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경 "심각한 역할요? 이번엔 유쾌한 작품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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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경 "심각한 역할요? 이번엔 유쾌한 작품만 했죠"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서 주인공 태만 역 
시청률 30% 넘는 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에서도 열연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범인을 끝까지 추적하는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형사(살인의 추억)였다가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는 소시민(화려한 휴가)이었다가 여자에게 집적대는 영화감독(하하하)이 된 그  배우 김상경(42)은 인간 본성의 악마성을 들춰내는 스릴러와, 한국 현대사의 의미 있는 궤적을 그린 시대극, 그리고 욕망에 허덕이는 현대인의 일상을 그린 영화를 통해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없이 가벼워졌다. 명문대를 나왔지만 10년째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하는 인물, 아내에게 틈만 나면 구박당하고, 딸의 저금통을 뒤지는 철없는 아빠를 맡아 연기했다. 김덕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아빠를 빌려 드립니다'에서다.

 

"제 성향이 유쾌한 걸 좋아해요. 영화를 하면서 언젠가는 제 성격을 드러낼 수 있는 역할을 맡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아빠를 빌려 드립니다'의 시나리오를 보게 됐어요. 도전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성격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강했습니다."

 

1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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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개봉하는 '아빠를 빌려 드립니다'에서 그는 돈벌이는 못하지만, 딸과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따뜻한 아빠 역을 맡았다. 실제로는 어떤 아빠일까. 그는 5살배기 아들을 키우고 있다. 

 

"직업 특성상 촬영이 있을 때는 많이 놀아주지 못해요. 분명한 건 나도 그 아이를 좋아하고, 그 아이도 나를 좋아한다는 거죠. 제 목표는 장난꾸러기 아빠가 되는 거예요. 나이가 들어서도 끝까지 아이와 장난할 겁니다." 

 

아이와 잘 놀아준다는 것뿐 아니라 '백수생활'을 즐긴다는 점도 극 중 인물과의 공통점이다.

 

그는 "한 달 반 정도를 아예 집 밖에 나가지 않았던 적도 있다"고 했다.

 

"쉴 때는 밥 먹고 낮잠, 운동 또 낮잠, 책읽기, 그다음에는 누구 불러내 술 마시고…. 그런 백수생활을 해요. 예전에는 그런 백수 생활이 조금 길었는데, 요즘은 '2주에서 한 달 정도만 지나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기가 짧아졌다고 할까요?" (하하)

 

밝은 성격의 태만에 이어 3년 만에 복귀한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도 김상경은 엉뚱한 웃음을 전한다. 재벌 2세로, 일 처리는 깔끔하나 엉뚱한 성격의 문태주 역할을 맡아 열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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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대본을 읽을 때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상황이 웃긴 게 있었지만, 캐릭터가 그 정도로 엉뚱하진 않았거든요. 태주는 특이한 억양을 지닌 독특한 인물로, 멘사 회원이지만 감정 수준은 6-7세 정도에 머문 미성숙한 인물이에요. 사람들과 대인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캐릭터죠." 

 

사실 코믹하면서도 엉뚱한 인물을 연기해 본 적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으나 다행히 반응이 좋아 내심 안도했다고 했다. 

 

김상경은 '아빠를 빌려 드립니다'에서는 문정희와, '가족끼리 왜 이래'에선 김현주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두 여배우 모두 연기적으로 "정점에 오른 숙성한 배우들"이라며 "젊은 연기자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고 했다. 

 

코미디 '아빠를 빌려 드립니다'와 '가족끼리 왜 이래'를 통해 유쾌한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는 김상경. "지금 나는 조증(躁症) 상태"라며 즐거워 한 그는 드라마가 끝난 후 다시 한 번 일상적인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상을 그린 영화에서의 연기가 제일 어려워요. 색깔이 없는 역할은 매우 어려워요. '살인의 추억' 때도 송강호 형은 색깔이 있었지만, 저는 아무런 색깔도 없었어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물의 색깔이 달라지기에 보람차요. 어렵지만, 그래도 그런 역을 연기하는 게 제일 재밌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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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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