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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베를린방송교향악단 내한공연

기사입력 2015.03.1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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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베버의 오베론 서곡 후반부, 요정의 왕 오베론의 도움으로 연인과 함께 배에 오른 휘온 백작의 부푼 마음처럼 바이올린의 16분 음표는 충만한 기쁨으로 솟아올랐다.


    제1바이올린보다 옥타브 아래의 제2바이올린 선율이 오히려 제1바이올린을 압도할 정도였기에 높이 솟아오르는 선율의 역동성은 더욱 강하게 전달됐고, 첼로와 더블베이스 등 중저음 현악기들이 뿜어내는 강력한 힘 덕분에 전체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넘실거리는 바다의 파도처럼 느껴졌다.


    지난 13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은 정통 독일 사운드를 잘 보존한 악단으로 정평이 나있다. 과연 명장 마렉 야노프스키가 이끄는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은 베버의 '오베론' 서곡과 브람스의 교향곡 제2번에서 특유의 중후한 소리와 일사불란한 합주를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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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공연 후반에 연주된 브람스 교향곡 제2번은 관객들의 환호를 끌어내며 많은 갈채를 받았다. 1악장 전개부 절정에서 터져 나온 포르티시모의 강력한 총주, 4악장 말미에서 압도적인 긴장감을 자아낸 아찔한 질주는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브람스의 교향곡 전 4악장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악장을 꼽는다면 느린 2악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은 브람스의 교향곡 느린 악장 가운데 가장 긴 곡으로 특유의 신비로운 느낌을 잘 살려내지 못하면 자칫 진부하거나 지루한 연주가 되기 쉽다.


    그러나 야노프스키는 유연하게 템포를 이끌어가며 2악장에 담긴 독특한 아름다움을 잘 전달해냈으며, 저음목관 악기 바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이 곡에서 한국인으로서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의 바순 수석으로 활약하는 유성권의 호소력 있는 연주는 감탄을 자아냈다.


    하행하는 첼로의 선율과 상승하는 바순의 선율이 엇갈리는 2악장 도입부에서 첼로와 바순의 하모니는 훌륭했으며 중간에 바순의 멜로디가 솟아오를 때마다 브람스 음악 특유의 깊은 맛이 우러났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이 지금까지 내놓은 음반의 연주와 비교해볼 때 결코 최상의 공연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협주곡 3악장에서 지나치게 두드러져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방해될 정도였던 팀파니의 리듬, 브람스 교향곡 1악장의 도입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트롬본과 튜바의 거친 연주, 4악장 도입부에서 청중을 놀라게 할 정도로 크게 연주된 트럼펫의 코드 등 부분적으로 균형이 흐트러지는 일이 많아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공연 전반부에는 프랑크 페터 침머만의 협연으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협주곡이 연주되었다. 아마도 수년 전 내한공연에서 침머만이 들려준 베토벤과 브람스의 바이올린협주곡 연주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겐 이번 연주는 매우 충격적이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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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머만의 자유분방한 연주는 악보의 허용 범위를 너무 많이 벗어난 것이었다. 1악장에선 악보에도 없는 글리산도(두 음 사이를 끌어서 연주하는 주법)를 남용하는가 하면 과장된 어조로 표현된 악센트 때문에 자연스런 선율의 흐름이 단절되곤 했다. 또한 3악장 초반, 너무 앞서가는 바이올린의 연주에 오케스트라와의 앙상블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관객을 장악하는 침머만의 카리스마와 테크닉은 매우 훌륭했으나 그가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시벨리우스 음악의 해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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