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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후아유' 조수향 "가해자서 피해자 돼보니 섬뜩"

기사입력 2015.05.3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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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 등용문 KBS '후아유-학교2015'서 집요한 악녀로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후아유-학교2015'는 KBS의 스테디셀러 드라마 시리즈로 많은 기대를 받으며 출발했지만, 첫회 3%대의 시청률로 우려를 낳았다.


    그런 '후아유'가 최근 들어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극중 주인공 이은비(고은별 분)을 괴롭히는 강소영 역을 맡은 신인 조수향이 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착한 얼굴이지만 이은비와 마주할 때는 180도 바뀌어 잔인한 얼굴을 드러내는 강소영의 악녀 연기는 연일 화제를 모은다.


    신인 등용문 역할을 해온 '학교' 시리즈이기에 그 6번째 시즌인 '후아유'에서 새롭게 탄생할 스타가 누구일지에 제작단계에서부터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름은 물론 얼굴마저 생소한 조수향이 그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조수향(24)은 "현장에서 '네 덕에 시청률 올랐다'고 말씀해주실 때가 있는데 아직 현실감이 없다"며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알아보고 소리를 지르거나 SNS로 '연예인하고 처음 대화해본다'며 신나하는 팬들을 볼 때면 신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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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영화 '들꽃'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조수향은 올해 초 KBS 1TV 2부작 단막극 '눈길'에 출연한 것 이외에는 드라마 출연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이다. 동국대 연극학부를 졸업한 뒤 연극무대와 단편영화를 오갔다.


    "사실 TV 드라마는 저와 맞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했어요. 드라마에는 예쁘거나 개성 있는 연기를 하는 분들이 나오잖아요. 저는 예쁘지도 않고 특별한 연기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구요. 단편영화에 여고생으로 많이 출연했는데 지난해부턴가 오디션을 보면 '이제 학생 역은 안될 것 같다'고 하는거에요. 연극도 하고 단편 영화도 찍으면서 나름 잘 해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는 좀 조급해지더라구요."


    조수향은 "'후아유' 오디션을 볼 때도 '나를 뽑을 리가 없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했는데 그 점이 시크한 성격의 강소영 역과 오히려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학교 폭력 문제를 학생의 시선에서 풀어가는 '후아유'의 등장인물들은 각자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다.


    검사인 아버지에, 딸의 일이라면 적극 나서는 엄마를 가진 강소영이 고아로 복지시설에서 자라던 이은비를 그토록 집요하게 괴롭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수향은 "소영이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누군가를 밟아야만 내가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보고 자랐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배운 대로 했는데 누군가를 괴롭히고 내 밑에 두는 데서 오는 쾌감을 느껴버린 것"이라며 "가난하고 부모도 없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은비가 미웠을 것이고 아무리 밟아도 밟히질 않으니 점점 오기가 생기고 더 악랄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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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소영이는 부유하게 자랐지만 따뜻한 사랑은 못 받아봤는데 거기서 오는 결핍이 있지 않나 싶다"며 "은비를 졸졸 쫓아 다니면서 괴롭히는데 어쩌면 소영이가 은비를 짝사랑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며 웃었다.


    '스트레스 유발자' '제2의 연민정'이라는 수식어가 생길 정도로 악역을 잘 소화해내고 있는 조수향은 최근 극중에서 궁지에 몰렸다. 그가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나름 비장의 카드로 생각했던 비밀을 모두에게 알렸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반 아이들에게 비난을 당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순간 몰입이 되면서 너무 서러웠어요. 연기자들, 스태프 다 절 미워하는 것 같고 촬영 전에 읽은 악성댓글도 생각나면서 시청자도 내편이 아니니 세상에 내 편이 아무도 없는 것 같더라구요. 연기자들이 애드리브로 '저 기집애 쌤통이다'라고 하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소현이가 그동안 피해자 역할을 하면서 정말 많이 힘들었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조수향의 눈에는 잠시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그는 "그런데 그렇다고 울 수 있는 캐릭터도 아니라서 다음 장면에서 그런 서러운 감정을 끌어올려서 더 못되게 연기했다"며 곧장 씩씩한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 속 모습과 달리 실제로 만난 조수향은 잘 웃고 장난기도 많은 발랄한 성격이었다. 드라마에서 자신과 닮은 캐릭터를 묻는 말에 '4차원 시한폭탄'으로 묘사되는 공태광(육성재 분)을 꼽았을 정도다.  


    조수향은 "실제로 기분 나쁜 게 있으면 싸우더라도 바로 이야기해서 풀어야 하는 성격인데 누굴 내내 미워하는 소영이와 달리 나는 이야기해서 속 풀고 딱 끝낸다"며 "사실 지금은 대본을 받을 때마다 소영이가 또 얼마나 못된 짓을 할지 겁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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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소영이가 잘못을 깨닫고 조금이라도 착해지면서 마무리됐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다음번에는 밝고 착하고 웃긴 역할을 하고 싶은데 이대로라면 어려울 것 같다"며 장난스레 울상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20대 중반을 향해가는 시기에 찾아온 큰 기회에 욕심이 날 법도 하지만 조수향은 오히려 침착해보였다. 


    "시청자나 관객이 캐릭터를 실제 인물이라고 생각할 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 싶어요. 지금 저를 향한 관심은 제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좋은 작품을 만났기 때문인데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만드시는 분들이 저를 찾으실 수 있게 열심히 할게요. 저 시나리오에 파묻혀서 자고 싶어요. 드라마든 영화든 가리지 않습니다. 연락주세요(웃음)."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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