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요섭과 이자람이 빚어낸 오늘의 창극 동시대와 호흡하는 전통의 매력을 증명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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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요섭과 이자람이 빚어낸 오늘의 창극 동시대와 호흡하는 전통의 매력을 증명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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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문화신문) 유에스더 기자 = 국립창극단 <나무, 물고기, 달>이 2021년 초연 후 끊임없는 재공연 요청에 힘입어 약 1년 반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관객을 한 편의 동화 세계로 초대한다”(이데일리), “창극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증명한다”(뉴시스), “‘오늘의 창극’을 고민해온 국립창극단의 성공적 시도이자 새로운 발견”(헤럴드경제), “어른들을 위한 세련되고 감각적인 동화”(서울신문) 등 초연 당시 쏟아진 언론의 호평에서 창극 <나무, 물고기, 달>의 작품성을 엿볼 수 있다.

 

창극 <나무, 물고기, 달>의 연출을 맡은 배요섭은 <휴먼 푸가> <노래하듯이 햄릿> 등에서 배우의 몸과 소리, 오브제의 본질을 주목하며 연극 형식에 대한 실험을 펼쳐온 인물이다. 전통예술의 원형에 오랜 관심과 애정을 가져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시각적인 스펙터클이나 미장센보다는 창극의 본바탕인 판소리 고유의 특성을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판소리 본연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대의 모든 시각 요소를 간결하게 연출하고, 시김새‧요성‧추성 등 눈에 보이듯 그려지는 소리의 움직임을 시각화했다. 연출가 배요섭은 “판소리는 말과 노래 사이를 스리슬쩍 넘나든다”라며 “연극에서 대사로 풀어내기 어려운 장면이 판소리 한 대목으로 단숨에 해결되기도 하는데 그것이 판소리의 매력이다”라고 창극 연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음악에서도 판소리 원형을 놓지 않으면서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펼쳐낸다. 창극 <흥보씨> <소녀가> <패왕별희> <시>에 이어 국립창극단과 다섯 번째 호흡을 맞추는 이자람이 작창·작곡·음악감독을 맡았다. 이자람은 이번 작품을 위해 총 39곡을 만들었다.

 

이자람은 한 곡 안에서 순간적인 조 바뀜을 구사하거나 기존 조성에는 없는 화음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적 대비와 긴장을 꾀했다. 악기 사용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 가야금·거문고·대금 등 국악기뿐 아니라, 인도의 전통 악기 ‘하모니움’으로 ‘소원나무’의 정서를 드러내고, 타악기 ‘운라’의 맑고 신비로운 음색으로 환상적인 극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소리꾼들이 쌓아 올리는 화성이 다채롭게 더해져 작품을 조화롭게 엮어낸다. 음악감독 이자람은 “기승전결 구조가 아니라 나열식으로 진행되는 대본을 읽으면서 『오즈의 마법사』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렸다”라며 “동화 같은 에피소드를 알알이 잘 꿰기 위해 음악에서도 극적인 정점에 적합한 곡과 기능적으로 받쳐주는 곡을 구분하지 않고 각각의 음악이 독립적인 완결성을 갖추는 데 중점을 뒀다”라고 밝혔다.

 

작품의 안무는 국가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 이수자이자 천하제일탈공작소 대표인 허창열이 맡았다. 전통 탈춤의 기본 동작인 오금(굴신), 어깨짓과 고갯짓을 바탕으로 봉산탈춤‧양주별산대놀이‧고성오광대 탈춤 사위 등을 극대화하거나 축약해 작품에 자연스레 어우러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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