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워라~" 현빈, "대단하네~"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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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워라~" 현빈, "대단하네~" 지성

다중인격 연기서 '하이드 지킬 나'의 현빈, '킬미 힐미'의 지성에 완패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다중인격 연기 대결에서 현빈(33)이 지성(38)에 완패했다.  

스타성에서, 관심도에서, 젊음에서 현빈은 모두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그걸로는 역부족이었다. 빈약한 캐릭터와 스토리 안에서 연기의 밑천마저 드러났다.

 

반면, 지성은 갈수록 풍성해지는 감성과 깊어가는 연기력을 새삼 보여주며 감탄을 자아냈다. 캐릭터를 완벽하게 체화한 그의 연기력은 후반으로 가면서 스토리의 허술함이 노출되는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두달여 MBC와 SBS의 수목극 미니시리즈 대결에서 나란히 다중인격 캐릭터를 선보였던 현빈과 지성의 정면대결은 이렇듯 지성의 완벽한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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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워라~" 현빈 

2011년 1월16일 끝난 SBS '시크릿가든'으로 현빈의 인기는 대기권을 뚫고 우주까지 뻗어나갈 기세였다. 그리고 두달 뒤에는 그가 귀신잡는다는 해병대에 자원입대를 하자 그 우주가 대폭발을 일으키는듯했다.

 

한마디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고, 현빈은 군대에 가고 없는데 그가 가기 전 찍어놓은 광고는 한동안 TV 화면을 도배했다.

 

SBS '하이드 지킬, 나'는 그런 현빈이 꼭 4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다. 그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모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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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웬걸, 뚜껑을 열어보니 시청자가 기대하던 현빈은 온데간데없고, 엉성한 스토리 안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구서진(극중 현빈 캐릭터)과 로빈이 방황하고 있었다.  

 

너도나도 캐스팅하려 혈안이 됐던 '바로 그' 현빈을 잡았지만, 8.6%에서 출발한 '하이드 지킬, 나'의 시청률은 지난 4일 3.8%까지 추락하며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시크릿가든'의 까칠하면서도 시크했던 왕자님 김주원을 기대했던 시청자는 구서진과 로빈 사이에서 연기의 한계를 드러내는 현빈에 냉정하게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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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축하지 못한 대본 탓이 크지만, 현빈 역시도 극과 극의 두 캐릭터를 보여줘야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린 것인지 단선적인 연기만을 보여주며 4년 전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이로 인해 현빈을 잡으려 애썼던 다른 제작자들이나 방송국 관계자들은 "아깝다"를 연발하고 있다.  

'하이드 지킬, 나'는 지난해 참패한 월드 스타 비 주연의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와 함께 스타 캐스팅에만 기댄 작품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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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하네~" 지성 

반면 MBC '킬미 힐미'에서 무려 7개의 다중인격을 가진 차도현에 도전한 지성에 대한 칭찬은 해도해도 끝이 없을 정도다.  

 

특히나 '킬미 힐미'가 현빈에게 먼저 제안이 갔던 작품이라고 알려지면서 지성의 성공은 더욱 번쩍번쩍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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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현, 신세기, 요나, 요섭, 페리박, 나나 등의 전혀 다른 캐릭터를 쉼없이 오가면서도 그 어느 하나 소홀함 없이 매끈하게 소화해내고 있는 지성의 연기력은 지금껏 그의 발전을 좇아가던 사람들조차도 놀라게 했다.

 

이미 연기가 안정적으로 무르익은 지는 오래지만 나이도 그만큼 든 그이기에 한 작품 안에서 팔색조 연기를 펼쳐보이는 게 자칫 거부감을 줄 수도 있을 터였다. 특히 여고생 요나나, 어린소녀 나나처럼 남자도 아닌 어린 여자의 인격까지 도전해야하는 것은 잘못하면 지성에게나 작품에나 마이너스가 될 위험이 컸다.

 

하지만 지성의 요나가 바른 메이크업 제품이 완판되고, 입고 나온 잠옷이 화제가 될 정도로 지성은 연기력으로 그 모든 우려를 단칼에 잠재웠다. 심지어 지성의 여자 연기가 "예쁘다"는 반응까지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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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인격의 중심을 잡는 비운의 차도현을 비롯해 도발적인 신세기와 "이런 느자구없는~"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페리박의 캐릭터 등을 관람하는 재미는 시청자에게 놀이동산에서 자유이용권을 끊고 돌아다니는 경험을 맛보게 했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인격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변신을 거듭한 지성의 현란한 둔갑술에는 캐릭터 전환의 삐걱거림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보는 이를 민망하게 만드는 오글거림도 없었다.  

 

이렇듯 단단하게 뿌리내린 지성의 팔색조 연기는 '킬미 힐미'가 뒤로 가면서 타이어에 구멍이 난 듯 점점 힘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드라마의 생명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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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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