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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두 도시 이야기① 하노이, 옛것을 간직한 고도

기사입력 2015.05.2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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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ekly Travel > 베트남의 두 도시 이야기 베트남의 두 도시 이야기 (하노이=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남북으로 길쭉한 베트남에는 북쪽에 수도인 하노이, 남쪽에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이 있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두 도시는 역사적으로 상이한 길을 걸어왔고, 경관도 많이 다르다. 사진은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에서 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여성들. 2015.5.28 psh59@yna.co.kr

    (하노이=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베트남의 두 거점은 북부의 하노이와 남부의 호찌민이다. 각각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인 두 도시는 1천700㎞를 넘는 머나먼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역사와 풍경이 다르다.

     

    오랫동안 수도로 기능한 하노이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유적이 많고, 프랑스인이 식민 도시로 육성한 호찌민에는 예스러운 서양 건축물이 모여 있다.

     

    19세기 중반부터 약 100년 동안의 베트남 역사를 요약하면 외세에 대한 응전이다.

     

    제국주의가 팽창하면서 동남아시아에는 세계의 열강들이 마수를 뻗쳤다. 중국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프랑스와 일본, 미국이 차례로 베트남에 군대를 파견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도자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업은 자주권 수호였다.

     

    1890년에 출생한 호찌민은 일생을 독립 쟁취와 통일을 위해 힘썼다. 그는 1945년 베트남의 주석에 취임하지만, 제네바 협정에 의해 남북이 갈리면서 반쪽짜리 나라의 원수가 됐다.

     

    이후 베트남은 호찌민이 이끌던 세력에 의해 다시 하나가 된다. 호찌민은 1969년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이다.

     
    14328518987335.jpg< Weekly Travel > 베트남의 두 도시 이야기 베트남의 두 도시 이야기 (하노이=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남북으로 길쭉한 베트남에는 북쪽에 수도인 하노이, 남쪽에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이 있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두 도시는 역사적으로 상이한 길을 걸어왔고, 경관도 많이 다르다. 사진은 하노이의 호찌민 주석 묘 앞을 지키는 군인들. 2015.5.28 psh59@yna.co.kr
     

    하노이 여행은 그가 잠들어 있는 묘에서 시작된다. 호찌민 묘가 출발점으로 적당한 이유는 베트남을 상징하는 장소인데다 구시가 쪽으로 걸어가면서 다양한 명소를 방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호찌민은 생전에 화장되기를 희망했다. 결혼하지 않고 검소하게 살아온 그는 유해를 나눠 묻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호찌민의 시신은 방부 처리된 뒤 콘크리트 건물 안에 안치됐다. 오전에 3시간만 입장할 수 있는 묘에 들어가면 유리관 안에 그가 편안히 누워 있다.

     

    호찌민 묘의 외부는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곳곳에 하얀 제복을 입은 군인이 배치돼 있지만, 분위기가 그리 딱딱하지 않다. 저녁이면 어린아이를 데리고 와서 여유를 즐기는 가족이 많다.

     

    호찌민의 자취는 묘에서 도보로 10분이면 닿는 성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탕롱(Thang Long, 昇龍)의 제국주의 시대 성채'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곳은 베트남의 왕궁이 있던 자리다.

     

    리(Ly) 왕조가 1010년 하노이를 수도로 결정하면서 축성됐고, 18세기 후반까지 법궁으로 쓰였다. 비록 대부분의 건물이 파괴됐지만, 역사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14328519007331.jpg< Weekly Travel > 베트남의 두 도시 이야기 베트남의 두 도시 이야기 (하노이=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남북으로 길쭉한 베트남에는 북쪽에 수도인 하노이, 남쪽에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이 있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두 도시는 역사적으로 상이한 길을 걸어왔고, 경관도 많이 다르다. 사진은 하노이 성채의 정문인 도안몬에서 내려다본 풍경. 2015.5.28 psh59@yna.co.kr
     

    성채는 기다랗게 설계됐는데, 남쪽과 북쪽에는 군사박물관과 박몬(Bac Mon, 北門)이 있다. 군사박물관은 성채와 입구가 다르고, 박몬은 출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베트남 전쟁에 사용된 무기가 전시된 군사박물관 한편에는 대형 베트남 국기가 펄럭이는 탑이 자리한다. 높이가 33.4m에 이르는 이 탑에 오르면 성채와 도로 건너편의 레닌 공원을 내려다볼 수 있다.

     

    800년 가까이 사용된 성채에서 온전하고 볼만한 건축물은 남쪽을 향한 정문인 도안몬(Doan Mon, 端門)이다. 벽돌로 쌓은 1층에는 문이 5개 있고, 그 위에는 2층짜리 노란색 누각이 세워져 있다.

     

    경복궁 광화문처럼 중앙에 홍예문 3개가 나 있는데, 가장 큰 가운데 문으로는 왕이 다녔고 좌우의 문은 문신과 무신이 드나들었다고 한다.

     

    문을 통과하면 유리로 덮인 유구가 나타난다. 어른의 키보다 낮은 지점에 조각난 돌이 흩어져 있다.

    유구 너머에는 왕이 정사를 펼치던 낀티엔(Kinh Thien, 敬天) 궁이 있어야 하지만, 돌계단 외에는 흔적이 없다. 도리어 도안몬과는 어울리지 않는 서양식 건축물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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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ekly Travel > 베트남의 두 도시 이야기 베트남의 두 도시 이야기 (하노이=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남북으로 길쭉한 베트남에는 북쪽에 수도인 하노이, 남쪽에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이 있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두 도시는 역사적으로 상이한 길을 걸어왔고, 경관도 많이 다르다. 사진은 하노이 구시가의 따히엔 맥주 거리. 2015.5.28 psh59@yna.co.kr
     

    그나마 실내에는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역대 왕조의 유물이 진열돼 있다. 연꽃이 새겨진 수막새와 용이 조각된 도기를 보면 문화적 친근감이 든다.

     

    베트남 전쟁 때 성채는 북베트남의 지휘부로 활용됐다. 낀티엔 궁 터의 북쪽에 위치한 D67 건물이 작전사령부 역할을 했다.

     

    왕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이 건물은 베트남의 굴곡진 역사를 대변한다. 내부에는 호찌민의 초상화가 걸린 회의실과 벙커가 있고, 당시의 물품이 진열장에 정리돼 있다.

     

    하노이 역사 기행은 도안몬에서 1㎞ 정도 떨어진 문묘(文廟, Van Mieu)로 이어진다. 문묘는 공자를 기리는 사당이자 베트남 최초의 고등교육기관이다.

     

    리 왕조의 3대 임금인 리탄똥이 1070년 건설을 명했고, 후대 왕인 리년똥이 1076년 꾸옥뚜잠(Quoc Tu Giam)을 지었다.

     

    꾸옥뚜잠은 우리말로 국자감이다. 국자감은 동량지재를 기르기 위해 고려시대 초기에 만들어진 국립대학인데, 꾸옥뚜잠의 성격 또한 동일했다.

     
    14328519060765.jpg< Weekly Travel > 베트남의 두 도시 이야기 베트남의 두 도시 이야기 (하노이=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남북으로 길쭉한 베트남에는 북쪽에 수도인 하노이, 남쪽에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이 있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두 도시는 역사적으로 상이한 길을 걸어왔고, 경관도 많이 다르다. 사진은 하노이 구시가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씨클로 기사들. 2015.5.28 psh59@yna.co.kr
     

    문묘에서는 1442년부터 약 330년 동안 젊은 인재를 등용하기 위한 과거도 치러졌다. 베트남은 여러모로 고려, 조선과 체제가 비슷했다.

     

    문묘와 성채는 구조가 닮은꼴이다. 앞쪽에 정원이 있고, 전각은 뒤쪽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다.

     

    대문을 지나 꽃과 나무로 가득한 뜰을 거치면 실질적인 정문인 쿠에반깍이다. 이 건물은 문묘를 소개하는 소책자의 표지에 나올 만큼 건축미가 빼어나다.

     

    쿠에반깍의 안쪽에는 넓은 연못의 양옆에 거북 모양의 비석이 서 있다. 과거에 급제한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거북의 머리를 만지면 시험을 잘 본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비석을 둘러보고 발걸음을 옮기면 문묘의 중심 건물인 디엔다이탄에 다다른다. 안에는 공자와 맹자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 씨클로 타고 구시가 속으로

     
    14328518964664.jpg< Weekly Travel > 베트남의 두 도시 이야기 베트남의 두 도시 이야기 (하노이=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남북으로 길쭉한 베트남에는 북쪽에 수도인 하노이, 남쪽에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이 있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두 도시는 역사적으로 상이한 길을 걸어왔고, 경관도 많이 다르다. 사진은 하노이 수상 인형극장에서 인사를 하는 인형술사들. 2015.5.28 psh59@yna.co.kr
     

    오늘날 베트남의 단면이 여실히 드러나는 하노이 구시가는 탕롱 성채가 들어서면서 생겨났다. 서울 종로 육의전처럼 조정에 바칠 공물을 제작하고 판매하기 위해 조성됐다.

     

    거리마다 취급하는 품목이 달랐는데, 지금도 명칭과 특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항박(Hang Bac) 거리에는 귀금속 상점, 항가이(Hang Gai) 거리에는 비단 가게, 항찌에우(Hang Chieu) 거리에는 돗자리 점포가 몰려 있다.

     

    하노이 구시가는 이러한 상가 거리가 36개에 달한다는 연유로 '36 거리'로도 일컬어진다.

     

    미로처럼 얽힌 구시가에 발을 디디면 시끄러운 오토바이 경적과 말을 건네는 보따리장수로 인해 혼란스럽다. 교차로 앞에서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

     

    따라서 초행자라면 구시가를 탐험하기 전에 씨클로를 타는 것이 좋다. 앞에 자리가 설치된 삼륜자전거인 씨클로에 앉으면 지리에 밝은 기사의 안내를 받으며 구석구석을 구경할 수 있다.

     

    구시가와 붙어 있는 호안끼엠 호수는 산책을 끝낸 뒤 심신을 가다듬을 수 있는 휴식처다. 호수 한가운데에는 레러이 장군의 설화가 깃든 거북 탑이 있고, 녹음이 짙은 호숫가에는 화단과 의자가 마련돼 있다.

     

    낮에도 미려하지만 야경 역시 아름다워서 밤늦게까지 북적인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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