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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詩의 기반은 삶의 터전"…김남주 산문 전집 출간

기사입력 2015.03.2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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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발굴된 시 '살아가는 기술' 등 5편도 수록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제 시의 기반은 삶의 터전이고 노동의 대상인 인간의 대지여야 하는 것입니다."

     

    시인 김남주(1946~1994)가 1991년 신동엽창작기금 수혜자로 선정된 후 소감을 밝힌 글 '보리밥과 에그후라이' 중 일부다.

     

    김남주는 독재에 맞서 온몸으로 항거했던 저항시인이다. 1974년 '창작과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한 이래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10년 가까운 투옥생활을 겪다가 49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문학 자체보다 현실 개선에 방점을 둔 시인이었다. "문학에 먼저 관심을 두고 시라는 걸 써보겠다고 덤빈 게 아니라 현실에 먼저 눈을 뜨고 문학을 하게 되었다"는 글에서도 그의 이 같은 현실 개혁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맹문재 안양대 국문과 교수가 엮은 '김남주 시인 산문전집'은 김남주의 산문을 비롯해 연설문, 대담 등을 아우른 책이다. 전집에 수록된 산문은 '산이라면 넘어주고 강이라면 건너주고'(삼천리·1989), '시와 혁명'(나루·1991), '불씨 하나가 광야를 태우리라'(시와사회사·1994)에 실려 있는 글을 원본으로 삼았다.

     

    그가 남긴 산문에는 '저항시인'으로서의 면모가 엿보인다. 민초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평범한 언어로 전달한 김준태의 시를 읽고 생활밀착형 문학에 눈을 떴다는 김남주는 네루다, 하이네, 김수영 등의 저항시를 읽으며 사회 '변혁'의 주체로서 문학의 역할에 대해 고민했다.

     

    "위대한 작품을 창조해내는 유일한 길은 위대한 삶인 것이다. 그 길이란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의 비인간성, 부패와 타락에 대한 전면전에 시인 자신이 몸소 참가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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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도소에 갇혀서도 그의 관심은 사회를 떠나지 않았다. "개인의 행복은 가정의 안락의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공동의 노력에 몸소 참가하는데 있다"는 굳건한 신념은 그를 흔들리지 않는 강철 시인으로 조련했다.

     

    전집에는 독재정권에 대한 준열한 비판, 교도소에서 광주민주화운동 소식을 듣고 철창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던, 엄혹한 시대에 대한 시인의 비탄, 계급 문제로 민족 문제를 포착했던 시인의 정치적 시각, "시인은 싸우는 사람"이라고 되뇌며 변혁운동에 몸을 맡겼던 시인의 의지 등이 담겼다.  

     

    이뿐 아니라 시골 농부로 살아가고 싶었던 시인의 소시민적 포부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고향으로 향하던 그의 수줍은 모습과, 뛰어난 사람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경탄과, 옥바라지에서 시작된 부인 박광숙과의 기나긴 연애와, 햇살을 받아 미풍에 하늘거리며 은빛으로 빛나던 교도소 미루나무잎을 보고 생각한 윤동주의 '서시' 등 시인의 내밀한 기록과 섬세한 감성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제1부에 수록된 문학 분야를 비롯해 정치에 관한 글·서신·일기·대담·강연 등 다양한 글이 실렸다. '살아가는 기술' '돌멩이 하나가' 등 새롭게 발굴된 5편의 시도 수록됐다. 이들 시는 지난해에 간행된 시 전집에도 수록되지 않은 작품으로, 시인의 초기 시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자료다. 

     

    푸른사상. 672쪽. 3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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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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