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시장·군수 "무상급식 중재안 수용"(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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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식

경남 시장·군수 "무상급식 중재안 수용"(종합2보)

14332596675976.jpg목소리 높이는 홍준표 경남도지사 (창원=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일 오후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열린 2015년 1차 시장군수 정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감사 문제 해결·재정 분담비율 재조정 조건…'서민자녀 지원'은 재량껏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 경남지역 시장·군수들이 무상급식 중단 사태를 해결하고자 도의회가 제시한 중재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경남도는 2일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열린 올해 제1차 시장·군수 정책회의에 참석한 18명의 시장·군수들이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고성군에선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군수직을 잃은 하학열 군수 대신 이채건 군수 권한대행이 참석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시장·군수들은 지난 4월 21일 도의회가 초등학생은 소득 하위 70%, 중학생은 소득 하위 50%, 고등학생은 군 및 시지역 읍·면 소득 하위 50%와 동지역 저소득층을 무상급식 지원대상으로 한 '소득별 선별적 무상급식'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무상급식에 대한 감사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도의회 중재안에서 7대 3으로 정한 지자체와 도교육청의 급식예산 분담비율을 학교급식 주체인 도교육청이 1%라도 더 부담하는 것으로 재조정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경남도는 '감사문제 해결'은 애초 홍 지사가 제기한 무상급식 감사를 교육청이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급식예산 분담 비율의 경우 중재안과 관계없이 교육청이 지자체보다 1%라도 더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중재안 수용 전제조건만 보면 무상급식 문제 해결이 더 난망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중재안을 거부한 교육청이 도의회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무상급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정치권 기류가 강해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도교육청 이헌욱 행정국장은 "도의회와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면서도 "시장·군수들의 이날 입장 표명은 도의회 중재안에 대한 견해이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즉각적인 대응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국장은 "도의회 중재안에서 지자체와 교육청 급식예산 분담비율이 사실상 5대 5인데도 7대 3으로 표현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경남도가 의도적으로 급식예산을 도교육청이 적게 부담하는 것처럼 표현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은 이날 회의 결과를 '꼼수'라고 평가절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논평에서 "이미 도교육청이 거부해 실현가능성이 없는 무상급식 중재안을 받아들이고서 단서조항으로 교육청이 감사를 받을 것과 분담비율에서 교육청이 1%라도 더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단서조항은 무상급식 지원 중단 책임을 교육청에 전가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며 학교급식 식품비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며 "학교 급식비 지원을 의무화하기 위한 조례 개정에 온 힘을 다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도의회 중재안은 무상급식 예산 중단으로 저소득층 6만 6천451명만 지원받는 데서 16만 55명이 증가한 22만 6천506명에 대해 급식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전체 학생 43만 7천24명의 51.8% 수준이지만 지난해 무상급식 대상 학생 28만여 명보다는 줄어든 것이었다.

 

이 때문에 도교육청은 선별적 급식을 전제로 한 중재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명했고, 경남도도 도교육청이 거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중재안 수용 여부가 무의미하다는 뜻을 밝혀 도의회 중재 자체가 무산된 바 있다.

 

14332596373588.jpg경남 시장·군수와 악수하는 홍준표 경남지사 (창원=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홍준표(오른쪽) 경남도지사가 2일 오후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열린 시장군수 정책회의에 앞서 지역 시장,군수와 서로 인사하고 있다. 2015.6.2 choi21@yna.co.kr
 

이날 회의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차질을 빚는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에 대해 시·군이 재량으로 하기로 한다는 의견도 모았다.

 

경남도가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고 그 예산으로 진행하는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을 추진하려면 지역별로 조례를 제정해야 하는데, 이에 차질을 빚자 탈출구 모색 차원에서 시·군 재량으로 돌린 것으로 보인다.

 

대신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중 65%의 예산을 차지하는 바우처사업비는 전액 도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이밖에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가 내년도 국고예산 보조 사업수를 10% 감축할 예정이기 때문에 국고 확보가 어려운 상황을 인식하고, 시장·군수들이 지역 국회의원과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강화해 내년도 국고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회의에 앞서 홍준표 지사는 인사말에서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이 조기에 정착되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이 상당히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처음에 시행착오와 급식 예산과 맞물려 오해도 있을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홍 지사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고소득층 교육비가 저소득층의 8배다"며 "출발단계인 아이들 교육비부터 이같이 차이가 나 서민은 계속 어렵고 소득 양극화와 신분 대물림이 이어진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가장 시급한 이러한 교육비 문제부터 해결하려면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이 조기에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홍 지사는 최근 경남도가 부산시의 2028년 하계 올림픽 공동 유치 제안을 거절하고 산청 세계전통의약 엑스포·합천 대장경축제 등 국제행사를 추진하지 않기로 한 발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부산이 제안한 올림픽을 유치하려면 경남도에서 1조원이 든다"며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인천시는 채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재정이 나빠지면서 예산 대비 채무가 37%에 이를 정도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합천 대장경축제와 산청 엑스포에는 도 예산이 각각 41억원과 118억원이 무상귀속됐다"며 "합천군과 산청군이 도가 무상양여한 재산을 기초로 군 자체적으로 행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그는 "외국인이 (축제 참여인구의) 3%도 오지 않는데 무분별하게 '세계' 이름을 붙인 축제를 명분으로 도가 재정부담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회의를 앞두고 홍 지사와 시장·군수들을 상대로 무상급식을 원상회복하라고 촉구했다. 

 

경남운동본부는 이날 경남도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도민과 학부모들이 한결같이 원하는 것은 무상급식 원상회복이다"며 "아이들을 차별하는 선별적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모든 아이들이 평등하게 교육받고 자랄 수 있는 전면적 무상급식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b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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