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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폐허요? 제겐 '우리집' 같죠"(종합)

기사입력 2014.12.0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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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국무총리상 수상 고성훈 씨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그러고 보니 지난 10년 동안 지구촌 오지만 찾아다녔네요. 인생이 너무 '하드코어' 아니냐는 농담도 많이 들었죠. 정작 제겐 즐거운 우리 집 같아요."

     

    30대를 오롯이 전 세계 폐허를 찾아다니는 데 쏟아붓고도 "즐겁고 재밌다"고 말하는 이 사람.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의 고성훈(39) 아시아권역 본부장의 얘기다.

     

    그는 5일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주최로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리는 제9회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시상식에서 국무총리상을 받는다.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죠.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습니다. 우리나라의 해외 구호 개발가 중에서도 이젠 저를 포함한 2세대에게 주어진 일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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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본부장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한 편의 재난재해 다큐멘터리가 펼쳐진다.

     

    2005년부터 파키스탄 북부, 아프가니스탄, 네팔 등 저개발 지역을 찾아다니며 국제 개발 사업을 진두지휘했고 2005년 파키스탄 대지진,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 등 대참사 현장에서도 긴급 구호에 나섰다.  

     

    사서 하는 고생이 지치거나 두렵지는 않았을까.  

    "어렵고 힘든 지역일수록 얼른 찾아가고 싶더라고요. 타고난 성향이 그런가 봐요.(웃음) 힘들다기보다 오히려 즐겁고 재밌었죠. 현지 주민들이 삶의 희망을 다시 찾는 걸 보면 보람도 느낍니다." 

     

    고 본부장은 그러면서도 지구촌 저개발국에 가장 필요한 건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주민들의 자립심을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2008년부터 네팔에 머물며 현지 주민과 함께 사회적 기업을 일구는 데 힘을 쏟았다. 

    주민들이 스스로 협동조합을 세워 히말라야 히움 허브를 채취하는 프로젝트는 6년여의 노력 끝에 이달 초 국내 유명 브랜드의 화장품으로 출시되는 결실을 봤다.

     

    그가 뿌린 씨앗은 네팔 직원을 340여 명 채용하고, 3만여 명의 아동에게 보건·교육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아프간에서는 전쟁으로 낭떠러지에 내몰린 여성과 어린이를 돕는 데 힘썼다. 병원과 보건소를 위탁 운영하고, 여성 건강 검진 사업도 진행했다.

     

    "우물 한 개 파주고, 학교 한 채 지어준다고 해서 지속가능한 개발이 이뤄지는 게 아니거든요. 무엇보다 주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들에게 닥친 문제가 뭔지, 정부나 유엔이나 국제구호단체에 뭘 요구할지, 어떻게 의견을 모을지 스스로 깨닫게 돕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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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본부장이 흘린 땀방울 뒤에는 묵묵히 그의 곁을 지킨 가족이 있다.

     

    "어렸을 적 어머니는 과일 노점상을 하셨는데 밤마다 팔다 남은 과일로 잼을 만드셨어요. 저한테는 그걸 형편이 어려운 옆집에 나눠 주라고 시키셨죠. 나누며 사는 게 자연스럽게 몸에 뱄나봐요. 아내에게도 감사합니다. 머나먼 타향에서 대문에 총알 구멍이 뻥뻥 뚫린 집에 사는 걸 어떤 여자가 좋아하겠어요?(웃음)"  

     

    그런데도 고 본부장이 구호 활동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뭘까. 그는 내년부터는 미얀마와 라오스의 국경 지역으로 뛰어들어 난민 구호를 시작할 예정이다.

     

    "거창한 이유는 없어요. 그냥 제가 살아 있다는 걸 느껴요. 현지 주민들과 눈짓과 손짓을 섞어 얘기하고, 현지 음식을 나눠 먹고… 한국에 1년에 한 번 정도 들어와서도 네팔 생각을 해요. '우리 집엔 별일 없나' 하는 생각이 들죠.(웃음)"

     

    국내에서도 경기 불황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고단해지고 있지만 고 본부장은 여전히 해외 구호와 봉사 활동에 한국인이 더 많이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구촌이 점점 하나의 경제권이 되면서 아시아의 문제가 곧 우리의 문제가 되는 날이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면서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지구촌의 기아, 난민, 절대 빈곤 등의 문제에 한국이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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