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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로 돌아온 성민제 "더블베이스 매력 보여줄 시험대"

기사입력 2015.02.2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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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용재 오닐·윤한·크리스 리와 협업 무대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2009년 세계 최고의 클래식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DG)이 사상 처음으로 더블베이스(콘트라베이스) 독주 음반을 내놨을 때 클래식계는 이를 '큰 사건'이라고 불렀다.  

    그동안 독주 악기로는 한계가 있다는 편견 속에 오케스트라의 '들러리 악기' 취급을 받아온 더블베이스가 독주 악기로서의 가능성과 위상을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눈에 띈 것은 '더블베이스의 비행'(Flight of the Double B)'이라는 제목을 단 이 음반이 열아홉 살 한국 연주자의 데뷔 음반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세계 3대 더블베이스 콩쿠르 가운데 2개를 석권한 '신동'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성민제(25)가 바로 그 연주자다. 

     

    2011년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는 더블베이스 연주자로는 처음으로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초청 연주회를 하는 등 국내외에서 연주를 이어갔고 2013년 말 두 번째 음반 '언리미티드'(Unlimited)를 내놨다.

     

    그리고 내달 정통 클래식이 아닌 재즈로 돌아온다.

     

    내달 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팝 피아니스트 윤한, 크리스 리와 함께 꾸미는 공연 '로맨티스트'를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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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성민제는 이번 공연이 그에게는 "시험대"라고 했다. 그동안 클래식 무대에만 서다 재즈라는 새로운 장르로 관객들과 만나는 첫 공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중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이 더더욱 기대돼요. 관객들이 과연 좋아할지 궁금하고, 저 자신도 제 새로운 모습과 능력을 확인해볼 기회이니까요." 

     

    그는 이번에 나머지 세 명의 연주자, 재즈 밴드와의 합주 외에 스팅의 '후회 없는 아름다운 여인'(La Belle Dame Sans Regrets)과 루이스 본파의 '카니발의 아침'(Manha De Carnaval)으로 더블베이스의 매력을 전할 예정이다.

     

    사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즈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재작년 재즈 반주를 접목한 두 번째 음반을 내면서 재즈에 눈 뜨게 됐다.

     

    "사실 그전에는 재즈는 제게 먼 얘기였어요. 그런데 2집 녹음을 하면서 좋아하게 됐어요. 클래식은 악보 그대로 연주해야 하는데 재즈는 어느 정도 제한된 상태 안에서 자유로움이 많죠. 그런 자유로운 느낌이 좋았어요. 즉흥 연주를 하면서 시야가 넓어지는 것도 느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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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더블베이스의 한계를 깨 독주악기로 자리 잡도록 하는 데 '개척자'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데뷔 음반을 낸 지도 벌써 6년. 얼마만큼 그 뜻을 이뤘을까. 

     

    "사실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많이 보여 드리지 못했어요. 더블베이스의 음색과 음악을 충분히 들려 드리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잘 안됐죠. 무대가 충분하지 않았고, 또 공연을 하게 돼도 이미 알려진 음악을 원해서 한계가 있었죠. 그래서 좀 답답해하고 있었는데 작년 말부터 상황이 좀 풀려서 앞으로 더블베이스를 알릴 기회가 많이 생길 것 같아요. 이제부터가 기대돼요. 듣기에 좋고 멋있는 더블베이스 음악이 많이 있거든요. 그걸 알리는 게 제 역할인 거 같아요. 저 자신에게도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는 더블베이스를 위한 곡이 부족하다고 보고 작곡 공부도 하고 있다.

     

    "서서히 하고 있어요. 편곡은 지금도 하고 있고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가기만 하면 되는데, 지금은 방향을 잡는 단계고요. 주변에서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있습니다." 

     

    더블베이스를 향한 애정과 책임감으로 묵묵히 가고 있지만 아직은 외로운 길이다. 

     

    "사실 더블베이스를 알리려고 깊은 고민을 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블베이스 연주자의 대부분은 오케스트라를 하려 하니까요. 솔로 연주자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죠. 롤모델이 없어서 스스로 모델이 돼야 하고요. 너무 소외된 악기다 보니 저 혼자서 아무리 하고 싶다고 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죠. 그래도 열심히 해야죠. 더블베이스를 널리 알리고 좋은 음악을 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역할이니까요."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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