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소원해지면서 동북아 역학관계가 기존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에서 다층, 중층적 구도로 변모해가는 모습이다.


이 같은 모습은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그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임기 반환점을 넘어선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와 하이라이트인 열병식에 참석하는 파격을 보이는 등 이 같은 흐름에 주도적,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반도, 동북아를 둘러싼 외교환경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외교전이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중국에 '다가서기', "자주적 외교 첫발" 

중국 승전일 기념행사 참석과 이를 계기로 한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박 대통령은 동북아 외교전에서 본격적인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중국의 '군사굴기'를 경계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권 정상들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파격적으로 참석한 것이 그 출발점이다.


북핵 문제의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안정,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중국과의 적극적인 거리 좁히기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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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자주적 외교의 첫발을 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통해 외교적 주도권의 첫 단추를 비교적 잘 끼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2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취임 이후 여섯 번째 정상회담을 열어 한중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북핵 불용과 한반도 비핵화, '의미 있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긴장고조 행위 반대 등에 대한 중국 측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우리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을 견인하는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최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언급했던 한미중 협의 강화를 통해 북핵 동력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 10월 16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등 한반도 문제의 이슈를 계속 살려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윤 장관과 케리 장관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등과 관련해 정상차원의 '새로운 공동인식'이 도출할 수 있도록 논의해나가기로 한 바 있어 주목된다.


특히 정부는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위기 끝에 마련된 남북간 대화국면을 잘 활용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핵 문제의 선순환 효과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관계 발전은 미국 중국 등을 상대로 한 우리의 외교전에도 든든한 버팀목과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10월말이나 11월초를 포함한 상호 편리한 시기에 한국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역내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가 주도적 외교를 펼칠 수 있고, 특히 이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해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한일관계 개선도 모색할 수 있다. 


과거사 갈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박 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는 그동안 취임 이후 다자회의 등 계기에서 잠깐 만난 것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의 정상회담도 갖지 못했고, 이는 한미일 삼각공조 차원에서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한중일은 3국 정상회담 일정 확정을 위한 구체적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박 대통령은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된 이후 10월1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한일관계 개선을 강조해온 미측에 우리 정부가 화답하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또 최근 한중관계가 긴밀해지면서 일각에서 '중국 경사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본과의 관계개선은 한미일 공조차원에서 이를 불식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한중 협력 강화, 북중관계 소원…'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중층적 변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 기념사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병력 30만명 감축을 선언하는 한편, 중국은 영원히 패권주의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평화를 거듭 강조했다.


이번 전승절 행사를 중국의 '군사굴기'(군사적으로 우뚝 일어섬)로 경계하며 행사에 불참한 미국을 비롯해 서방권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중국은 이날 열병식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둥펑-21D'(DF-21D)와 '둥펑-26'(DF-26)을 비롯해 최첨단 무기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등 사실상 군사굴기를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412714680552.jpg中 열병식 지켜보는 한중러 정상

중국의 이 같은 근력(muscle) 과시는 미국을 더욱 자극, 이미 시작된 역내에서의 미중간 패권싸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간 협력이 강화되고, 북중관계가 악화되면서 기존의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가 다소 중층적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성루에서 열병식 참관 모습은 이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세계가 지켜보는 성루 외교 무대 단상에서 시 주석 오른편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바로 옆자리에 자리했고,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는 멀리 떨어진 오른쪽 끝에 위치했다. 


1954년 당시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마오쩌둥(毛澤東) 국가주석이 함께 한 자리에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사실상 나란히 선 것으로 긴밀해진 한중관계와 악화된 북중관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기존 '한미일 대 북중러' 간 대립 구도 속에서 북한이 소외되고, 한중의 협력공간이 확대된 것이다.  


이는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통해 북핵 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우리의 외교적 입지와 활동공간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남북문제, 한중관계, 북중관계, 미중관계 등 이런 맥락에서 질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한중관계 개선 속에서도 '중국 경사론'에 휩싸이지 않도록 우리 외교의 기본 축인 한미동맹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오는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동북아 지역에서 우리가 외교를 주도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바꾼 것"이라고 평가하고, 우리 외교의 나아갈 길에 대해 "적극적 능동적 외교를 해서 중일 관계에서 적극적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고, 미중 간에도 너무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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