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로 연극무대 돌아온 이덕화 "제대로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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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자…'로 연극무대 돌아온 이덕화 "제대로 보여주겠다"

 1998년 '불효자는 웁니다'로 연극 무대 선 뒤 17년 만에 같은 공연
"악극이라고 옛날 연극이 아냐…우리 아들 딸도 이거 보고 울어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제대로 한번 보여주고픈 마음에 출연했습니다."

다음달 15일 개막하는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에 주인공 '진호'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이덕화(63)에게 이번 연극은 특별하다.

 

17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오는 것인데다 마지막으로 그가 연극을 한 것도 이 작품이라는 점에서다.

 

그는 1998년 이 작품의 초연 무대에서도 자신의 출세를 위해 평생 아들만을 바라보던 어머니를 외면한 채 살아가는 불효자 아들 역을 맡았다. 초연 당시 이 작품은 세종문화회관 3천500석을 연일 가득 채우며 악극의 부활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있는 연습실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그는 그러나 '흥행 재연'보다는 '연기 몰입'을 더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본을 보고 있으면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냉정하게 연기해야 하는데 자꾸 감정이 투영돼 걱정이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예전에 이 작품을 했을 때는 40대였다. 이제는 60대다. 그때도 무대에 서면 눈물이 핑핑 돌았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마음이 여려져 이번에는 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어머니와의 마지막 순간을 회고했다.

 

"어머니가 감기로 입원했다가 갑자기 폐렴으로 돌아가셨어요. 예상치 못하게 돌아가시니 그때 의사들 붙잡고 내가 얼마나 짜증을 냈나 몰라요. 극 중 어머니 죽고 후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마다 내 얘기 같아서 울컥합니다." 

 

그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공부는 안하고 대를 이어 연기를 하겠다며 바깥으로 도는 아들을 다잡기 위해 "벽에 칼자국까지 남긴" 드센 모습의 여인이었다. 그는 나이가 드니 그런 어머니의 행동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다들 연예인 하고 싶다지만 그때만 해도 천시받을 때였거든요. 더군다나 아버지 생활 보니까 탐탁하지 않으셨겠지요." 

 

그는 "어머니라는 존재 자체가 '사람을 초월한 사람' 같다. 재벌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두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선 똑같이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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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선 것에 대해 그동안 계속 무대에 서고 싶었지만 방송 일정에 치여 한해 두해 미룬 것이 17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 공연도 뜻하지 않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으로 개막일이 한달 이상 미뤄지면서 자칫 불발될 뻔했다.

 

오는 9월에도 방송 녹화가 시작돼 다소 부담이 있지만 8월 중하순에 진행되는 이 연극의 출연을 강행키로 했다고 그는 밝혔다. 

 

이 작품이 그에게는 추억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점도 이 결정의 한 요소였다.

 

"제가 1995년 국회의원 선거 나갔다가 낙선하고 집에서 놀고 있었거든요. 그때 출연한 게 이 작품입니다. 그 덕에 1년에 6개월은 그나마 일이 있었어요."

 

또 다른 출연 이유는 국내 악극 공연의 질 때문이다. 국내에 악극 유행을 가져온 의미있는 작품이지만 그간 온갖 극단이 마구잡이식으로 공연하면서 작품의 질을 떨어뜨린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굉장히 좋은 작품인데 기본적인 자질도 못 갖춘 사람들이 너도나도 하면서 망쳐놨다. 주변에선 누가 또 속아서 보겠느냐며 말렸는데 제대로 한번 보여주고픈 마음에 출연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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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7년 만에 다시 서는 무대지만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파극에도 나름의 공식이 있다"면서 "관객 중에는 공연이 끝나고도 자리를 못 뜬 채 한시간씩 우는 분들도 있었다. 내가 그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에 불효자가 이렇게 많구나 했었다"는 과거 공연 뒷얘기를 전했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 때도 함께한 박준규가 재출연한다. 다른 작품에서 함께한 국악인 오정해와 김영옥도 각각 옛 애인과 어머니로 나와 호흡을 맞춘다. 이홍렬은 변사로 가세했다.

 

이덕화는 "오정해는 노래가 끝내준다. 기대해도 좋다. 이홍렬은 연기력이 뛰어나다. 예전 코미디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연기가 뒷받침된다"고 동료 배우들 칭찬을 늘어놨다.

 

그러면서 "악극이라고 옛날 연극이 아니다. 우리 아들 딸도 이거 보고 울었다. 젊은 사람들에게도 통할 것 같다. 가족끼리 손잡고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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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에서는 아들 역할이지만 실제 삶에서는 이미 장성한 자녀를 둔 아버지다.

 

그는 최근 SBS TV의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딸에 대한 숨겨둔 애정을 드러내며 눈물을 비춰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이덕화는 "내가 그 방송 때문에 부끄러워 죽겠다. (딸아이가) 왜 연기를 한다고 그래서 이 망신을 당하나 모르겠다"면서도 곧 "애들이 한창 감수성 예민할 때 미국에 홀로 놔둬 미안하다. 그때 옆에서 챙겼어야 했는데 훌쩍 내던져놓고 학비 보내는 게 자랑인 줄 알았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미안한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인생을 자식들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살면서 후회되는 일, 속상한 일 많은데 다 인생이려니 합니다. 제가 다쳐서 병원 신세를 진 시간을 빼도 연기 인생이 30년이 넘어요. 이제는 누가 봐도 좋게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그는 "그래도 순재 형(이순재) 생각하면 십수년은 더 활동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연극무대에서도 자주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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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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